세계풍속사 外
세계풍속사 상 패러다이스에서 중세까지,까치글방 64
저자 파울 프리샤우어|역자 이윤기|까치 |1991.01
파울 프리샤우어-1898년에 태어나서 1977년에 사망한 오스트리아의 문화사가이다. 역사학과 국가학을 전공하고 1920년대부터 빈, 베를린, 런던, 파리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다. 제2차 세계대전 초기에는 영국의 BBC 고문으로, 그뒤에는 브라질의 바르가스 대통령의 고문이 되었으며, 전후에는 뉴욕의 Inter Science Foundation의 부회장을 역임한 국제적인 학자이다. 여러권의 문화사 관련 저서를 남겼다
001. 삶의 욕망-최초의 인간과 원시인들
002. '여자의 품 안에서 즐겨라'-메소포타미아의 여러 민족들
003. '나의 누이여 나의 신부여'-이집트인
004. '가장 사랑하는 여인을 품에 안고'-안도인
005. '그대 사랑 포도주보다 달아라'-이스라엘의 자손들
006. '아름다운 것은 선하며 선한 것은 아름답다'-그리스인
007. '비너스의 도시'-에트루리아 인과 로마인
008. '아,의 봉우리'-제정로마
009. '악령의 문'-초기 기독교와 비잔티움
010. '인간은 연약한 피조물이다'-무하마드와 이슬람
011. '여자는 태어날 때 부터 예속되어 있었다'-중세
세계풍속사 하 르네상스에서 섹스 혁명목차
001. "세계에서 가장 굶주린 짐승...'-중세에서 르네상스로
002.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이 허용된다'-종교개혁에서...
003. '허용된 성적 부도덕'-로코코시대
004. '피를 흘리지 않으면'-1789-1848
005. '사랑의 캐러밴의 여관'-세기의 중반기
006. '충동은 지상에서 규제되어야만 한다...'-19세기로부터...
007. '전쟁과 사랑은 어울리지 않는다'
008. '인구를 늘려라' 1918년-1945년
009. '더 잘 사고 더 잘 사랑한다'-섹스혁명
인간의 섹스는 왜 펭귄을 가장 닮았을까 다윈도 알지 못한 지구상 모든 생명의 사랑과 성에 관한 상식과 오해
저자 다그마 반 데어 노이트|역자 조유미|정한책방 |2017.04
저자 다그마 반 데어 노이트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 출신. 심리학 잡지 편집인이자 심리학, 생물학, 진화, 동물행동학, 자연, 건강 등 인간의 본질을 연구하는 주제에 관심이 많은 언론인. 《인간의 섹스는 왜 펭귄을 가장 닮았을까》는 그녀의 첫 번째 책이다.
목차
프롤로그 지구를 가장 역동적인 행성으로 만든 것
1섹스의 기원
2인류가 멸종하지 않은 이유
3생물학적으로 남자는 기생충이다
4다윈도 몰랐던 사랑의 가치
5덩치 큰 고릴라의 페니스는 왜 작을까
6수줍음이 많아도 기회는 있다
7인간은 천성적으로 일부일처제를 거부한다
8원숭이가 엉덩이를 높이 들 때는
9앵무새의 생식기는 어디로 숨었나
10사랑을 돈으로 살 수 있다면
11내 남자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12질투가 심한 여자 Vs 바람기가 심한 남자
13젖소에게도 친구가 있을까
14동물과 육체적으로 결합할 수 없다고 해도
15섹스는 결코 야하지 않다
16모두가 궁금해 하는 아빠의 육아
17당신의 페티시를 알려주세요
18에리카는 도라를 정말 사랑합니다
에필로그 사랑과 섹스는 결핍에서 유래한다
출판사 서평
어린이의 호기심을 발휘하자면 나는 30개도 넘는 질문을 쏟아낸 다음에야 섹스를 이해하기 위한 몇 가지 사랑의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사람들이 감히 물어볼 수 없었던 모든 질문들을 끄집어냈다. 그리고 그런 질문을 많이 하면 할수록 핵심에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나는 인간을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와 비교함으로써 인간의 본원을 추적할 수 있었다. 보통 섹스라고 하면 삐걱대는 침대와 우는 아기가 떠오르곤 한다. 하지만 섹스는 이 지구를 우주상에서 가장 다양하고 역동적인 행성으로 만들었고 또한 우리의 존재를 가능하게 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인간이 인간하고만 섹스해야 할 이유가 있다? 없다?”
찰스 다윈, 리처드 도킨스 등이 동물행동학적으로 증명한 인간의 사랑과 성(性)에 대한 18가지 진실과 거짓
40억 년 전 지구에 최초의 생명체가 생겨나고 박테리아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은 그 세포가 자기 복제를 통해 번식을 시도한 점을 미루어볼 때 이는 분명 지구상에서 일어난 최초의 섹스라 할 수 있다. 이후 40억 년이 지난 오늘날 인간이 정의하는 섹스는 무엇일까? 사랑하고, 침대에서 동침하는 것은 섹스에 대한 조금은 부드러운 정의일 것이며, ‘교접하다, 교미하다, 밤을 지내다, 관계를 맺다, 몸을 섞다, 짝을 짓다’처럼 생물학적인 관점에서도 이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정의에는 분명 남녀의 성기에 대한 고민이 빠질 수 없다. 도덕과 윤리라는 영역 안에서는 이 단어의 사용이 음란하게 다가올지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섹스를 정의함에 있어서 보다 생물학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더불어 진화론의 대가인 찰스 다윈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동물행동학의 관점에서 사랑과 성을 이야기한다.
생물학자들에게 섹스란 두 생물체가 성기라고 하는 도구를 통해 유전 물질을 교환하는 ‘유전자적 재조합’에 지나지 않는다. 동물과 달리 인간은 쾌락 때문에 섹스에 대한 정의가 사뭇 다를 수 있지만, 그 쾌락 역시 자손의 양적 팽창을 위한 신체적 변화 정도로 인식한다면 인간의 섹스를 동물의 섹스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도 있다.
심리학적, 윤리적으로도 접근해 관점의 차이를 가감 없이 설명
“인간의 본능은 생각보다 동물의 왕국 가까이에 있다”
몇 년 전 미국의 심리학자가 17~42세 남녀를 대상으로 섹스하는 이유를 조사했더니 ‘욕정이 일어나서’, ‘내 사랑을 보여주기 위해서’, ‘호르몬이 넘쳐서’, ‘심심해서’, ‘결혼했으니까’, ‘두통 해소를 위해서’, ‘나를 벌주기 위해서’ 등과 같은 다양한 답변이 있었다고 한다. 이토록 여러 가지 이유를 통해 섹스를 한다는 말은 결국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또한 섹스가 단순히 감정 없이 행위로만 이루어져 있다면 인류는 점차 줄어들다가 결국 멸종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동물에게 섹스는 어떠한 의미일까? 더불어 인간은 이들의 사랑과 성을 어떻게 오해하고 있을까? 동물의 세계에서는 일부다처제가 일반적일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생각한다. 하지만 동물은 일부다처제뿐만 아니라 일부일처제, 일처다부제, 다부다처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하고 섹스를 나눈다. 심지어 동성애마저 일상적인 애정 표현의 방식일 뿐이다. 인사나 복종의 의미로 섹스를 이용한다. 덩치가 큰 고릴라의 성기는 클 것이라고 상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너무 작을 뿐이다. 오히려 바다생명체인 조개의 성기가 엄청난 사이즈를 자랑한다. 왜소한 수컷은 언제나 섹스에 소외당한다고 오해하지만 그들 나름대로 머리를 써서 잔재주를 부려 사랑을 나누곤 한다. 동물도 분명 지능적으로 외도를 하고, 질투를 하고, 이에 대해 응징을 한다. 유전적으로 가까운 원숭이와 인간의 사랑과 섹스 방식이 유사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인간은 펭귄과 더 가깝다.
이러한 인간의 사랑과 섹스가 동물과 어떠한 유사점과 차이점이 있는지를 동물행동학의 관점에서 풀어낸 책이 바로 《인간의 섹스는 왜 펭귄을 가장 닮았을까》이다. 더불어 이 책은 심리학적 시각에서 묘한 사랑의 감정을 드러내는 소소한 읽는 재미를 더하며, 인간과 원숭이의 성세포 결합이 성공했던 사례를 들어 윤리적 타당성을 논하기도 한다. 영국의 유명 과학잡지 [뉴 사이언티스트]는 이 책을 ‘생각보다 동물의 왕국에 가까이 있는 인간의 섹스 본능을 사실적으로 일깨워준다’라고 평가했다. 우리가 숨을 쉬듯, 잠을 자듯, 밥을 먹듯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위가 바로 섹스임을 이야기한다.
책속으로
몇 년 전 미국의 심리학자인 신디 메스톤(Cindy Meston)과 데이비드 버스(David Buss)가 17세부터 42세 남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사람들은 아주 다양한 이유로 섹스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욕정이 일어나서’, ‘내 사랑을 보여주기 위해서’, ‘호르몬이 넘쳐서’라는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이유들도 있었지만 아주 많은 다른 답변도 있었다. 누구는 ‘월급 인상을 원해서’라는 사람도 있었고 ‘심심해서’ 또는 ‘결혼하니까 당연한 거지’라거나 ‘두통을 해소하기 위해서’, ‘칼로리를 소비하기 위해서’, ‘나를 벌주기 위해서’ 또는 ‘신(神)과 더 가까워지고 싶어서’라고 대답했다. --- pp.23~24
몇몇 생물학자들의 추론에 의하면 페니스는 정액을 제 자리에 분사하는 역할뿐만이 아니라 라이벌을 제치는 목적도 가진다. 몇몇 곤충의 페니스를 보면 마치 무기를 보는 듯하다. 길고 날씬한 몸매의 잠자리는 꼬리가 흡사 중세시대의 고문 기구처럼 생겼다. 갈고리, 삽, 집게 등 이 모든 것들 이 교미 중에 다른 연적이 남기고 간 정액을 제거하는 기능을 한다. 인간 페니스의 귀두도 다른 정액을 밀어내는 기능을 할 수 있다. 정액 전쟁에 출정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군대를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만 적을 제압하고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 --- p.63
암컷들은 ‘가정의 행복’ 전략과 ‘남자와의 기쁨’ 전략 사이의 타협을 선택하는 것 같다. 가정에는 든든한 파트너, 밖에서는 유전적 다양성의 제공으로 더 강한 후손을 보장해주는 슈퍼맨이 있다. 수컷들도 마찬가지이다. 가정을 가지고도 가끔 한눈을 판다. 일부일처제 동물류도 죽을 때까지 결혼 서약을 지키는 예는 드물다. 그래서 생물학자들은 사회적 일부일처제와 유전적 일부일처제를 구분한다. --- p.90
부부의 머리나 눈 색깔은 상관관계가 있다. 하지만 나의 파트너와, 나와 성이 다른 부모의 머리와 눈 색깔의 상관관계는 더 높다. 이를 다른 말로 풀어보면 나의 아버지가 푸른 눈을 가지고 있으면 내 미래의 남편도 푸른 눈일 가능성이 높다. 파트너의 나이도 마찬가지이다. 나의 부모가 상대적으로 늙은 편이면(내가 태어났을 때 30대 이상이었다면) 내 파트너도 역시 나이가 많을 가능성이 높다. --- p.133
생물학적으로 볼 때 성 흥분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가죽, 발, 피, 방귀 같은 것에 흥분을 느끼는 것은 후손 번식 기회나 진화 단계 면에서 볼 때 전혀 관계가 없지 않나? 여자들은 넓은 가슴과 곰을 사냥할 만한 팔뚝을 가진 남자를 보면 성적인 매력을 느끼고, 남자들은 풍선 같은 가슴과 출산이 수월할 것 같은 큰 골반을 보면 흥분을 느낀다. 전형적인 진화론적 사고방식에 의하면 그렇다. --- p.199
섹스의 진화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사이언스북스 |2005.07.12
원제 Why is sex fun? : the evolution of human sexualit
사이언스 마스터스 1,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들려주는 성의 비밀
섹스가 인간을 만들었다! 성(性)의 진화론적 메커니즘을 밝힘으로써 인류 문명의 뿌리를 재조명 [섹스의 진화(Why is sex fun)]는 세계적인 진화론자이자 생리학자이며 문명학자인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저서로 이번 출간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총, 균, 쇠','제3의 침팬지'로 문명사에 대한 최신 연구 성과를 소개함으로써 많은 국내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이 책에서 우리가 언제나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남에게 묻기 쑥스러운 문제들, 즉 왜 섹스는 즐거운가? 왜 인간은 남 몰래 섹스를 할까? 왜 인간은 아무 때나 섹스를 하는 걸까? 왜 인간 여성은 폐경을 맞이할까? 왜 인간 남성의 성기는 큰 걸일까? 같은 문제들을 샅샅이 파헤친다.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그 명성에 걸맞게 이 책에서 섹스에 중독된 인간의 진면모를 우아하게, 압축적으로 그리고 명확하게 분석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섹스, 즉 인간만 독특한 성적 습성이 인간의 문화적 특징을 만드는 데 있어 인류학자들이 오랫동안 이야기해 왔던 직립 보행, 커다란 뇌 못지않게 큰 역할을 해 왔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는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알아 왔지만 실제로 제대로 알지 못한 문제들을 진화생물학적 논리를 이용해 하나하나 해결해 나간다. 인간의 독특한 성적 습성이 자연선택에서 어떤 이점을 주었는지 추적함으로써 저자는 포유류의 경우 수컷보다 암컷이 자식의 양육에 대하여 더 많은 책임을 지게 된 원인과, 남자 혹은 수컷이 젖을 먹이지 않게 된 이유, 인간이 일부일처제에 가까운 짝짓기 시스템을 가지게 된 이유, 수렵?채집민의 남성이 영양학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큰 이득이 없는 사냥 행위에 몰두하는 이유, 남성의 성기가 다른 유인원에 비해 불필요하게 큰 이유 등을 해명해 낸다. 포유류 암컷은 출산과 양육에 있어 수컷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새로 씨 뿌릴 다른 짝을 찾아 배우자와 자식을 팽개치고 떠나는 수컷 대신 새끼를 양육하게 된다는 이야기와, 더 많은 여성과 성관계를 가질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을 늘리기 위해 무모한 사냥에 떠나는 수렵?채집민 남성의 이야기는 자식을 무한정 사랑한다는 모성(母性)과 가족을 위해 온몸을 희생하는 부성(父性)의 신화 이면에 감춰진 냉혹한 진실을 드러낸다.
생리학적?해부학적으로 새끼에게 젖을 줄 수 있는 남성?수컷이 왜 젖을 주지 않는지 묻고, 남성들이 수유를 하기 시작하면 어머니들만이 느낄 수 있었던 자식과의 유대감을 아버지들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다이아몬드의 재기발랄한 주장이나, 남성의 쓸데없이 커다란 성기가 결국 공작의 깃털이나 천인조의 긴 꼬리처럼 성적 배우자를 유혹하려는 섹스어필 신호라는 것을 보여 주는 이 책의 진화생물학적 논의는 진정 흥미진진하다. 또한 여성의 폐경이 나이든 여성을 출산과 양육의 고통으로부터 자유롭게 해 주었고, 오래 산 노인들이 부족의 문화와 역사를 기억을 통해 전달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인간 사회 고유 특징인 문화의 전승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는 논의를 통해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던 폐경 같은 문제가 인류 문명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 저자 로랑 베그|역자 이세진|부키 |2013.12.20
원제 Psychologie du bien et du mal.
저자 로랑 베그(LAURENT B?GUE)는 프랑스 그르노블 대학 사회심리학 교수이자 인격, 인지, 사회 변화에 관한 대학연합 심리학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스탠퍼드 대학 방문교수, 객원연구원을 역임했으며 학문적 업적이 뛰어난 교수들을 지원하는 프랑스 교수협회(IUF) 명예회원이기도 하다. 국제학술지에 5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고 『프시콜로지』,『프시코』 등의 대중적인 심리학 전문지의 자문을 맡고 있다. 그는 황당하고 기발한 연구에 수여하는 이그 노벨상 심리학 분야 수상(2013년)으로 화제가 되었다. 로랑 베그는 ‘술을 마신 사람은 자신을 매력적으로 생각한다’는 가설을 입증한 실험연구로 이 상을 받았다. 이는 술을 마시면 상대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진다는 기존의 생각(비어 고글BEER GOGGLES 현상)을 뒤집어본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로빈후드 심리 | “나만 그러는 것도 아닌데!” | 진화하는 심리학
1 나는 누구인가
나와 거울 속의 나 | 나는 도덕적인 사람인가 | 자아의 이미지 관리 | Dennis가 dentist가 될 확률 | 자아가 기억을 조작한다 | 도덕적 자기만족 | 타인과의 비교 | 나는 평균 이상일 것이라는 착각 | 거울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습니까? | 술은 양심을 가볍게 한다 | 집단 속에서 사라지는 자의식 | 가면 뒤의 안락함 | 집단 내에서 희미해지는 책임감
2 가로등이 지켜보는 사회
가로등이 지켜보는 사회 | 눈치 보는 원숭이 | 사회통제와 범죄의 상관관계 | 양심을 저버리는 사람들
3 동물이기를 거부하는 인간
이 짐승만도 못한 놈! | 동물이기를 거부하는 인간 | 인간의 동물성 | 증오의 우화집 | 어떤 인간집단이 ‘동물화’될 때 | ‘그들’과 ‘우리’의 경계 | 종의 도덕적 분류 | 인간이 도덕의 범위를 확장하는 이유
4 사회적인 사람은 도덕적인 사람인가
사회성이 가져오는 이점 | 우리가 법을 어기지 않는 이유 | 사회적 평판의 힘 | 언어가 도덕적 평판에 미치는 영향 | 왕따의 고통 | ‘다수’가 깡패다! | 만장일치를 거스르는 죄 | ‘검은 양’을 찾아라! | 감정의 등가 교환 | 위계질서에 순응하는 안락함 | 죄의식과 수치심의 구분 | 죄의식이 오히려 안도감을 낳는다 | 당혹감은 사회적 편입의 표식이다
5 정의를 무엇으로 실현할 것인가
당근과 채찍 | 무엇으로 행동을 강화할 것인가 | 넌 참 착한 아이야! | 채찍은 부메랑이 된다 | 보상은 진정한 동기 부여가 아니다 | 가정교육에 따른 아이의 도덕성 | 도덕성을 떨어뜨리는 처벌 | 사태를 악화시키는 처벌 | 정의의 실현 | 처벌에서 겨우 건질 만한 것
6 파괴적 모방과 이타적 모방
일탈행위의 모방 | 좋은 본보기를 모방할 때 | 동물도 모방을 한다 | 서로를 모방하는 인간과 원숭이 | 단순 모방에서 선택적 모방으로 | 모방은 사회의 윤활제 | 본보기를 통한 대리 학습 | 관찰을 통한 모방의 단계 | 폭력을 확산하는 파괴적 모방 | 미디어가 확산시키는 모방의 역기능 | 조건화와 학습의 관계 | 아이는 ‘백지상태’가 아니다 | 체벌의 정당화는 가능한가
7 도덕과 이성은 전통을 뛰어넘을 수 있는가
장 발장의 딜레마 | 콜버그의 도덕적 추론 모형 | 콜버그 도덕적 추론 모형의 오류 | 일상 속의 도덕적 판단 | 관습적 규칙과 도덕적 규칙의 구분 | 종교가 도덕규칙에 미치는 영향 | 피해자 없는 도덕 위반 | 세 가지 인류학적 규약
8 인간, 감정의 딜레마에 빠지다
폭주하는 전차의 딜레마 | 뇌량을 제거당한 환자의 사후 합리화 실험 | 혐오의 심리학 | 도덕성과 청결도의 상관관계 | 예쁘면 착하다?
9 피해자의 관점에서 세상 바라보기
좋은 피해자가 되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 | “천벌을 받아 그런 몹쓸 병에 걸렸지” | 에이즈는 부도덕의 증거인가 | ‘성도덕’이라는 이름의 주홍 글씨 | 죽음 앞의 인간 | 아이들의 도덕적 판단 | “넌 그래도 싸다!”는 판결 | 피해자를 업신여기는 태도에 대한 실험 | 누가 공정한 세상을 믿는가| 도덕적 판단에 이용되는 정보들 | 감정이입의 패러독스 | 누가 피해자를 비난하는가
10 자신에게만 관대한 사람들
위선자를 묘사해보세요 | 성자는 자신을 보아줄 관객을 찾나니 | 나의 도덕성 포장하기 | 도덕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유혹 | 위선에 대하여 |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 | 독실한 종교인은 일반인보다 관대한가? | 원숭이가 높이 올라갈수록 | 도덕 이후의 탐욕 | 약속을 지킨다는 것 | 자신에게만 관대한 사람들
11 인간이 부도덕에 굴복할 때
권위에 대한 복종 | 우리를 복종하게 만드는 조건들 | 복종하세요, 카메라 돌아갑니다! | 이데올로기와 사이코패스 | 개인의 성격과 복종의 상관관계 | 악은 그것을 보는 이의 눈 속에 있다 | 스탠퍼드 모의 감옥 | 사형수와 사형 집행인 | 친절한 간수 |관점의 차이와 악의 유혹
12 인간을 유혹하는 것들
무엇이 선한 일인지 알면서도 악을 행한다 | 신념과 다른 행동을 하게 되는 이유 | 급박한 상황에서 도움을 제공하는 조건 | 약해지는 의지 | 폭력과 단맛 | 탄탈로스와 마시멜로 | 딜레마의 대가 | 술김에 저지른 일 | 섹스, 알코올, 플라세보 | 도덕과 권위주의 | 악은 자기통제의 부재 상태인가
에필로그: 도덕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 | 내 안의 타인 | 지식과 도덕
미주
출판사 서평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는 재치 넘치는 연구로 2013년 이그 노벨상을 수상한 로랑 베그가 특유의 유머감각과 깊이 있는 통찰로 ‘도덕적 착각’에 빠져 있는 인간의 심리를 파헤친 사회심리학의 명저이다. 로랑 베그는 특정한 도덕관념이나 보편적 판단을 옹호하는 법이 없다. 그저 타인의 시선에 연연하고, 나와 타인, 그리고 사회 사이의 딜레마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인간의 모습들을 수많은 실험과 사례를 통해 보여줄 뿐이다.
하지만 끝내 우리에게 희망적인 고민을 던진다. 그것은 스스로를 ‘도덕적 인간’이라 자처하는 사람들이 행해온 도덕적 행위에 대한 반성이다. 저자는 ‘도덕의 정의’에 대한 고민 없이는 ‘좋은 사회’를 만날 수 없음을 역설한다. 깊이 없는 모랄이 횡행하는 사회, 인간의 행동 하나하나의 의미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이 책은 자신의 진정한 본성을 알고 도덕적 난제들을 풀어 나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내 주위엔 착한 사람뿐인데 왜 세상은 이따위로 흘러가는 거야?”
나는 이따금 정보 공유 차원에서 페이스북에 흥미로운 기사나 동영상 링크를 걸곤 한다. 그럴 때면 기껏해야 한두 명이 반응을 보인다. 그런데 우리 딸 루이즈가 저녁식사 시간에 던진 질문을 토씨 하나 안 빼고 페이스북에 그대로 옮겼을 때에는 불과 몇 시간 만에 댓글이 폭주했다. 아이의 질문은 이것이었다.
“아빠! 인간이 원래 착하다는 증거가 어디 있어요?” -프롤로그 중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던 저자의 친구들은 댓글을 통해 “선과 악은 공존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정작 딸한테 “아빠! 인간이 원래 착하다는 증거가 어디 있어요?”라는 질문을 받은 프랑스의 저명한 심리학자 로랑 베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나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우리는 희한하게도 선과 악, 도덕에 관해서라면 원인 모를 관용을 발휘한다. 무엇이 진짜 선이고 도덕인지, 인간은 원래 착한 존재인지에 대해 한 치의 의심 없이 스스로를 ‘착한 사람’, ‘도덕적 인간’이라 칭하고, 타인의 도덕성에도 후한 점수를 준다.
우리의 믿음처럼 우리 모두가 ‘착한 사람’이었다면 사회는 반드시 좋은 쪽으로 갔어야만 했다. 인간을 규제하기 위한 통제가 수시로 이루어지고, 도덕은 소셜 네트워크라는 장식장에서나 볼 수 있는 사회는 도래하지 않았어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도덕적 인간’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허구한 날 도덕의 기근을 개탄하고 있지 않나. 재치 넘치는 연구로 2013년 이그 노벨상을 수상한 로랑 베그는 이 책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에서 특유의 유머감각과 깊이 있는 통찰로 ‘도덕적 착각’에 빠져있는 사람의 심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인간이 원래 착하다는 증거가 무엇인가’에서 출발했지만, 그렇다고 착하게 살라거나 제대로 살라거나 하며 훈계의 목소리를 높이는 책도 아니고 성악설, 성선설 운운하는 철학적인 책도 아니다. 그저 타인의 시선에 연연하고, 나와 타인, 그리고 사회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인간에 대한 탐구와 고찰의 기록이다. 그리고 그러한 인간의 행렬 속에서 한 번도 의심해본 적 없는 ‘인간 본성의 발견’이야말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 출발점이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아직도 도덕 타령이라니!
이 책은 ‘도덕적 인간’이고 싶어하는 우리의 욕망을 담고 있다. ‘착한 사람’, ‘예의 있는 사람’, ‘개념 있는 지식인’을 내세우며 스스로가 도덕적 인간임을 부르짖는 사람들은 지하철 옆자리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바쁜 와중에도 자신의 도덕성을 긁어모아 곱게 포장해서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를 비롯해 개인의 성향을 드러낼 수 있는 모든 곳에 진열하는 것은 비단 남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도덕은 타인의 시선이 머무는 곳,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우리의 고귀한 도덕성이 그저 타인의 시선에 의해 좌우된다니, 좀 억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그 모습을 바꾸는 인간의 도덕성은 이 책의 실험과 사례에 따르면 이토록 많다.
연구에 따르면 조깅하는 사람들은 자기를 보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할 때보다 누군가가 자기를 보고 있다고 생각할 때 좀 더 열심히 달린다고 한다. … 위생수칙이라는 측면에서도 공중화장실에 혼자 있을 때보다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 볼일을 보고 나서 손을 씻는 빈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타적인 행동을 요청할 때에도 한 사람보다는 두 사람이 권할 때, 사회적인 인맥을 고려하게 만들 때, 전화보다는 직접 얼굴을 보고 부탁할 때, 특히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부탁할 때 그 요청이 받아들여질 확률이 높다. 반대로 성금 따위를 봉투에 넣어서 내게 하면 모금액은 확연히 줄어든다. -본문 53쪽
심지어 우리의 도덕성은 태어나자마자 타인에 의해, 그리고 사회가 정한 기준에 의해 평가되고 정해진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선과 악이 마치 산소와 수소처럼 결합해 이루는 ‘좋은 생각’의 바다와 같다. 우리는 태어남과 동시에 그 바다에 잠겨든다. 스스로 의식하지 못할지라도 우리는 호모 모랄리스(homo moralis), 즉 ‘도덕적 인간’이다. 내 아들은 분만실에서 태어난 지 고작 몇 시간 만에 행동거지가 바르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기의 체온 등 몇 가지 사항을 확인한 간호사가 차트에 ‘순하게 행동함’이라는 코멘트를 달았던 것이다. -본문 10쪽
이처럼 우리는 태어난 지 단 몇 분 만에도 도덕성을 평가받는다. 사회는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나’의 말과 행동, 외모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결과는 우리의 사회적 교류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우리가 ‘도덕적 인간’으로서의 삶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이유는 사회에 편입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이 사회에 편입되고 싶은 그 마음은 자신이 속한 사회가 좋은 사회이건 나쁜 사회이건 신경 쓰지 않는다. 심지어 그것이 전혀 도덕적이지 않은 나쁜 일임에도 모방하기까지 한다.
연구팀은 ‘낙서 금지’라는 표시가 뚜렷이 보이는 거리에 세워놓은 자전거들에 광고 전단을 꽂아두었다. ‘낙서 금지’라는 표시에도 불구하고 낙서가 많은 거리에서는 자전거 사용자들의 69퍼센트가 광고전단을 땅바닥에 함부로 버렸다. 그러나 낙서가 없는 깨끗한 거리에 광고전단을 버린 사람은 33퍼센트에 불과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길 한복판에 ‘바리케이드에 자전거를 세워두지 마시오.’라는 푯말을 세우고 행인들에게 200미터를 돌아가게 했다. 그런데 바리케이드에 일부러 자전거 4대를 세워두자 자전거를 한 대만 세워두었을 때보다 이 지시를 어기는 비율이 세 배나 증가했다. -본문 137쪽
이처럼 우리는 우리의 행동이 사회적 기대에 얼마나 잘 부응하는지에만 관심을 쏟다가 우를 범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조차도, 이 책에 따르면 인간이 사회에 더욱 단단하게 결속되기 위한 도덕적 열망의 표현이라고 말한다.
애시는 실험을 끝낸 후 참가자에게 왜 틀린 줄 알면서 오답을 말했는지 물어보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기가 아는 바와 집단의 대답이 다른 것을 보고 스스로를 의심하고 불확실한 기분에 사로잡혔다고 말했다. 그러한 불편함은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한다는 두려움, 불안, 고독감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다수’는 두 가지 유형의 압력을 행사한다. 하나는 개인이 갖지 못한 타당한 정보를 다수가 갖고 있다는 압력이고, 다른 하나는 다수의 입장에 대적함으로써 거부당하거나 웃음거리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의 압력이다. -본문 97쪽
‘평균의 착각’을 깨치고 인간의 도덕성을 냉정하게 바라보다
인간은 자기만족적 경향에 힘입어 자신에게 유리한 사건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가 하면 실패는 운이 없어서,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다른 사람들이 심술을 부려서 일어난 일로 치부하고 만다. 저자는 우리가 심각한 ‘평균의 착각’에 빠져있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중간 이상은 된다고 믿고 있으며, 자신은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고, 남보다 ‘도덕적’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도덕적 자기만족은 매우 보편적이며, 사회에서 생겨날 수 있는 불화의 싹을 은닉하는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미국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상인들은 자신이 다른 상인들에 비해 양심적으로 장사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또 다른 기상천외한 조사에서는 1000명의 일반인에게 죽어서 천국에 갈 것 같은 유명인을 물었다. 마더 테레사가 천국에 갈 거라고 답한 사람은 79퍼센트, 마이클 조던이 65퍼센트,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60퍼센트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조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자기가 죽으면 천국에 갈 것’이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는 것이다. 천국행 티켓을 확보해두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무려 87퍼센트에 달했다. -본문 41쪽
그런가 하면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특별한 존재로 꾸미기보다는 그들 사이에 묻어가려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다소 꺼림칙한 일을 할 때 ‘그저 남들처럼 행동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함으로써 이미 검증된 이 심리 기제를 이용하곤 한다. 가령 못 말리는 술꾼에게 친구들의 주량을 털어놓으라고 하면 그는 친구들의 주량을 실제보다 부풀려 말한다. 당신의 이웃이 남들을 우롱하거나, 아내 몰래 바람을 피우거나, 세금을 포탈하지 않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그 사람에게 그런 짓을 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얼마나 될 것 같으냐고 물어보라! 구린 일을 하는 사람은 자기와 똑같이 행동하는 사람의 비율을 높게 잡는 경향이 있다. -본문 13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도덕적 인간은 위대하다’고 역설한다. 인간의 모든 행동의 동기는 인간의 사회성에서 근원한다. 다소 비겁해 보이는 행동을 하는 인간들도 따지고 보면 ‘함께 잘 살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되었다. 저자는 다른 사람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호모 모랄리스, 즉 도덕적 인간의 진정한 동기이며, 그런 생각이 인간에게 심리적 충족감을 준다는 점에서 도덕은 인간 진화의 산물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한다.
