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가난이 온다

새로운 가난이 온다 뒤에 남겨진 / 우리들을 위한 / 철학 수업저자 김만권|혜다 |2021.01.
저자 : 김만권은 철학자다. 땅에 발 딛고 선 철학을 하고파서 정치철학을 한다. 그러고 보니 생각으로 현실에 세상을 짓는 게 직업이다. 한편으로 김만권은 다섯 살 아이를 둔 아빠이기도 하다. 너무 늦은 나이에 본 아이라 그럴까? 이 아이가 안심하고 살 세상을 어떻게 지을 수 있을까 이런저런 고민이 많다. 승자들이 모든 것을 가져가는 세상에서 그 모든 것을 가져가는 아이로 키워야 하나?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이렇다. 100분의 1도 안 되는 승자가 될 확률에 걸기보다는 이 아이가 평범하게 자라도, 아니 조금 모자라게 커도 걱정 없이 맘껏 사랑하고 존중받고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게 훨씬 현명한 길이라는 것. 이 아이에게 안전하고 좋은 세상이라면 세상의 모든 아이에게도 그럴 것이라는 것. 그래서 아빠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세상을 짓고 싶다. “걱정하지 말고 네가 원하는 일을 해도 괜찮아!” 이 책이 우리의 삶을 잠식하는 가난과 불안을 다루는 데에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만은 달랐으면 하는 마음 또한 깃들어 있다.
그동안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괜찮아!』, 『김만권의 정치에 반하다』, 『호모 저스티스』, 『정치가 떠난 자리』, 『참여의 희망』, 『세상을 보는 열일곱 개의 시선』, 『그림으로 이해하는 정치사상』, 『불평등의 패러독스』, 『자유주의에 관한 짧은 에세이들』을 썼다. 이에 더하여 『민주주의는 거리에 있다』, 『인민』, 『만민법』(공역)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지금은 경희대 학술연구교수이자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10〈프롤로그〉만질 수 없는 시대의 ‘평범한 우리’
16제 1장인공지능의 시대에 던지는 다섯 가지 질문
- 우리가 만들어 갈 세계
19지난 10년간 우리에게 일어난 일들
25지난 산업혁명 과정에서 배워야 할 점
31인공지능과 공존하기 위한 5가지 질문
34제 2장인공지능은 인류의 적인가
- 특이점의 도래와 변곡점에 선 인간
37수레바퀴에서 슈퍼컴퓨터까지
39무어의 법칙 그리고 다가오는 ‘특이점’
44‘인간처럼 생각하는 기계’는 결국 인간이 아니다
50인간보다 더 똑똑한 기계, 인간에게 위협일까?
54사라지는 일자리들
614차 산업혁명 시대의 역설 : 가장 풍요로운 시대에 왜 생존을 걱정해야 할까?
67인간과 기계, ‘긍정적 파트너십’ 만들기
70기계의 도움을 두려워 말라 : 도구로서의 인공지능
76인공지능 시대, 새로운 윤리가 필요하다
78 제 3장21세기, 자본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기술혁신이 만든 지구적 시장의 도래와 자본의 변신에 대하여
81서로를 위한 보호가 가능했던 시절 : ‘브레튼우즈 체제’
85신자유주의,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만들다 : 지구적 시장의 도래
94‘누가’, ‘왜’ 복지국가를 걷어차 버렸나?
103 신자유주의 시대의 윤리 : 네 삶은 네가 책임져야 한다!
111 ‘포노 사피엔스’의 등장 : 스마트폰이 인류를 바꾸다
114 자본의 본질을 바꾸다 : 플랫폼 자본의 등장
119 누구나 생산수단을 소유할 수 있는 세상?
125 제 4장소수의 부자가 모든 걸 가진다
-디지털 시대, 지구적 시장이 만들어 낸 불평등
128 점점 더 양극화되는 세상
132 디지털 디바이드 : 기술의 혜택은 평등하게 분배되지 않는다
137 기술의 발전이 만들어 낸 ‘울트라리치’들
143 부유해진 국가, 가난해진 정부
150 점점 더 막강해지는 슈퍼리치들의 영향력
153 포스트민주주의 : 새로운 봉건주의의 도래
161 부자가 아닌, 모두를 위한 경제 : 샌더스와 코빈 열풍
169 백래시, 트럼프의 등장과 우파 포퓰리즘의 지배
174 제 5장제2 기계 시대의 노동과 빈곤
-잉여가 되어 버린 삶
177 ‘액체 근대’의 도래와 뒤바뀐 운명
184 지구적 시장이 만든 창조적 파괴
188 소비사회와 실업, 잉여가 되는 삶
196 플랫폼 노동의 현실1 : 컨시어지 노동자들
202 플랫폼 노동의 현실2 : 클라우드 노동자들
206 플랫폼 밖의 모호한 노동들 : 호모 사케르가 되는 길
211 존중하지도 않는 노동이 왜 인간의 자격이 될까?
