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구상을 위한 참고 글
지난해는 거대한 전환의 서막으로 기억될 법하다. 코로나19가 세계를 휩쓸면서 인류는 삶의 양식을 등 떠밀려 급격히 바꿔야 했다. 이 사태가 일시적인 현상이라면 비대면 회의와 비대면 강의의 증가, 배달 시스템의 고성장과 그에 따른 서비스업 구조 변화, 게임을 비롯한 실내 여가 산업의 고도성장, 공공의료 서비스 중요도의 부각 등도 일시적 수요 폭발이었다고 치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 유럽의 팬데믹이 중세를 닫고 근세의 문을 열었던 것처럼, 지난해는 훗날 새로운 시대로의 진입을 알리는 신호로 기억될 것이다.
코로나19가 크게는 장기간 이어진 인류의 환경 파괴와 그로 인한 기후 변화의 단면이었듯, 이미 거대한 변화는 진행 중이다. 기후위기가 하나의 축이라면, 다른 한 축에는 첨단 산업의 질주가 있다. 두 변화에 따른 여파를 어떻게 조화하느냐가 앞으로 인류에게 큰 숙제가 될 것이다
모이진 못해도…목소리를 내는 또다른 방법
기후위기비상행동 회원들이 9월 12일 서울 중구 서울로 7017 만리동광장에서 ‘우리는 살고 싶다‘ 기후위기를 넘는 행진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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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서부 만리동광장에는 ‘윤슬’이라는 공공미술 작품이 있다. 작품은 폭 25m, 깊이 4m의 광학렌즈 모양을 하고 있다. 움푹 들어간 공간은 2800개의 계단으로 연결돼 있어 노천극장 같다. 9월 12일 오후 5시. 1000켤레의 신발이 윤슬의 계단마다 놓였다. 운동화, 단화, 뾰족구두, 슬리퍼 등 종류와 크기도 가지각색이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진행한 ‘우리는 살고 싶다- 기후위기를 넘는 행진 퍼포먼스’다. 기후행동 관계자, 연대 발언자 등 일부 인원만 현장에 있었다. 이 비대면 집회는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참가자들은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를 촉구했다.
모이지는 못해도
지난해 9월에도 똑같은 메시지를 전하는 집회가 있었다. 서울 대학로에 5000여명이 모였다. 참가자들은 대학로에서 종각까지 한 시간가량 행진했다. 종로거리 한복판에 드러눕기도 했다. 기후위기가 모든 인류와 생명을 위협한다는 것을 경고하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였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모일 수 없었다. 시민들이 기증한 신발이 대신 행진했다.
“직접 모일 수도 없는 위기의 시대지만요, 저희는 저희의 방식대로 이렇게 모였습니다.” 사회자가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코로나19는 한 공간에 여러명이 모여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전통적인 집회의 방식을 바꿔놓았다. 시민들은 저마다의 상상력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천호 대기과학자의 연대발언은 왜 이렇게라도 모여야 했는지를 말해준다. “2018년 정부 간 기후변화 협의체 IPCC 총회에서 기후과학자들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이 1도와 2도 사이에서도 돌발적인 기후위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미 지구 평균기온은 1도 상승한 상황입니다. (…) 우리는 기후위기를 처음 인식한 세대이자 그 위기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세대입니다. 과학적 인식을 토대로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합니다.”
환경단체 ‘멸종저항’이 5월 18일 영국 런던 트래펄가광장에서 어린이 신발 2000켤레를 놓아두고 정부의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했다. 멸종저항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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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트래펄가광장에도 어린이 신발 약 2000켤레가 일정한 간격으로 놓였다. 환경단체 ‘멸종저항’이 정부가 탄소집약적 산업을 구제하려는 데 항의하며 기후위기에 대응할 적극적 조치를 촉구하는 방식이었다. 2015년 11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개막을 하루 앞두고 프랑스 파리 레퓌블리크광장에 수천 켤레의 신발이 놓인 적이 있다. 파리 테러 사건으로 시위 금지령이 내려지자 이에 맞서 의미 있는 협약 타결을 촉구한 것이다. 5년 전의 신발시위는 올해 전 세계를 뒤덮은 불청객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재현됐다.