학생들에게 헌혈을 부탁해보았다. 직접 권유를 받고 헌혈을 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25퍼센트 정도였으나 헌혈 장소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학생이 헌혈을 하겠다고 기꺼이 나서는 모습을 보았을 때에는(물론 이 다른 학생은 실험공모자였다) 자신도 헌혈을 하겠다고 답하는 비율이 67퍼센트에 달했고 실제로 헌혈 장소까지 온 학생들도 33퍼센트나 되었다. -본문 139쪽
도덕적 인간은 어떻게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이 책은 한마디로 인간이 빠질 수 있는 거의 모든 도덕적 난제를 다루고 있다. ‘정의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보상과 처벌은 과연 효과가 있는가, 돈이 없어 사람을 죽일 수 있는가’와 같은 사회적 명제에서부터 ‘나는 평균 이상’이라고 착각하며 자신에게만 관대한 자세로 살아가는 인간의 지극히 개인적인 본성을 살펴본다. 저자는 실제 심리실험과 각종 사례를 통해 도덕적 인간이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지, 어떻게 하면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던져준다.
▶ 처벌과 통제만이 사회를 지키는 수단일까?
한 사회집단의 기본적인 규제 수단이 강요와 위협이라면 그 집단은 오래가지 못한다. 억압적 통제는 대개 자신이 속한 사회의 권위가 바닥을 쳤을 때 나온다. 규칙을 존중하는 마음은 감시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소속감과 자발적 동의에서 비롯된다.
감시의 부재가 범죄 실행의 조건이 될지라도 부정직한 행위의 근본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규범을 위반하는 가장 큰 이유는 통제가 느슨해져서가 아니다. 게다가 감시는 사회적 행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부당하게 여겨지는 통제는 되레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자극하고 역효과를 일으킨다. 한 연구에 따르면 직원들이 직장 상사의 감시가 과하다고 생각하면 그 상사에게 적대감을 품게 된다고 한다. 또 직장에서 출입 자동기록시스템 같은 인력감시수단을 늘릴수록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반감을 품는 경향이 있다. -본문 61쪽
▶ 당근과 채찍? 그러면 보상이 좋은 사회를 만들까?
새로운 행동방식을 학습할 때의 핵심 원칙인 ‘조작적 조건화(operant conditioning)’의 핵심은 새로운 행동방식이 보상을 받으면 더욱 확고해지고 처벌을 받으면 쇠퇴한다는 것이다. 학습은 개인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강화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이타적 행동이 긍정적 결과를 불러오면 개인은 비슷한 상황에서 이타적 행동을 또 할 것이다. 하지만 꼭 보상을 통해서만 이타적인 행동이 가능하고, 그것이 좋은 사회를 만드는 밑바탕이 될까?
아이들에게 색깔이 바뀌는 신기한 사인펜을 나눠주고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게 했다. 그중 일부 아이들에게는 그림을 완성하면 예쁜 리본과 황금별 스티커로 장식된 상장을 주겠다고 했다. 열흘 후, 아이들을 다시 관찰했다. 상장을 받으려고 그림을 그렸던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신기한 사인펜’으로 자주 그림을 그리지 않았고 처음에 비해 흥미가 많이 떨어져 있었다. -본문 122쪽
스스로 이타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실제로 이러한 자기지각에 부합하는 행동을 할 확률이 높다. 7~11세 아이를 둔 엄마들이 자녀의 이타심을 계발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한 아이들과 만들기를 하면서 함께 노는 활동을 하게 했다. 이때 아이들의 일부는 이러한 봉사활동의 보상으로 작은 장난감을 받았고 나머지는 아무것도 받지 않았다. 다시 병원에 봉사활동을 갈 기회가 생겼을 때에 장난감을 받았던 아이들은 44퍼센트가 참여 의지를 보인 반면에 아무것도 받지 않은 아이들은 100퍼센트가 또 가고 싶다고 했다. -본문 118쪽
실험에서 보듯, 채찍이나 당근만으로는 이타적 행동이 완전하게 학습되지 않는다.
▶ 도덕적 사회를 만드는 것은, 결국 도덕적 인간의 온기다
결국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은 도덕적인 인간에 대한 스스로의 자각이며, 나와 타인과 사회가 만드는 도덕적인 공기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의 사회성에서 나온다. 이 책을 통해 스스로 진정한 ‘도덕’의 의미를 되새기고, 나를 돌아보기 위한 ‘거울’로 타인의 시선을 활용한다면 우리는 비로소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좋은 사회’에 한발 더 다가가게 될 것이다.
책속으로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사람들은 확실히 남들과 차별화될까? 그렇다. 하지만 나쁜 방향으로 차별화된다. 한 연구에서 실험참가자들의 논리적 추론능력을 검사했다. 그 결과 성적이 가장 나쁜 부류와 자신의 추론능력을 가장 과대평가하는 부류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은 온갖 능력으로 자신을 치장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자신의 반려동물마저 다른 동물보다 우수한 것으로 본다. 자기가 키우는 개는 앞집 정원에서 왈왈대는 똥개보다 훨씬 똑똑하다고 믿는 것이다. ---p.40
1940년대에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자동차 정비사, 라디오 및 시계 수리공들의 부정행위에 대한 조사로 화제가 되었다. 이 언론사는 전혀 문제가 없거나 아주 간단한 조작(전선이나 건전지 교체 등)만 하면 되는 자동차, 라디오, 시계를 수리공에게 보내보았다. … 그 결과 자동차 정비사의 63퍼센트, 라디오 수리공의 64퍼센트, 시계 수리공의 40퍼센트가 수리비를 부당하게 청구했다! ---p.59
‘우리’와 ‘그들’의 경계는 도덕규칙이 적용될 수 있는 선, 다시 말해 우리와 같은 집단구성원에게 기대할 수 있거나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행동방식의 기준을 보여주는 듯하다. 역설적이고 놀랍게도, 이 규칙들은 그 집단 내에서는 대개 더욱 강화되지만 적대관계에 있는 집단에서는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것들이다. 그래서 도덕의 경계에 관심이 많았던 프로이트는 “사랑으로 서로 결합하거나 더 많은 사람을 포용하려면 공격할 만한 외부인이 있어야만 한다.”라고 했다. ---p.77
사회집단과의 심리적 유대는 구체적 처벌에 대한 두려움보다 중요하다. 그러한 유대는 법을 존중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토대다. … 사회통제는 순응의 압박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가까운 이들과의 정서적 애착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범죄자가 결혼식을 올리고 나면 범죄위험도가 낮아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p.90
사람들의 평판은 사회적 교류에서 만들어진다. 작은 집단 내에서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이 거론되면 그 사람에 대한 평판은 두 번째로 나오는 발언으로 결정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처음에 그 사람에 대한 안 좋은 얘기가 나왔는데 누가 그 얘기에 맞장구를 친다면 집단 전체는 그 사람을 나쁘게 볼 것이다. 그 반면에 두 번째로 말하는 사람이 그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면 맨 처음 얘기를 꺼낸 사람의 부정적인 언급은 상당 부분 힘을 잃어버린다. ---p.91
인간의 온기를 거부당한 사람들은 정말로 체온이 떨어진다. 토론토 대학의 두 연구자는 사람이 사회적 배척을 경험한 직후에는 자기가 있는 방 안의 온도를 실제보다 낮게 느끼고 따뜻한 음료나 음식을 선호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반면에 사람들은 실내 온도가 17도일 때보다는 23도일 때 서로를 더 가깝게 느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사회적 거부를 경험한 직후에 아이큐검사를 받은 사람들은 지능지수가 상당히 떨어지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또 사회적 거부를 경험한 사람일수록 술이나 음식에 탐닉하는 경향이 있고, 남에게 너그럽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속임수를 쓰기 좋아했다. ---p.94
왜 결혼과 섹스는 충돌할까 저자 크리스토퍼 라이언, 카실다 제타|역자 김해식|행복포럼 |2011.04.25
원제 Sex at dawn
저자 크리스토퍼 라이언은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소재 세이브룩SAYBROOK대학교에서 1984년 영어와 미국 문학으로 문학 학사 학위를, 그로부터 20년 뒤 문학 석사와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그 중간 10여 년은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뜻밖의 장소에서 매우 이상한 직업에 종사하며 살았다. 예를 들면, 알래스카에서 연어 내장 제거하는 일, 방콕에서 매춘부들에게 영어 가르치는 일, 멕시코에서 토지개혁 활동가들에게 자기방어 가르치는 일, 뉴욕의 다이아몬드 지구에서 상업용 부동산 관리하는 일, 스페인 의사들의 연구 결과 출간을 돕는 일 등이다.
크리스토퍼는 어느 시점에 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기로 결심했다. 다문화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그의 연구는 인간적인 것과 문화적인 것의 구분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의 박사 학위 논문은 인간 성생활에 관한 선사시대의 뿌리를 분석하는 것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심리학자 스탠리 크리프너STANLEY KRIPPNER의 지도를 받았다.크리스토퍼는 1990년대 중반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기반을 두고, 바르셀로나 의대에서 강의했으며, 지역의 여러 병원들에서 상담을 했다. 그는 전 세계를 돌며 인간 성생활에 관해 강연하고 있다(영어와 스페인어로). 그의 활동은 주요 신문ㆍ잡지에 많은 언어들로 보도되며, 학술지와 스페인ㆍ남미 전역의 의대ㆍ교육병원 교재에도 수록됐다.
그는 <싸이콜로지 투데이PSYCHOLOGY TODAY>와 <허핑톤 포스트HUFFINGTON POST>에 기고하고 있다.
목차
머리글: 한 영장류가 적수를 만나다(한 공저자의 노트에서)
서문: 또 다른 선의의 종교재판
수 쪽에 담긴 수백만 년
제1부 그럴 듯한 것의 기원
제1장 유카탄 반도를 기억하라!
당신이 먹는 것이 바로 당신이다
제2장 섹스에 관해 다윈이 알지 못한 것
선사시대의 고인돌화
진화심리학이란 무엇인가? 왜 당신은 그것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루이스 헨리 모건
제3장 표준적 담화에 대한 세밀한 검토
어떻게 다윈이 당신 엄마를 모욕했나(성적 경제학의 음울한 과학)
유명한, 여성의 시든 성욕
남성의 부모투자
이성 간 전쟁에서의 ‘혼합 전략’
확대된 성적 수용성과 은폐된 배란
제4장 거울 속의 유인원
영장류와 인간의 본성
침팬지 모델에 대한 의심
영장류의 연속성을 찾아서
제2부 천국에서의 성욕(고립적이다)
제5장 천국에서 누가 무엇을 잃어버렸나?
펑키가 되어 계속 춤추는 것
제6장 누가 당신의 아버지들인가?
사회성애적 교환S.E.Ex의 즐거움
난혼의 약속
보노보의 시작
제7장 사랑하는 어머니들
원자로 노심의 용융
제8장 결혼, 짝짓기, 일부일처제 뒤죽박죽 만들기
결혼: 인간 종의 ‘근본적인 조건’?
부부의 배신
제9장 부성 확실성: 바스러지는 표준적 담화의 초석
사랑, 성욕 그리고 루구호에서의 자유
가부장제의 불가피성
일부일처제적인 것의 행진
제10장 질투: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마라’에 대한 안내
제로섬 섹스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어떻게 말하는가
제3부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제11장 “자연의 부”(가난한?)
가난하고 가련한 나
백만장자들의 절망
“인간의 최하 등급에서” 만족 발견하기
제12장 이기적인 밈(지저분한?)
호모 에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
공유지의 비극
영원한 진보의 꿈들
고대의 가난 또는 가정된 풍요?
구석기 시대의 정치학에 관해
제13장 선사시대의 전쟁을 둘러싼 끊임없는 전투(야수 같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핑커 교수
마가렛 파워의 기이한 실종
전리품들
나폴레옹의 침입(야노마미 논쟁)
히피의 위선과 보노보의 잔인성에 대한 필사적인 탐색
제14장 수명 거짓말(명이 짧은?)
삶은 언제 시작되는가? 삶은 언제 끝나는가?
80은 새로운 30인가?
스트레스 받아 죽을 지경
친구여, 자네는 누구를 꿈꾸는 눈을 한 몽상가라고 부르는가?
제4부 운동 중인 육체들
제15장 작은 거인
사랑과 정자 전쟁에서 모든 것은 공평하다
제16장 인간의 가장 진실한 척도
석기시대의 하드코어
제17장 때때로 음경은 음경일 뿐이다
제18장 오르가슴의 전사前史
“마음의 지독한 낭비들!”
악마의 젖꼭지를 조심하라
그것을 억압하는 데 필요한 힘
제19장 소녀들이 미쳐 날뛸 때
여성의 교성
젖꼭지가 없이는 낙원도 없다
뭐라고요?
제5부 아프리카에서 온 남자, 아프리카에서 온 여자
제20장 모나리자의 마음
제21장 변태성욕자의 애가哀歌
지금 뭐라고 하느냐?
아동 학대에 대한 켈로그의 안내
캘빈 쿨리지의 저주
모노토미의 위험들
(바로 당신 같은) 새로운 누군가를 내가 필요로 하는 몇 가지 추가적인 이유
제22장 함께 하늘 대면하기
모두가 비밀을 밝히다
해와 달의 결혼
참고문헌
*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 미국 NPR방송의 <2010년의 애독서들>에 선정
* 미국 성 치료와 연구를 위한 협회(SSTAR)의 <2010년 소비자의 책> 상 수상
* 오더블닷컴(Audible.com)의 <2010년의 베스트북>
다윈 시대 이후, 우리는 성적 일부일처제는 자연스럽게 우리 종에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종교기관, 문화기관뿐 아니라 주류 과학은 남녀는 한 가족으로 진화했다고 주장했다.
이탈적 사상가인 크리스토퍼 라이언과 카실다 제타에 따르면,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들은 우리가 섹스에 관해 알고 있는 거의 모든 것이 틀렸다고 밝히면서, 이 도발적이고 뛰어난 책에서 대담한 대안적 설명을 제시한다.
이 책의 핵심 내용은 인간은 음식, 자녀 양육, 흔히 섹스 파트너까지 공유한 평등주의 집단에서 진화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인류학, 고고학, 영장류학, 해부학, 성심리학 증거들을 토대로, 일부일처제가 실제로 인간 본성과 얼마나 동떨어진 것인가를 보여준다. 특히 저자들은 다음과 같은 의문들을 집중적으로 탐구한다.
-왜 장기간의 정조가 많은 사람들에게 그토록 힘든 일인가?
-왜 사랑이 깊어짐에 따라 성적 열정은 식는가?
-왜 많은 중년 남성은 젊은 여성과의 일시적인 애정에 모든 것을 거는가?
-왜 표준 진화론적 논리에도 불구하고 동성애는 지속되는가?
-인간 성생활의 선사시대 기원에 관해 인체는 무엇을 보여주는가?
이 책은 부적절한 가정과 근거 없는 결론을 과감히 뒤집는다. 동시에 왜 우리가 현재처럼 살고 사랑하는가에 관해 혁명적인 이해를 제공한다.
책속으로
현대 성생활의 중심부에는 뿌리 깊은 갈등이 요동치고 있다. 길들여진 우리의 무지無知는 파괴적이다. 우리 종種의 성생활의 본질을 모호하게 하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결혼의 절반은 소용돌이치는 성적 욕구불만, 성욕을 죽이는 지루함, 충동적 배신, 기능부전不全, 혼란, 치욕 등 멈출 수 없는 물결에 의해 붕괴되고 있다. 일련의 일부일처제는 실패의 다도해多島海처럼 우리 앞(혹은 뒤)에서 연장되고 있다. 그것은 마치 차갑고 어두운 실망의 바다에 고립된 일시적인 행복의 섬들 같다. 11쪽
아체족은 아버지를 네 종류로 구분하는 것으로 드러난다. 인류학자 킴 힐Kim Hill에 따르면, 네 가지 유형의 아버지는 다음과 같다. ▸ 미아레Miare: 그것을 주입한 아버지 ▸ 페로아레Peroare: 그것을 혼합한 아버지들 ▸ 몸보아레Momboare: 그것을 넘치게 한 아버지들 ▸ 비쿠아레Bykuare: 아이의 본질을 제공한 아버지들 다수의 아버지를 가진 자녀들은 ‘사생아’나 ‘개새끼’로 따돌림 당하기는커녕, 자신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쏟는 한 명 이상의 남자들로부터 혜택을 얻는다. 인류학자들은 그들이 어린 시절에 죽지 않고 살아남을 가능성은 동일한 사회에서 단 한 명의 인정된 아버지를 둔 자녀들보다 종종 의미 있게 높다고 추정한다. 109쪽
“당신도 알다시피 만약 당신이 죽으면, 누군가 다른 남자가 당신 자녀들 중 최소한 한 명을 돌보는 의무를 떠안게 된다. 따라서 당신 아내가 애인을 만들 때, 다른 시각에서 보거나 심지어 축복하는 것이 당신이 들 수 있는 유일한 보험이다.” 110쪽
많은 수렵채집인 사회의 남녀 구성원들뿐 아니라 프로선수들, 음악가들 그리고 그들의 가장 열성적인 여성 팬들에게, 겹치고 교차하는 성적 관계가 집단 응집력을 강화하고 불확실한 세계에서 안전의 수단을 제공할 수 있다. 111쪽
17세기 예수회 선교사 폴 르 전느Paul Le Jeune가 한 몽타녜Montagnais 인디언 남자에게 자신이 목격한 만연한 부정不貞의 위험에 관해 설교했을 때, 그는 그 대답으로 제대로 된 부모 역할에 관한 교훈을 들었다. 그 선교사는 “나는 여자가 남편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명예롭지 못하며, 이 죄악이 그들 사이에 있기 때문에, 그 자리에 나와 있는 아들이 그의 아들이라고 확신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당신은 뭘 모른다. 당신네 프랑스인들은 오직 자기 자식들만 사랑한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우리 부족의 모든 자녀를 사랑한다.’라고 대답했다.”라고 전했다. 126쪽
만일 한 마리 이상의 수컷의 정자가 배란 상태에 있는 암컷의 생식관 속에 있다면, 정자들 자체가 난자에 수정을 하려고 경쟁한다는 것이다. 정자경쟁에 참여하는 종의 암컷들은 일반적으로 자신들의 생식력을 광고해 더 많은 경쟁자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다양한 비법들을 가지고 있다. 264쪽
현대 미국의 원조 자유연애가들은 머리를 아주 짧게 깎은, 제2차 세계대전의 공군 조종사들과 그들의 아내들인 것처럼 보인다. 모든 곳의 엘리트 전사들과 마찬가지로, 이 ‘탑건들top guns’은 종종 서로 간에 강력한 결속을 발전시켰다. 그것은 아마도 그들이 군대의 어떤 병과에 비해 사상자 비율이 가장 높았기 때문일 것이다. 저널리스트 테리 굴드Terry Gould에 따르면, 1997년에 영화 <아이스 스톰Ice Storm>에서 극화된 것과 같은 ‘키 파티key parties’는 1940년대에 이러한 군사 기지에서 비롯됐다. 거기서 남자들이 일본의 방공포를 향해 날아가기 전에, 엘리트 조종사들과 그들의 아내들은 서로 혼음을 했다. 376쪽
달러와 섹스 섹스와 연애의 경제학저자 마리나 애드셰이드|역자 김정희|생각의힘 |2013.12.13
원제 Dollars and Sex
저자 마리나 애드셰이드 MARINA ADSHADE는 캐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대학교의 경제학 교수로 2008년부터 학부생을 대상으로 《섹스와 연애의 경제학》을 강의하고 있다. 경제학의 렌즈를 통해 사랑과 섹스의 문제에 접근하는 이 강의는 개설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온라인 지식포럼 빅씽크(BIG THINK)에서의 인기 연재를 거친 후 블로그MARINAADSHADE.COM를 개설하여 미국과 캐나다에서 화제를 모으며 뉴욕타임스, 블룸버그 등 언론의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들어가는 말
1장. 당신 곁에 있는 애인을 사랑하라
2장. 대학 캠퍼스에서의 연애
3장. 사랑 클릭!
4장. 내 부족함을 채워 주는 당신
5장. 결혼은 훌륭한 제도
6장. 여성의 돈벌이
7장. 섹스의 신세대가 온다
8장. 타고난 바람기
9장. 황혼기의 사랑
마지막 생각
감사의 말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경제학자의 렌즈로 들여다본 성과 사랑
경제학은 흔히 삭막하고 메마른 과학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토머스 맬더스가 인구 증가를 우려하여 영국 여성들이 무릎을 붙이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계기로 인간의 가장 본원적인 이슈인 성과 사랑이라는 주제는 경제학의 분석 대상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마리나 애드셰이드는 성과 사랑의 문제도 경제학의 렌즈를 통해 들여다볼 때에만 명쾌하게 이해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주식 투자를 할지 말지를 결정할 때처럼 오늘밤 낯선 사람과 섹스를 해도 될지 말지 그리고 애인과배우자를 선택하고 결정할 때에도 사람들은 경제적 동기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이다.
섹스와 연애의 비용편익분석
모든 남녀가 섹스나 연애를 할 때마다 수학적 계산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면마치 이들이 일회적이고 위험한 성행위의 비용편익을 미리 계산해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섹스의편익은 누구나 아는 생물학적인 즐거움이지만 비용은 무엇일까? 여기에서 말하는 ‘비용’은 원치 않는임신 때문에 학업을 중단하거나 경력 관리에 손해를 입음으로써 치러야 할 비용 또는 외도가 발각되었을 때 치러야 할 일련의 대가에 해당한다.
이 ‘비용’은 개인과 사회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시대에 따라서도 변화한다. 가령 20세기 들어 피임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원치 않는 임신이나 성병 감염의 확률이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혼전섹스의 이익이비용보다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런데 단지 위험 요소가 줄어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섹스를 더 많이 하게 되었다면, 왜 같은 시기에 혼외 임신이 더 늘어나게 되었을까?
저자는 그 답을 여성의 대학 진학이 늘어나고, 숙련-미숙련 노동자 간의 임금 격차가 확대된 것에서 찾는다. 대학 진학률은 늘어나는데 반해 같은 수준의 교육 기회를 얻지 못한 여성들은 임금이 낮고 숙련을 거의 필요로 하지 않는 일자리밖에 구할 수 없게 된다. 더욱이 숙련-미숙련 노동자 간의 임금 격차가 벌어지면서 이들이 원치 않는 임신을 하더라도 그다지 손해볼 것도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결국지금 정숙하게 살든 그렇지 않든 미래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면 “오늘밤 섹스를 해도 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명백하다. 이들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왜 여학생이 많은 학교가 더 문란할까?
진화의 결과로 남성은 여성과 달리 다양한 상대와 섹스를 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저자는 남학생에 비해 여학생이 많은 학교가 성적으로 더 문란하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시장의 가장 기본적인 힘인 수요와 공급 때문이다. 여학생들은 단기적인 관계보다 장기적인관계를 선호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대학에 여학생이 많아지면서 대학 캠퍼스의 연애 시장은 남학생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바뀌었다(미국의 경우 1988년부터 대학생 중 여성이 남성보다 많아짐). 이처럼 캠퍼스연애 시장에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게 됨에 따라 이 시장에서의 가격은 떨어지게 되는데, 여기에서 ‘가격’이란 여성이 자신을 잘 대해 줄 것임을 확신시켜 달라고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수준을 의미한다. 결국 여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전통적 데이트만을 고집할 수 없게 되고, 남자 친구의 요구를 거절하기어렵게 된다.
만약 대학에 진학할 딸의 성생활이 문란해질까봐 걱정하는 부모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늑대같은 남학생들이 더 많은 학교에 보내라는 것이 저자의 충고이다.
네트워크 사회와 동류혼
미디어와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현대인은 실시간으로 연결된 네트워크 속에서 살고 있다. 인터넷 소개사이트뿐만 아니라 SNS가 보편화되면서 연애 시장은 소위 ‘활성화’, 즉 연애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효과가 생겼다. 시장에 참여자가 많아지면 구매자이자 판매자인 시장 참여자들은 최선의상대방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에 따라 시장이 파할 때쯤이면 가장 비싼 후보들은 역시 가장 비싼 사람과 짝을 맺고 중간 수준의 사람은 역시 같은 수준의 상대와 짝을 맺는 식으로 커플링이 진행되어, 결국 가격이 형편없는 후보들만싱글로 남게 된다. 이처럼 서로 비슷한 사람들끼리 짝을 맺는 동류혼이 일반화되고, 가난한 여성이 부유한 남성과 결혼하는 신데렐라 스토리는 찾아보기 힘들게 된다.
일부일처제라는 미스터리
갈수록 빈부 격차가 심해지고 있는데 일부일처제가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가난한 남성보다 수백 수천 배 부유하고 권력도 있는 남성들이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것일까?
산업화 이전 사회에서는 우수한 두뇌보다 건강한 신체에 의해 소득이 좌우되었다. 그런데 산업화가 되면서 숙련 기술이 보다 중요해졌고 고학력에 훈련받은 인력이 보다 많은 급여를 받게 되었다. 이런 변화는 가정에서의 자녀들에 대한 투자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에는 자녀를 많이 낳되 교육에는그다지 투자하지 않았는데,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자녀 수를 줄이는 대신 교육에 투자를 많이 하는 추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제 아버지들은 자녀의 미래 소득이 자녀의 인적자본과 기술력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뛰어난 자질을 지닌 자녀를 가지기 위해 우선 똑똑한 아내를 맞으려고 한다. 결국 경제학적 관점에서볼 때 일부일처제가 지배적 결혼 제도로 유지되는 것은 질적으로 우수한 자녀에 대한 수요 증가가 역시질적으로 우수한 여성의 시장 수요를 늘렸기 때문이며, 그래서 부유한 남성들조차도 한 명 이상의 똑똑한 아내를 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남성의 외도는 자신이 잘나서, 여성의 외도는 남편이 못나서?
불륜은 무엇보다 진화의 결과이다. 남성이 다양한 상대를 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성도 질 좋은 유전자를 물려주기 위해 우수한 섹스 파트너를 찾게 되어 있다. 그런데 남성이 바람을 피우려면 상대 여성이그에게 홀딱 넘어와 불륜을 저지를 만큼 매력이 있어야 하고, 상대 여성 쪽에서는 그 정도 괜찮은 유전자를 가진 남성이면 2세에게 좋은 유전자를 물려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해야 혼외정사가 가능해진다. 결국 여성이 바람을 피우는 것은 남성과 달리 자신에게 섹시한 매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남편의 가치가 혼외정사의 대상이 되는 상대방 남성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륜은 또한 경제학이다. 사람들은 단지 생물학적 이득만이 아니라 경제적 비용을 함께 고려한상태에서 바람을 피울지를 결정한다. 실제로 평균적으로 열 명의 남성 가운데 한 명은 남의 자식을 친자식으로 믿고 키우는데, 가난한 남성들의 경우는 이 비율이 열 명 중 세 명이나 되고 최고 부유층의 경우는 2%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는 가난한 가정의 여성과 부유한 가정의 여성이 불륜의 대가로 치러야할 비용의 차이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노년에는 진화의 법칙이 작동하지 않는다.
노년이 되면 남녀 모두 생식 능력이 감퇴하게 되어 진화의 법칙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된다. 예를 들어 폐경 이후의 여성은 더 이상 아이에게 우수한 유전자를 전해 줄 남성을 찾을 필요가 없고, 일회용 섹스에 따른 원치 않은 임신 때문에 불이익을 당할 염려가 없다. 나이 든 남성도 더 이상 번식이라는 생물학적 요구가 아니라 자신을 기꺼이 돌보아 줄 여성을 찾아야 하는 경제적 동기를 갖게 된다.
그렇다면 황혼의 연애 시장의 수요와 공급은 어떤가? 통상 여성의 평균수명이 길기도 해서 이 시장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많다고 한다. 이를 보면 황혼 데이트 시장에서는 남성이 시장 지배력을 가질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노년 여성의 경우 마음에 안 드는 사람과 사귀느니 다른 선택, 즉 독신으로 남는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의 영역을 확장시킨 섹스와 연애의 경제학
이 책은 섹스와 연애에 대한 인간의 행동을 분석하기 위해 전통적인 경제학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인간의 욕망에 대한 생물학과 진화심리학의 설명을 근간으로 하여 최근 행동경제학과 사회학, 마케팅 등의분야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연구 성과와 실험 결과를 종합하고 있다. 또한 거시경제적 요인들이 개인의행동과 사회 규범 및 제도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준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섹스와 연애에 대한 개인의 동기와 선택을 이해하고, 나아가 효과적인 연애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스펜트 섹스, 진화 그리고 소비주의의 비밀
저자 제프리 밀러|역자 김명주|동녘사이언스 |2010.08.12
원제 Spent : sex, volution, and consumer behavior
저자 제프리 밀러는 제프리 밀러는 뉴멕시코 대학의 진화심리학 교수다. 컬럼비아 대학에서 학사학위를 받고 스탠포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경제학 대학, UCLA에서 일했다. 《연애MATING MIND》를 썼고, 《짝짓기 기능MATING INTELLIGENCE》을 공동 편집했으며, 프록터 앤 갬블, 코카콜라, 세인즈베리 같은 기업들의 컨설팅 작업을 맡았다. 짝 고르기와 성선택 연구 그리고 지능, 성격, 정신 건강의 진화유전학 연구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그는 현재 오스트레일리아 브리즈번에 있는 퀸즐랜드 의학연구소의 유전역학 연구실에서 방문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밀러는 자신의 새 책 《스펜트》에서 우리가 구매하는 상품과 서비스는 우리의 생물학적 잠재력을 결혼상대와 친구들에게 무의식적으로 광고하는 것이라는 기본 개념에서 출발해, 차에서 립스틱, 비디오게임에서 우리가 읽는 책과 우리가 듣는 음악에 이르는 모든 것에서 우리의 선택에 영향을 주는 숨은 요인들을 파헤친다. 그는 유머러스하고 예리하게 우리가 어떻게 제품을 결정하는지 분석하고, 이런 제품들은 우리가 본능적으로 타인에게 과시하려 하는 핵심 형질들(일반 지능, 개방성, 성실성, 친화성, 안정성, 외향성)에 대해 어떤 사실을 말하는지 해독함으로써, 우리가 무엇을 사고, 그것을 왜 사는지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우리의 삶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소비에 잠식되고 있다. 회심의 미소를 띤 마케터들이 통제하는 가차 없이 돌아가는 트레드밀 위를 달리고 있는 사람들. 그렇지만 그 사람들 역시 눈앞에 도발적으로 매달린 반짝반짝한 신제품의 유혹에 기꺼이 굴복하는 공범자들일 가능성이 더 높다. 온갖 산업이 우리의 구매 습관을 분석해서 이용하려고 하지만 최근 들어 진화생물학(인간 본성에 관한 설득력 있는 과학)이 인간 행동의 많은 부분이 선사시대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시작했고, 경제학에서 인간관계에 이르는 많은 분야에서 사고의 혁명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분야의 선도적인 학자인 제프리 밀러는 이 혁명적인 과학의 원리들을 새로운 영역, 즉 우리가 소비자 문화라고 부르는 마케팅과 지위 추구로 돌아가는 이상한 나라에 적용하고 있다.