214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보이게 하라!
218 제 6장제2 기계 시대의 인간다운 삶의 조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221 한나 아렌트와 ‘제1 기계 시대’의 문제 : 노동의 지배
225 새로운 시대의 분배 기준 : ‘노동’ 밖으로 나가자
227 인간이 기계와 파트너십을 맺을 권리 : ‘디지털 시민권’
238 로봇이 일하게 하고 그 이익을 나누어 갖자 : 로봇세
241 초국적 플랫폼에게서 우리가 일한 몫을 받아내자 : 구글세
243 지속적인 소비력을 나누어 주자 : 기본소득
247 인생을 설계할 자금을 주자 : 기초자본
254 노동 ‘안’에서 지어지고 있는 새로운 대안 : ‘전국민 고용 보험’
259 노동 ‘밖’으로 나가야 노동이 산다
262 [에필로그]위기에 뒤로 남겨지는 사람들이 없도록 하라
-능력주의의 함정
출판사 서평
이전에도 세상을 급격히 변화시키는 산업혁명이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과는 여러모로 달랐다. 노동자에게까지 혜택이 돌아갔던 과거와 달리 지금의 기술 발전은 초국적 기업의 배만 불리고 있다. 동시에 노동의 경계는 점점 더 모호해지며 노동자들은 ‘0시간 고용’, ‘클라우드 노동’, ‘컨시어지 노동’, ‘플랫폼 노동’ 등 충분한 삶의 질을 보장해 주지 못하는 고용 형태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제2 기계 시대라고도 불리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런 경제적 어려움은 사회적 안전망이 사라지며 찾아온 것이기에 더욱 치명적이다. 디지털의 얼굴을 한 시대의 노동과 가난은 이제껏 겪어 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과연’ 있을까?
이런 현실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
현재 기술의 발전이 어디까지 와 있는가
마지막으로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대안
기계와 긍정적 파트너십을 맺고, 소수에게 부가 집중되는 것을 막으며, 평범한 다수가 보호 속에 살아갈 수 있는 세상. 책 속에서 저자는 이런 세상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서로에게 손을 내밀어 준다면, 인간은 그 어떠한 위기 속에서도 존엄을 지켜 낼 수 있을 거라고, 마치 세상에 종말이 온 것 같지만 모든 종말은 필연적으로 새로운 시작을 품고 있는 거라고….
“위기에 뒤로 남겨지는 사람들이 없도록 하라!”
모두가 불안하다
한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중산층 10명 중 8명은 자기가 빈곤층이라 여기고 있다고 한다. 31평 아파트와 중형급 자가용을 가지고 있으며, 하루 2.1잔의 커피와 6,200원짜리 점심을 먹고, 하루 평균 8.2시간 일하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65.4%가 속하는 중산층은 이제 더 이상 자신의 삶을 안정적이라 느끼지 못한다는 뜻이다. ‘언제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이들에게 삶은 외줄타기와도 같다.
위기 속에 위기가 찾아왔다. 인공지능, 디지털 기술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팬데믹이라는 새로운 위기가 전 세계를 덮친 것이다.