이지언 기후행동 집행위원장은 “신발은 우리가 못 모여서 대신 참가하는 의미도 있다. 신발만 덩그러니 있다는 건 기후위기로 인해 생물 멸종이 가속화된다는 걸 보여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신발을 얼마나 보내왔을까.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3000켤레가 넘게 도착했습니다. 직접 저희가 마련한 수거함에 넣어주기도 하고 전국에서 택배가 왔습니다. 윤슬 광장에 1000켤레밖에 들어가지 않아 아쉬웠어요.” 신발은 필요한 곳에 기증된다. 시민들은 신발과 함께 한마디씩 써보냈다. 한 시민은 이렇게 남겼다. “체념과 무기력을 뚫고 함께할 수 있는 행진이 있어 고맙습니다. 함께합니다.”
네덜란드의 의료·돌봄 종사자들이 9월 5일 헤이그의 한 공원에서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신발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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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시위는 환경운동만의 영역이 아니다. 9월 5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한 공원 잔디는 간호사 등 의료·돌봄 종사자들의 신발로 가득 찼다. 의료 종사자들이 노동조건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신발로 대신 시위를 벌인 것이다. 참가자들은 처우 개선에 미온적인 정치권을 두고 “정치는 우리와 게임을 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박수를 받는 것도 좋지만 존경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노르웨이·독일 등에서 난민 수용을 촉구하며 열린 집회에선 신발이 난민을 대표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forFuture)’ 해시태그는 이어지고 있다.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위기를 위한 즉각적 대응을 촉구하기 위해 2018년 8월 시작한 금요 결석시위는 이제 ‘미래를 위한 금요일’ 운동으로 전 세계에 번졌다. 툰베리는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손팻말을 들고 찍은 사진에 해시태그를 달며 온라인 시위를 독려해왔다(최근 스웨덴 의회 앞에서 1인시위를 재개했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에 동참하는 한국의 청소년들도 온라인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최근 삼성물산의 베트남 석탄발전소 건립 사업 참여 철회를 촉구하는 온라인 행동을 벌였다. 오는 9월 25일에는 전 세계 청소년들이 ‘세계 기후정의를 위한 행동의 날’ 시위를 벌인다. 한국의 청소년들도 온라인 결석시위를 기획하고 있다.
청소년기후행동이 삼성물산의 베트남 석탄발전소 건립 참여 철회를 촉구하며 진행한 온라인 행동. 청소년기후행동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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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은 있다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집회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 5월 16일 ‘5·18 광주항쟁 40주년 기념사업 시민추진위원회’는 서울 여의도를 출발해 전두환씨 자택이 있는 서대문구 연희동으로 향했다. 차량 70여대가 무릎을 꿇은 전씨 모습의 조형물을 실은 트럭을 필두로 줄지어 이동했다. 전씨 자택 인근에선 경적을 울렸다. 매년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던 세월호 참사 추모행사도 올해는 차량행진이 대신했다. 참가자들은 차량 앞뒤에 노란 깃발을 꽂고 경기 안산에서 광화문까지 행진했다. 동물자유연대, 동물행동권 카라 등 동물권 단체들은 초복이었던 7월 16일 서울 시내를 차로 돌며 ‘개식용 금지’를 촉구했다.
“동영상 오픈 시점 발송된 링크를 마구 퍼나른다. 집회에 입장 후 사회자의 구호에 맞춰 제멋대로 댓글 구호를 격정적으로 단다. 집회 종료 후 영상을 여기저기 퍼나른다.”
9월 9일 열린 SK하이닉스 LNG 발전소 건립 반대 집회의 수칙이다. 이 집회 장소 역시 ‘온라인’이었다. 대책위는 대기오염 등을 이유로 SK하이닉스 LNG 발전소 건설을 반대해왔다. 사회를 본 박종순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은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이 연장돼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부 방침을 따라야 하고 집회도 필요했다. 그래서 새로운 방법을 찾은 것”이라고 했다. 박 팀장은 “일반 집회는 경직되고 무거운 면이 있는데 온라인 집회는 그런 분위기로 가면 시청자들이 재미없어 나간다. 1시간 동안 집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나가지 않도록 하는 게 최대 목표였다”고 했다.