목차
1 다윈, 쇼핑몰에 가다
‘득템’의 즐거움은 얼마나 갈까 11 / 크로마뇽인, ‘소비자’가 되다 13 / 현명한 모델 ― 선사시대와 현대를 합친 멋진 대안 18 / 마케터들에게 필요한 것은 다윈이다 24
적응도 지표 ― 수공작의 꼬리와 포르셰 27 / 사실의 고찰과 가치의 고찰 30 / 소비자의 양가감정 ― 아몬드 크루아상이거나 혹은 패스트푸드거나 32
2 마케팅의 천재들
시장은 우리의 소원을 들어주는 요술램프 37 / 매슬로의 욕구 위계를 넘어서 41 / 진화소비자심리학은 왜 이제 시작인 걸까 45 / 소비자본주의가 어떻게 인간 본성에서 생겨났는가 50 / 진화심리학자, 마케팅에 눈뜨다 54
3 왜 마케팅이 문화의 핵심인가
보이지 않는 ‘정부’ ― 심리학, 시장조사에 자리를 내주다 63 / 우리는 마케팅의 시대에 살고 있다 66 / 마케팅이 지구 생명을 지배한다 71 / 마케팅 대 밈 75
4 이것이 ‘지름신’이다
나르시시즘과 소비주의: 패리스 힐튼의 향수 ‘바로 나’ 85 / 소비자 나르시시즘의 양면성 89 / 아이팟의 양면성 91 / 나를 매력적이게 만드는 따끈따끈한 ‘신상들’ 94 / 나르시시즘 비용 95 / 생활 시뮬레이션 게임 103
5 소비주의에 ‘낚이다’
사회적 지위, 개인의 취향 111 / 소비자 나르시시즘의 사회심리학 118 / 부모는 왜 항상 십대 자녀의 이성친구가 못마땅할까 124 / 소비주의의 근본적인 망상 127
6 왜 우리는 적응도를 뽐내는가
신호 보내기 ― 나에게 반하게 하는 법 139 / ‘진짜’와 ‘짝퉁’의 구별 142 / 신호→브랜드 가치→이윤 149 / 왜 신호를 보내려 하는가 153 / 몸의 신호, 마음의 신호 158 / 과시적 소비는 적응도 신호다 161
7 과시적 낭비, 과시적 정확성, 과시적 평판
과시적 낭비 외에는 방법이 없을까 171 / 신호가 신뢰성을 확보하려면 174 / 신호 전달 방식들의 장단점 181 / 과시적 낭비에서 과시적 정확성으로 185
8 몸의 자기 브랜딩, 마음의 자기 마케팅
몸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 윌 스미스와 앤 해서웨이가 보장하는 것 195 / 철인3종경기의 유행 200 / 얼굴에 나타나는 번식력 지표 ― 샤넬의 낭만을 고를까 크리니크의 순결을 고를까 201 / 몸의 적응도 신호에서 마음의 적응도 신호로 208 /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서 터프해 보이기 210 / 다시, 몸에서 마음으로 214
9 여섯 가지 차원의 개인차
개인차의 중요한 여섯 가지 차원 217 / 성격 5요인은 어떻게 발견되었나 232 / 왜 중심 6차원은 지지받는가 235 / 자신의 성격 5요인을 측정해보자 240 / 중심 6차원 형질들은 모두 종형곡선을 그린다 242 / 중심 6차원은 서로 독립적이다 245 / 중심 6차원을 넘어서 247
10 소비자가 뽐내고 마케터는 무시하는 형질들
중심 6차원은 소비자행동의 열쇠 253 / 자동차 선택에서 드러나는 중심 6차원 256 / 좋아하는 음악과 웹페이지를 통해 중심 6차원 과시하기 259 / 마케터들이 중심 6차원을 무시하는 이유 262
11 일반 지능
특정 정치인의 꼴사나운 우둔함은 정말 지능과 관련이 없나 275 / 학위의 사회와 경제적 가치 281 / 학위 공장, 대행사의 등장 285 / 그 밖의 지능 지표들 291 / 지능을 높이는 제품 ― 브레인에이지, 마이브레인트레이너 297
12 개방성
개방성의 스펙트럼 303 / 기생충이 개방성을 감소시키는 이유 304 / 혐오의 네 가지 형태 311 / 왜 모두가 최대의 개방성을 원하지 않을까 316 / 개방성,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가 318 / 개방적인 사람들이 치러야 하는 난처함과 위험 비용 321 / 개방성, 새로움, 패션 323
13 성실성
아주 특별한 성격 형질 ― 성실성 327 / 관리가 어려운 제품들 329 / 애완동물은 성실성 지표다 331 / 수집 ― 강박과 성실성 335 / 자기관리의 과시성 336 / 사용하지 않는 운동 기구 338 / 신용 등급 341 / 정규 교육과 직업도 성실성 지표다 343
14 친화성
친화성의 경제 349 / 친화성 지표와 공격성 지표 351 / 순응을 통한 친화성 과시 355 / 이데올로기는 친화성 지표다 358 / 종교 단체와 정치 단체는 성격 지표다 362 / 이데올로기 신호의 실패 364
15 영혼의 원심 분리
껍데기처럼 텅빈 느낌 371 / 단념하기 전략 372 / 자기과시 전략 검토 373 / 웬만하면 사지 마라 376 / 이미 갖고 있는 것을 찾아보라 377 / 친구나 친척, 이웃에게 빌려라 378 / 대여하라 378 / 중고품을 사라 380 / 일반 시장표, 복제품, 낙수 효과 상품을 살펴봐라 382 / 직접 만들어 써라 382 / 동네 공방에 의뢰하라 385 / 새 기술을 사기 전에 3년을 기다려라 387 / 선물로 받아라 389 / 대부분의 소매품에는 과시 비용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라 389 / 영혼의 원심 분리 예방법 390 / 대량 맞춤화가 약속하는 것 396
16 과시 의지
소비주의 문화를 바꾸기 위한 사회적 전략 401 / 비대칭적 전쟁 402 / 형질 문신은 왜 안 되나 404 / 전제 조건을 붙인 제품을 팔자 411 / 풀뿌리 사회규범의 유연한 변화 415 / 시민사회라 불리는 작은 힘 416 / 비공식적인 사회규범의 힘 420 / 반소비주의 운동가들의 오류 421 / 다문화주의 대 지역사회 규범 427 / 가상세계로 가다 433 / 거대한 사회적 유사 실험 438
17 다양하고 정확하게, 형질을 과시하는 민주적인 방법
부탄 ― 국민총생산보다 국민총행복 443 / 소득세에서 소비세로 444 / 서로 다른 제품에 대한 서로 다른 소비세율 448 / 진짜 비용 지도를 그리자 451 / 제품의 수명을 늘리는 방법 455 / 소비세의 잠재적 힘 459 / 변화하려는 의지 462 / 신호 전달 체계를 서서히 바꾸면 전혀 문제없다 466 / 결론 ― 자신에게 금칠을 하는 유전자 469
소비주의 탈출 훈련 471
더 읽거나 보면 좋은 자료 477
주 504
참고문헌 537
찾아보기 634
감사의 말 651
역자후기 653
3만 년 전 크로마뇽인과 현대인 중 누가 더 행복할까
3만 년 전, 낮에는 주로 낮잠을 자거나 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아이들이 노는 것을 지켜보며 저녁에는 북치고 노래하고 춤추기를 즐기는 여인이 있었다. 이 여인은 일주일간 열매를 따거나 채소를 채집하느라 20시간 정도는 일을 한다. 그리고 일주일간 마트에서 40시간씩 일하며, 가끔 술집에서 남자들을 만날 때 임신하지 않도록 경구 피임제를 먹고, 저녁에는 텔레비전을 보며 조니뎁과 사랑을 나누는 몽상을 하고 또 자살 충동에 굴복하지 않으려고 우울증 치료제를 먹는, 하지만 아이팟은 가지고 있는 현대의 여성이 있다. 이들 중 과연 누가 더 행복할까?
사람들은 물질 자체를 소유하려는 의도보다는 결혼 상대자나 친구들에게 자기를 과시하려고 이유로 신호를 보낸다. 현대의 소비자들은 도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몰고 그늘에서 키운 공정무역 커피를 사러 동네 생협 매장으로 가면서 자신의 고운 마음씨를 뽐낸다. 제프리 밀러는 인간의 이러한 과시 행동 안에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엄청난 규모의 시장이 있다고 말한다. 즉 자신을 뽐내고 짝을 찾는 이러한 인간 본성을 바탕으로 소비주의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문화를 아우르는 역사적인 관점뿐 아니라 모든 종을 아우르는 진화적 관점에서 소비주의를 재평가할 필요가 있으며, 또 그렇게 우리가 가진 인간 본성을 이해하면 마케터들은 소비자 선호를 이용해 돈을 더 많이 버는 새로운 방법을 알게 될 것이고, 소비자들은 마케터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돈을 아끼는 새로운 방법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지위, 존경, 명성, 성적 매력, 사회적 인기 등 포기할 수 없는 인간의 욕구를 소비하지 않고 채우는 ‘진짜’ 경제적인 방법을 고민하게 한다. 우리는 이제 인간 본성을 이해하고 자신이 이미 갖고 있는 형질을 마음껏 과시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마케팅 혁명 ― 민주주의는 정부에 마케팅 개념을 적용한 것이다
로마시대에 토가로 지위를 과시하던 우리가 어떻게 현대 맨해튼에서는 프랭크 뮬러 시계로 지위를 과시하게 되었을까? 프랭크 뮬러 시계와 프라다 가방은 우리에게 어떤 지위를 가져다주는가? 이 책에 나와 있는 여러 가지 상품의 1파운드당 가격을 살펴보면, 기본적인 생존을 위한 상품은 값싸고 자기 자극과 사회적 과시로 나르시시즘을 채우기 위한 상품들은 값비싸다. 살아가는 데는 별로 돈이 들지 않지만, 과시하는 데는 돈이 아주 많이 든다. 마케팅은 이상적으로 말하면, 사람들이 기꺼이 구매할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함으로써 인간의 욕구를 채우려는 체계적인 시도지만 한편으로는 인간 본성의 야생적인 미개척지가 기술의 야생적인 힘과 만나는 지점이다. 가장 뛰어난 마케팅 지향적인 기업들은 용감한 연인처럼,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욕구를 찾아주고, 우리가 상상도 못했던 방식으로 그 욕구를 채우는 방법들을 알려준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은 이미 오래전에 미국 혁명과 프랑스 혁명에 반영된 것들이다. 마케팅 지향적인 나라는 납세자들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국가가 유권자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는다. 정부는 이제 국민들이 어떤 국가 서비스를 원하는가 하는 ‘시장조사’를 해야만 한다. 마르틴 루터나 장 칼뱅이 성직자들의 재정적 이해가 아니라 신자들의 정서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교회를 조직했던 종교 개혁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마케팅 혁명은 심리학이 갖고 있는 인간 본성을 밝히는 가장 중요한 수사관으로서의 자리를 시장조사에 내주었다. 진화가 인간 본성의 모든 것의 바탕을 이루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제 마케팅은 현대 인간 문화의 모든 것의 바탕을 이루게 되었다.
증명하는 여섯 가지 차원의 개인차 ― 일반 지능,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친화성, 정서 안정성
사람은 50조 개의 세포가 들어 있는 23쌍의 염색체를 공유하고, 206개의 뼈와 640개의 근육, 그리고 1,360그램의 뇌와 2,720그램의 피부를 가지고 6억 번의 숨을 쉬고 나서 죽는다. 그러나 모든 사람은 매우 다르다. 아주 작은 차이만이 있다고 해도, 그 차이는 몹시 중요하다.
지능과 성격 5요인 사이에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차이들이 존재한다. 지능의 경우 아이큐가 160인 사람만이 가장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아이큐가 80인 친구보다는 120인 친구를 좋아한다. 지능의 문제가 아니라면 특정 정치인의 아둔한 짓을 어떻게 해명하겠는가. 또 개방성이 높은 사람과 대화하면 더 즐겁다. 그렇기 때문에 개방성은 친구를 고를 때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하지만 결혼 상대자를 고를 때 우리는 성실성을 제일 먼저 손꼽는다.
이렇게 일상에서 드러나는 중심 6차원을 구별해내는 일은 마케팅에서 아주 중요하다. 당신이 자동차 딜러라면, 백화점의 점원이라면, 광고 기획자라면, 당신을 찾은 고객에게서 가장 먼저 분석해야 할 것이 무엇이겠는가? 사람들은 여전히 과시적으로 무도덕적인 소비에 몰두할 것이다. 대다수 지역사회들이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형질 과시 시스템을 고안해낼 것이다. 사람들은 원하는 곳으로 자유롭게 옮겨가서 원하는 방식으로 살고, 시간과 에너지와 돈을 쓰며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과시하기 위해 새롭고 굉장한 방법들을 발견할 것이다. 인간은 자신을 과시함으로써 결혼 상대자를 유혹하는 일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여섯 가지 차원의 개인차를 분석함으로써 이런 욕구들을 고삐 풀린 소비주의가 제공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삶의 질을 낳는 쪽으로 보내어 더 개성 있고, 더 창의적이고, 더 주체적으로 우리의 적응도를 과시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소비주의 탈출 훈련 ― 국민총생산보다는 국민총행복!
이 책에는 우리보다 더 행복했던 조상들의 삶과 지금 우리의 삶을 비교해보는 ‘소비주의 탈출 훈련’ 가이드가 있다. 지난 일주일 동안 당신은 아이에게 이야기를 지어 들려준 적이 있는가? 얼굴에 닿는 햇살의 따사로움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부모, 형제자매와 함께 식사를 했는가? 오래된 친구와 수다를 떨었는가? 새 친구를 사귀었는가? 망가진 물건을 수리했는가? 사랑을 표현하고자 누군가와 조용히 눈을 맞추어봤는가? 저자는 이러한 일을 했다면 몇 번이나 했는지 더해 점수를 내보라고 한다.
저자는 또 카드를 집에 두고 쇼핑몰에 가보기, 가장 비싸게 구입한 물건들의 리스트와 행복을 가져다준 것들의 리스트를 짜 보고 그것들이 몇 가지나 겹치는지 세어보라고 한다. 그밖에도 명절에 가족들에게 손수 만든 선물을 주고 작년에 돈으로 산 물건을 주었을 때와 상대방의 반응을 비교해 보기, 자신이 가진 것 중 미래의 고고학자들에게 발견될 만큼 오래갈 물건을 꼽아보기 등을 제안하며 우리를 귀찮게 한다.
하지만 이런 질문에 답을 찾는 일은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우리는 어떻게 소비자본주의가 인간 본성에서 생겨났는지, 어떻게 소비자본주의를 개선할 수 있는지 꼭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훈련은 인류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인 자본주의를 완벽하게 이해하게 할 뿐 아니라, 자유 시장 사회가 맞닥뜨리는 가장 중요한 ‘경제가 우리를 위해 일하도록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의 해답을 알려줄 것이다.
책속으로
상식적으로 우리가 어떤 물건을 사는 것은 그것을 가지면 즐거울 거라 생각해서지만, 연구 보고에 따르면 ‘득템’의 즐거움은 얼마 못 간다고 한다. 그러면 우리는 왜 일하고, 사고, 탐내는 소비의 덫에서 헤어나지 못할까? 이것에 대해 생물학은 한 가지 대답을 제시한다. 인간은 이미지와 지위가 생명인 작은 사회집단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뿐 아니라 짝을 유혹하고 친구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진화했다. 오늘날 우리가 상품과 서비스로 자신을 치장하는 목적은 즐거움보다는 남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다. 그러므로 ‘물질주의’는 대부분의 소비에 걸맞지 않은 말이다. 많은 상품들의 경우 신호를 보내는 일이 우선이며, 물질적 대상으로서의 의미는 그 다음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사회적 영장류의 이 큰 뇌는 한 가지 중대한 사회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진화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 눈에 근사해 보이는 것이다. 그러니까 돈을 바탕으로 돌아가는 경제 구조에서 근사한 제품을 사는 것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들 중 가장 최근에 생긴 방법이다. ― 중에서 11-12
마케터들은 아직도 고급 제품들이 부, 지위, 취향의 과시를 위해 구매된다고 굳게 믿고 있으며, 따라서 사람들이 이런 구매를 통해 실제로 과시하는 더 깊숙한 마음의 형질들 ― 고운 마음씨, 지능, 창의성 같은 형질들 ― 을 놓치고 있다. 이들은 소비를 진화론의 맥락에 넣는 일도, 선사시대에서 소비의 뿌리를 추적하는 일도 소비의 적응적 기능을 이해하는 일도 하지 않는다. 그 결과 이들은 인간의 마음과 그것이 머물고 있는 기호학의 멋진 신세계에 대한 훌륭한 지도에 접근할 수 없다. 마케터들에게 필요한 것은 다윈이다. - 중에서 26
마케팅은 지니가 알라딘의 세계를 변화시킨 것보다 훨씬 극적으로 우리의 세계를 탈바꿈시켰다. 3만 년 전에 우리는 외부 환경을 통해 우리 자신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거기에는 바위, 나무, 곤충, 별들 그리고 아등바등 살아가야 하는 고약한 현실이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21세기, 적어도 부유한 나라의 교육받은 엘리트들의 시각에서 보면, 소비자본주의는 우리의 소원을 반영해 외부 환경을 엄청나게 바꾸어놓았다. 그러므로 우리가 가진 소원의 본성을 이해하려면 외부 세계로 눈을 돌려 그것이 우리에 대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보면 된다. 상품, 서비스, 광고, 미디어, 엔터테인먼트의 세상은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니 적어도 사람들이 어떤 상품을 원한다고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풍부한 증거 자료다. - 중에서 38
나는 진화가 인간 본성의 모든 것의 바탕을 이루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케팅이 현대 인간 문화의 모든 것의 바탕을 이룬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작가들에게는 에이전트가 있고, 영화에는 홍보하는 사람들이 있고, 정치인들에게는 대변인들이 있다. 잡지는 독자에게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서뿐 아니라, 광고주에게 고객층과 독자의 관심을 판매하기 위해 출간된다. 대중문화에 존재하는 것 중 우연이나 가십에 의해 이루어진 것, 밈이 한 마음에서 다른 마음으로 아무런 통제 없이 자유롭게 전파됨으로써 이루어진 것은 거의 없다. 모든 것은 이런 저런 부류의 마케팅 전문가들에 의해 고의적으로 대중의 레이더망에 올라간다. 요컨대 나는 우리가 마케팅에 주목하지 않는다면 문화의 방 안에 있는 코끼리를 놓치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 중에서 59-60
그렇게 본다면, 어떤 종류의 정신병이 소비주의와 가장 비슷할까? 우울증일까? 아니면 정신분열증? 혹은 외상후 스트레스증후군과 가장 비슷할까? 나는 적절한 비교는 나르시시즘이라고 생각한다. 전문용어로는 자기애적 인격 장애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인격 장애는 삶이나 타인과의 관계를 지배하면서 평생 지속되는 깊이 뿌리박힌 부적응 문제다. 그중 하나인 나르시시즘은 자기중심적인 이기적 행동 패턴으로, 대개 성년 초기에 시작되며, 타인에게 찬양받고자 하는 강한 욕구와 타인에게 공감을 느끼지 못하는 마음이 결합한 것이다. - 중에서 85-86
그렇게 본다면, 어떤 종류의 정신병이 소비주의와 가장 비슷할까? 우울증일까? 아니면 정신분열증? 혹은 외상후 스트레스증후군과 가장 비슷할까? 나는 적절한 비교는 나르시시즘이라고 생각한다. 전문용어로는 자기애적 인격 장애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인격 장애는 삶이나 타인과의 관계를 지배하면서 평생 지속되는 깊이 뿌리박힌 부적응 문제다. 그중 하나인 나르시시즘은 자기중심적인 이기적 행동 패턴으로, 대개 성년 초기에 시작되며, 타인에게 찬양받고자 하는 강한 욕구와 타인에게 공감을 느끼지 못하는 마음이 결합한 것이다.
― 85~86쪽. <4 이것이 ‘지름신’이다> 중에서
공작의 꼬리는 적응도 지표의 고전적 사례다. 공작의 꼬리는 생존 기능이 전혀 없고, 번식에 꼭 필요한 역할을 하지도 않는다. 단지 수컷 공작의 건강과 적응도, 유전자의 질, 씨앗과 곤충을 찾는 능력, 호랑이에게서 도망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암컷 공작을 매혹하는 기능을 할 뿐이다. 사자의 갈기, 사슴의 뿔, 혹등고래의 노래도 명백한 적응도 지표들이다. 인간의 몸도 적응도 지표들로 가득하다.이 지표들은 건강과 번식력에 대한 믿을 만한 정보를 전달하고, 어느 정도는 짝짓기 상대를 매혹하기 위해 성선택된 형질들이다. 자질을 알리는 몸의 신호로는 얼굴, 목소리, 머리카락, 피부, 걸음걸이, 키가 있다. 여성의 가슴, 엉덩이, 허리, 남성의 수염, 페니스, 상체 근육량도 포함된다. 인간의 수많은 마음의 형질들도 적응도 지표로 진화했을 것이다. 언어 능력, 유머, 미술과 음악 능력, 창의성, 지능, 고운 마음씨가 여기에 포함된다. ― 141~142쪽. <6 왜 우리는 적응도를 뽐내는가> 중에서
인간의 사회 지능은 대체로 우리가 어느 한 순간에 직면한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어떤 성격 5요인 형질을 지닌 어떤 종류의 사람이 가장 유용한지 식별하기 위해 쓰이는 것 같다. 부부 치료 전문가가 필요한가? 그러면 친화성이 높은 사람을 고르라. 보디가드가 필요한가? 그러면 그 반대를 고르라. 세무사가 필요한가? 성실성이 높은 사람이 더 잘할 것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광란의 총각파티에 함께 갈 친구가 필요한가? 그러면 성실성이 낮은 사람이 더 잘 놀 것이다. ― 238쪽. <9 여섯 가지 차원의 개인차> 중에서
당신은 개별 마케터들이 소비자 선호에 대한 탄탄하고 정확한 모델을 만들려는 것은 기업의 매상과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겠지만, 이것은 오산이다. 개별 마케터들이 흥미롭고 신선하고 멋진 모델을 내놓게 만드는 사회적, 성적, 직업적 유인은 기업 주주들의 재정적 이해와 딱 맞물려 있지 않다. 실제로 광고에 대한 한 중요한 경제 이론은 마케팅과 광고의 내용이 제품과 무관한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기업이 마케팅에 비용을 들이는 것은 고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기업이 자사의 재무 건전성을 잠재적 직원, 투자자, 경쟁 기업에 알리기 위해서다. 광고를 기업의 과시적 낭비로 보는 이 이론은 우리가 앞에서 무수히 만났던 값비싼 신호 이론과 같은 논리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마케터들이 실제로 하는 일은 소비자를 이해하고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연봉을 올리고, 유명세를 얻고,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는 것이다. 271~272쪽. <10 소비자가 뽐내고 마케터는 무시하는 형질들> 중에서
우리가 왜 이렇게 터무니없는 방식으로 살아야 하는가. 아직 늦지 않았다. 여기서 빠져나와야 한다. 우리는 선사시대의 생활 방식과 현대의 생활 방식의 가장 좋은 점들을 결합할 좋은 방법들을 찾을 수 있다. 생태 ? 공동체 ? 원시주의 원리만으로는 지저분하고 무지하고 지루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고삐 풀린 자본주의만으로는 나르시시즘, 소모, 소외밖에는 얻을 게 없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형질을 과시하는 여러 가지 다른 방법들을 찾을 자유가 필요하다. 단기적인 고삐 풀린 소비를 조장하는 소득세에서, 윤리적 투자, 자선, 사회자본, 이웃 간의 정 같은 장기적인 가치를 촉진하는 소비세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 469쪽. <17 다양하고 정확하게, 형질을 과시하는 민주적인 방법> 중에서
상품의 시대 출세.교양.건강.섹스.애국 다섯 가지 키워드로 본 한국 소비 사회의 기원
저자 권창규|민음사 |2014.03.
저자 권창규(權昶奎)는 문학과 철학 언저리에서 놀았다. 한국의 근대 문학ㆍ문화에 대해 논문들을 썼고, ‘문명인=소비자’라는 주제로 박사 논문을 썼다. 연세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지구 위에서 한번 살다 가기’는 생의 화두다. 자본주의의 이전과 이후, 안과 밖이 규정하는 삶의 결에 관심을 갖고 있다. 좋은 책을 만들고 싶어 한다. 박사 논문 「근대 문화 자본의 태동과 소비 주체의 형성」(연세대학교, 2011) 외에 함께 쓴 책으로 『통합적으로 철학하기 1: 고독』, 『통합적으로 철학하기 2: 성장』, 『죽음아 날 살려라』, 『韓?文?ノ?ト』가 있다.
목차
머리말상품과 사람들, 그 최전선
들어가는 말상품 행진곡, 광고 전쟁
상품, 인간 정체성의 중심에 서다
신문에 광고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1880~1919년
☞ 인기 많았던 외제 담배, 보다 빠르고 간편해지다
민간 신문과 광고의 전성시대: 1920~1930년대
매체와 광고의 결탁: 일본 상품 광고는 왜 문제가 되었나
☞ 일본 상품 광고량은 얼마나 됐을까
광고하고 보는 사람들, 그보다 더 많은 소비자들
☞ 여성 소비자와 소비자의 ‘여성화’
1 입신출세하려면 이들처럼
상품의 신(新)감각에 호응하다
상놈도 배우면 양반이 된다
☞ “입신의 무기”, 영어
출세의 지름길을 향한 ‘스펙’ 쌓기
☞ 두뇌 자본을 개발하시오: 건뇌환 광고
외양과 매너를 계발할 일
☞ 구직이나 선보일 데 쓸 사진은 이렇게 찍으시오
2 무릇 문화인이자 교양인이라면
도시, 백화점, 양품 유행
☞ 대도시는 “살인적인 고밀도”
☞ 식민지 서울의 남쪽 백화점과 북쪽 백화점
서울 거리의 상투쟁이와 파마머리
☞ 남성의 양복, 여성의 한복
여가를 즐기는 당신은 문화인
여행가와 ‘스포츠가’
☞ 스포츠와 광고의 만남: 1932년 상공 연합 대운동회
☞ 여름엔 해수욕장, 겨울엔 온천
‘취미는 독서’입니다
모던 가정이라면 음악 감상을
3 건강! 건강! 건강합시다
건강, 광고를 점령하다
위생 강박: 모두 모두 “손을 씻으십시다”
☞ 21세기식 손 씻기 국민 운동
건강 염려증 환자의 사례: 1934년 ‘구보’씨
의약품 소비의 의례: 약을 상비하세요
☞ 한국인 매약업의 초창기: 동화약방과 유한양행까지
식민지 내부의 병자 만들기 전략
☞ “국민병”이자 “근대병”: 결핵
병든 ‘지나’ 만들기: 대동아 건강 전쟁으로
☞ 광고의 변신은 무죄
4 성(性)스러운 인간들
성, 음지에서 양지로
☞ 기생 요금표와 포르노그래피 광고
성병과 ‘화류병’ 사이: 성 판매 여성과 성 구매 남성
☞ 공공의 분노와 신경질의 태동
치료해 줄 테니 즐기시오: 성병 약 광고
남성과 어린이들의 병사(兵士) 되기
☞ “국민 교육의 도장”: 해병대 캠프 상품
여성들, ‘성녀(聖女)’와 ‘성녀(性女)’ 사이에서
☞ 인구 억제와 증식 사이에서: 가족계획 사업
5 소비 대중에서 국민으로
상품 전쟁에 나선 병정들: 조선제, 일제, 미제
토산: 조선 사람은 조선 것을 쓰자
☞ 국산이란?: 순토산, 순국산부터 명예 국산까지
국산: 강한 일본의 국민이 되라
☞ 이것 먹고 강한 국민이 되라: 비스킷 광고와 은단 광고
국산이라는 단일 신화: 잉여와 변종의 세계
☞ 유명한 한국인 스타를 쓴 일본 광고들
국민으로 포섭되지 않는 소비 인간들
나오는 말소비자라는 너와 나의 이름들
주
부록신문의 광고량, 광고 수익, 발행 부수 | 직업별 인구 분포 | 1930년대 도시 직업인들의 생활상
참고 문헌
찾아보기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개항장을 거쳐 박래품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때, 광고가 맡은 첫 임무는 외국에서 온 이 낯선 물건들을 기꺼이 구매해 줄 소비자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광고는 출세, 교양, 건강, 섹스, 애국 등 우리 일상을 구성하는 많은 가치들을 상품 소비로써 실현 가능한 것으로 내세우며 사람들을 매혹했다. 사람들은 구매력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소비의 위계질서 속으로 급속히 편입되어 갔고 상품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해 나갔다. 마침내 탄생한 소비 인간은 오늘날 우리 모두의 이름이 되었다
인간은 야하다 진화심리학이 들려주는 인간 본성의 비밀
저자 더글러스 T. 켄릭|역자 최인하|21세기북스 |2012.04.20
원제 Sex Murder and the Meaning of Life
저자 더글러스 T. 켄릭은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심리학과 교수로 진화심리학 분야의 선구적 인 학자이자 전문가이다. ‘인간 행동과 진화연구학회(THE HUMAN BEHAVIOR AND EVOLUTION SOCIETY)’의 집행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연구는 〈뉴스위크〉〈뉴욕 타임스〉〈사이콜로지 투데이〉 같은 저명한 언론 매체의 찬사를 받았고, 행동과 진화심리학을 다루는 여러 학술지에 연구 성과가 실렸다. 뛰어난 통찰력과 재치가 넘치는 작가이기도 하여 약 180편이 넘는 논문과 저술을 출판했다. 저서로는 스티븐 뉴버그, 《설득의 심리학》의 저자 로버트 치알디니와 함께 쓴 《SOCIAL PSYCHOLOGY》, 제프리 심슨과 함께 쓴 《EVOLUTIONARY SOCIAL PSYCHOLOGY》가 있다.
목차
서문다윈, 디지털 네트워크 시대를 만나다
과학, 삶의 의미를 묻다│개인적 경험에서 얻은 보편적 교훈
CHAPTER 1 시궁창에서 하늘의 별 바라보기
진화심리학의 진정성
CHAPTER 2 바람둥이의 심리학
기억되는 얼굴, 잊혀지는 얼굴│〈플레이보이〉와 대비 효과│아름다운 여성, 성공한 남성│미녀는 해롭다
CHAPTER 3 당신 안에는 살인 환상이 숨어 있다
우리는 모두 살인을 꿈꾼다│폭력성의 뿌리│남성의 공격성 실험│공격성과 욕망의 관계│여성이 폭력을 행사하는 이유는?│낯선 남자가 불길한 이유
CHAPTER 4 낯선 우리는 함께할 수 없는 걸까?
죄 없는 흑인 남성이 감옥에 간 까닭│편견의 형성│낯선 것은 혐오스럽다│편견에 저항하다│사회생물학의 승리│뱀과 싸우려면 바위를 들춰봐야 한다│마음의 작동 원리를 찾아서
CHAPTER 5 남자들이 어린 여자를 좋아하는 이유
남자들은 왜 어린 애인을 선호할까?│문제는 나이가 아니다│시대와 문화를 망라해 추잡한 늙은이 찾기│진화론과 관습의 결합│우리의 마음은 빈 서판이 아니다
CHAPTER 6 내 안에는 내가 너무나 많다
단순한 마음과 강화감정 모델│여러 개의 마음│‘따로 또 같이’의 미학│게이의 취향은 여성보다 남성에 가깝다│친구냐, 가족이냐│내 안의 ‘나’는 몇 개일까?│누가 운전대를 잡고 있는가?