책속으로
이렇게 변해 버린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만 하는 걸까요? 과거 여러 차례 대변혁의 시대를 겪었던 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기계를 부수고, 변화를 거부하고, 기계한테 지배받을까 봐 두려움에 떨어야 할까요? 하지만 인류의 지난 경험은 그런 불안과 거부가 지나친 것일 수도 있다, 이렇게 알려 주고 있어요. 사람들이 일자리를 뺏길까 불안에 떨며 거부했던 새로운 기술들이 오히려 더 많은 일자리와 풍요로움을 가져왔거든요. 그런 경험을 가진 우리가, 낡은 기계의 옆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새로운 기계 시대를 거부한다는 건 너무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요? 오히려 새로운 기술과 파트너십을 만들고 함께 공존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게 더 현명한 태도가 아닐까요?--- 「지난 10년간 우리에게 일어난 일들」 중에서
“기술의 발전이 인간 역사상 가장 많은 부를 만들어 내고 있는 시대에, 왜 우리는 일자리라는 생존 수단을 고민해야만 할까?” 다시 말해 “인류가 탄생한 이래 가장 파이가 커진 시대에, 나눌 것이 가장 많은 시대에, 왜 우리는 내 몫의 파이를 어떻게 지켜 내야 할지 걱정하는 것일까?” 제 생각엔 우리가 고민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생산력 증대가 필요했던 결핍의 시대의 분배 방식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역설」 중에서
그런데 이 플랫폼 자본주의라는 게 참 신기해요. 전통적으로 자본이란 말은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다.’는 뜻을 지니고 있어요. 반면 노동은 ‘생산수단 대신 노동력을 소유하고 있다.’는 뜻이죠. 이 정의에 따르면 자본가와 노동자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생산수단의 유무예요. 노동자는 노동력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때로는 자본가의 억압과 착취를 견뎌야 하고, 자본가는 생산수단을 갖고 있기에 노동자에게 부당한 권력을 행사할 수도 있었어요. 굿윈에 따르면,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는 자본’이라는 이 전통적인 생각이 플랫폼 자본주의의 등장으로 인해 무의미해지고 있다는 거죠.--- 「누구나 생산수단을 소유할 수 있는 세상?」 중에서
바텔스는 시민들의 소득수준을 상, 중, 하로 나눈 다음, 각 집단의 정책 요구에 대해 미국 상원의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봤어요. 통계에 따르면 상원 의원들은 소득분포의 하위 3분의 1에 해당하는 유권자들의 의견을 사실상 완전히 무시했어요. 정책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말이죠. 여러분도 알다시피 ‘최저임금’은 소득이 낮은 사람들을 위한 대표적인 정책이잖아요. 그런데 이 정책이 만들어지는 동안 저소득층의 의견에 대한 상원 의원들의 반응성은 마이너스였어요. 이 말은, 저소득층의 요구를 전혀 수용하지 않고 오히려 그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뜻이에요.--- 「소비사회와 실업, 잉여가 되는 삶」 중에서
쇼핑할 때 가난한 이들이 쇼핑센터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다면 어떨까요? 물건을 살 돈으로 저 가난한 자들을 도와줘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부담을 느끼며 소비 욕구가 사라지겠죠.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들을 보이는 곳에서 제거하는 거예요. 우리의 시야에서 이들을 사라지게 하는 데 가장 효율적이며 정당한 방법이 바로 ‘노동 윤리’예요. 제2 기계 시대, 소비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가 노동을 존중하지 않으면서도 노동 윤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바우만은 말하고 있는 거죠.
--- 「존중하지도 않는 노동이 왜 인간의 자격이 될까?」 중에서
이런 발상 아래 제2 기계 시대에 상응하는 권리로, 인간과 기계가 파트너십을 맺을 권리, 디지털 세계에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권리가 시민권으로 확립되어야 한다는 제안을 했어요. 이 디지털 시민권은 새로운 세계가 어떻게 지어졌는지를 이해하고, 그 세계에 접근할 가능성을 열어 준다는 점에서 21세기의 ‘권리들을 가질 권리’가 되리라 확신해요. 거기에 더하여 제2 기계 시대가 만드는 불평등을 교정하고, 시대에 상응하는 분배 재원이 될 로봇세와 구글세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을 했어요. 우리가 일자리를 양보한 대가로 받은 로봇세는 ‘모두를 위한 소비력’을 제공하는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우리가 집단적으로 정보를 만들고 창조하는 부불노동의 대가로 받는 구글세는 ‘모두를 위한 상속’을 위해 기초자본의 재원으로 쓰자는 제안도 했어요.--- 「‘노동’ 밖으로 나가야 노동이 산다」
모두가 알다시피 위기의 시대엔 배제되는 자들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어요. 비상구를 찾아 나가는 길에 어떤 이유로든 뒤에 남겨진 자들은 더 이상 동료 시민들에 대해 믿음을 가질 수 없게 되죠. 우리가 이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불신으로 분열된 사람들 사이에, 동료 시민으로서 갖는 사회적 신뢰가 새롭게 재구성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결국 보호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야말로 경계의 불확실성을 마주하며 대다수가 불안에 떠는 시기에 가장 필요한 일 아닐까요? --- 「에필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