충북의 시민사회단체들이 9월 9일 SK하이닉스 LNG 발전소 건립을 반대하는 온라인 집회를 열고 있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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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100여명이 온라인 집회에 동참했다. 2명의 사회자는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참가자들의 댓글을 읽고 소통했다. 사회자가 “청주시는 숨지 말고 시민의 목소리를 들어라”라고 구호를 외치면, 참가자들은 “들어라! 들어라!” 댓글을 달았다. ‘열혈 댓글자’에게는 선물이 돌아갔다. 집회 중간중간 환호 소리 효과음이 들렸다. 청주시청 앞에 나가 있는 리포터가 1인시위를 하는 시민과 실시간 인터뷰도 했다. 대책위는 9월 25일 2차 온라인 집회를 예고했다. “수고 많으셨어요. 온라인 집회가 정말 재미지네요.”, “다음엔 200명~”과 같은 댓글이 달렸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2020.09.19
코로나둥이의 '서른즈음에'
디지털, 따뜻하게]
미래보고서가 제시한 암울한 앞날
정보기술 혜택, 소수에 집중 우려
삶의질·학습 격차, 인간관계 벌어져
"이대로 가다간 소수 특권층 중심의 문명사회가 된다. 과학 기술의 혜택이 특정 집단에 집중되면 기술 발전이 인류의 삶의 질에 기여하지 못한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경고한 내용입니다. 이 연구원은 2018년에 설립한 국회 출연 기관인데요. 전문가 150여명이 참여한 프로젝트 '2050년 대한민국 미래예측과 국회가 주목한 11대 국가 개혁과제'란 보고서를 통해 미래 사회를 전망했습니다.
연구원이 2050년을 주목한 이유는 30년이 한 세대 정도라는 점에서 장기적 미래를 예측하기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필수로 쓰게될 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미래의 한치 앞을 내다보는 것이 부질없는 일 같기도 하지만요. 우리가 어떤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할지 토론하고 합의하는 과정은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 과정 속에서 조금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실현해 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럽연합(EU) 또한 2015년부터 '유럽의 미래를 위한 대화'에 시민 26만명이 참여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미래의 모습을 '디지털 정보격차'의 관점에서 보는 것은 어떨까요. 기술의 발전은 사회의 광범위한 변화를 주도하고 촉진하므로 이에 따른 격차 문제 또한 중요하게 살펴봐야 건강한 변화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보고서가 경고하듯 기술 발전의 혜택이 소수에만 집중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미래는 어떤 모습이며,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을까요.
보고서에선 2050년에 원격 근무가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원격 혹은 재택근무가 활성화하고 있는 오늘날 현실이 미래에는 자연스럽게 보편화할 것이란 예상입니다.
연구원은 502명의 시민과 함께 심층 논의한 결과를 토대로 '국민이 바라는 미래'(선호미래) 주제의 별도 보고서에서도 이 같은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대부분 직장인들은 집이나 카페, 공원 등 어디서나 인터넷으로 연결해 일하고, 기업의 사무실은 여러 곳에 분산되어 집과 가까운 곳에서 업무를 볼 수 있다. 대기업들은 오래전부터 분산 사무실을 도입했는데 직장인들은 자신의 집과 가까운 곳에서 일한다"는 겁니다.
얼핏 보면 근사한 모습이지만, 이를 누리지 못하고 소외되는 사람은 없을지 지금부터 잘 살펴봐야겠죠. 재택근무가 가능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 삶의 질에도 차이가 생기고 있습니다.
삶의 질의 격차뿐만 아닙니다.
코로나19 탓에 비대면 방식의 온라인 교육 환경이 도입되면서 학습 격차가 벌어질 것이란 지적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공교육은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질적 수준이 과거보다 떨어지는데, 학원·과외 등 사교육은 여전한 모습인 까닭에 저소득층은 이미 피해를 보고 있죠.
세밀하게 보면 학생들이 온라인 교육에 참여할 때 이용하는 디지털 기기, 인터넷 환경의 차이도 격차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학습을 지도할 가정의 형편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조부모 가정, 맞벌이 부부와 같은 환경에선 조력이 어려울 수밖에요. 얼마 전엔 초등학생 2명이 부모 없이 집에 머물며 라면을 끓이다 화재 사고를 겪은 안타까운 사례도 발생했습니다. 취약계층의 온라인 학습 환경을 관리할 시스템 부재 탓이라는 지적이 쏟아지는 상황입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 덕에 온라인 활동으로 대체 가능한 것이 많아져 편의성도 높아지고 있지만, 모두가 이를 누리지 못하고 피해까지 발생하는 사각지대가 있다면 빠르게 보완해야 하지 않을까요.