CHAPTER 7 새로운 욕구 피라미드
전통적인 욕망 이론에서 빠진 것│인간 욕구의 생물학적 기능│생활사 이론과 새로운 욕망 피라미드│긍정의 심리학│욕구의 우선순위는 변화한다
CHAPTER 8 우리의 기억은 믿을 만한가?
생생한 기억, 비어 있는 기억│누가 기억을 조작하는가?│머릿속 컴퓨터의 진화│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이기적인 개인에서 이타적인 구성원으로
CHAPTER 9 공작새의 꼬리, 포르쉐, 피카소의 뮤즈
부자들이 포르쉐를 사는 이유│공작새와 성 선택 이론│사회적 지배성과 성적 매력│과시적 소비-짝짓기의 또 다른 전략│피카소의 뮤즈│혁명가의 성적 어필│과시의 대가│여성의 과시 행동│과시가 지나치면 바람둥이로 오해받는다│정상의 문턱에서
CHAPTER 10 신앙심도 때로는 연애의 전략이 된다
믿음과 불신의 심리학│종교, 번식의 또 다른 전략│종교성과 번식의 관계│무신론자의 변명
CHAPTER 11 당신의 합리적 선택은 틀렸다
파산-양육은 비합리적 투자인가?│합리적인 ‘이콘’과 비합리적인 ‘인간’│심층적 합리성-영리한 유인원 관점│사라진 죄수의 딜레마│자손을 위한 합리적 투자│짝짓기 비용에 따른 우선순위의 변화│바보의 손실 혐오 vs 이볼의 손실 혐오│절반의 진실
CHAPTER 12 ‘나쁜 친구들’의 사회심리학
46번가의 소년들│불량한 학자들│혼돈 끌개, 첨점 파국, 프랙탈 현상│자기조직화-질서의 탄생│결정 편향의 원인│창발적 사회 관계 구조-우정과 가족애가 다른 이유│개인의 자아에서 사회적 패턴으로
결론 이타적 원시인과 삶의 의미
모든 것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가?│어떻게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는가?│자신을 위해 무엇을 할지 묻지 마라│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주
출판사 서평
불미스럽고 금기시된 진화론, 삶의 의미를 묻다!
이기적이고 변덕스러운 본성에 숨은 이타적 마음의 비밀
진화하는 욕망의 심리학!
<누가 그녀와 잤을까?>라는 영화가 있다. 이 표현만큼 진화심리학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말은 없을 것이다. 번식에 대한 욕구와 보다 매력 있는 이성을 차지하려는 분투와 경쟁을 이 문장 안에서 모두 느낄 수 있다. 모든 이가 머릿속에 ‘진화와 번식’을 염두에 두고 이성에 호기심을 갖고 상대를 쟁취하려는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표면적인 행동 아주 깊숙한 곳에는 진화와 번식의 원칙에 따라 우리를 움직이는 인간 본성이 내재해 있다.
《인간은 야하다》는 섹스에 열을 내고, 살인 욕구를 갖고 사는 인간의 심리 밑바닥에 진화와 번식을 향하는 본성이 숨어 있음을 풍부한 에피소드를 통해 말해준다. 섹스, 살인, 편견, 내 안의 다양한 자아, 기억의 왜곡 등 분야를 넘나드는 다양한 현상을 진화론과 연결시켜 해석하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여기에 저자 더글라스 T. 켄릭의 인생 경험이 마음의 작동 원리와 결부되는 점이 독특하다. 빈민가에서 태어나 잦은 퇴학과 이혼 등 삶의 어두운 면면을 몸소 경험해본 저자는 삶의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한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인간 본성을 분석한다. 빈민가에서 어울린 나쁜 친구들이 훗날 학계의 반항아가 된 그의 이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계부를 때려 기절시킨 경험에서 남성들은 왜 살인 환상을 갖게 되는지 등 모든 인생의 굴곡이 연구의 계기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이야기는 다양한 심리학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우리의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또한 가십이나 심리 테스트 같은 가벼운 읽을거리에 그치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삶이 지나치게 동물적이지도, 지나치게 형이상학적이지도 않은 것처럼,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도 결코 단순하지 않다. 딱딱하기만 했던 기존의 진화심리학 책과 달리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듣는 진화론이라는 재미를 《인간은 야하다》에서 느낄 수 있다. 진화심리학을 좀 더 쉽게 이해하고 친숙하게 접하고 싶은 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이기적 원시인 안의 이타적 DNA를 파헤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남성들이 어리고 예쁜 여자만 찾고, 많은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성에게 끌리고, 종교적 규칙을 철저히 지키는 행동양식이나 한 문화의 관습 등은 기원을 따라가면, 그 출발은 번식과 생존을 위한 고대의 정신적 기제에 있다. 그렇다면 진화란 오직 번식이라는 본능에 충실한 이기심으로만 이뤄지는 것일까? 인간 본성이란 생존을 위한 이기적 행동으로만 설명해야 하는 것일까? 저자는 이에 대한 답을 궁극에는 자신보다는 후손의 안녕을 위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으로 풀어낸다. 인간은 결국 사회 안에서 다른 사람과 섞여서 살아야 되는 존재이므로 타인과의 관계를 더 고민하고 생각하게 되며 그에 따라 우리는 이기적 본성 안에 이타적 본성도 지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덧붙여 우리가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행동을 할 때, 그 기저에는 우리도 의식하지 못하는 혈연 선택과 상호 이타주의라는 두 가지 생물학적 원칙이 깔려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 한다.
인간은 자기를 되돌아보는 고차원적인 교양을 지녔지만, 동시에 동물의 왕국에 속한 단순하고 이기적인 원시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원시인은 문명의 진보를 모른 척하거나 배타적으로 대하지 않는다. 여전히 가족과의 유대 관계를 유지하면서 타인을 배려하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이성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며 창조적 재능과 예술을 사랑한다. 이것이 21세기 원시인이 살아가는 방식인 것이다.
《인간은 야하다》는 이기적이고 본능에 충실한 인간 본성에서 시작해 이런 본성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며, 그 영향을 보다 의미 있는 삶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음을 말해준다. 이 책을 통해 진화론이 차가운 본성을 말하는 것이 아닌 우리 삶의 의미까지 아우르는 철학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책속으로
추측건대 우리의 마음은 미녀와 권력자를 찾아내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우리의 조상들은 마을의 미녀를 짝으로 맞거나 거물들의 짝이 되기 위해 경쟁해야 했기 때문이다. … 지방과 설탕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식이조절을 할 수 있다. 대중 매체의 이미지를 과도하게 접하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라면 〈플레이보이〉〈피플〉〈섹스 앤드 더 시티〉〈스타와 함께 춤을〉 등을 너무 자주 보지 않을 것이다. --- p.47-48
유력한 해석 중 하나는 낯선 남성들이 자동적으로 ‘특별 대상’으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나의 아들 데이브는 어렸을 때 모르는 사람이 뒤에서 쫓아오는 악몽을 꾸곤 했다. 위험한 낯선 남성에 대한 어린 데이브의 악몽은 만하임 정신건강연구소의 미하엘 슈레들Michael Schredl이 수집한, 어린이들의 꿈에 관한 자료와 정확히 일치했다. 슈레들은 소년들의 꿈에 나타나 공격하는 사람의 50퍼센트 이상이 낯선 남성이라는 점을 발견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낯선 여성이 등장하는 악몽을 꾼 소년은 한 명도 없었다. --- p.73
그러나 백인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이 모든 것을 무시하고 목격자들의 증언만을 신뢰했다. 목격자들은 모두 백인 아니면 남미계 주민들이었고, 지터가 범인이라고 강하게 확신했다. 지터의 동료들과 전미흑인지위향상협회NAACP는 증거를 재심의해달라고 투쟁했다. 그러나 경찰이 다른 유사 강도 사건들에 연루된 한 남성을 체포하고, 목격자들이 새 용의자를 강도로 지목할 때까지 지터는 1년 이상 감옥에 있어야 했다. … 물론 이 두 사람에게 공통적인 특징이 있기는 하다. 둘 다 젊은 남성이었고, 흑인이었다. --- p.80
티위 족은 여자 아기가 태어나면 바로 약혼을 시킨다. 딸의 아버지가 남편을 고르는데, 하트와 필링의 설명에 따르면 아버지는 딸을 ‘자신의 복지를 위해 투자하는 자산’으로 여긴다. … 티위 족은 일부다처제 사회로, 한 가장이 자신의 어린 딸과 약혼시키는 나이 든 남성은 대부분 아내 중 한 명이 딸을 낳아 자신에게도 줄 수 있는 또 다른 가장이다. 그래서 연상의 남성들은 연하의 여성들을 서로 교환하고 남에게 줄 딸이 없는 젊은 남성들은 게임 밖으로 밀려난다. 딸을 낳아줄 젊은 아내를 얻을 기회로부터 완전히 배제되는 것이다. --- p.118
예술사가들은 피카소의 작품을 보면서 뭔가 다른 점을 발견했다. 바로 피카소가 새로운 창작 시기마다 새로운 여성과 만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가 만나는 여성은 늘 연하의 여성으로, 아름다운 도라 마르Dora Marr처럼 피카소의 새로운 화풍에 영감을 불어 넣는 뮤즈 역할을 했다. 피카소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역사가 프랜신 프로즈Francine Prose는 살바도르 달리, 프리드리히 니체, 단테 알리기에리 같은 여러 역사적 인물들도 각자의 뮤즈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보았다. --- pp.210-211
혼전 성교를 죄악시하면 조혼이 장려된다. 낙태와 피임을 죄악시하면 출산이 장려된다. 위든에 따르면 이는 종교 우파 구성원들의 교육 수준이 진보 좌파에 비해 비교적 낮은 경향을 보이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가족을 부양하면 철학이나 신경과학 분야에서 석·박사 학위를 따기 위해 학교에 남아 있기가 어려워진다. … 일부일처제를 따르고 가족을 중시하는 남성은 아내와 아이에게 많은 투자를 하기 때문에 다른 짝짓기 기회를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남성은 아내가 낳은 자식들이 자기 자식이라고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난교를 금지하는 엄격한 종교 규칙을 통해 안심할 수 있다. --- pp.233-234
끌림의 과학 사랑, 섹스, 모든 끌림에 대한 과학적 접근
저자 래리 영, 브라이언 알렉산더|역자 권예리|케미스토리 |2017.01.10
원제 The Chemistry Between Us
저자 래리 영Larry Young은 사회신경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이다. 주로 타인과 상호 교류 방식의 근간을 이루는 신경 및 유전적 메커니즘의 발견을 연구한다. 에머리대학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며, 이 대학의 변행사회신경과학연구소 소장이다. 여키스 국립영장류연구소의 행동신경과학 및 정신질환 분과장이기도 하다. 2008년 미네르바 재단에서 뇌 연구 분야의 공로를 인정받아 골든 브레인상을 수상했으며, 미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과학진보협회 회원이다. 현재는 『사이언스』, 『네이처』를 비롯해 해당 연구 분야 기사를 감수한다.
저자 : 브라이언 알렉산더
저자 브라이언 알렉산더Brian Alexander는 저널리스트로 공익 저널리즘(존 바르틀로우 마틴상)을 비롯해 여러 분야의 상을 수상했다. 내셔널 매거진 어워드 최종 후보에 올랐다. 「뉴욕타임스」, 『사이언스』, 『에스콰이어』 및 기타 잡지, 신문, 웹사이트에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 『환희-신흥종교가 된 생명공학』, 『지퍼를 내린 미국-섹스와 만족을 찾아서』 등이 있다.
목차
들어가며
01 뇌, 섹스와 젠더를 결정짓다
남자가 된 여자들
태내 호르몬 작용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
02 유혹
섹스광 고양이
타이밍의 문제
03 욕망의 힘
본능보다 강한 쾌락
조금 더 해줘!
페티시즘
04 친밀감
모성애 유발 호르몬
유아기의 영향
학대와 무관심의 영향
05 나의 아기가 되어줘
사랑이 시작되려면
유대 형성과 공감 능력
연인, 섹스로 입양되다
06 나의 영역이 되어줘
애처가 화학물질
내 여자 건드리지 마!
유전자와 결혼 생활
07 사랑에 중독되다
총알을 겨눈 나의 반쪽
실연당한 초원들쥐
배우자에게 중독되다
08 불륜의 패러독스
가로채기를 막아라
외도하는 유전자
결혼과 섹스는 충돌할까?
09 사랑 예방용 백신
- 약물로 감정을 조작할 수 있다면?
치료적인 측면
사회적 과제
다시 쓰는 사랑의 서사
옮긴이의 말
출판사 서평
비이성적 욕망과 사랑의 뇌회로가 인간에게 발휘하는 엄청난 영향력
우리는 사랑을 통제하지 못한다. 사랑의 미스터리와 아름다움,
복잡한 감정과 인생을 바꿔버린 결단을 주도하는 것은 우리 뇌 속의 화학물질이다.
- 이성을 사랑할지, 동성을 사랑할지 어떻게 결정될까?
- 파트너가 바람피울 확률은 당신을 만나기 전에 이미 정해져 있다
- 잘못된 상대와 사랑에 빠지는 이유
- 연애할 때 내가 아닌 나를 발견하는 이유
- 사랑에 빠진 여자에게 상대는 말 그대로 아기 같은 존재다
인류는 태곳적부터 불가사의한 사랑의 비밀에 의문을 가져왔다. 이는 노래 가사나 시, 소설이 끊임없이 반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사랑은 온갖 미스터리와 아름다움, 복잡한 감정들을 동원해 사람들이 자기 인생을 완전히 바꿔버릴 결정을 내리게 한다. 종교를 바꾸거나 갖게 하고, 먼 곳 어쩌면 지구 반대편으로까지도 이사하게 한다. 상상할 수 없던 생각과 행동을 하고, 상상할 수 없던 방식으로 살아가게 한다. 사랑 때문이다. 성욕과 사랑을 합치면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다. 그런데 에로틱한 욕망과 사랑의 결합이 꼭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방식으로 우리를 이끌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결혼해서 혼자 육아를 떠안거나, 힘든 생활방식을 수용하거나, 목숨을 던지기까지 한다. 그리고 사랑에 문제가 생기면 그제야 어쩌면 스스로가 그토록 어리석을 수 있었는지 어리둥절해한다.
『끌림의 과학』은 이렇게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랑, 성과 관련된 모든 행동에 뇌의 화학작용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뇌는 수많은 신경화학물질에 반응하는 여러 구조물로 이루어져 있다. 진화를 거듭해왔고 고등한 정신세계(전전두피질)를 가졌지만 인간이라는 생물 안에는 여전히 짝짓기나 모성 행동을 위해 설정된 프로그램이 움직이고 있다. 공동 저자인 뇌과학·사회신경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래리 영,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 브라이언 알렉산더는 이 책에서 인간 상호 교류 방식의 흥미진진한 최신 연구 결과와 인터뷰들을 보여준다. 과학 덕분에 성적 끌림, 질투, 불륜, 엄마와 아기 사이의 유대감 등 우리가 이성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행동들이 신비의 안개를 헤치고 본모습을 드러낸다.
비이성적 욕망과 사랑의 뇌회로가 인간에게 발휘하는 영향력
“마약 중독과 사랑은 절대적으로 비슷한 현상이다”
인간은 걸핏하면 이성적 자아를 누르고 원초적 욕망에 휘둘린다. 왜 나쁜 남자와 사랑에 빠질까? 여성은 배란기에 자기도 모르게 이성을 유혹하는 행동을 한다.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고 머리를 뒤로 젖히고 귀고리를 만지작거린다. 안전하고 충실한 남자보다 배란기 임신 확률을 높이는 위험한 남자에게 이끌린다. 남성은 인간 발정기를 암시하는 미묘한 단서들을 너무나 좋아해서 돈을 내서라도 옆에 붙어 있고 싶어 한다. 실험 결과 배란기의 스트리퍼들이 훨씬 많은 돈을 버는 것이 드러났다. 배란일에는 5시간당 평균 354달러를 벌지만, 아닐 때는 평균 264달러를 벌었다. 90달러 차이였다. 월경 중에는 수입이 반 토막 났다.
임신이 시작되면 여성의 몸에서는 저절로 모성을 느끼도록 하는 호르몬인 옥시토신과 에스트로겐, 프로락틴이 분비된다. 엄마는 저절로 침 공장, 콧물 공장으로 여기던 아기를 컵케이크인양 물고 빨게 된다. 인간뿐만이 아니다. 저자는 인간과 초원들쥐 실험 등을 예로 들어 모성 행동의 핵심이 본능이며, 포유류는 신생아를 살아남게 하려고 어미의 생리적 경로와 신경회로를 조종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첫사랑은 드라마 속에서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대 사건이다. 깊은 만족과 보상을 준 경험은 인간의 뇌 구조를 완전히 재편성한다. 성관계 시에는 옥시토신과 도파민이 분비되어 친밀감과 각인 효과로 낭만적 사랑을 강화한다. 남자의 경우에는 여기에 바소프레신도 작용한다. 이 호르몬은 원래 영역 행동과 관련이 있었는데, 진화에서 역할이 넓어지며 짝짓기까지 관여하게 되었다. 그래서 남자의 뇌에서는 짝짓기가 영역 행동의 연장선에 있다. 아직도 남자들은 내 집, 내 아내, 내 여자친구 때문에 술집에서 싸우고 칼로 찌르고 총을 쏜 사건들로 재판장으로 간다.
연애 때 도파민으로 강화되어 기대, 희열을 제공하던 마약과 같은 첫 즐거움은 결국 어느 순간 불안, 불쾌, 강박감으로 변한다. 저자는 이 역시 일부일처제 혹은 관계의 생존을 위한 뇌 속 프로그램의 일종이라고 설명한다. ‘약물중독’의 고통을 겪을 때 가동되는 스트레스 체계가, 연인 관계에서 분리될 때도 똑같이 가동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맞지 않는 상대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조차 결별이 죽을 만큼 견디기 힘든 것이다.
그 외에도 저자들은 열악한 보육원에서 외롭게 자란 마리아, 마약 중독자 머리, 들쥐의 일부일처제와 페티시즘 연구를 하는 과학자 등 다양한 실험과 주변 사례를 들어 점점 읽는 재미에 빠져들게 한다. 이 책을 통해 사랑을 한층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남자와 여자,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트렌스젠더의 신경학적 (혹은 유전적) 차이를 확인할 수 있고 가족, 타인과 인간관계 전반에 걸친 다양한 과학적 연구와 가설을 토대로 인간 사회 자체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이 책은 아마존 독자 평점 5점 만점에 4.4점을 받았다.
다시 정의하는 성과 사랑의 의미
“약물로 감정을 조작할 수 있다면?”
『끌림의 과학』은 사랑을 새롭게 정의한다. 사랑은 중독이다. 비유적으로 중독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중독된다. 어떤 사람들은 불륜을 저지르는 성향을 타고났다. 설상가상으로 사랑이란 그저 화학물질이 미리 정해진 회로를 통해 신경 활동을 일으키는 현상에 불과하다. 사랑은 인간을 정신적으로 고양시키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번식 행위를 유도하여 인간의 ‘적응도’를 최대화한다. 물론 이러한 정의에 반기를 드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학이 점차 발전하고 뇌 속의 호르몬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약물들이 개발되고 있기에 이러한 정의가 현실이 될 날이 멀지 않았다.
「뉴욕타임스」의 한 칼럼니스트는 막 이혼했거나 짝사랑에 빠진 사람을 위한 ‘사랑 백신’의 가능성을 기고했다. 어느 날 칼럼니스트는 한 남자의 편지를 받았다. “예방용 백신을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 꼭 알려주세요. 부디 방법을 알려주시고, 가능하다면 백신을 보내주신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현대사회는 이미 우울증 약이나 술로 바뀐 성격을 그 사람의 인격으로 여긴다. 약으로 유도한 행동 변화 때문에 인간의 감정적 경험을 거짓으로 여기지 않는다. 저자의 사랑 개념을 받아들인다면, 뇌의 메커니즘을 가동시킨 도구가 무엇인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과정이 어떻든 간에 인간은 스스로 선택한 것처럼 행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랑에 대한 정의를 수용하면 우리는 자폐증이나 사회적 뇌 발달과 성격에 영향을 주는 복합적인 요인들을 조정하거나 치료할 수 있게 된다. 관계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부부나 연인에게 약물 치료를 권하게 될 수도 있다. 변화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해진다.
서로를 끌어당기고 헤어지게 만드는 인간관계의 복잡한 측면들에 대해 완전히 새롭게 탐구해보고 싶다면, 『끌림의 과학』은 바로 당신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은 마치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당신이 가진 기존 ‘사랑’의 메커니즘에 대한 생각을 부수고 뇌, 성, 사랑을 아우르는 대통일이론을 펼쳐 보일 것이다.
일류 신경과학자인 래리 영과 수상 경력이 있는 과학 저널리스트인 브라이언 알렉산더가 힘을 합치자, 첨단 과학에 관한 흥미로운 책이 탄생했다. 인간과 동물의 사례를 적절히 매치하여 화학물질이 성과 사랑, 열망과 관련된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행동을 통제하는지 제대로 보여준다._「퍼블리셔스 위클리」
왜 술에 취하면 전 애인에게 전화를 걸까? 스트리퍼들은 배란기에 왜 더 많은 돈을 벌까? 왜 사랑에 빠질까? 이런 질문이 래리 영과 『지퍼를 내린 미국』을 쓴 브라이언 알렉산더가 탐색하는 것들이다. 저자들은 그 이유가 우리 몸이 생산하는 강력하고 가끔은 불가항력적인 화학물질 칵테일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정신과의사, 신경과학자, 연구원 등 모든 분야의 과학자들과 인터뷰한다. 이를 통해 영과 알렉산더는 때로는 재미있지만 때로는 선정적인 자신들의 이러한 아이디어가 우리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검증받는다. 이 책이 다루는 주제는 열렬한 과학책 독자들이 아니더라도 매력을 느낄 만하다._『커커스리뷰』
책속으로
서로 전혀 모르고 지냈던 두 사람이 어떻게 해서 같이 살면 좋겠다는 정도가 아니라 반드시 인생을 함께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는 것일까? 남자가 아내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다른 여자랑 자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연애 감정이 사라지고 나서도 관계를 유지할까? ‘잘못된’ 상대와 사랑에 빠지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사람은 왜 특정 ‘유형’에 속하게 될까? 사랑은 어떻게 시작될까? 엄마는 왜 아기를 돌볼까? 우리가 이성을 사랑할지 동성을 사랑할지 어떻게 결정될까? 누군가가 여자 또는 남자라고 말하는 것은 대체 무슨 뜻일까? --- p.7, 들어가며
동성애자라서 뇌가 다른 것이 아니라, 뇌가 달라서 동성애자인 것이다. 그가 연구한 동성애자 남성의 뇌는 여성의 뇌와 달랐다. 그리고 이성애자 남성의 뇌와도 달랐다. 스왑은 세부 사항들을 제쳐놓더라도, 페니스가 있다고 남자인 것은 아니고 질이 있다고 여자인 것은 아니라고 단호히 말한다. “생식기만 보고 뇌가 택한 방향을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 p.44~48, 뇌, 섹스와 젠더를 결정짓다
단테는 이성을 배신하고 육욕에 넘어간 사람들을 제2지옥으로 보냈다. 그는 자연이, 다르게 말하면 신이 인간의 뇌에 이성의 배신을 설계해둔 줄 몰랐다. 도파민은 전전두피질의 이성적 명령을 아무도 듣지 못하게 지워버린다. 그래서 억제되었던 성욕이 치솟고 성욕을 충족하기 위한 신호만 집중해서 찾는다. 젊은 남자들은 벌거벗은 여자 사진을 보고 있으면 요란한 소음에 둔감해진다. … 배란기 여성은 벌거벗은 남자 사진을 볼 때 눈동자가 커지고 무의식중에 빙그레 웃는다. --- p.107~113, 욕망의 힘
엄마가 되면 침 공장, 콧물 공장으로만 여겼던 아기를 달콤한 컵케이크처럼 물고 빤다. 그들은 자녀의 눈을 들여다볼 때마다 보살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지고 몸속에서 모성애가 해일처럼 솟구쳐 흐르는 것 같다고 말한다. … 엄마들을 엄마처럼 행동하게 하는 것은 바로 그들의 뇌다. 모성 행동의 핵심은 본능이다. 포유류의 태아와 새끼는 신생아를 살아남게 하는 데 주력하도록 어미의 생리적 경로와 신경회로를 조종하여 모성애를 전면으로 끌어낸다. --- p.133~135, 친밀감
인간은 언제 섹스할지 스스로 선택한다. 인간은 언제 누구와 섹스할지, 누구를 사랑할지 스스로 고른다. 흔히들 이렇게 생각한다. 자유의지가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다고 선언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인간이 신경화학물질에 크나큰 영향을 받고, 인간의 사랑은 신경화학물질들이 뇌 속에 설계된 회로에 작용한 결과이며, 사랑의 양상(일부일처제를 준수하는 능력마저)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유전적, 환경적 조건에 따라 개인차가 크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 --- p.211, 나의 영역이 되어줘
사랑은 중독이다. 유대 관계는 장전된 권총 같은 것이다. 성적 황홀감이나 배우자 선호, 페티시 발달에 활성화되는 뇌 회로는 마약으로 기분 좋아지는 회로와 같다. 배우자가 떠나거나 죽어서 상실을 겪는 상태는 마약을 하지 못한 중독자와 비슷하다. 사람들은 상실에서 느끼는 부정적 감정 때문에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유대를 형성하면 권총에 총알이 장전된다. 하지만 이별하지 않는 한 방아쇠는 당겨지지 않는다. --- p.252, 사랑에 중독되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존 티어니는 막 이혼했거나 짝사랑에 빠진 사람을 위한 ‘사랑 백신’의 가능성을 생각했다. 티어니의 칼럼은 전 세계의 매체에 실렸다. … 현대사회는 이미 약으로 사람의 성격을 바꿔도 괜찮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를 부인할 필요는 없다. 약으로 유도한 행동 변화 때문에 인간의 감정적 경험을 예전보다 덜 ‘진실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신경회로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과정이 어떻든 간에 인간은 마치 스스로 선택한 것처럼 행동한다. 약으로 유도된 사랑은 여전히 진실한 사랑이다. --- p.350~351, 사랑 예방용 백신
욕망의 진화 사랑 연애 섹스 결혼, 남녀의 엇갈린 욕망에 담긴 진실
저자 데이비드 버스|역자 전중환|사이언스북스 |2007.08.15
원제 (The)evolution of desire : strategies of human mating
데이비드 버스 1981년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하버드 대학교에서 4년간 조교수로 근무했다. 그 후 미시간 대학교로 자리를 옮겨 11년간 교편을 잡았으며, 현재는 오스틴 소재 텍사스 대학교에서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진화심리학 분야의 대표적 학회인 ‘인간 행동과 진화심리학 학회(The Human Behavior and Evolution Society)’의 의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데이비드 버스는 비교적 신생 학문이라고 할 수 있는 진화심리학의 학문적 토대를 다지고 진화심리학을 일반 대중에게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인간의 행동 중에서도 짝짓기 전략과 성(性) 간 갈등, 세력, 지위, 사회적 명성, 그리고 살인 행동에 초점을 맞춰 활발한 연구와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그의 이러한 혁신적이며 논쟁적인 연구는 학계뿐 아니라 각종 대중 매체와 일반인들까지 그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위험한 열정, 질투(The dangerous passion: Why jealousy is as necessary as love and sex)』(2000), 『마음의 기원(Evolutionary Psychology)』(2003), 『이웃집 살인마(The Murderer Next Door)』(2005), 『진화심리학 핸드북(The Handbook of Evolutionary Psychology)』(2005) 등의 책을 펴냈으며 현존하는 심리학자 중 가장 많이 인용된 심리학자로 꼽히고 있다.
연구실 홈페이지인 www.davidbuss.com을 방문하면 데이비드 버스의 최근 동향과 연구 업적들에 대해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목차
한국어 판 서문
개정판 서문
초판 서문
짝짓기 행동의 기원
여자가 원하는 것
그리고 남자가 원하는 것
하룻밤의 정사
배우자 유혹하기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가기
성적 갈등
파경
시간에 따른 변화
남녀의 화합
여성의 은밀한 성 전략
인간 짝짓기의 미스터리
주(註)
참고 문헌
역자 후기
찾아보기
사랑, 연애, 섹스, 욕망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것 그러나 차마 묻지 못하는 것
젊은 남녀를 모아다가 커플을 맺어 주는 짝짓기 프로그램에서부터 일종의 바람잡이를 투입해 이미 사귀고 있는 커플의 애정도를 테스트하는 프로그램, 헤어진 전 애인의 행적을 추적해 주는 프로그램까지 남녀의 만남과 사랑, 이별과 관련한 수많은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공중파와 케이블 방송을 장악하고 있다. 남녀의 사랑이라는 주제는 이미 수세기 동안 시나 소설 등의 문학 작품과 예술 작품을 통해 마르고 닳도록 반복해서 다루어져 왔지만, 여전히 우리는 담고 있는 그릇만을 바꾸었을 뿐 내용은 지난 수세기 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랑’을 이야기하는 각종 드라마와 영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열광한다. 그것은 아마도 남녀 간의 ‘사랑’이 인간이라는 종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게 크기 때문일 것이며, 또한 그 실체가 아직까지도 베일에 싸여 있어 호기심 많은 종족인 인간을 계속해서 자극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 (주)사이언스북스에서 펴낸 『욕망의 진화(The Evolution of Desire)』는 이러한 인간 남녀의 사랑, 연애, 섹스, 결혼의 실체를 밝히고자 머나먼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수백만 년에 걸친 인간 진화의 역사를 파헤치고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진 인간 본연의 성적 욕망을 낱낱이 드러낸다. 오스틴 소재 텍사스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진화심리학 분야의 대표적 학회인 ‘인간 행동과 진화심리학 학회(The Human Behavior and Evolution Society)’의 의장으로 활동한 바 있는 데이비드 버스는 남녀의 질투와 성적 부정에 관해 다룬 『위험한 열정, 질투(The dangerous passion: Why jealousy is as necessary as love and sex)』, 왜 살인이 일어나는가를 다룬 『이웃집 살인마(The Murderer Next Door)』 등의 저서와 각종 다큐멘터리 출연으로 국내에도 꽤 이름이 알려진 저명한 진화심리학자이다. 『욕망의 진화』는 1994년에 출간되어 데이비드 버스의 이름과 진화심리학이라는 신생 학문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린 심리학 분야의 명저이다. (주)사이언스북스에서는 1994년 출간된 초판에 그간에 밝혀진 새로운 연구 성과를 두 개의 장으로 덧붙인 2003년 개정판을 데이비드 버스의 제자이자 한국인 최초 진화심리학 박사인 전중환 박사의 번역으로 출간하게 되었다. ‘사랑, 연애, 섹스, 욕망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것, 그러나 차마 묻지 못했던 것’들을 이 책은 진화심리학이라는 창을 통해 인간의 마음속 깊은 곳을 들여다봄으로써 그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사랑, 질투, 배신 그것은 모두 전략이다!
약 150년 전에 찰스 다윈이 지구상의 모든 종의 짝짓기에 얽힌 미스터리를 푸는 혁신적인 설명을 제시했다. 다윈은 수공작의 화려한 꼬리깃털과 같이 생존이라는 점만 놓고 보면 오히려 손해만 끼칠 것 같은 형질들이 동물에서 발달해 있는 사실에 흥미를 느끼고 이러한 형질들의 진화를 설명하기 위해 선택(sexual selection) 이론을 주창했다. 즉 화려한 꼬리를 가진 수공작들은 우수한 배우자를 얻는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서 그러한 유전적 특질을 계속해서 전해 줄 수 있었기 때문에 진화하였다는 것이다. 다윈의 성선택 이론은 진화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두 가지 핵심 과정인 배우자에 대한 선호와 배우자를 얻기 위한 경쟁을 밝혀 줌으로써 짝짓기 행동을 효과적으로 설명하였다. 데이비드 버스는 이러한 성선택 이론을 인간에게도 적용하여 인간 남녀의 배우자에 대한 선호도, 즉, 남녀가 각기 배우자에게서 바라는 자질들, 그리고 배우자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서 사용하는 각종 전략들을 밝히고자 50명의 공동 연구자들과 함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잠비아에 이르기까지 6개 대륙과 5개 섬의 1만 47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하였다. 그리고 개정판에 새롭게 덧붙여진 성적 질투에 대한 연구에서는 이화 여자 대학교 에코 과학부 최재천 교수가 공동 연구자로 참여하여 한국인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도 포함되었다. 인간의 짝짓기 욕망에 대한 연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실시된 설문 조사 및 각종 사회학적, 민족지적 문헌 자료를 바탕으로 데이비드 버스는 인간의 짝짓기와 연애, 섹스, 그리고 사랑이 근본적으로 전략의 일환이라 주장한다. 바람직한 배우자를 두고 벌이는 치열한 짝짓기 전장에서 동성 경쟁자를 제치고 성공적으로 짝짓기하는 데 따르는 여러 특정한 적응적 문제들을 해결하게끔 우리의 심리 기제가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욕망의 진화』는 남녀가 짝짓기 과정에서 부딪혀 왔던 적응적 문제들을 한 겹 한 겹 벗겨 내고,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진화해 온 복잡한 성 전략을 밝혀낸다.
여자가 원하는 것 vs 남자가 원하는 것
우리 조상들이 짝짓기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복잡하고 다양한 적응적 문제들을 풀어 헤쳐 나가야 했다. 누가 배우자로서 바람직한 상대인지를 잘 판별해 내고, 그 이성 상대를 잘 유혹해 내고, 내 애인이나 배우자를 꼬드기려는 연적들을 잘 물리치고, 배우자가 날 떠나가지 않도록 잘 호위해야만이 배우자와 자식을 낳아 후대에까지 자신의 유전자를 남길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우리 조상들이 맞닥뜨렸던 이러한 적응적 문제는 남성이냐 여성이냐 따라서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에 조상 남녀는 하나의 적응적 문제에 대해서 서로 다른 심리 기제와 성 전략을 진화시켰다. 남성의 경우, 성공적인 짝짓기를 위해선 아이를 잘 낳을 수 있는 여성을 배우자로 선택해야 했고, 여성에게서 이러한 번식 가능성을 나타내는 표지인 어린 나이, S라인으로 일컬어지는 허리 대 엉덩이 비율에 민감한 선호도를 진화시켰다. 또한 아이를 자신의 몸속에서 잉태하기 때문에 자신이 아이의 어머니임을 확신하는 여성에 비해 자신이 아이의 아버지임을 확신할 수 없는 남성의 경우에는 이러한 부성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는 단서들, 즉 여성의 성적 문란함 정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심리 기제를 진화시켰다. 따라서 여성에 비해 자신의 배우자의 바람기에 대해 과도하게 성적 질투를 일으킨다거나 애초에 배우자를 선택할 때부터 배우자의 순결에 선호를 보이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에는 9개월의 임신에 드는 심리적 육체적 자원 소모가 엄청나기 때문에 그동안 자신에게 꾸준히 자원을 투자해 줄 수 있음을 나타내는 표지인 높은 사회적 지위, 많은 재산을 보유한 남성을 선호하는 심리 기제를 진화시켰다. 또한 그 재산을 다른 여성에게 빼돌리지 않고 오직 자신에게만 투자할 가능성을 암시하는 남성의 헌신에 선호를 보이는 것이다. 『욕망의 진화』는 이렇듯 진화의 먼 조상들로부터 우리가 물려받은 짝짓기 전략의 복잡 다양한 레퍼토리들을 알기 쉽게 차근차근 짚어 주고 있다. 특히 1994년에 출간되어 큰 성공을 거둔 초판 이래 새로 수행된 연구 성과들을 두 개의 장으로 덧붙인 이 개정판은 인간 짝짓기에 대한 진화심리학의 최신 연구 성과들을 대중에게 가장 정확하고 정통성 있게 알려주는 책이라 평가받는다. 이 새로운 두 개의 장에는 여성의 오르가슴에는 어떤 목적이 있는가? 여성의 성 전략은 월경 주기에 따라 변하는가? 남성은 여성의 배란을 알아차릴 수 있는가? 동성애는 왜 진화하였는가? 남성과 여성은 그냥 친구로 지낼 수 있는가? 남성과 여성은 영원히 서로의 속마음을 어긋나게 읽을 운명인가? 남성은 여성을 강간하게끔 설계되었는가? 등이 소개되고 있다.
아무나 괜찮은 게 아니다!
한때 인터넷에서 연예인의 얼굴 사진을 합성하여 얼굴의 대칭 정도와 매력도를 비교해 보는 실험 아닌 실험이 유행한 적이 있다. 그 결과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평소에 매력적이라 여기는 연예인일수록 그 얼굴이 완벽하게 대칭을 이룬다는 것이었다. 이 실험은 사실 꽤 잘 알려진 남녀의 배우자 선호에 대한 진화심리학 실험 중 하나이다. 대칭적인 얼굴뿐만 아니라 깨끗한 피부, 고운 머릿결 등은 모두 면역력이 높아 외부의 기생체에 방해받지 않고 정상적인 발달 과정을 거친 신체 건강한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특질들이다. 우리의 조상들은 모두 이러한 특질들을 잘 판별해 내고 선호하게끔 진화했다. 또한 남성은 여성의 몸매나 나이, 순결 등에 대해, 여성은 남성의 사회적 지위나 재산, 헌신 등에 대해 선호하도록 진화했다. 이러한 바람직함을 표지하는 배우자를 선택하지 못해 짝짓기에 실패한 사람은 우리의 조상이 되지 못했다. 오늘날의 우리는 배우자에 대한 선호도를 충실히 이행해 수백만 년 동안 끊이지 않고 성공적으로 짝짓기를 거듭해 온 기나긴 대열에서 나왔다. 우리의 조상들을 성공적인 짝짓기로 이끌었던 짝짓기 전략들을 우리는 마음속에 그대로 물려받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상형을 물어보면 “전 아무나 괜찮아요.”라고 답하는 사람을 종종 본다. 하지만 짝짓기 시장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분명 어떤 상대는 선호되고, 어떤 상대는 기피된다. 욕망은 짝짓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우리가 누구에게 이끌리고, 누가 우리에게 이끌리는지는 욕망에 달려 있다. 배우자와 함께 살기로 한 이후에도, 배우자의 욕망을 지속적으로 채워 주지 못하면 그 결혼은 곧 파국을 맞는다. 짝짓기의 모든 관문에서, 배우자 선택에서부터 배우자와의 파경에 이르기까지, 욕망이 그 저변에 깔려 있다. 『욕망의 진화』는 이 문제를 다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욕망의, 그리고 유전자의 꼭두각시라는 것은 아니다. 마찰이 잦으면 굳은살을 발달시키는 기제가 우리 몸에서 진화했다고 해서 마찰이 가해지면 반드시 굳은살이 발달되는 것은 아니듯
책속으로
용모나 육체의 아름다움이 남성의 배우자 선호에서 매우 중요하기는 하지만, 남성의 적응적 문제를 전부 다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단지 어떻게 높은 역량을 암시하는 신호를 가진 여성들을 잘 판별하느냐 하는 적응적 문제만을 해결해 줄 뿐이다. 번식 가치가 높은 여성을 고른다고 해도 그녀를 나 혼자 독점할 수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또 하나의 중대한 적응적 문제는 내가 자식들의 진짜 아버지라는 부성을 공고히 하는 것이다.-p139 중에서
시간에 따라 변하는 여성의 번식 가치는 여성 자신의 성 전략뿐만 아니라 동일한 사회적 환경에 속한 다른 남성들에게도, 예컨대 남편과 다른 잠재적인 배우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여성이 젊을 때는 남편이 아내를 열심히 호위한다. 그들은 애써서 얻은 귀중한 번식 자원에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p401 중에서
1세기 훨씬 전에 찰스 다윈이 짝짓기의 미스터리에 대한 혁신적인 설명을 제시했다. 그는 동물들이 자신의 생존 가능성을 떨어뜨릴 것 같은 형질들을 종종 발달시킨다는 사실에 커다란 흥미를 느꼈다. 많은 동물들이 드러내는 화려한 깃털, 커다란 뿔, 그리고 다른 이채로운 특질들은 생존이라는 점만 놓고 보면 손해만 끼칠 것처럼 보인다. 공작의 눈부신 깃털은 스스로를 포식자들 눈에 더 잘 띄게 만들어 생존에 크게 해를 끼칠 것이 분명함에도 어떻게 진화를 하여 널리 퍼지게 되었을까? 다윈이 내린 대답은 공작의 꼬리가 각 개체의 번식 성공도를 높여 주었다는 것이다. 즉 화려한 꼬리를 가진 공작 수컷들은 우수한 배우자를 얻는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서 그러한 유전적 특질을 계속해서 전해줄 수 있었기 때문에 진화하였다는 것이다. 생존상의 이득이 아니라 번식상의 이득을 제공해 주기 때문에 어떤 형질이 선택되어 진화하는 현상을 다윈은 성선택(sexual selection)이라 이름 붙였다. 20
다윈의 성선택 이론은 진화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두 가지 핵심 과정인 배우자에 대한 선호와 배우자를 얻기 위한 경쟁을 밝혀 줌으로써 짝짓기 행동을 효과적으로 설명하였다. 그러나 성선택 이론은 1세기 이상 남성 과학자들로부터 강도 높은 비판을 받았다. 암컷들이 배우자를 능동적으로 선택한다는 이론이 그동안 짝짓기 과정에서 수동적인 역할만 담당한다고 알려졌던 암컷들에게 너무 큰 위상을 허락하는 것처럼 비춰진 까닭도 어느 정도 있을 것이다. 성선택 이론은 주류 사회 과학자들로부터도 격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는데, 이 이론이 인간의 본성은 주로 본능적인 행동에 따라 결정되며 인간의 특별함과 유연성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인간의 문화와 의식(意識) 덕분에 우리 인간은 진화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다는 믿음은 계속 유지되었다.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에 이르러 내가 내 동료들과 함께 심리학과 인류한 분야에서 새로운 이론적 접근을 시작하면서, 성선택을 인간 연구에 응용하려는 시도가 획기적인 도약을 이루게 되었다. 우리는 진화의 산물인 근원적 심리 기제(psychological mechanism), 즉 남성과 21~2
여성이 열심히 추구하는 짝짓기 전략뿐만 아니라 인간 행동의 엄청난 유연성까지 설명할 수 있는 심리 기제를 밝혀내고자 했다. 이 새로운 학문 분야를 진화심리학(evolutionary psychology)이라 한다. 22
적합성 문제에 대한 해결책 하나는 나와 유사한 배우자를 찾는 것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각양각색의 특질들에 대해서 서로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 결혼에 이르는 경향이 있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짝을 짓는 경향은 가치 기준 또는 지능이 비슷하거나, 같은 집단에 소속되어 있을 때 가장 잘 나타난다. 사람들은 낙태나 사형 제도에 대한 입장에서처럼 자기와 비슷한 정치적, 사회적 가치 기준을 가진 배우자를 선호하며, 실제 부부 사이의 가치 기준은 +0.50의 상관계수가 나타난다. 서로 가치 기준이 다른 사람들끼리는 갈등을 빚기 쉽다. 또한 사람들은 자기와 인종, 민족, 그리고 종교가 유사한 배우자를 바란다. 지능이 비슷한 배우자를 선호하는 경향도 있으며, 실제 부부 사이의 지능은 +0.40의 상관이 존재한다. 외향성, 호감성, 성실성처럼 인성에 관련된 특질에서도 유사성이 중요한데, 이런 특질들에 대해 부부 사이에는 +0.25의 상관이 존재한다. 85~6
밝히는 남자 바라는 여자 섹스와 사랑에 관한 남녀의 착각과 진실
저자 앨런 피즈, 바바라 피즈|역자 이종인|김영사 |2012.01.09
원제 Why men want sex and women need love
저자: 앨런 피즈-세계적인 몸짓 언어(보디 랭귀지)의 권위자. 여자들이 말을 할 때 입을 꼭 다물고 그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으로 유명한 그는,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며 커뮤니케이션과 보디 랭귀지에 관한 강연을 계속해오고 있으며, 텔레비전과 라디오에도 출연하고 있다. 그가 제작한 텔레비전 시리즈는 전 세계에서 1억 명이 시청했다고 한다. 앨런 피즈는 전 세계의 정부와 기업을 대상으로 트레이닝 코스와 세미나를 실시하고 비디오로 제작하는 '피즈 인터내셔널'의 CEO이기도 하며, 지금까지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출간했다. 아내인 바바라 피즈와 함께 집필한 『보디 랭귀지』는 가족간, 친구간, 연인간, 남녀간, 혹은 직장 생활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보디 랭귀지를 담고 있는 책으로, 4백만 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들 부부의 또다른 공저 『말을 듣지 않는 남자, 지도를 읽지 못하는 여자』 역시 6백만 권이 팔린 베스트셀러로 전 세계 36개국어로 번역되기도 했다. 그외에도 『거짓말을 하는 남자, 눈물을 흘리는 여자』, 『난 타잔 넌 제인』, 『한 번에 한 가지밖에 못하는 남자 잔소리를 멈추지 않는 여자』 등의 저서가 있다.|||바바라 피즈는 남녀간의 심리에 주목한 책들을 저술한 작가이다. 그녀는 특히 남편 앨런 피즈과의 공동집필을 주로 하고 있는데, 이는 그들이 남녀의 심리를 대함에 있어 강점으로 작용한다. 바바라 피즈는 그래서 항상 앨런 피즈와 함께 바바라 피즈 부부라고 불리우며 많은 베스트 셀러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들을 유명하게 만든 책 『말을 듣지 않는 남자, 지도를 읽지 못하는 여자』는 『난 타잔, 넌 제인』이라는 책으로 재출간되었는데, 이들은 남녀문제 전문가로서 남녀가 어떻게 다른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이들은 남자와 여자의 뇌가 다른 진화과정을 거쳐왔기 때문에 서로 생각하는 방식에 차이가 생겼다고 주장하며 한번에 한가지 일만 할 수 있는 남자와 여러 일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여자에 대하여 비교하였다. 부부는 무지로 인하여 생기는 남녀간의 문제를 극복하고 양자의 조화로운 곤계를 설정할 것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남녀간의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큰 의미로 다가오게 되었다.
또한 바바라 피즈 부부는 실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책의 내용을 구성함으로써 주장의 신뢰성을 높인다. 그들의 책 『보디 랭귀지』에서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는 '신체 언어'에 관한 질문들을 진화론적, 생물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방식의 연구로 접근했다. 미소, 웃음, 손과 팔, 등 신체부위와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보디랭귀지의 의미들이 사람들에게는 신선함으로 다가왔고 연구를 바탕으로 했기에 더욱 설득력있게 다가섰다. 커뮤니케이션 능력만을 중시하던 사람들에게 "신체언어"라는 새로운 영역에 대한 눈을 뜨게 하고, 남녀간의 갈등으로 고민만 하던 이들에게 "왜"라는 질문의 대답을 제시한 바바라 피즈 부부는 오늘도 커뮤니케이션과 신체 언어에 관한 각종 강연과 트레이닝 코스, 세미나들을 실시하며 또 다른 심리 연구에 몰두 중이다.
목차
들어가는 말
‘단 한 사람’을 찾아서 | 섹스에 관한 오해와 혼란 | 통계 수치
1. 두뇌 속 서로 다른 섹스 회로
같은 목표, 다른 행동 | 파워 오브 러브 | 사랑의 생물학 | 첫눈에 반한 사랑 | “그건 진화 때문이야” | 왜 시들해지나? | 왜 불타오르나? |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듯한 전율 | “잠도 안 오고 밥도 못 먹어” | 두뇌 스캐닝의 진실 | “인정하시죠, 당신은 사랑 중독자입니다” | 두뇌 속 섹스와 사랑의 지리학 | 남녀의 사랑은 왜 다른가 | 남자의 뇌가 여성의 매력을 평가하는 법 | 여자의 뇌가 남성의 매력을 평가하는 법 | 욕정은 왜 지속되지 않는가 | 상대에게 차였을 때 | 요약
2. 섹스와 사랑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
세월의 변화 | 현대 인간 연구 | 사랑이 왜 그리 중요한가 | 사랑의 7가지 유형 | 사랑의 지도 | 할리우드와 미디어의 거짓말 | 남자에게 가혹한 21세기 | 요약
3. 여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바뀌는 여성의 욕망 | 피임, 그 영원한 숙제 | 즐기고 싶은 여자들 | 왓 위민 원트 | 그것은 공연한 수작이 아니다 | 재산과 오르가슴의 상관관계 | 여자가 바라는 다섯 가지 갈망 | 비싼 반지의 중요성 | 여자를 매혹시키는 7가지 유형의 남자 | 여자가 ‘루저’를 싫어하는 이유 | 여자는 언제나 자원을 원한다 | 요약
4. 남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미디어가 만든 남자의 관점 | 왓 멘 원트 | 모든 건 섹스를 위해 | 인간관계에는 관심 없는 남자 | 남자 화법 해독하기 | 남자는 생식의 가치를 추구한다 | 남녀의 서로 다른 리스트 | 남녀의 서로 다른 구인란 | 성적 매력은 왜 중요한가 | ‘성적 매력’이란 무엇인가 | 원시와 문명의 공통점 | 남자가 아름다움을 찾는 이유 | 전 세계가 미인대회장 | 모두가 미인을 좋아해 | 엉덩이와 허리의 70% 황금 비율 | 남자가 혐오하는 여자의 말 | 동성애 남녀의 선택 | 정부, 남편이 되다 | 요약
5. “그저 하룻밤 불장난이었어”
캐주얼 섹스란 무엇인가 | 성적 관계의 정의 | 왜 캐주얼 섹스를 하는가 | 캐주얼 섹스 그 이후 | 아버지의 영향 | 당신은 몇 명의 파트너를 원하는가? | 성적 환상과 캐주얼 섹스 | 동성애 | 요약
6. 끝나지 않는 전쟁, 불륜
불륜이란 무엇인가 | 속이기만 하는 당신 | 왜 바람을 피울까 |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 | 남자가 바람을 더 많이 피우는 이유 | 불륜에 관한 6가지 속설 | 불륜의 9가지 유형 | 완벽한 불륜이란 없다 | “소문으로 들었어” | 배신자의 8가지 변화 | 배신자를 다루는 방법 | 올바른 문제 해결 | 불륜 이후의 회복 도모 방법 | 사랑의 배신자가 되지 않으려면 | 요약
7. 올바른 파트너를 발견하는 법
남녀관계의 시작 | 올바른 파트너와 짝짓기 | 핵심 가치와 믿음 | 새로운 관계에서 발견되는 판단 오류 | 짝짓기 평점 | 짝짓기 평가 테스트-당신의 시장가치 평가법 | 멋진 파트너를 발견하는 법 | 연애 생활을 바꾸는 법 | 로버트의 접근법 | 수잔이 원하는 것 | 리스트로 숫자 게임을 펼치는 법 | 피해야 하는 사람 | 엉뚱한 남녀를 알아내는 단서 | 화학작용 없는 커플 | 9퍼센트의 규칙 | 요약
8. 여자는 모르는 남성의 15가지 미스터리
1. 남자는 왜 아침에 발기 상태일까 | 2. 남자는 왜 섹스를 그저 섹스로 여길까 | 3. 아무것도 없는 방 | 4. 남자는 왜 여자의 가슴에 집착할까 | 5. 남자는 왜 섹스의 진실을 말하지 않을까 | 6. 남자는 왜 S라인 여성을 사랑할까 | 7. G스폿은 UFO와 같다?| 8. 남자는 왜 여성이 섹스를 주도하는 걸 좋아할까 | 9. 남자는 왜 나이트클럽에서 엉뚱한 생각을 할까 | 10. 남자는 언제 장기적 약속이나 결혼을 결심할까 | 11. 남자는 왜 대중 앞에서 툭 튀어나온 배를 과시할까 | 12. 남자와 페티시 | 13. 남자가 걱정하는 것 | 14. 남자는 왜 “사랑해”라고 말하길 어려워할까 | 15. 남자를 떨게 만드는 5가지 질문
9. 남자는 모르는 여성의 12가지 진실
1. 여자가 섹스에서 원하는 것 | 2. 여자는 왜 섹스에 소극적일까 | 3. 여자가 더 자주 섹스를 원하도록 만드는 방법 | 4. 여자는 왜 오르가슴을 느낄까 | 5. 여자는 왜 종종 바보와 사랑에 빠질까 | 6. 여자는 왜 나이든 남자를 선호할까 | 7. 여자는 왜 터치를 좋아할까 | 8. 여자는 왜 섹스 중에 산만할까 | 9. 여자는 성적 공격성을 어떻게 여길까 | 10. 여자는 성희롱을 어떻게 생각할까 | 11. 여자는 왜 나쁜 남자를 꿈꿀까 | 12. 섹스보다 초콜릿? | 요약
10. 짝짓기 평점을 높이는 13가지 전략
남자가 점수 따는 8가지 방법 | 남자가 경쟁자를 비판하는 법 | 여자가 점수 따는 5가지 방법 | 여자가 경쟁자를 비판하는 법
11. “그리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결혼 ?도는 어디로 갔을까 | 젊은이들의 현주소 | 새로운 사랑은 언제나 장밋빛? | 남녀의 결정적 차이 | 극과 극은 끌리는 걸까 | 지상 최고의 연인 | 다른 나라 여성들의 섹스 | 누가 수준 미달인가 | 손가락으로 알아보는 섹스와 성공 | 미래의 사랑을 예측하는 과학 | 좋은 파트너의 냄새 | 많은 사람들이 속는 이유 | 누가 누구를 얻는가 | ‘진화는 어쩌면 끝났는지도 몰라’ | 언제 문제를 의논해야 할까 | 요약
출판사 서평
죽었다 깨어나도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이성의 성적 욕망과 환상, 그리고 사랑의 비밀! 10여 년에 걸친 과학적 분석과 사례연구, 방대한 프로젝트 결과를 현실적 경험과 융합해 풀어낸 남녀 간 사랑과 섹스의 미스터리! 남자는 왜 끊임없이 섹스를 추구하는지, 여자는 왜 남자에게 지키지도 못할 약속과 달콤한 로맨스를 조르는지, 수백만 년이 지나도 여전히 다른 남녀의 성욕과 갈망, 그 영원한 수수께끼를 통쾌하게 파헤친다!
남자는 ‘섹스’, 여자는 ‘로맨스’를 자신의 짝에게 끊임없이 갈구한다
수백만 년이 지나도 여전히 다른 남녀의 성욕과 갈망, 그 영원한 수수께끼가 풀린다!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남녀가 있다. 서로를 생각하기만 해도 두근거리고 기분이 좋아지는 그들, 사귀는 시간이 길어지고 좋아하는 마음이 깊어질수록 정작 둘의 속마음은 다른 방향을 향하는데…….
남자: ‘나는 그녀를 사랑해. 그래서 늘 함께 딱 붙어 있고 싶어. 그녀를 만지고 싶고, 안고 싶고, 같이 자고 싶고, 섹스하고 싶어.’
여자: ‘나는 그를 사랑해. 그래서 그에게 감동적인 프러포즈를 받고 싶고, 그와 결혼하고 싶고, 그를 닮은 아기를 갖고 싶어.’
우리는 왜 사랑을 하나? 남자는 왜 끊임없이 섹스를 찾아 헤매나? 여자는 왜 남자에게 달콤한 말과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받아내려 애쓰나? 전 세계적으로 1,000만 권이 넘게 판매되었고 51개 언어로 번역된 글로벌 베스트셀러 《말을 듣지 않는 남자, 지도를 읽지 못하는 여자》《거짓말을 하는 남자, 눈물을 흘리는 여자》의 저자이자 부부인 앨런 피즈와 바바라 피즈가 이 영원한 수수께끼의 정답을 찾기 위해 10여 년 간 조사 연구한 결과를 새로이 출간했다. 최신간 《밝히는 남자, 바라는 여자》는 다른 남녀관계서와 확연히 구별되는 차이점을 보인다. 오직 이 책은 남녀의 ‘사랑과 섹스’에 집중한다. 두루뭉술하고 모호한 남녀의 사고 혹은 행동방식의 차이를 일괄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녀 모두 이성에게 가장 궁금하고 관심 있는 단 한 가지, 즉 ‘사랑’에 대한 남녀의 착각과 오해, 혼란과 진실만을 파고드는 책이다.
사랑과 섹스를 다룬다고 해서 이 책이 감정과 정서에만 초점을 맞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앨런과 바바라는 두뇌 속 어디서부터 사랑이 시작되고 어디에서 어긋나는지, 과학적인 정보부터 알려주며 내용의 신뢰도를 더한다. 또한 저자들은 부부이자 독립된 남자와 여자라는 개인의 시각과 관점, 경험을 다채롭게 저술하고 있어 한 쪽에만 치우치지 않고 양쪽을 다 아우른다는 특장점을 자랑한다. 과학적인 분석과 방대한 조사 자료, 글로벌한 사례 연구와 재미있는 유머를 완벽히 융합한 ‘사랑의 정수’가 담겨 있는 보기 드문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사랑’을 연구한 학술서가 아니다. 오히려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제적이어서 당황스럽기까지 할 정도다. 남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갈망, ‘하룻밤 불장난’과 외도, 불륜의 이유와 그 해결책,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입에 담기조차 민망해하는 섹스와 사랑의 여러 측면들을 낱낱이 밝혀내어 ‘짝짓기 게임’에서 독자의 시장 가치를 한층 높이는 전략을 일러주는 연애 매뉴얼, 러브 가이드북이다.
-‘참을 수 없는 연애의 어려움’, 시작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다른 남과 여,
이성을 이해하는 사람이 ‘짝짓기 시장’에서의 자기 가치를 높인다!
인간은 짝짓기 게임에서 혼란을 느끼는 유일한 종족이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짝을 찾고 관계를 맺는 일을 어려워하지 않는다. 암컷이 발정나면 수컷이 다가와 교미하면 된다. 그게 끝이다.
짝, 애인, 반려자, 배우자, 남자친구, 여자친구…이처럼 ‘짝’과의 관계 혹은 ‘짝’의 부재 유무는 사람들이 늘 입에 올리기 즐기는 이슈다. 특히 여자들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기는 화젯거리이기도 하다. 남녀관계처럼 흥분과 고통, 즐거움과 절망을 동시에 안겨주는 게 또 있을까? 남녀 간의 사랑은 음악, 드라마, 영화, 문학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주제다.
사랑과 섹스에 관한 한 남녀의 행동은 완전히 다르다. 태어나기 전부터 조상에게 물려받은 본능적인 차이점이다. 남자는 시각적 이미지, 즉 여성의 건강이나 외모, 젊음에 성적 흥분을 느끼지만 여자는 남성의 권력과 지위, 약속, 스펙, 재산에 흥분한다. 우리의 조상들도 그랬다. 수백만 년 동안 남녀의 성적 충동과 성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런 주장은 ‘남녀평등’을 주창하는 정치적 발언이 득세한 현대 사회에서는 비난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그들은 남녀가 똑같은 욕구와 선호, 동기를 갖고 있으며 똑같은 것을 원한다고 가르치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 솔직해지자. 정말 그런가? 이 책을 읽어나가면, 아니 이미 그 전부터 당신은 이 말이 거짓임을 알고 있지 않은가? 남녀가 똑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똑같은 것을 원하며, 똑같은 욕망을 갖고 있다는 주장은 정치적 발언으로는 무난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성과 함께 살았거나, 일했거나, 지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그런 주장이 모두 거짓이라는 사실을.
남자에게 물어보라. “당신에게 있어 아내란 어떤 의미인가?” 그들은 한결같이 여자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거론할 것이다. 요리를 잘해요, 집안을 깔끔하게 청소해요, 아이를 잘 키워요, 날 즐겁게 해줘요, 좋은 친구예요, 좋은 친구예요, 섹시해요, 가슴이 예뻐요 같은 대답이 나온다. 이를 좀더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남자는 여자의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시간당으로 지불하는 것이다. 반면 여자에게 “남편에 대해 말해보라”고 하면 대부분 이렇게 대답한다. 생활력이 강해요, 똑똑해요, 날 웃겨줘요, 좋은 직장에 다녀요, 집을 가지고 있어요…. 달리 말해서 그는 자원을 제공한다. 이러한 재화와 서비스의 교환에 대해, 현대 사회는 듣기 좋고 정치적으로도 올바른 표현인 ‘적합성’이라고 둘러댄다. 하지만 까놓고 말하면 결국 재화와 서비스의 교환이다. 남자는 여자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그녀의 외모와 육체에, 여자는 남자가 제공하는 보호와 자원, 그리고 그 자원을 그녀와 나누고자 하는 의향에 주로 관심이 있다.
“난 그렇지 않아!” “난 여자의 외모나 보는 한심한 남자가 아니야!” “나는 남자의 돈이나 밝히는 여자가 아니라고!”라고 반박하고 싶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러한 저자들의 주장에 대해, 이성을 천박하고 이기적인 인간으로 치부하는 억지라고 보는가? 그러나 저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이 책에서 그들이 제시하는 남녀의 욕구와 우선순위는 매우 간단명료하다. ‘남성적 가치’와 ‘여성적 가치’를 자신만의 관점과 시각에서 판단하려 한다면, 당신은 끊임없는 갈등과 지속적인 불행을 겪을 것이다.
-때가 되면 모든 로맨스는 끝나고, 열정은 식어버리며, 섹스는 실종된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노력 없이 지속되는 사랑은 세상에 없다
불면증, 식욕부진, 홍조, 흥분, 울렁증, 호흡 곤란, 현기증, 다리 떨기, 어색함, 황홀감, 급박해진 심장박동, 말더듬……. 수많은 관련 연구에 따르면, 새로운 사랑에 빠진 사람들 90%가 이런 신체적 반응과 느낌을 경험했다. 연애 초창기에 두뇌에서 마구 분비되는 화학물질들은 다양한 반응을 일으킨다. 사랑에 빠지는 일은 두뇌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화학반응이며 그 증세는 정신병과 매우 유사하다. 사랑은 열광과 절망, 흥분과 공포를 동시에 느끼는, 유일무이하고 독특한 이중성을 갖는다. 그러나 도파민과 테스토스테론, 옥시토신, 세로토닌이 만들어낸 이런 감정은 1~2년 후 모두 사라진다.
남자든 여자든 모두 언젠가 자신만의 ‘단 한 사람’을 만나리라는 믿음을 품고 산다. 한 평생을 함께할 그 특별한 사람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기 짝이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믿음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채 살고 있다. 결혼식을 올리는 대부분의 커플은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헤어지지 않으리라는 신념으로 시작하지만, 수많은 나라에서 이혼율은 50%를 넘는다. 결혼하려는 커플 중 약 79%가 같이 사는데, 이들 중 겨우 18%만 10년 이상을 함께 산다.