[자료=국회미래연구원]
2050년이 됐을 때 교육 현장과 일터에만 격차가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인·가족 관계도 기술과 발달에 따른 혜택과 격차가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연구원은 "2050년쯤 되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술의 발전에 따라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옆에 있는 것처럼 느껴 함께 살지 않는 '정신적 가족'(spiritual partnership)도 많다"고 전망하는데요.
심지어는 세상을 떠난 가족과 만남도 가능하다는 예상입니다. 살아있을 때 남겨놓은 고인의 데이터를 모아 가상현실에서 살아있는 것처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이같은 기술 이용이 원활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삶의 질도 많은 격차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를 들어 훌륭한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를 이용한 경우 고품질의 '연결된 느낌'을 만끽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저화질의 영상으로 세상을 떠난 고인을 추모할 수밖에 없겠죠.
지금부터라도 소외 문제를 해소하고 디지털 정보 격차를 줄일 대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기술 발달은 사람 중심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보고서 역시 인공지능(AI)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 조명하며 이같은 대목을 지적합니다.
보고서는 "2050년은 '인간 중심의 자동화'라는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인간 능력의 향상을 위한 기술 개발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춘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우리는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며 상상만 했던 미래를 미리 겪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재택 근무가 세계적으로 확산됐죠. 기술의 발전 덕에 가능한 일입니다. 나아가 이런 기술 발전에 따른 문제도 극복해야 할 것입니다.
매년 출생아 수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태어난 사람은 30만2676명인데요. 이를 근거로 올해 태어날 아이가 30만명 전후라고 봅시다. 코로나19가 휩쓴 2020년에 태어난 '코로나둥이' 30만명이 30살 즈음 됐을 때, 그러니까 2050년의 세상은 지금보다는 나아져야 하지 않을까요./김동훈 기자 99re@bizwatch.co.kr 2020.09.18.
장밋빛 ‘스마트시티’ 이면엔…‘정보인권 침해’ 큰손의 그림자
ㆍ코로나 바이러스 국면 스마트시티와 데이터 통제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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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사회 논리가 강화될수록 스마트시티 계획 탄력
시민 건강과 안전을 내세워 개인의 일거수일투족 기록
캐나다 밴쿠버선 시민사회 반발…사업 주도 구글 ‘철수’
중앙집권적 정보권력 강화에 따른 데이터 오남용 우려
오늘날 지구촌 인구 절반 이상이 대도시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아마도 직업 선택이나 성공 기회는 물론이고 소비·교육·문화·의료·교통 등 최적의 서비스 접근과 이로 인한 생활 편리 때문이리라. 하지만 이미 도시 속 풍광은 꽤 탁해졌다. 온실가스 증가, 미세먼지 악화, 식수 오염 및 부족, 교통 체증, 천정부지의 부동산과 재개발 욕망, 물가 대란, 불평등 심화, 노숙인 증가와 슬럼화, 잦은 사고 및 재난, 테러 위협, 집단 감염병 등 산적한 ‘도시 문제’가 도사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은 대도시에서의 삶을 희구한다. 앞으로도 이런 도시 속 삶을 원하는 세계 인구가 2050년에 75%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라 한다.
세계 주요국들은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적 상황에 맞춰 정책 실험을 벌여왔다. 도시의 환경 친화력을 이끌어내려는 생태 ‘정원도시’, 도시 유휴 자원의 효율성과 시민 공동생산 능력을 극대화하려는 ‘공유도시’나 ‘팹랩(제작) 도시’, 지역 도시들의 창의적 문화 가치와 콘텐츠 발굴을 꾀하는 ‘문화도시’ 등 셀 수 없이 많다. 또 하나의 접근법으로 우리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첨단기술의 효율성을 최대로 이끌어내기 위해 시작된 이른바 ‘스마트시티’ 도시계획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가나 지역에 따라 스마트시티 계획의 목적이나 사정은 꽤 다르다. 도시계획 주체로 보자면, 우리처럼 주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거나, 특정 ‘빅테크’ 기업이 선도하거나, 민관 컨소시엄으로 움직이거나, 아니면 아예 시민참여형 도시설계 모델이 존재한다.