욕정, 첫사랑, 로맨스, 불륜, 외도…수많은 이름과 모습으로 끊임없이 발현되는 사랑과 성욕, 섹스의 또 다른 모습들, 아름답거나 추악한 연애의 형태들, 그러나 모든 사람은 아름다운 연애를 하다가 훌륭하고 멋진 배우자와 백년가약을 맺고 자녀를 갖는 멋진 인생을 꿈꾼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당신은 연인을, 배우자를, 반려자를 잘 만나야 하고 제대로 골라야 한다. 이는 살아가면서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당신을 위한 유일한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책속으로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단계에서는 남자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줄고 대신 옥시토신 수치가 높아져서 남녀관계를 한결 원만하게 만든다고 한다. 이때 남자는 부드럽고 온유하며, 신사적이고 멋진 태도를 보인다. 반면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여자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흥분과 자신감으로 높아진다. 그렇기에 이 시기의 여성은 쉽게 성적 흥분에 빠지는데, 그로 인해 그들은 남녀의 성욕이 똑같다는 환상을 품게 된다. 대체로 사귄 지 3~9개월이 지날 때 찾아오는 ‘샤가톤(shagathon: 발이 맞지 않는 엇박자 마라톤)’ 시기가 지나면, 남녀의 성욕은 원래의 ‘디폴트 위치’로 되돌아간다. 그래서 남자는 여자가 섹스에 시들해졌다고 생각하는 반면, 여자는 남자를 섹스에만 환장한 놈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많은 남녀관계가 이 시점에서 끝을 본다. ---p.30-31
많은 어머니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들을 형편없는 남편으로 훈련시키고 있다. 아들은 자기가 무슨 일을 하든지(혹은 하지 않든지) 엄마가 자신을 항상 사랑한다는 사실을 안다. 옷을 아무렇게나 벗어놔도, 설거지 그릇을 산처럼 쌓아놔도 엄마는 지적하지 않는다. 엄마를 외식에 초대하지 않아도 되고, 예의를 지키지 않아도 용납이 된다. 이처럼 어머니는 아들에게 “여자에 대한 사랑은 일방통행이 되어도 무방하고, 네가 베풀지 않아도 여자는 여전히 행복하다”는 착각을 심어준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로맨스와 관련된 호르몬 분비가 사라질 때-언젠가는 당연히 사라진다-로맨스는 끝나고, 열정은 실종되며, 섹스는 식어버리고 만다. 아들은 어머니에게 자신의 사랑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 어머니는 언제나 그 사랑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감히 새로 등장한 여자가 감히 사랑의 증명을 요구하다니? 그의 여자가 어머니 역할을 맡았다는 증거는 이럴 때 나타난다. 그녀가 그의 옷을 빨아주고, 무엇을 먹으라고 챙기고, 무슨 일을 하라고 독촉할 때 말이다. 그 어떤 남자도 어머니 같은 여자와 섹스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여자가 남자를 성공적으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시기는 그가 갓난아이일 때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p.75-76
배우자의 부정을 의심하며 사는 것은 진실을 직접 마주하는 것보다 견디기 힘든 법이다. 많은 여자들은 모르는 척하며 진실을 부인하려 들지만, 남자들은 증거를 찾으면서 진위여부를 알고 싶어 한다.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는 배신당한 배우자가 상대의 불륜 현장을 직접 목격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좀처럼 벌어지지 않는다. 물론 많은 남자들이 자기 집 침실을 불륜 장소로 자주 활용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제3자를 통해 배우자의 부정을 전해 듣기도 한다. “얘! 어쩌니? 네 남편이랑 어떤 여자가 호텔로 들어가는 걸 봤어!”
친구의 배우자가 바람 난 사실을 말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다. 알려줬다가 괜히 양쪽의 미움을 받을까 두렵기도 하고, 어떻게 나올까 무섭기도 하기 때문이다. 선의가 아닌 다른 의도로 밀고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여자들은 친구에게 그 사실을 알려준다. 자신도 언젠가 그런 일을 당할 때 제일 늦게 알아채는 바보가 되고 싶진 않아서다. 일종의 품앗이처럼, 친구에게 말해주면 훗날 그도 내게 알려주리라 기대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배우자의 불륜을 눈치 채는 가장 흔한 계기는 문서로 된 증거이다. 호텔 영수증은 배신자가 가면 안 될 곳을 갔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설명되지 않는 선물이나 꽃다발 영수증, 휴대전화 통화내역, 신용카드 영수증, 이메일, 종이쪽지 위에 적힌 전화번호 등도 의심스러운 증거들이다. ---p.195-196
1. 남자는 왜 아침에 발기 상태일까
남자와 성적 관계가 있는 여자는 아침에 일어나기 위해 자명종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안다. 아침에 해가 뜨면 남자의 성기도 우뚝 솟아서 그녀를 쿡쿡 찌르기 때문이다. 아침 발기의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남자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사냥 나가기 직전인 아침에 가장 높고 해질녘에 가장 낮다. 대자연은 남자가 길을 떠나기 전에 유전자를 후세에 전할 마지막 기회를 준다. 혹시라도 그가 사냥을 나가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르니까. 둘째, 발기를 관장하는 근육은 방광 바로 밑인 전립선 근처에 포진하고 있다. 오줌이 가득 찬 방광이 이 근육을 누르면 자동적으로 발기되는 것이다. 남자가 아침에 심리적 혹은 시각적으로 흥분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자는 남자가 해 뜰 때 속성 모닝 섹스를 요구할 수 있다고 예상하는 것이 좋다. ---p.259
HAPPY SEX 정치적으로 올바른 섹스 스토리
저자 김이윤|이프 |2000.06.19.
김이윤은 사실 필명이다. 본명은 본인의 의견에 따라 밝히지 않았다. 그는 현재 목사이다. 우리 사회에서 종교계가 가지는 엄청난 영향력에 비해 그 영향이 너무 부정적으로 흐르는 것 같아 기독교도의 신분으로 성적인 담론을 새로이 써보고자 했으나, 개인적인 상황으로, 그리고 약간의 사회적인 상황에 따라 본명을 감추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 김이윤이 하고자 하는 성에 관한 말들이 이 사회에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출판하기에 이르렀다. 필자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고 있으나, 메일을 열어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것에는 주저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목차
1. 현명한 여자, 괜찮은 남자
1. 진짜 현명한 여자
2 그러고도 니가 남자냐?
3. 나도 야한 여자가 좋다
4. 그대, 야한 남자를 원하는가?
5. 콘돔 예찬
2. 섹시한 사회, 섹시한 결혼
1. 마사이족의 창(創)과 아기 발가락
2. 우리 아내(?)
3. 에스키모 여인들의 슬픈 전설
4. 류규호의 여인들
3. 목사님들, 신부님들, 스님들, 기독교 보수주의자들
1. 목사님, 왜 우세요?
2. 신부님의 아내
3. 스님들, 여성희롱은 이제 그만
4. 기독교 보수주의자들
5. 입(入)이요, 출(出)이요 - 양반의 잠자리
4. 성서 속에 나타난 인간의 섹슈얼리티
1. 아담, 인류 최초의 이혼남
2. '팬티'입은 거짓말 - 무화과 나뭇잎
3. 근친상간인가 근친강간인가 - 롯과 그의 딸뜰
4. 우리가 그 남자들과 '상관' 좀 하겠다
5. 소돔성이 동성애로 멸망했다고?
6. 야곱의 아내들의 아들낳기 경쟁
7.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섹스 - 다말사건
8. 다윗과 밧세바의 간통사건
9. 나에게 입맞춰 주세요
10. 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는 자마다
11.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는다
12. 결혼하지 말고 혼자 살아라
5. 바람을 잡고 싶은가?
1. 수컷들의 잔인성
2. 암비둘기의 바람끼
3. 남자의 바람
4. 여자의 바람
5. 남성의 질투, 그 폭력성
6. 남성의 질투, 여성에 대한 열등감
6. 그대, 해피섹스를 꿈꾸는가?
1. 세이프 섹스 - 에이즈에 관한 명상
2. 자유냐 방종이냐?
3. 그대 해피섹스를 꿈꾸는가?
4. 이제 해피섹스를 하자
출판사 서평
1. 성직자가 쓴 야한 섹스이야기다.
필자 김이윤은 목사의 신분으로 섹스에 대해 이야기한다. 성직자가 인간의 몸, 그것도 섹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는 것은 아직까지 암묵적으로 금기시 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김이윤은 종교가 대중에게 보내는 성에 관한 메시지가 너무나 부정적이고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본다. 정신(영혼)에 비해 몸(육체)은 대체로 악으로 규정되어 온 종래의 종교적인 관념을 뒤집는 작업에 이제는 성직자도 나서야 할 때라는 것을 필자는 주장한다.
정신해방에 앞서 몸의 해방, 즉 성적인 것에 있어 남녀 공히, 자기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 성에 관한 모든 담론은 감추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는 것이 아름답다는 것, 그리하여 마침내 몸과 정신이 고루 해방된 남녀가 함께 나누는 성이 진정한 해피섹스라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2. 정말 섹시한 사회, 섹시한 결혼은 현대에 없다.
남녀의 성별에 따른 차이를 극명하게 나누고 성별에 따라 맡겨진 역할과 성적인 행동을 획일적으로 규정하고, 가부장제와 소유욕과 여성의 외모중심주의 등이 덧칠되고 오염된 현대에선 개인과 개인이, 각자의 성적인 다양성을 향유할 수가 없다.
그 옛날, 원시부족사회에서처럼 각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합의에 의해, 서로를 구속하거나 소유물로 강제함이 없이 성을 나누었던 사회가 차라리 섹시한 사회라는 필자의 주장은 마치 꿈처럼 이루어지지 않을지언정 시사하는 바 크다.
3. 하느님도 섹스를 억압하지 않았다.
필자는 성경 속의 인간의 섹슈얼리티를 탐색하면서 하느님은 애초에 그 누구도 성적인 것으로 억압하거나 단죄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성경을 기록하는 인간으로부터(남성기록자들) 성적인 억압은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가부장제 질서가 필요해지기 시작한 순간부터 오염되기 시작한 성에 대한 그릇된 담론을 하나하나 파헤치는 필자는 종교계의 위선(기독교뿐만 아니라, 불교 천주교 조선시대 양반에 이르기까지)을 철저히 비웃는다. 성별의 우위, 수직 상하의 관계, 권력을 쥔 자들의 편의에 의해 재편성된 섹스의 의미를 꼬집는 필자의 글은 속을 시원하게 만든다.
4. 왜 올바른 섹스스토리가 필요한가.
구성애의 '아름다운 성'으로부터 나아가기 시작한 성담론은 이제 공중파에서, 학교성교육에서 진보적이고 획기적인, 즉 누구라도 솔직하게 성경험을 드러내고, 성은 함께 즐겨야 할 아름다운 권리라는 것까지 나아갔다. 그러나 공중파 방송은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가 해방적이고 솔직한 진실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성년은 볼 수 없게 만든다는 결정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으며(우리 사회는 아직도 미성년의 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금기시하고 그저 어서 어른이 되라고만 한다), 결혼하지 않은 제도 밖의 성에 대해서는 언급하기조차
꺼려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다른 프로에선 '원조교제'를 파헤치고, 여고생의 '임신과 낙태'를 걱정하고, 간통과 불륜을 법의 이름으로 함부로 재단한다. 한편에선 성폭력과 성희롱과 매매춘등 성에 관한 산적한 문제의 핵심을 찌르는 성담론을 극구 막으면서 한편에선 선정적인 소재로 다루어 희화화하고 침소봉대하는 우를 범하는 우리 사회의 성담론의 문제를 필자는 각 장을 통해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누가 인간의 해피섹스를 막는 것일까
책속으로
free섹스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상대방에 대한 나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나에 대한 상대방의 소유권도 인정하지 않는다. 분명하고도 확실하게 서로 소유하지 않으면서 그러나 사랑의 관계는 질기게 유지하고 확인하면서 서로의 삶이 즐겁고 환희에 차도록 도와주고 배려하고 격려하며 사는 삶. 이것이 free섹스의 개념을 도입하는 삶의 목표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방종한 삶을 살면서 자신들은 free섹스를 추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데 이것은 free라는 단어에 대한 모독이고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에 대한 명예훼손이다. 참된 행복을 누리고 당신의 배우자와 올바른 관계를 맺고 싶은가? 진정한 의미의 free섹스를 실천해 보라. 아마도 소유의 개념에서 벗어나기가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 적어도 한 번 실험은 해 볼 가치가 있는 개념이다. 한 번쯤 시도를 적극 추천한다. --- p. 255~256
필자는 이 글에서 먼저 종교가 지금까지 쌓아 온 성에 관한 관념들을 무너뜨리고자 한다. 바로 그 목적을 위해 필자는 성직자라는 신분을 가지고 이 글을 쓴다. 곧 금기시되어 온 성직자의 성에 관한 담론에 참여함으로서 그 첫번째 금기를 무너뜨리고자 하는 것이다. 그 내용이 무엇이 되었건 성직자가 성에 관한 담론에 본격적으로 참여했다는 그 자체만으로 성에 대한 종교적 시각을 무너뜨리는 데 많은 공헌을 하게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필자는 기독교 성직자이기 때문에 기독교가 가지고 있는 성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기독교의 경전인 성서에서 찾아보고 기독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통하여 기독교의 성에 대한 이중성을 폭로하여 기존의 왜곡된 개념들을 바로잡는데 일조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 p.12---저자의 글
우리 나라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범죄 유형이 있다. 그게 무얼까? 소위말하는 가정 파괴범. 이 못난 넘들은 남의 집에 강도질 하러 들어와서는 치사하게도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꺼리도록 만들기 위해 온 가족이 보는 앞에서 그 집의, 소위 가장의 아내를 강간하는 것이다. 정말 파렴치한 저질 인간들이라고 온 나라 사람들이 비난하고 욕하고 심지어 두들겨 패도 당연하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필자는 이 넘들보다 더 나쁜 넘들이 있다고 감히 주장하고 싶다. 그게 누구냐고? 바로 이렇게 강간당한 불쌍한 여성을 완전히 죽이는 인간이다. 비록 육체적으로 죽이지는 않지만 정신적으로 끝장내는 인간 말이다.
그게 누구냐! 바로 그 가장되시는 분들이시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겠지만 필자가 듣기에는 대부분의 피해자 여성들이 남편으로부터 이혼을 당한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온 가족이 보는 앞에서 다른 남자에게 옷을 벗기고 욕을 당했으니 창피하고 억울하고 기가 막혀 석 달 열흘 동안 잠을 못 잘 판인데 남편이란 작자가 이제는 이혼까지 요구하는 것이다. (중략)
첫째, 이들이 말하는 망각할 수 없는 존재의 괴로움이란 것의 실체이다. 정말 망각할 수 없을까? 그네들이 단란주점에서, 룸사롱에서 자신의 딸 같은 여자 아이들을 돈을 주고 사서 만지고 주무르고 여관까지 데려가는 짓거리들은 쉽게 망각할 수 있으면서 과연 자기 아내가 다른 남자에게 강간당한 장면을 그렇게도 잊을 수가 없을까? (중략) 둘째, 남자는 여자를 밝혀도 되고 여자는 남자를 밝히면 안되고 다른 남자를 알면 안된다는 논리다.
이거 가부장 사회에서 상당히 뿌리 깊은 남성적 사고이자 논리인데 필자 눈에 흙이 들어와도 받아들일 수 없는 논리이지만 백 보 양보해서 이거 맞다고 치자. (중략) 남성이 반대급부적으로 해야할 의무는 무엇인가? 그렇다. 목숨걸고 자기의 아내를 비롯한 가족을 지키는 거다. 어떤 위급한 상황에서도 가부장 사회의 가장은 가족을 지켜야한다. 그래서 가장이다. (중략) 그런데 이 분들, 자신의 성을 침입한 침입자 앞에서는 벌벌 기고 떨다가 침입자가 사라진 다음에는 큰소리 치면서 그들로부터 가정을 지키지 못한 모든 책임을 아내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비겁한 작자들이라 아니할 수 없다. --- pp.24-29
휴 헤프너의 부고에서 한국사회의 우울한 자화상을 본다.
반이정 미술평론가
진실이 강력한 하나의 이미지에 가려지는 건 빈번한 일이다. <플레이보이>와 창업자 휴 헤프너처럼 강력한 도상으로 인식된 경우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가 숨을 거두자 속세는 그 강력한 도상을 반복해서 강화시키면서 어떤 진실을 왜곡한다. 그와 그의 작품 <플레이보이>를 가까이서 접할 기회가 전무 했던 바다 건너 한국 사회에선 헤프너를 바라보는 편향성이 더 컸다. 지역마다 정도 차이는 있겠으나 헤프너의 사망 소식은 수십 명의 플레이메이트 혹은 바니걸스에 에워싸여 찍힌 무수한 기념사진과 나란히 그를 떠올리게 만든다. 기념식장에 미녀 서넛을 동반하고 등장하는 노년의 헤프너의 모습까지 더해지면서, 휴 헤프너와 <플레이보이>가 지닌 어떤 진실은 쉽게 왜곡되거나 낙인에 가려진다.
<플레이보이>를 국내에서 구할 수 없던 거의 모든 시절, 벗은 여성 사진을 표지로 한 이 잡지는 세간에선 곧잘 포르노 잡지로 인식되었는데 그 점이 가장 전형적인 왜곡과 낙인일 게다. <플레이보이>는 1953년 창간 이래 포르노물이었던 적이 한 번도 없다. 요리 여행 파티 영화리뷰 단편소설 에세이 등을 두루 수록한 <플레이보이>는 남성을 겨냥한 종합 오락지였고, 지면의 품위를 유지하려고 후한 고료를 주고 서머싯 몸, 존 스타인벡, 존 업다이크, 장 폴 사르트르 같은 명망 있는 1류 필자들의 소설과 글을 수록했다.
독자 조사는 그 잡지의 열독층이 대부분 대학 이상의 학력을 지닌 사업가와 전문직 종사자임을 밝힌 점에서, 그 잡지가 표적으로 삼았던 ‘현대 도시의 독신남성’과도 일치했다. 휴 헤프너의 업적은 그와 잡지를 둘러싼 왜곡된 첫인상의 낙인을 극복한 성공 스토리에서 읽을 수 있겠다. 1953년 11월 창간호의 발행부수가 7만부였던데 반해 1년 뒤엔 18만 5천부를 치솟았고, 3년 뒤인 1956년 말엔 110만부를 발행했다. 자기 집 카드 탁자 위에서 잡지를 만들던 창간 초기와는 달리 1년이 지나자 4층짜리 건물 전체를 사무실로 쓸 만큼 급성장했다.
그의 공로/성공은 암암리에 묵인된 당대의 진실을 ‘발견’해 낸 데 있다 하겠다. 여성 누드가 포함된 이 잡지가 빅토리아시대 성윤리가 지배하던 시절에 대성할 수 있었던 데에는 동시대 미국인이 스스로 은폐한 욕망을 표면 위로 건져 올린 데에 있다. 1948년 발행된 킨제이 보고서가 그동안 쉬쉬 되었던 미국인의 적나라한 성생활을 객관적인 통계 자료로 드러낸 거라면, <플레이보이>의 공로/성공은 도덕적 가식과 성에 대한 위선이 은폐시킨 현실 속의 욕구(수요)를 생산물로 연결시킨 데에 있다.
은폐된 진실의 발견은 선정적인 노출이라는 방법으로 수행됐다. 마릴린 먼로의 누드 사진을 넣어 유명해진 창간호의 ‘이달의 스위트하트’(이후 이 코너의 명칭은 ‘이달의 플레이메이트’로 바뀐다)에는 창간 초기에는 직업 모델의 누드가 실렸지만, 이후로 ‘이웃집 처녀’ 컨셉트에 따라 항공기 승무원, 전화 교환수, 여대생, 사서, 비서 등 “결혼과 어머니 역할 바깥에 서 있는” 일반인 여성의 자발적인 누드가 실리는 지면이 되었다. 이는 성욕이라는 주제가 특정 직업군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의 문제임을 ‘발견’하고 제시한 방식이라 할 것이다.
잡지와 발행인 사이의 관계가 <플레이보이>와 휴 헤프너처럼 동격으로 간주되는 예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는 잡지와 함께 명성과 악명을 공유했고, 잡지만큼 유명세를 누렸다. <플레이보이>의 독보성은 일개 간행물 차원을 넘어 동시대성을 표상하는 여러 사건에 관여한 점에서 찾을 수 있겠다. 그것(휴 헤프너와 플레이보이)은 현대적 대중문화의 탄생과도 관련을 맺으며 성장했고,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의 문제와도 연루되면서 진통을 겪었으며,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다고 비판한 여성주의 일부 진영-그것을 전투적 여성주의라 한다-과는 적대관계를 맺으면서, 남녀의 ‘차이’까지 부인하는 과격파 여성주의라는 이데올로기에 저항하는 매체로 떠올랐다. 이 지점에선 요 몇 년 사이 익명성의 가면 뒤에 숨어 집단적인 행패를 일삼아 사회 문제로 떠오른 넷페미에 무방비상태인 한국사회의 대안 없는 매체 현실이 대조적으로 떠오른다.
여태껏 <플레이보이> 문화를 접할 수 없었던 한국사회에선 역설적으로 그의 사망이 각별한 의미로 환기되는 것 같다. 그의 평전의 국내 번역본 <미스터 플레이보이: 휴 헤프너, 남자들의 은밀한 꿈을 살다>에 추천서를 쓴 마광수 교수와 휴 헤프너는 같은 해 같은 달 대조적인 모습으로 사망했다. 마광수는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한 공동체를 탓하며 살다가 스스로 삶을 마감한 반면, 암암리에 은폐된 동시대의 욕망을 노출시켜서 상업적인 대성공을 거둔 휴 헤프너는 무수한 추모 열기 속에 장례식을 치렀다. 그가 플레이보이 창간 5주년 기념식에서 한 말처럼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복 받은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인 것 같다.”에 어울리는 긴 삶을 살다 간 것이다. 성에 대한 위선과 가식을 묵인하는 공동체와 저항하는 공동체에 각각 속했던 마광수와 휴 헤프너의 결말은 이렇듯 달랐다. 그 점에서 휴 헤프너의 사망 소식은 동시대 한국사회의 우울한 자화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플레이보이코리아 11월)
포르노그래피, 홍성철 2015. 11. 1., 커뮤니케이션북스
저자 홍성철은 경기대학교 언론미디어학과 교수다.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대학교에서 석 ·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 과정에서는 정치 커뮤니케이션과 저널리즘을 전공으로, 언론법을 부전공으로 공부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문화일보≫에서 10년간 기자 생활을 하면서 경제부, 국제부, 사회부, 산업부 등을 거쳤다.
저서로는 『유곽의 역사』(2007), 논문으로는 “Do cultural values matter? A cross-cultural study of the third-person effect and support for the regulation of violent video games”(2015), “Copyright protection v. public morality: The copyright protection dilemma of pornography in a global context”(2013) 등이 있다.
포르노그래피
- 들어가는 말
‘정치 포르노’ ‘푸드 포르노’ ‘감동 포르노’, 최근 들어 포르노그래피(Pornography)의 준말인 포르노가 접미사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성매매 여성(Pornoi)과 그림(grapos)에 어원을 둔 그리스 합성어가 어느 새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포르노는 매스미디어의 발달에 따른 대중의 탄생과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문학서적, 사진, 잡지, 영화, 비디오, 인터넷 등 미디어에 따라 포르노는 그 모습을 달리하면서 발전해왔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잘 몰랐던 포르노에 대한 설명서다. 포르노가 무엇이고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우리는 포르노를 왜 규제하는지, 미국에서는 왜 표현물로 보호하는지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의미를 전해준다.
미디어로 전달되는 성, 포르노그래피
1초당 2만8258명이 보는 것, 1초당 372명이 검색창에 치는 용어, 1초마다 3075달러가 소비되는 장르가 바로 포르노그래피(pornography, 이하 포르노)다. 한 달에 약 7200만 명이 포르노 사이트를 방문, 15억 건의 포르노를 다운로드한다. 현대인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는 포르노그래피. 포르노 산업의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많은 매체들이 추정치를 내놓고 있지만 개별 기업들이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하게 집계하기란 매우 어렵다.
2014년 미국 NBC 뉴스는 전 세계적으로 포르노 산업 규모가 970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의 포르노 소비 국가로 알려진 미국은 겨우 10~12.4%인 100억~120억 달러 규모에 불과한 것 추정된다. 이는 호텔 방에서 볼 수 있는 유료 포르노 영화, 폰섹스, 섹스인형, 성인잡지, 인터넷 포르노 사이트, 포르노 전용 영화관 등을 모두 합친 것이다. 2001년, ≪포브스(Forbes)≫가 미국 내 포르노 산업 규모를 39억 달러로 추정한 것에 비하면 지난 10년간 약 2.5~3배 성장한 것이다.
포르노그래피의 현황
하지만 포르노 감시 기구인 ‘코베넌트아이스(Covenant Eyes)’는 미국 내 포르노 산업 규모는 이미 2007년에 130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주장한다. 이는 미국의 3대 방송 네트워크인 ABC, CBS, NBC의 매출을 합친 것보다 더 큰 규모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포르노 산업의 크기는 커지지만 회사들의 수익 규모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왜냐하면 인터넷에서는 불법 복제된 동영상과 저작권이 필요 없는 셀프 동영상들이 범람하기 때문이다.
포르노 산업 중에서 가장 큰 수익을 올리는 곳은 인터넷 포르노 사이트다. 전 세계에 약 420만 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체 인터넷 사이트 중 약 12%에 해당되는 수치다. 2010년 100만 명 이상이 클릭한 사이트만 해도 4만2337개에 달한다(Covenant Eyes, 2015). 하지만 이들 사이트 중에서 유료 사이트는 20~30%에 불과하고, 나머지 70~80%가 무료 사이트들이다. 대부분의 인터넷 포르노 업체들은 미끼 상품인 공짜 포르노를 통해서 소비자들을 유혹, 유료 회원으로 전환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인터넷 포르노 사이트들은 포르노를 자체 제작하기보다는 이미 제작된 것을 구입해서 사용한다.
포르노 사이트에도 파레토 법칙이 적용된다. 즉, 상위 20%의 포르노 업체들이 전체 수익의 80% 이상을 가져간다. 실제로 2010년 상위 35개 회사가 전체 검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즉, 대체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름들은 한정되어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비비드닷컴(vivid.com)’나 ‘플레이보이닷컴(playboy.com)’ 등의 웹사이트와 달리 이름이 덜 알려진 웹사이트는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 비록 전체 인터넷 검색 중 25%가 포르노그래피와 관련된 것이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클릭해서 소비하는 사이트는 소수에 한정되어 있다는 뜻이다.
미국의 포르노 산업 규모 비중이 전 세계의 12%에 불과하다면 포르노 산업이 가장 융성한 곳은 어디일까? 한 통계에 따르면, 일본과 중국 · 한국 등 동아시아 3국의 포르노 산업 규모는 731억 1000만 달러로 전 세계의 76%에 해당된다(Top Ten Reviews, 2015). 특히 중국은 274억 달러 규모로 전체 28%, 한국은 한 해 257억3000만 달러 매출 규모로 전체의 27%, 일본은 199억8000만 달러로 전체의 21%를 차지한다.
이 통계에서 포르노 산업에는 포르노 잡지, 인터넷, 비디오, 성인댄스클럽 등뿐만 아니라 콘돔 제조 및 인형 제조, 최음제, 성기구 등이 포함되어 있다. 결국 포르노 관련 산업을 어떻게 정의 내리느냐에 따라 국가별 그 규모는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포르노, 매스미디어의 부산물
포르노는 사실 근대 매스미디어의 부산물이다. 포르노그래피라는 단어는 1769년 프랑스어 사전에, 1857년 영어 사전에 처음 등재되었다. 이는 그 전에는 포르노가 없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인류의 발달 초기부터 성(Sex)이 존재했듯이, 성에 대한 언급이나 묘사는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 유적과 이탈리아 폼페이 유적에서 발견된 생활용품, 벽화 등지에는 성기와 성행위에 대한 직접적 묘사 혹은 과장된 묘사들이 많다.
동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인도의 고대 카주라호 신전 성벽에는 남녀의 성교 장면이 수백 개 조각으로 표현되어 있다. 중동 지역의 대표 문학작품인 『천일야화(千一夜話)』 역시 성적 묘사가 화려하다. 우리나라와 일본 · 중국에서도 춘화(春畵)라는 이름으로 성적 묘사 짙은 그림들이 유통되었다. 신윤복이나 김홍도 같은 대가들도 돈 많은 양반들을 위해 춘화를 그렸다는 사실은 포르노는 어느 시대나 어느 공간에서나 있었다는 것을 잘 보여 준다. 하지만 그리스 · 이탈리아 등지의 벽화, 조선과 중국 · 일본의 춘화 모두 예술 혹은 에로틱(erotics)이라는 이름으로 귀족 및 상류층들에게 널리 퍼졌다. 대중은 감히 소비할 수 없는 상류층의 문화였다.
이러한 성 표현물들이 널리 퍼진 것은 바로 매스미디어의 소비층으로서 대중의 출현과 맞물려 있다. 대중문화는 시골의 민속 문화, 산업화 시대 노동자 문화, 또 매스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문화 등으로 볼 수 있다. 포르노는 바로 산업화 시대 노동자들의 여가 문화면서 매스미디어를 통해 확산, 발달한 문화라고 할 수 있다.
1850년대 영국은 빅토리아 여왕의 통치 아래 산업화로 근대화를 이루는 시기였다. 즉,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면서 젊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도시로 유입되고 인쇄 문화의 발달로 값싼 읽을거리가 필요해진 시대였다. 귀족의 문화 내에 있던 에로틱한 예술이 점차 포르노라는 이름으로 대중 속에 파고들게 된다.
사실 빅토리아 시대는 금욕과 위선의 시대이기도 했다. 최초의 잡지로 알려진 ≪젠틀맨스 매거진(Gentleman’s Magazine)≫ 1774년 발행본을 보면 영국 남부 도체스터 인근에 있는 ‘선 압바스 거인(Cerne Abbas Giant)’ 유적 얘기를 하면서 삽화에 남성의 성기를 묘사했다. 그러나 1842년에는 아예 성기가 삭제된 그림들이 나돈다. 18세기에는 허용되었던 남성의 성기에 대한 언급, 묘사가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에는 금기시되면서 남성의 성기에 대한 삽화 역시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사회적으로 금기시하는 내용을 담은 인쇄 매체를 음란물로 단속하기 시작한다.
마셜 매클루언(Marshall McLuhan)이 주장하듯 미디어는 인간 감각기관의 확장물이다. 미디어 기술의 발달은 바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의 관계를 좀 더 가까이, 좀 더 사실적으로 전달하도록 발전해 왔다. 초기 인쇄 매체로 담을 수 있는 성적 표현이나 묘사는 글과 동판화에 불과했다. 이 같은 묘사는 작가들이 인식한 것을 과장하거나 축약하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19세기 사진 기술의 개발은 인간 몸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 줄 수 있었다.
미국의 경우 남북전쟁 참전 군인들에 의해 흑백사진판 포르노 유통이 확산되었다. 더욱이 흑백에서 컬러사진으로 기술적 발달이 이루어지면서 남녀 성기 모습과 성행위 장면을 더 사실적으로 표현해 줄 수 있었다. 여성의 누드 그림은 그동안 재능 있는 몇몇 예술가에 의해 생산되어 부유한 상인과 귀족들만이 향유했다면 사진은 누구나 찍어 배포 · 소비할 수 있는 저렴한 누드 확산 매체였다.
그뿐만 아니라 영화 기술의 발달은 인간의 상상력에 맡겨진 성교 장면을 눈앞에서 재연해 줄 수 있었다. VCR의 개발과 보급은 포르노를 가정의 은밀한 곳으로 끌고 왔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은 포르노를 더 값싸게, 또 국경을 뛰어넘은 글로벌한 시장의 소비품으로 만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의 본원적 욕망답게 포르노는 언제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가장 잘 활용하는 표현물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비디오의 발달, 인터넷의 발달 이면에 포르노로 돈벌이를 하고자 하는 욕망이 똬리를 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미디어와 포르노는 떼어 놓고 말할 수 없기에 매스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성이 바로 포르노인 셈이다.
문화적 산물로서 포르노
포르노는 문화적 산물이다. 흔히들 포르노를 문화의 변두리에 위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섹슈얼리티와 정치, 경제, 종교, 법률, 예술 등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 그렇기에 산업화, 기술 발달, 프라이버시, 가족들의 가치 등에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포르노만을 딱 집어내어 말하기란 매우 힘들다. 특히 미국에서 포르노는 법률적 규제 대상으로 여겨지다 점차 표현의 자유물로 인정받게 되었다. 이 과정에 포르노는 음란물과 동일시되다가 음란물과 명확하게 분리된 위치를 확보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하드코어 포르노는 사회적 가치를 해치는 불법 물건으로 간주된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명확하게 어디까지가 불법이고 어디까지가 합법인지 구분하는 것을 머뭇거리는 사이, 포르노는 인터넷과 글로벌 경제를 두 날개로 삼고 생활 깊숙이 침투해 왔다.
포르노는 한 시대의 성도덕을 그대로 반영한다. 영국에서 발간된 소설 중에 『패니 힐(Fanny Hill)』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음란물 역사상 법률적 판단의 잣대로 가장 많이 재단되고 금지되었던 책 중 하나다. 1747년 『여인의 쾌락에 대한 기억(Memoirs of a Woman of Pleasure)』라는 제목으로 발간되었을 때에는 금서가 아니었다. 첫 발간 이후 1년간 아무런 사회문제로 부각되지 않았다가 1748년 어느 날 갑자기 백성들의 도덕을 타락시킨다는 이유로 금서 목록에 추가된다. 책은 절판되었지만 사람들은 이 책을 불법 복제해서 읽곤 했다.
1821년 이 책이 미국의 한 출판업자에 의해 발간되어 판매되자 매사추세츠주는 이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출판업자를 음란물 출판 혐의로 처벌하기도 했다. 19세기 초 미국 법원은 이 책이 주민들의 마음에 욕정을 일으켜 사람들을 타락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판단해서 금지시킨다. 이로부터 140년이 지난 1963년 미국의 퍼트넘출판사에서 이 책을 재출간했을 때 법원은 ‘더 이상 음란물이 아니다’라고 판결한다. 반면, 이 책이 처음 출간되었던 영국에서는 줄곧 판매 금지되다가 1970년에 이르러서야 금서 목록에서 풀린다. 비록 같은 책이라고 하더라도 시대와 공간에 따라 음란물의 구분이 달라지는 것이다.
미국 사회는 1950~1960년대 성의 혁명(sexual revolution)을 겪게 된다. 충격의 진앙은 인디애나대학교의 앨프리드 킨제이(Alfred Kinsey) 박사의 저서 『남성의 성적 행동』(1948)과 『여성의 성적 행동』(1953)이었다. 킨제이는 미국 전역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기혼 남성의 30~45%가 아내를 속이고 바람을 피우고 있으며 남성 90%는 자위행위를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책들은 혼외정사, 동성애, 자위, 매춘 등 당시 금기시되었던 주제를 다룬데다 그 내용이 사회적 통념을 뒤집는 결과들이 많았다.
[Playboy,1971]
킨제이 박사 보고서에 영향을 받은 휴 헤프너(Hugh Hefner)는 1953년 여성의 누드로 지면을 채우는 남성잡지 ≪플레이보이≫를 창간했다. 이어 밥 구치오니(Bob Guccione)는 1965년 ≪펜트하우스≫를, 또 래리 플린트(Larry C. Flynt)는 1974년 ≪허슬러≫를 창간, 노골적인 성적 묘사를 소비하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나갔다.
1970년대는 미국의 포르노 확산에서 커다란 전환기였다. 1960년대 케네디 대통령과 인권 운동가 마틴 루터 킹의 암살, 사회적 불안감 속에 치솟는 범죄율, 베트남전쟁 반대 운동과 피임약의 발명 등으로 젊은이들은 성적 자유에 대한 욕망을 분출하던 시기였다. 여기에다 텔레비전 보급의 확산과 VCR라는 기술의 발명까지 더해졌다. 이제 포르노를 보기 위해 남들을 의식하면서 극장에 가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런 시대상을 반영해 미국 법원에서는 포르노 역시 표현의 자유의 산물로 간주했을 뿐만 아니라 포르노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들어 포르노는 ‘정치 포르노’, ‘푸드 포르노’, ‘부동산 포르노’처럼 하나의 접미사로 사용되고 있다. 여기서 포르노(porno)란 TV 프로그램이나 잡지, 책 등이 센세이셔널한 측면을 강조하면서 이용자들에게 특정한 시각을 강요하거나 자극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뉴스 미디어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다양한 여론을 반영할 의무를 지닌다. 하지만 실제로는 독자들의 흥미를 끌어내기 위해서 지엽적인 사건 등을 강조하면서 이슈를 특정 한쪽 방향으로 몰아가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 포르노가 전체적인 맥락이나 스토리 전개 없이 성행위 장면만을 강조하듯이, 과정이나 맥락을 생략하고 한두 가지 특징만을 집중해서 반복 설명하는 일들이 자주 일어난다. 이는 사회가 포르노화(pornified)하면서 무의식중에 포르노 속 현상이 일상화되는 것이다.
포르노의 규제 및 합법
미국에 앞서 덴마크가 1967년 하드코어 포르노를 합법화했고 스웨덴과 네덜란드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이 포르노 합법화에 동참했다. 물론 아이슬란드 같은 나라들은 여전히 포르노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지만 대부분 유럽 국가에서는 포르노가 18세 이상 성인들에게 판매되는 한 특별한 규제를 하지 않는다.
반면에 성도덕을 강조하는 이슬람 국가들과 유교적 전통이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에서 포르노는 여전히 금지 영역이다. 중동에서는 이스라엘이, 동아시아에서는 일본이 포르노를 합법화해 이 지역에 하드코어 포르노의 공급처 역할을 하고 있다.
2011년 조지워싱턴대학의 연구팀에 따르면, 1953년 ≪플레이보이≫가 발간된 이래 1969년까지 ≪플레이보이≫ 화보 모델은 흔히 ‘비너스의 언덕’이라 불리는 치골(Mons pubis)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1979년까지 절반 정도의 화보 모델이 치골을 드러내고, 다듬지 않은 음모(陰毛)를 노출했다. 1980년대엔 80% 이상이 치골을 드러내고, 다듬지 않은 음모를 보여 왔다. 1990년대에는 약 3분의 1 정도의 모델이 다듬어진 음모로 나오기 시작했으며, 2000년대 이후에는 25%가량이 아예 음모를 깨끗이 제거하고 나온다. 또 3분의 1 정도는 부분적으로 음모를 다듬는 형태다.
포르노의 범람은 남성과 여성들의 음모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 과거에는 무모증 여성과 섹스를 하면 재수가 없다는 속설과 함께 여성들도 무모증이나 빈모증을 부끄러워했으나 포르노 시대를 맞아 오히려 축복으로 간주된다. 포르노 여자배우들은 성기 주변 음모를 다듬거나 아예 왁싱(waxing)을 한다. 이는 음모의 가림 없이 노골적으로 여성의 성기를 보고자 하는 남성 독자들의 욕망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또 오럴섹스 장면을 더 자세히 보여 주기 위해서도 음모는 제거된다. 이에 따라 음모 제거는 ‘오럴섹스에 편리하다’, ‘음모에 있는 나쁜 병균들을 없앤다’라는 생각을 퍼뜨리고 있다. 지난 2000년 인기리에 반영된 미국 드라마 <섹스앤더시티(Sex and the city)>에서는 브라질리언 왁싱하는 장면이 생생하게 묘사되기도 했다.
포르노 규제에 대한 한국적 논의
한국 사회에서 포르노의 음란성 논의는 1970년 ‘성냥갑의 마야’ 사건에서 촉발되었다. 이 사건은 스페인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J. de Goya)의 나체화를 성냥갑에 붙여 유포시킨 것이 음란한가에 대한 판단이었다. 당시 대법원은 비록 명화집에 실려 있는 그림이라도 예술, 문학, 교육 등 공공의 이익이 아니라 성냥갑의 판매를 목적으로 제조했다면 명화를 음화화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음란성에 대한 구체적 정의는 그로부터 5년이 지난 1975년 소설 『반노』 사건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대법원은 ‘과도하게 성욕을 자극하고 정상적인 사람들의 수치심을 해하는 음란물인지’를 판단하면서 『반노』는 음란물이 아니라고 판정했다. 사실 소설의 경우 영상이나 이미지보다는 성적 흥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더구나 독자들은 수치심을 느낀다면 언제든지 책 읽기를 그만둘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법원은 1995년 마광수 교수의 『즐거운 사라』는 성행위를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그러한 성행위 묘사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 또 문예성 · 예술성 · 사상성 등이 성적 자극을 그리 크게 완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 음란물로 판정했다. 또한 소설 『핑크 컬러의 유혹』(1995), 번역소설 『아마티스타』(1997),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 봐』(1996) 등에서도 대법원은 “예술성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음란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이들 소설을 ‘음란물’로 간주했다. 아무리 문학작품이라도 성적 풍속이나 성도덕을 침해하여 음란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형법」 규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음란성 이미지 또는 동영상에 대한 국내 법원의 판단은 1990년대 중반에 집중 검토되었다. 1995년 누드 사진첩 사건에서 대법원은 「형법」 243조의 ‘음화 반포’ 및 244조의 ‘음화 제조’ 등에 관한 법률을 검토하면서 판단 대상을 전체적으로 고찰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이에 따라 소피 마르소, 브룩 실즈, 마돈나, 샤론 스톤 등 외국 모델이 전라의 선정적인 포즈로 독자의 호색적 흥미를 돋우고 성욕을 자극하는 사진첩 『에이스』는 음란물로 보았다. 하지만 난잡스럽게 유방이나 국소 부위를 강조하거나 성교 장면만을 도드라지게 하지 않은 사진첩 『산타페(Santa Fe)』는 음란성을 부인했다. 또한 1997년 사진첩 『오렌지걸』 사건에서도 남녀 간 성교 장면이나 여자의 국부가 완전히 노출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선정적 측면만을 강조해 독자의 성욕을 자극하는 데 치중한 경우는 음란물로 간주했다.
미국에서는 보통 포르노를 노골적인 성 표현물(sexually explicit material)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성 표현물은 노출 수위에 따라 하드코어(hard core)와 소프트코어(soft core)로 구분한다. 남녀가 옷을 벗고 몸을 밀착하고 성교 장면을 보여 준다고 해서 모두 하드코어가 되는 것이 아니다. 하드코어는 남녀의 성기나 음모가 그대로 보이거나 성행위 과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장면을 담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여성의 유방을 드러내고 있거나 성행위 장면을 단순히 보여 주면 소프트코어라고 부른다.
포르노는 성적 표현물로 예술 작품인 에로스(eros)와 법 규제의 대상인 음란물(obscenity) 사이에 있다. 그러면서 개방적인 성도덕의 확산에 따라 점차 음란물 쪽으로 그 영역을 확장해 왔다. 즉, 개방적인 성도덕은 과거에 불법이었던 부분들을 점차 합법의 영역으로 바꾸어 온 셈이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하드코어 포르노라고 하더라도 지나치게 잔혹한 장면이 없으면 음란물에서 제외, 당당한 표현물로서 법적인 보호를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음란물의 개념이 조금 불분명하면서도, 미국 등 서구 사회보다 더 넓은 의미를 담고 있다. 미국에서는 하드코어 포르노를 음란물에서 제외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대체로 하드코어 포르노를 음란물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제작, 반포하는 행위를 규제한다. 이는 국내법이 음란물과 포르노를 분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음란물 여부를 판정하면서 ‘성적 수치심’ 등과 같은 불확정적인 용어를 사용하다 보니,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는 논쟁마저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설사 남녀의 성기 등 국부가 강조된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보아 노골적으로 성적 자극만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면 음란물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물론 소프트코어 포르노는 대부분 음란물에서 제외된다. 미국의 하드코어 · 소프트코어 구분은 영화와 비디오 등의 이미지와 동영상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기준인 셈이다. 반면 국내 음란물 기준은 이미지나 동영상 중심이 아니라 인쇄 매체 중심의 판단이 아직도 지배적이다.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에 유행했던 <야시장>과 <젖소부인> 시리즈 등이 대표적인 소프트코어로, 음란물이 아니라 에로 비디오로 분류된다. 하지만 1990년대 중 · 후반, 인터넷을 통해 음란물로 간주되는 하드코어 포르노들이 유통되면서 소프트코어 포르노를 생산했던 유호프로덕션, 한시네마 등은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시장은 이미 하드코어를 원하고 있는데 법적 제재 때문에 에로 비디오를 제작할 수밖에 없었던 성인 콘텐츠 사업자들은 문을 닫아야 했다.
하드코어 포르노가 음란물과 동의어가 아닌데도 우리 사회에서는 이를 동의어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그 결과 국내 포르노 시장은 미국과 일본의 하드코어가 점령했다. 일부 몰래 카메라나 셀프 카메라 형식으로 국내에서 제작된 하드코어 포르노가 유통되고 있으나 전문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미국과 일본 포르노에 비하면 매우 엉성한 수준이다. 점차 미국과 일본 포르노가 묘사하는 과장된 성애 행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현상마저 빚어지고 있다.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는 하드코어 포르노가 사회에 만연해도 사회 전반적으로 이를 다루기를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포르노에 대한 논의 역시 미국이나 영국 · 독일 · 일본 등에서 이뤄졌던 논쟁들을 수입, 재생산하는 데 불과한 측면이 많다. 하지만 그러한 논의의 결론은 언제나 ‘현재 국민들의 성도덕에 비춰 하드코어 포르노를 합법화하기에는 이르다’고 내려 왔다.
그러다 보니 법과 현실의 괴리감만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는 결국 법 집행자들의 임의적 판단 가능성만 높인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인들의 성도덕에 대한 좀 더 포괄적인 조사가 이뤄지고, 또한 포르노 효과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 이를 바탕으로 하는 포르노의 불법 및 위법성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길 바란다. 그리고 그러한 논의를 하는 데 이 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포르노그래피란 무엇인가
당초 포르노그래피의 의미는 “몸 파는 여성에 관한 글”이었다. 그러나 점차 “음란한 문학작품이나 예술 작품”으로 그 영역이 확대된다. 사진과 영화, 텔레비전의 발명은 포르노의 의미를 동영상과 같은 이미지로 확대시켰다. 미국에서는 하드코어 포르노는 음란물과 구분되는 하나의 자유로운 표현물로 보호받는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하드코어 포르노는 음란물과 같은 규제 대상이다.
포르노에 대한 사전적 정의
포르노는 어느덧 우리의 일상 언어가 되었다. 포르노그래피(Pornography)라는 단어가 프랑스어 사전에 등록된 것은 1769년. 포르노그래피는 그리스어 성매매 여성(Pornoi)과 그림(grapos)이라는 단어의 합성어다. 1857년 영국의 의학사전에 실렸을 당시의 뜻은 ‘공중위생과 관련해서 창녀에 관한 글(Writings about prostitutes, as a matter of public hygiene)’이었다.
이러한 사전적 정의는 두 가지 중요한 의미를 띠고 있다. 즉, 초기 포르노는 남성의 성기가 아닌 여성의 성기만을 지칭했다. 이는 포르노의 주 소비층이 남성들이었다는 점을 잘 보여 준다. 둘째로는 이러한 여성의 성기에 대한 글이나 그림은 해부학 등 의학 서적에서 많이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여성의 성기에 대한 자세한 글이나 그림 자체가 성적 호기심을 일으키는 대상이었으나 의학 서적 외에 일반인들이 접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1927년 『옥스퍼드사전』은 “몸 파는 여성 혹은 성매매 등과 관련된 기술이나 묘사, 또는 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음란한 문학 작품이나 예술 작품”으로 조금 확대시킨다. 이로써 포르노라는 말은 단지 몸 파는 여성에 관한 글이나 그림만을 지칭하지 않게 됐다. 그것보다는 문학작품 속에서 성적 흥분을 야기할 목적으로 하는 몸, 성기, 성행위에 대한 직설적인 묘사를 일컫는 말로 확장된다. 당시의 매스미디어는 책과 같은 인쇄 매체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포르노그래피는 문학 서적과 관련되어 있었다.
영화와 텔레비전 등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은 포르노 의미 전달 수단의 확대를 의미했다. 이로써 1998년의 사전 정의는 “성적인 포즈와 행위를 담고 있는 사진, 영화, 인쇄물, 물품 등으로 대중으로부터 점잖지 않다고 여겨지는 모든 물건들”로 확대된다.
요즘 사람들에게 포르노가 무엇인지를 묻는다면 흔히들 “야한 동영상”이라고 답한다. 지금은 사진이나 인쇄물보다 동영상이 더 자극적인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법과대학 바토(Bartow, 2008) 교수는 포르노그래피의 정의를 시각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한정 짓는다. 즉, 인간의 시각적인 이미지, 성적인 행위와 관련되어 있는 시각적인 이미지로 한정 짓는다. 이는 이제 인쇄 매체 중심의 활자로 표현되는 포르노그래피의 시대가 끝났음을 의미한다.
여성학자들은 여성을 사회적으로 비하하는 나쁜 도구로 포르노를 인식한다. 매키넌(MacKinnon, 1989)은 포르노를 성(sexuality)에 대한 사회적 의미를 구축하고 그 의미를 활용하는 하나의 도구이라고 정의 내린다. 포르노는 여성을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남성이 성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이용하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사회적 의미를 부여한다. 그렇기에 여성은 남성에 의해 소유되는 존재, 때로는 잔혹하고 비인간적으로 다루어도 되는 존재로 전락한다. 그래서 포르노는 “하나 또는 그 이상을 포함하는 단어를 통해 여성을 성적으로 명백하게 복종시키는 그래픽”으로 정의된다.
포르노는 여성을 인간이 아니라 성적 객체나 대상 또는 상품으로 취급한다. 그래서 여성은 고통과 굴욕을 즐기는 성적 대상으로 묘사된다. 여성을 합리적 이성을 갖춘 존재가 아니라 강간을 당하면 성적 쾌락을 느끼거나 남자에게 종속된 물건처럼 취급당하기를 원하는 존재로 전락시킨다. 이 모든 것은 포르노의 주소비자인 남성의 성기를 발기시키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MacKinnon, 1989).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정의에 따르면 포르노는 “성적인 자극과 만족을 위해 인간의 육체 혹은 성행위를 노골적으로 묘사 혹은 서술한 성 표현물”이다. 여기에서 노골적이라는 표현은 그 경계가 불투명하다. 어디까지 노골적일까? 상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아마 그것이 무엇인지 이성적으로 정의 내릴 수는 없지만, 나는 그것을 보면 포르노인지 아닌지 구별할 수가 있다(Perhaps I could never succeed in intelligibly doing so. But I know it when I see it).” 1964년 미국 대법관 포터 스튜어트(Potter Stewart)는 포르노라는 것을 꼭 집어 말로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던 것과 비슷하다.
규제의 대상으로서 포르노
보통 사람들은 무엇이 포르노인지 구태여 정의 내리지 않는다. 또한 어디까지가 포르노고 어디까지가 예술인지 구분하지도 않는다. 포르노의 구분은 사실 법률적 판단에서 시작되었다. 즉, 어디까지 음란물로 규제해야 하는 지, 그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사법적 잣대로서 포르노가 정의된다.
하지만 미국의 잣대가 우리의 잣대가 될 수는 없다. 실제로 미국의 잣대는 우리의 잣대와는 확연히 다르다. 무엇보다 한국에서는 포르노는 음란물로 인식되며 규제의 대상이 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포르노는 규제의 대상인 음란물과는 구별되는 성 표현물로 이해된다. 여기에서 포르노는 흔히들 말하는 하드코어를 말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하드코어 포르노 역시 지나치게 폭력적이거나 어린이가 나오지 않는다면 법률적 단속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물론 국내 「형법」은 하드코어 혹은 소프트코어라는 용어로 처벌 수위를 정해 놓고 있지 않다. 오히려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이나 음향, 글이나 도화, 영상 또는 물건”(「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실 막연히 ‘음란’한 표현물을 규제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성 표현의 수위를 일반인들은 가늠하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에서 말하는 음란의 개념은 다분히 그 명확성이 떨어진다(이인호, 2008).
가령 대법원에서는 “①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②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건전한 성풍속이나 선량한 성적 도의 관념에 반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또한 헌법재판소에서는 헌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음란의 범위를 “① 인간 존엄 내지 인간성을 왜곡하는, ②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성 표현으로서, ③ 오로지 성적 흥미에만 호소할 뿐, ④ 전체적으로 보아 하등의 문학적 · 예술적 · 과학적 또는 정치적 가치를 지니지 않는 것”이라고 제시한다. 명확하지 않은 규정은 사실 법 집행자의 가치관 등에 영향을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한편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은 구체적으로 청소년에게 금지되는 성 표현물을 제시하는데 이는 대체로 하드코어 금지와 일치한다. 즉, “① 성교 행위, ② 구강 · 항문 등 신체의 일부나 도구를 이용한 유사 성교 행위, ③ 신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접촉 · 노출하는 행위로서 일반인의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 ④ 자위행위를 하거나 그 밖의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에서 포르노에 대한 법률적 접근이 다르다는 것은 포르노가 문화적 산물임을 보여 주는 단적인 예다. 지역에 따라 법 적용이 달라질 뿐만 아니라 시기에 따라 의미가 조금씩 다르다. 왜냐하면 포르노는 성도덕과 관련된 대중의 태도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1960~1970년대에는 여성의 가슴 노출조차 음란물로 간주하고 법적 제재를 가했으나 지금은 가슴 노출 자체를 갖고 음란물이라고 간주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성도덕이 개방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1986년에 구성된 메세 커미션(Messe Commission)은 ‘포르노에 대한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할 수 있다’면서 포르노를 3개의 카테고리로 세분할 것을 제안한다. 우선 폭력적인 포르노(sexually violent material)를 들 수 있다. 강제로 성행위를 하거나 성행위 도중 배우자를 가학 혹은 자학하는 내용이 담긴 것, 아니면 성행위 도중에 살인 등을 하는 포르노 등이 이에 속한다.
둘째 부류는 비폭력적이나 여성을 심하게 비하 · 모욕하는 것(nonviolent but degrading sexual material)이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너무나 확연하게 모욕, 비하, 종속시키는 내용을 담은 포르노 등이 이에 해당된다. 특히 여성의 존재 이유를 남성의 성적 만족을 위해서만인 것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이렇게 폭력적이거나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의 포르노는 이를 보는 사람들의 의식과 태도, 행동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금지하도록 권고한다.
마지막이 바로 폭력적이지도 않고 비하하지 않는 포르노(sexual material that is neither degrading nor violent)다. 대부분의 유통되는 포르노가 이에 해당된다. 즉, 여성을 지나치게 비하하지 않거나 폭력적이지 않으면 표현의 자유로서 인정받는다는 의미다.
인쇄 매체와 포르노그래피 확산
인쇄술의 등장은 책의 대량생산을 의미했다. 특히 동판화와 사진술의 발달은 글을 모르는 사람들도 손쉽게 성적 표현물을 소비할 수 있게 만들었다. 잡지들은 재빨리 여성의 알몸 사진을 게재하기 시작했다. ≪플레이보이≫, ≪펜트하우스≫, ≪허슬러≫ 등 미국의 포르노 잡지들은 1960년대 말부터 여성의 음모 · 성기 등을 과감하게 노출시키면서 주류 잡지로 발돋움했다.
인쇄 매체 포르노
15세기 서양의 인쇄술 등장은 포르노 생산 과정의 혁신을 의미했다. 말과 그림으로만 전달하던 성적 이미지가 글자로 대량생산되어 대중에게 보급되었기 때문이다. 영국과 프랑스 등의 정부는 당시 성도덕을 해치는 인쇄물을 검열, 통제하려는 의도에서 불법인 음란물을 지칭하기 위해 포르노라는 용어를 사용했다(헌트, 1993).
인쇄술 이전 시대엔 필경사들이 책을 만들었다. 필경사들은 손으로 직접 글씨를 쓰고 책 중간 중간에 그림을 그려 넣었다. 그렇기에 일반 대중은 감히 접하기 힘든 비싼 가격에 팔렸다. 하지만 구텐베르크 인쇄기는 비싼 가격의 책을 일반 대중에게 대량 보급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인쇄기는 단지 활자로 책만 인쇄하는 것이 아니라 동판화의 형태로 그림도 인쇄했다. 글을 읽지 못하는 중세 백성들은 문학작품보다는 그림이 인쇄된 책 보기를 더 좋아했다.
사실 중세 시대에는 그림을 볼 수 있는 경우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귀족들은 화가를 고용해서 그림을 그리게 하고, 그림을 소유했다. 하지만 대다수 일반 백성은 그저 성당의 벽에 걸려 있는 그림 등을 보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 상황에서 동판화로 인쇄된 그림은 이미지의 대중화를 가져왔다. 이탈리아의 출판업자 마르칸토니오 라이몬디(Marcantonio Raimonde)는 귀족들이 갖고 있던 그림 속 성적 이미지를 담은 동판화를 제작, 출간해서, 엄청난 부를 축적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그리스 신들의 성행위 등이 주로 동판화로 인쇄되었다.
성행위를 묘사하는 서적들도 많이 인쇄되었다. 이탈리아에서 발간된 『논리(Ragionamenti)』(1536)나 프랑스의 『귀부인 아카데미(L’Academie des Dames)』(1660), 『소녀들의 학교(L’Ecole des Filles)』(1655) 등이 그것이다. 17~18세기 만들어진 이 책들은 포르노 역시 당시의 문화 중심지였던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에서 주로 제작되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책의 주소비층은 일반 대중이라기보다는 어느 정도 교육 수준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영국에서는 제임스 레드(James Read)의 『처녀의 15가지 흑사병(The Fifteen Plagues of a Maidenhead)』(1708)과 에드먼드 컬(Edmund Curll)의 『수도원의 비너스(Venus in the Cloister)』(1727) 등이 출판되었지만 음란물이라는 이유로 단속되었다. 하지만 제임스 레드의 책은 노골적인 성 묘사에도, 검찰에 기소되지 않았으나 에드먼드 컬의 책은 검찰에 의해 배포 금지되었다.
18세기 초만 해도 성직자에 대한 모욕이나 비난이 없으면 서적을 음란물로 단속하지 않았다. 1748년 존 클렐런드(John Cleland)의 『여인의 쾌락에 대한 기억(Memoirs of a Woman of Pleasure)』은 출판 당시에는 노골적인 내용에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1년 뒤에는 갑자기 공중도덕을 타락시킨다는 이유로 출판 및 배포가 금지되었다. 19세기 들어 인쇄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서 노골적인 성적 묘사를 담은 책도 더욱 발간이 늘어났다.
미국에서도 19세기 초까지 출판물이 정부나 기독교에 대한 비난을 담고 있지 않다면 아무리 음란물이라고 하더라도 단속하지 않았다. 음란물에 대한 단속은 정부가 아니라 보스턴의 ‘뉴잉글랜드 사회악 주야 감시모임(The New England Watch and Ward Society)’과 같은 시민단체 등이 그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앤서니 콤스톡(Anthony Comstock)이 이끄는 뉴욕사회악척결모임(New York Society for the Suppression of Vice) 같은 단체는 노골적인 도색잡지와 주간지, 서적, 도첩 등에 대한 단속을 주장했다.
단순히 도색잡지뿐만 아니라 데이비드 로런스(David H. Lawrence)의 『채털리 부인의 사랑(Lady Chatterley’s Lover)』이나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의 『율리시스(Ulysses)』 등도 부도덕한 성적 묘사를 하고 있다면서 단속을 주장하고 청소년들의 성도덕을 타락시킨다면서 법원에 고소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회적 움직임으로 음란 출판물들은 포르노가 합법화되기 이전에는 지하 시장에서 유통되었다.
사진과 포르노
1839년 프랑스의 루이 다게르(Louis Daguerre)가 사진 기술을 발명하면서 포르노에도 새로운 혁명이 시작되었다. 사진은 과거 귀족들의 그림을 평민들의 이미지로 바꾸어 놓았다. 심지어 프랑스 화가 폴 들라로슈(Paul Delaroche)는 사진을 보고서 “오늘부로 그림은 죽었다”라고 선고했다.
사진 기술이 발명되면서 과거 예술가의 그림들이 복제되기 시작했다. 특히 예술가들이 그린 모델의 나체는 사진기로 복제되면서 예술에서 포르노로 바뀌어 가기 시작했다. 사진엔 그림이나 판화가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세밀함이 있었다. 여성의 몸을 구석구석 보여 줌으로써 과거 어떤 화가의 그림보다도 더 성적으로 흥분시키는 도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1845년 당시 다게르 사진기로 찍은 여성의 사진은 한 장에 보통 1~2기니(Guineas)에 팔렸는데 이는 노동자들의 한 달 월급에 해당되었다.
하지만 1851년 습판 사진 기술이 발명되면서 사진의 가격이 급속도로 하락, 1850년대 중반에는 보통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었다. 일부 사진사들은 사람들의 초상을 찍기도 했으나 가장 잘 팔리는 아이템은 여성 나체 사진이었다. 이런 사진들은 곧 사회적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과거 그림의 시대에는 재능 있는 예술가만이 여성의 몸을 그리고, 귀족들만이 그 그림을 향유했다면 사진기의 발명은 누구나 사람의 몸을 찍을 수 있고, 감상할 수 있는 시대를 연 것이다. 바로 포르노의 대중화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더구나 글자를 모르는 사람들도 사진 속 이미지만 보더라도 성적 흥분을 느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면서 노골적으로 여성의 국부를 찍거나 남녀가 애무하는 장면 등을 찍어서 판매하는 장사꾼들도 등장했다. 이 과정에서 18세 미만 어린이들의 사진을 찍는 일도 흔하게 발생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 경찰은 이들을 음란물 유포 혐의로 체포했다.
이를 테면 1859년에 체포된 두부얄이라는 30세의 사진사는 음란사진 1748점을 갖고 있었다. 또한 조세프 벨락은 1861년 1200점의 음란사진 등을 갖고 있다가 경찰에 체포되었다. 또 1874년 런던에서 체포된 헨리 헤이러의 경우 모두 13만248장의 사진과 5000장의 슬라이드를 갖고 있었다. 사진을 이용한 성적 표현물이 범람하자,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는 예술 세계가 포르노 사진에 짓밟히고 있다고 탄식하기도 했다.
치골 전쟁
사진이 발달하면서 잡지 발행 업자들은 발 빠르게 여자들의 알몸 사진을 게재하기 시작했다. 가령 1895년 ≪메트로폴리탄매거진≫은 과거 예술 작품의 누드화를 복제해서 싣기도 했다. 20세기 들어서는 아예 노골적으로 여성들의 특정 신체 부위를 드러내는 잡지들이 발전하기 시작한다. 1940년대에는 다리를, 1950년대에는 가슴을, 1960년대에는 엉덩이를, 1970년대에는 여성의 다리 사이를 찍는 등 10년마다 노출 수위가 높아졌다. 그러면서 1970년대에는 ‘치골 전쟁(Pubic Wars)’ 혹은 ‘핑크 전쟁(Pink Wars)’이라고 불리는 ≪플레이보이≫, ≪펜트하우스≫, ≪허슬러≫ 간 음모 노출 경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플레이보이≫는 1950년대와 1960년대에는 성기와 음모를 드러내지 않고 나름 점잖은 내용을 담았다. 그러다가 경쟁지인 ≪펜트하우스≫가 발매되면서 1968년 7월 ≪플레이보이≫는 모델의 수영복 사이에 살짝 음모가 비치도록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1969년 8월에는 유명한 댄서인 폴라 켈리(Paula Kelly)의 춤동작을 연결 지어 내보내면서 음모가 실제 나오도록 사진을 찍었다.
그러자 ≪펜트하우스≫는 1970년 4월호에서 <오줌 누는 미국(Pissing Off America)>이라는 사진을 실었다. 여성의 성기에서 오줌이 요강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그대로 게재한 것이다. 후발 주자인 ≪허슬러≫는 속지가 아니라 겉표지 사진에도 여성의 치골과 음모를 그대로 드러내 주목을 받았다. 1970년대 초에는 ≪펜트하우스≫가 노출 경쟁을 주도했다면 1970년대 후반에는 ≪허슬러≫가 경쟁 두 잡지보다 더 과감한 노출을 주도했다.
미국의 대표 포르노 잡지들
≪플레이보이≫
포르노 업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브랜드는 ≪플레이보이≫다. 이 잡지는 일리노이대학교를 졸업한 휴 헤프너(Hugh Hefner)가 1953년 어머니로부터 빌린 1000달러 등 8000달러로 시카고에 설립한 회사다. 그해 12월에 첫 호를 발간, 약 5만4175부를 발행했는데 1주일 만에 동이 났다. 달력에 사용된 메릴린 먼로(Marilyn Monroe)의 이미지를 차용한 당시 잡지는 권당 50센트에 팔렸다. ≪플레이보이≫는 2014년 창간호 2만 부를 한정판으로 재발행하기도 했다.
≪플레이보이≫는 창간 1년 만에 17만5000부, 3년 만에 50만 부를 팔기 시작했으며 1959년에는 매월 100만 부를 파는 등 대성공을 거뒀다. 또한 1972년 11월에 발간된 ≪플레이보이≫는 무려 716만 부나 팔려 나갈 정도로 가장 성공적인 성인잡지가 되었다. 휴 헤프너는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1967년 ≪타임≫의 표지인물에 오르기까지 했다.
물론 ≪플레이보이≫ 이전에도 여성의 누드를 게재하는 잡지들은 존재했지만 ≪플레이보이≫는 좀 달랐다. 가령 1962년에는 『뿌리(Roots)』, 『맬컴 X(Malcolm X)』의 저자인 알렉스 헤일리(Alex Haley)를 통해 재즈 음악가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를 인터뷰하는 등 나름 품격을 갖췄다. 그러다 보니 전체 구독자의 25% 정도가 4년제 대학생일 정도로 고급 독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물론 ≪플레이보이≫의 성공은 당시 시대정신과 맞물려 있다. 1950년대 초는 1948년 ‘킨제이(Kinsey) 보고서’가 나온 이래 미국에서는 성에 대한 개방 풍조가 생겨나던 시기였다. 또한 1960년대에는 경구피임약의 출현으로 여성들이 자유롭게 임신 조절이 가능해졌다. 또한 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등을 거치면서 미국 내에서는 반전운동과 함께 허무주의가 팽배해졌다. 그러면서 성과 쾌락, 탐닉에 대한 도덕적 절제심의 경계가 사라진 시기였다. 휴 헤프너는 이후 성인 스트립클럽, 성인 유료 방송 채널, 인터넷 웹서비스 등을 통해 부를 축적했다. 현재는 430억 원 정도의 재산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펜트하우스≫
≪플레이보이≫의 성공은 아류 성인잡지를 낳았다. 그중 하나가 영국에서 발행된 ≪펜트하우스≫다. 이탈리아계 미국인 밥 구치오니(Bob Guccione)는 1965년 휴 헤프너가 1950년대 미국에서 했던 전략을 그대로 흉내 내면서 유럽에서 제일가는 성인잡지를 키웠다. 이후 1969년 미국에 상륙하면서 ≪플레이보이≫보다는 조금 더 노골적으로 성적 판타지를 키웠다. 또한 정부 비판적인 시사 뉴스도 가미하면서 단지 포르노 잡지 이상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그러면서 1973년 300만 부, 1977년 500만 부를 판매하는 등 ≪플레이보이≫의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마저 들었다.
초기에는 소프트코어로 출발했으나 이후 점차 하드코어 잡지로 변해 갔다. 이 잡지는 처음으로 여성의 음모와 음부가 훤히 드러나는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펜트하우스≫의 성공은 구치오니를 일약 세계 400대 부호 중의 한 명으로 올려놓았다. 1985년 ≪포브스≫에 따르면 구치오니의 재산은 2억 달러에 달했다. 이후 뉴욕의 대저택에서 거주하면서 소더비에 나온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의 그림을 100만 달러에 사기도 했다.
구치오니는 ≪펜트하우스≫ 외에도 ≪옴니(Omni)≫, ≪비바(Viva)≫ 등의 잡지와 캐나다에서 반영되는 ‘펜트하우스’라는 3D 고화질 포르노 채널 등을 운영하기도 했으나 방탕한 생활 끝에 2013년 법원에 ≪펜트하우스≫에 대한 파산을 신청했다.
≪허슬러≫
≪허슬러≫는 ≪플레이보이≫와 ≪펜트하우스≫보다 더 노골적인 포르노 잡지다. ≪허슬러≫는 1974년에 켄터키주에서 스트립바를 운영하던 래리 플린트(Larry C. Flynt)가 스트립바 홍보 뉴스 레터를 발전시켜서 만들었다. ≪허슬러≫는 발간과 동시에 플린트에게 엄청난 부와 명성을 안겨다 준다. 1975년 8월에는 케네디 대통령의 미망인으로 그리스 선박왕 오나시스와 결혼한 재클린 오나시스(Jacqueline K. onassis)의 누드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허슬러≫는 하드코어의 내용에다 성 기구를 사용해 자위하는 여성의 모습, 그룹 섹스 같은 내용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한 악명에 힘입어 한때는 300만 부를 발행했으며 현재도 50만 부를 발행하고 있다. ≪허슬러≫의 노골적인 성 묘사는 사진뿐만 아니라 만화를 통해 이뤄지기도 한다. 근친상간, 낙태, 미성년자 간음, 인종차별 등도 주요한 주제로 다뤘다. 그러면서 ≪허슬러≫는 종교 지도자와 여성계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래리 플린트는 1983년 당시 유행하던 광고를 패러디해서 자신을 종종 비난한 기독교 원리주의자 목사 제리 폴웰(Jerry Falwell)이 그의 어머니와 근친상간을 했다는 내용을 실었다.
≪허슬러≫의 패러디는 결국 명예훼손 고소로 이어졌고 5년간의 지루한 법정 다툼을 벌이게 된다. 미국 대법원은 1988년 ‘패러디를 통해 유명인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수정헌법 1조의 표현의 자유에 해당되기에 이에 대한 명예훼손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린다. 이 판결을 소재로 한 영화 <래리 플린트(The people vs. Larry Flynt)>(1996)가 제작, 개봉되기도 했다. ≪허슬러≫는 이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성공적으로 옮겨 가면서 플린트는 노골적인 성 관련 인터넷 사업으로 약 4000억 원대의 재산을 보유하게 된다.
영화, 동영상, 그리고 포르노그래피
영화의 발명은 포르노 발전에 새 전기를 마련한다. 20세기 초 스태그 영화들은 여성을 남성의 성적 부속물로 간주하는 문법을 만들어 갔다. <무임승차>(1915), <스마트 알렉>(1951), <목구멍 깊숙이>(1972) 등의 영화를 통해 포르노 관람은 성년이 되는 통과의례로 자리 잡았다. 특히 비디오 보급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포르노를 가정에서 은밀하게 소비할 수 있도록 했다.
포르노 영화의 시작: 미국의 포르노
동작을 담은 사진으로서 영화의 발명은 포르노 발전에 새로운 날개를 달아 줬다. 영화를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부른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의 말처럼 포르노는 동영상 기술을 활용, 인쇄 매체 중심에서 탈피해 새로운 전자 매체 시대로 들어섰다. 오늘날 포르노 하면 먼저 인터넷 동영상을 떠올릴 수 있게 하는 그 단초가 바로 영화인 셈이다. 뉴욕대학교의 슬레이드(Slade, 2006) 교수는 “영화라는 기술의 초기 채택자(Early adopters)들 중에 상당수가 바로 성적 흥분의 매체로서 영화판에 뛰어들었다”고 전한다.
포르노로서 영화 기술의 활용은 초기 무성영화 시기부터 시작됐다. 그 기원은 ‘잔디 샌드위치(A Grass Sandwich)’로 알려진 <무임승차(A Free Ride)>다. 이 영화는 <국가의 탄생(A Birth of Nation)>과 같은 1915년에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영화는 약 10분 정도다. 영화는 차를 타고 가던 사람이 여성 두 명을 길가에서 그냥 태워서 가다가 함께 술을 마시고 술 취한 여성들과 번갈아 가면서 성행위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무성 포르노 영화는 당시 기술적 한계로 목소리를 녹음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자막을 통해 상황을 보여 주는 방식을 썼다. 남성의 성기와 여성의 음모, 성행위 장면도 아주 상세하게 보여 준 하드코어 포르노 영화다.
보통 수컷들이 보는 영화라는 뜻을 지닌 ‘스태그(stag) 영화’는 남성 전용 클럽, 흡연실, 사창가, 파티장 등에서 상영되었다. 특히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지에서 제작된 스태그 영화는 러시아, 이집트,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세계 각국으로 퍼져 나갔다. ≪뉴욕타임스≫는 1912년 ‘뉴욕 할렘의 한 임시 극장에서는 1000명이 넘는 남성들이 호색적인 영화를 보고 있었다’고 보도할 정도로 스태그 영화는 인기를 끌었다.
1920년대에 전 세계적으로 스태그 영화 가 매년 약 90편이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Slade, 2006). 하지만 미국에서는 1920년대 정부의 단속으로 침체기를 맞는다. 당시 미국 정부는 잔혹한 내용, 범죄, 이혼, 술주정, 누드, 섹스 등이 담긴 영화에는 상영 금지라는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가톨릭교회 같은 종교단체의 압력, 대공황으로 초래된 경제적 곤궁, 정부의 강력한 검열 등으로 1930년대 포르노 영화는 주춤하게 된다. 물론 정부의 단속은 성에 대한 욕망을 모두 짓누르지는 못했다. 일부 돈 있는 사람들은 비록 공개적인 영화관에서 포르노를 보지 못하지만 집에다가 프로젝터를 설치해 놓고 암암리에 포르노를 보았다. 이러한 스태그 영화는 35mm 영화제작자들이나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연습용으로, 혹은 심심풀이로 제작해서 유포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인쇄 매체에서는 남녀의 권력관계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스태그 영화부터는 남성이 군림하고 여성은 복종하는 남성 우월적 사고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즉, 여성을 남성의 성욕을 충족시키는 도구로만 묘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부분의 스토리는 남녀가 우연히 길가에서 만나거나 여성들을 차에 태우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성행위가 시작되면 스토리는 다 사라지고, 성기 삽입 장면과 구강섹스 장면만을 클로즈업하고, 성행위가 끝나면 영화도 끝났다.
1950년대 가장 유명한 스태그 영화는 일명 ‘캔디 바’가 등장하는 <스마트 알렉(Smart Aleck)>(1951)이다. 어린 소녀가 모텔에서 나이 든 남자와 성행위를 하고, 또한 다른 매춘녀를 불러서 함께 섹스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스트립바에서 일하면서 매춘을 하던 주아니타 슬러셔(Juanita D. Slusher)는 16세 때 텍사스 댈러스의 어느 모텔에서 이 영화를 찍은 뒤 최초의 포르노 스타로 떠오른다.
영화 출연 이후 그녀는 주급 85달러를 받는 스트립걸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다 마리화나 복용 등으로 경찰에 반복해 단속당하면서 점차 유명(?)해져 한때는 라스베이거스 · 뉴올리언스 등에서 주당 2000달러를 받기도 했다. 그녀는 41세이던 1976년 ≪위(Oui)≫라는 남성잡지에서 5000달러를 받고 누드 사진을 찍기도 했다. 2006년 70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유럽에서는 사창가에서 상영하기 위해 포르노가 제작되었다. 1967년 ≪플레이보이≫는 “황금시대가 끝날 무렵 유럽의 내로라하는 윤락 업소에는 이런 영화를 쌓아 두지 않은 곳이 거의 없었다”라고 적고 있다.
1960년대 미국 전역에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20개 정도의 성인 전용 극장이 있었을 뿐이다. 즉, 포르노를 상영할 수 있는 장소가 없기 때문에, 일반 극장에서 상영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노출 수위는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극장에서 상영한다는 부담감은 내용과 작품성을 담은 영화에 여성의 누드를 보여 주는 정도에 그쳤다. 가령 당시 성공적인 포르노 중 하나라는 데이비드 프리드먼(David F. Friedman)의 <럭키 피에르의 모험(The adventures of Lucky Pierre)>(1961)과 같은 영화 역시 오늘날 기준에서 보자면 소프트코어 수준이었다.
1960년대 미국에서는 젊은이들의 반항 문화가 형성되고 있었다. 미니스커트, 비틀스, 롤링스톤스, 피임약, 자유연애 등이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으면서 정부 검열에 대한 반감도 커져 갔다. 특히 덴마크에서 포르노를 합법화했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덴마크 · 스페인 · 이탈리아 · 벨기에 · 네덜란드 등에서 제작된 포르노가 상영되면서 미국 내에서 ‘포르노에도 사회적 가치가 있다’는 법적 논쟁도 일어났다. 그러면서 미국인들은 성 표현물에 대한 당국의 검열에 반감을 갖기 시작한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과 맞물려 1970년대에 성인 전용 극장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된다. 좌석 수는 30~40석 규모로 그리 크지 않지만 성인영화들을 보여 주는 이런 극장이 전국적으로 750개 정도 들어섰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성인극장으로 알려진 샌프란시스코의 오패럴(O’Farrell)극장과 시카고의 비조극장은 각각 1969년과 1970년 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미국 내 포르노 제작 영화도 늘어나 1940년대에는 연간 80편 정도의 영화가 제작되었다면 1950년부터는 매년 100편이 넘는 영화가 제작되었다.
1972년에는 <목구멍 깊숙이(Deep Throat)>가 만들어진다. 이 영화는 섹스를 통해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는 한 여인이 오럴섹스를 통해서 성적 만족감을 느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영화는 마이애미의 모텔에서 6일 동안 2만2500달러를 들여 제작된 영화였다. 하지만 개봉 첫 7주 만에 1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면서 그해 3억 달러의 수익을 거둬들인다. 또 일부에서는 이 영화가 6억 달러 이상의 박스오피스를 기록했다고도 추산한다. 당시 영화 1편 관람료가 5달러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3억 달러면 미국에서만 6000만 명이, 6억 달러면 1억2000만 명이 보았다는 역산이 가능해져 당시 미국 성인은 대부분 본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엄청난 성공은 하드코어 포르노를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이 영화의 여주인공인 린다 러브레이스[Linda Lovelace, 본명은 수잔 보어맨(Susan Boreman)]는 3류 배우에서 일약 ≪타임≫과 ≪플레이보이≫에 소개되는 등 스타덤에 올랐다. 또한 이 영화는 예술성을 인정받은 ‘포르노 칙(Porno Chic)’으로, 대표적인 포르노 영화로 남아 있다.
이 영화의 성공은 이후 성공을 노리는 포르노 영화들의 아류작들을 낳게 했다. 적은 비용과 복잡하지 않은 스토리로 할리우드 영화와 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으면서 1976년에는 100편이 넘는 포르노 영화가 제작되는 등 포르노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러자 ≪타임≫은 그해 4월 5일자 커버스토리로 ‘포르노 흑사병(The Porno Plague)’을 게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성에 대한 자유로운 풍조가 확산되면서 사람들은 더욱더 포르노를 찾게 되었다. 점차 미국 법원도 포르노에 대한 정의를 넓혀 가면서 법적 제재를 완화해 갔다.
비디오의 등장
한때 붐처럼 번져 가던 성인영화 전용 극장들은 텔레비전의 인기에 밀리고 또 VCR가 개발, 보급되면서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한다. 특히 비디오의 등장은 성인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았다. 1975년부터 소니와 JVC, RCA, 제니스, 필립스 등 전자 제품 회사들은 앞다투어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고려한 상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했다.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35mm 영화로 제작되던 관행에서 벗어나 8mm 카메라로 값싸게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고화질을 아니지만 적은 돈으로 쉽게 포르노를 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포르노 제작 업자들은 포르노에 예술성을 입히겠다는 포부를 버리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대로 과감한 노출과 더 많은 섹스 장면을 담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특히 밀러의 재판을 통해 포르노 그 자체가 불법 콘텐츠가 아니라 자기표현의 한 방법으로 자리 잡으면서 노골적인 성교 장면으로 바뀌어 갔다. 포르노 제작자들은 영화를 촬영한 뒤, 잡지 광고 등을 통해 우편으로 주문을 받아 전국의 고객들에게 보내는 방식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기 시작했다.
1969년 뉴욕 경찰이 압류한 하드코어 포르노는 10만 편이 넘었다. 이 중 30~35%는 외국에서 제작된 포르노로 뉴욕항 세관에서 압수한 것이다. 당시 20달러에 이러한 영화들이 팔렸다는 것을 고려할 때 압수된 물품 금액만 해도 200만 달러였다. 당시 미국 내에서 우편으로 유통되는 포르노 규모는 약 600만 달러를 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비디오의 발달은 새로운 전기였다. 구태여 남들의 눈을 의식하면서 성인극장에 가지 않고도 포르노를 자신의 안방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더구나 여인과 성행위를 하거나 그러한 상상을 하면서 자위행위를 할 수도 있었다. 한 통계에 따르면 1983년 포르노 비디오는 전체 비디오 대여 및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고 전한다. 1979년에는 미국 가정의 1%만이 VCR를 갖고 있었지만 10년 만에 VCR는 미국 가정의 50% 이상이 보유한 필수품이 되었다. 반면에 한때 750개에 달했던 성인영화 전용 영화관 수는 1989년에는 250개로 감소한다.
1983년 필라델피아에서는 16페이지 분량의 잡지가 나왔다. 포르노 비디오의 제목과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는 잡지, ≪성인비디오뉴스(Adult Video News)≫였다. 이 잡지는 포르노 업계의 빌보드 차트 역할을 하는 가장 권위 있는 소식지로 자리 잡는다. 또한 오스카상을 흉내 내어 포르노 스타 중에서 최고의 여배우, 감독, 작품 등을 꼽는 AVN상을 만들었다. 이 잡지에 따르면 1998년 한 해에만 8948개의 포르노가 만들어졌고 판매량은 41억 달러에 달했다.
산페르난도밸리
미국의 포르노 산업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있다. 바로 캘리포니아의 로스앤젤레스(LA)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산페르난도밸리다. 할리우드 북쪽에 위치한 이곳은 1940년대 LA 지역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의 베드타운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또한 CBS의 스튜디오, NBC유니버설, 월트디즈니, 워너브라더스의 지국이 있던 곳이다. 이곳에는 1970년대부터 포르노 영화를 제작하면서 인근의 실리콘밸리를 본 따서 폰밸리(Porn Valley)라고 불리기도 한다.
산페르난도밸리에 거주하는 인구는 177만 명으로 상당수가 LA 지역에 있는 직장을 다닌다. 하지만 이곳에 산업이 없는 것은 아니다. 1970년대에 제작된 <부기 나이트(Boogie Nights)> 등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제작되는 포르노 영화의 90%가 이곳에서 나온다. 한때는 뉴욕과 LA 등지에서도 포르노 제작이 이뤄졌지만 값싼 건물 임대료 때문에 많은 업체가 이곳으로 이주해 왔다. 또한 인근에 할리우드가 있어 촬영기사와 카메라 등도 쉽게 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비드엔터테인먼트, VCA, 위키드픽처스 등과 같은 X등급의 비디오를 만드는 업체 수십 개가 모여 있다. 이 중 비비드엔터테인먼트의 경우에는 이미 2002년에 1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성장했다. 미국 내 포르노 산업이 100억 달러 규모라고 본다면 그중에 10분의 1에 해당되는 수치다. 약 2000~3000명이 이러한 포르노 제작 산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곳에 가면 포르노 배우로 성공할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많은 젊은 여성들이 포르노 스타를 꿈꾸면서 이곳을 찾기도 한다.
일본의 포르노
미국에 이어 성인 포르노물의 강국으로 부상한 일본을 보자. 일본 포르노의 급부상은 1970년대부터다. 일본은 1960년대만 해도 가슴이 드러나는 토플리스(topless) 수영복을 입은 여성들에 대해 경범죄 위반으로 단속을 했다. 이러던 중 1970년대가 되자 TV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기존 영화계는 관객 수가 급감하자 포르노 영화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1968년 <여체의 신비>라는 서독 포르노 영화가 수입 상영되면서, 성인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더구나 1970년대에는 VTR를 통해 포르노를 상영하는 러브호텔이 늘어나면서 포르노 제작 붐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포르노는 점차 가정까지 침투하게 된다. 이 시기, 대가족에서 핵가족 시대로 변하면서 특히 소니 등 VTR 제작 업체들이 젊은 독신자들을 상대로 VTR를 구입하면 포르노 비디오를 끼워 주는 판매 전략까지 펼치기도 했다. 포르노 붐에 힘입어 성인용 화보를 만들던 출판사들도 포르노 제작에 뛰어들면서 일본은 성인비디오 시장을 열어 갔다.
초기 포르노 영화는 나름 스토리를 갖고 있는 영화 속에 과감한 성기 노출과 성행위 장면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점차 성기 노출과 성행위 장면만을 강조하는 영화로 변해 가기 시작했다. 1980년대 중반, 포르노 영화와 포르노 비디오는 섹스만을 표현하는 매체로 변했다. 이러한 영화를 흔히들 성인비디오(AV)라고 부른다. 이후 성인비디오는 교복 입은 여성 등장, 30대 유부녀 등장, 화장실 ‘몰카’ 및 강간하는 내용 등 다양한 소재를 채택해 간다. 여기에다 애니메이션을 이용한 성인물까지 등장했다.
AV가 탄생한 것은 1981년으로 일본 내 VTR 보급률이 겨우 1%였을 때다. VTR보급률은 4년이 지난 1985년에는 40%까지 치솟는다. 그러면서 점차 AV가 하나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게 된다. 2002년에 AV 업체에서 만드는 제작 편수는 한 달에 500편에 달했다. 연간으로 치면 거의 6000편이 제작되는 실정이다.
일본에서 판매되는 AV를 보면 남녀의 성기가 모자이크 처리된다. 성교 장면이 담긴 AV라고 하더라도 모자이크 처리되어 판매된다. 단,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로 수출되는 AV에는 모자이크 없는 비디오가 허용된다. 한국에서 종종 “유모” 혹은 “노모”라는 이름으로 포르노가 유통되는데 이는 모자이크가 있다, 혹은 모자이크 처리가 안 되었다는 의미다.
04. 셀프 동영상과 포르노그래피
05. 만화와 포르노그래피
06. 표현의 자유와 포르노그래피
07. 포르노그래피와 저작권
-미국의 포르노 저작권 인정
-포르노에 대한 저작권 회피하기
08. 포르노그래피와 규제
-포르노 규제의 이유
-성범죄와 포르노의 연계
-포르노의 부정적 영향
09. 금지된 포르노그래피
-금지된 아동포르노
-아동포르노를 금지해야 하는 이유
-섹스팅 논란
-가상 아동 표현물 논란
10. 포르노의 미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곧 바로 포르노와 연계되었다는 사실을 역사는 잘 보여 주고 있다. 구글글래스와 3D를 이용한 실감형 콘텐츠와 결합된 게임 속 포르노, 섹스로봇 등 앞으로 포르노는 새로운 미디어와 연계되어 더욱 발달할 것이다. 좀 더 안전한 섹스, 좀 더 흥미로운 여가의 도구로 포르노는 진화할 것이다. 이에 따라 포르노에 대한 새로운 정의와 이에 대한 새로운 법과 제도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다.
포르노의 미래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대세인 가운데, 사물인터넷(IoT) 등 새로운 첨단 기술이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접목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포르노 역시 새로운 기술로 무장해서 더욱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적 측면에서 포르노는 언제나 새롭게 발전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이용해 왔다. 그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 기술 발달을 도모하기도 했다.
가령, 1970년대 비디오에 담긴 포르노는 VCR 확산에 이바지했다. DVD와 블루레이, 나아가 인터넷 서비스를 가장 먼저 끌어안아 발전시킨 것도 포르노였다. 온라인 신용카드 결제가 널리 보급된 것도 역시 인터넷 포르노 덕분이었다. 이 과정에서 신용카드 결제의 안전성이 포르노 덕분에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거실 밖으로 나오는 포르노
포르노를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와 같은 휴대용 기기를 이용해서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아이포르노(i-porno)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과거 1960년대 성인 전용 영화관에서 즐길 수 있던 포르노는 VCR 등의 보급으로 각 가정으로 배달되었다. 은밀하게 소비되던 포르노가 이제 스마트폰 덕분에 가정뿐만 아니라 일터, 출근길, 공원 등 어디서든지 즐길 수 있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즉, 동굴로 들어갔던 포르노가 다시 광장으로 나오는 셈이다. 2012년 6월에는 지하철 객차 안에서 한 중년 남자가 20여 분 동안 음란 동영상을 보는 장면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이 남자는 이어폰을 연결하지 않고 소리까지 켜 놓은 채 음란 동영상을 시청했다.
여론조사 회사인 닐슨에 따르면, 미국의 남성 직장인들 중 25%가 근무 중에 포르노를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근무 중 포르노를 보다가는 성희롱으로 고소당하거나 해고당할 수도 있지만, 직장에서 인터넷으로 포르노를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영국에서는 심지어 판사가 근무 시간에 포르노를 즐기다가 해고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구글글래스 등 새로운 발명품은 포르노의 일상화에 더욱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글래스가 발명되자 2013년, ‘마이캔디(MiKandi)’는 포르노 콘텐츠를 검색하거나 직접 촬영할 수 있는 기능까지 만들어 공개했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포르노를 본다는 죄의식도 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발각되지 않고 수업 시간, 근무 시간, 출퇴근 시간에도 포르노를 볼 수 있게 된다. 구글 측에서는 구글글래스가 포르노에 활용되는 것을 금지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결국은 포르노 확산 기술로 이용될 것이다. 악화가 양화를 쫓아내기 때문이다.
3D 실감형 포르노 게임
사실 구글글래스만이 포르노의 미래는 아니다. 어쩌면 더 큰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혁명은 3D를 활용하는 실감형(VR, Virtual Reality) 콘텐츠일지도 모른다. 이미 VR 시뮬레이터 헤드셋으로 3D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르노가 개발 중이다.
사용 방법은 대규모다중사용자온라인롤플레잉게임(MMPORPG, 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과 비슷하다. 사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타입의 상대방을 고를 수 있다. 즉, 피부색, 키, 가슴 크기, 엉덩이 크기, 근육, 몸무게 등을 선택할 수 있다. 또 장소도 고를 수 있어 바닷가, 산, 침대, 자동차, 호텔 등 다양한 상황에서 섹스를 하는 착각에 빠지게 할 수 있다. 직접 손으로 상대방을 애무하는 느낌뿐만 아니라 상대방으로부터 구강섹스 등을 받을 수도 있다.
게임 속 포르노는 단지 포르노를 위해서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하는 도중에 하나의 일과처럼 성행위를 할 수 있게 만들 수도 있다. 나아가 상대방으로부터 오럴섹스 등을 받을 수도 있다. 이미 미국의 ‘옴니리부트(Omni Reboot)’ 같은 회사는 이러한 기술에 상당히 접근했다. 이러한 3D 포르노게임은 ‘사람과 사람’의 성행위가 아닌 ‘사람과 가상현실’의 성행위를 일반화한다. 여성과 남성이 만나서 서로 교감을 쌓고 성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성적 욕구만을 교감 없이 충족시키는 시대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은 가정에서 사용되기보다는 성인용 놀이공원(Adult only amusement park) 등에서 먼저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한 발 더 다가온 로봇 섹스
더 나아가 로봇을 사용한다면 VR 시뮬레이터 헤드셋 없이도 인간과 거의 같은 모습의 존재와 성행위 및 유사 성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 2014년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영화 <그녀(Her)>에 소개되었듯이 사람과 거의 차이가 없는 인공지능 로봇이 소개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성인오락물엑스포(AEE)에서도 록시(Roxxxy)라는 이름의 로봇 인형이 발표되었다. 고객 취향에 따라 머리색 · 눈색 · 피부색 등을 조정할 수 있는 이 로봇은 7000~9000달러로 가격이 책정되었다. 당시에 이미 4000여 명으로부터 선주문을 받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현재의 록시는 팔과 다리가 사람처럼 자유롭지 못한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2006년에 스웨덴 스톡홀름대학교의 헨릭 크리스텐슨(Henrik Christensen) 교수는 2010년쯤이면 인간은 로봇과 섹스를 할 것이라고 예언을 하기도 했다. 또한 퓨리서치센터는 2025년이면 섹스 파트너로서 로봇이 일상화할 것이라는 예측을 전하기도 했다.
많은 과학자들은 앞으로 10년에서 15년쯤 뒤에는 인간과 같은 모습의 로봇이 나와서 사람과 성적 교감을 나눌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사람과 같은 목소리, 인공지능까지 갖추기 때문에 구태여 포르노물에 탐닉할 필요가 없다. 노스웨스턴대학의 로라 버만(Laura Berman) 교수는 “미래의 섹스는 감정적인 측면에서 교감이 감소하고 단지 섹스 그 자체에 기능적으로 몰두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구글글래스를 통한 포르노의 범람과 일상화, VR 시뮬레이터 헤드셋을 이용한 게임과 같은 포르노, 로봇을 이용한 성행위 등이 현실화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동영상을 이용한 프로노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가격 측면에서 VR 시뮬레이터 헤드셋이나 로봇을 구입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사람과 사람의 성행위를 촉진하고 돕는 도구로써 현재의 동영상은 지속적으로 사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가까운 미래, 포르노의 개념은 바뀌어야 할 것이다. 또한 새로운 관련 법규가 등장할 것이다. 18~19세기에는 ‘포르노’ 하면 문학작품 등의 활자 매체를 떠올렸지만, 20세기에는 사진과 동영상의 발달로 보는 이미지로 바뀌었다. 특히 20세기 후반부터는 ‘포르노’ 하면 성인 전용 영화관에서 사용되는 영화, 가정용 비디오 영화, 인터넷을 활용한 동영상이라는 개념이 강하다. 하지만 미래에는 가상현실을 보여 주는 3D의 실감형 콘텐츠를 바탕으로 가상의 성행위를 즐기는 일을 포르노라고 여길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영화, 동영상, 그리고 포르노그래피 (포르노그래피, 2015. 11. 1., 커뮤니케이션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