우리의 경우 ‘스마트시티’ 개념이 나오기 전에는, 주로 건설업과 정보통신산업을 결합해 신도시의 택지개발과 부흥을 돕는 ‘유비쿼터스 도시’ 계획이 성행했다. 국제 민간자본 조달로 마련된 송도 신도시가 그 대표적 사례이리라. 국제적으로, 스마트시티 개념은 2009년 발행된 아이비엠(IBM)의 보고서 <더 스마트한 도시를 위한 비전>에서 공식적으로 언급된다. 이는 기술적으로 보면 빅데이터 분석학과 인공지능(AI) 자동통제 능력 등 첨단기술 결합형 도시재생 개념으로 등장하고 있다.
한국형 국가 시범도시로서 세종시 구상은 이와 같은 스마트시티 모델에 충실하다. 허허벌판의 광대한 부지에 첨단의 4차 산업혁명 기술들로 가동되는 인공도시가 국가 도시 기획에 의해 만들어지는 형식이다. 이제 곧 세종 시범도시가 개장되면, 미래 자율주행 자동차들이 운행되고, 범죄와 교통 흐름이 데이터 알고리즘 분석에 의해 통제되고, “도시 전체가 하나의 병원처럼” 원격의료와 최첨단 헬스케어가 이뤄지는 등 ‘청정의 첨단도시’가 완성될 것이다.
■스마트시티의 딜레마적 위상
문제는 미래 첨단도시 설계와 운영을 위해 계속 이뤄지는 시민 데이터 인권 침해의 딜레마 상황이다. 테크놀로지를 매개해 필요한 도시 통제력을 확보하려 할수록, 시민들의 거의 모든 삶활동 데이터가 끊임없이 시당국에 의해 집적되고 통제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애초부터 스마트시티는 4차 산업혁명의 요소 기술로 꼽히는 데이터 알고리즘 기술, 사물인터넷, 모빌리티 기반 네트워크 등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도시 공간 내에서 이들 첨단기술이 최적으로 운영되려면 마치 도시의 핏줄과 같은 광대한 시민 개인 데이터 수집, 활용과 분석이 필수적이다. 시민 일상의 데이터 권리에 대한 일부 포기나 양도 없이는 사실상 스마트시티는 작동하지 않는다.
스마트시티는 기본적으로 시민들의 이동, 생체, 위치, 건강, 접촉, 커뮤니케이션 활동 등 무수한 디지털 정보의 실시간 수집과 분석·계측에 근거한 중앙 통제형 도시관리 시스템이다. 하지만 스마트시티는 거대한 데이터 흐름과 씨·날줄로 얽힌 팽팽한 전자 네트워크를 장점으로 삼으면서도, 바로 그로 인해 발생할 동일 위험을 감지 못하는 ‘정상사고(normal accident)’ 상태에 늘 놓여 있다. 조직사회학자 찰스 페로식으로 보자면 스마트시티는 점점 더 개별 시민 데이터를 통합 플랫폼으로 연결·관리하면서 통제의 효율성을 강조하지만, 데이터 해킹과 유출 등 정보재난 상황이나 정보인권 침해가 일상화할 수 있는 여지 또한 안고 있다.
■밴쿠버시의 교훈
스마트시티 계획이 내재하고 있는 시민들의 데이터 권리 침해 문제가 실제 최근 사업 취소로까지 이어진 극적 사례가 있다. 구체적 내용은 이렇다. 구글은 지난달 2015년부터 캐나다 밴쿠버에서 이끌었던 스마트시티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철수 결정을 내렸다. 공식석상에서 구글은 철수 이유에 대해 코로나19 국면 속 미래 경제 상황이 불투명해서라고 언급하지만, 속사정은 따로 있다. 스마트시티 추진 중 개인 데이터 수집·활용과 관련해 지역 시민단체들의 불신을 계속 초래했고, 이로 인해 도시 거주자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한 까닭이다.
겉으로만 보면 구글과 같은 빅테크의 글로벌 기술력과 거대 민간투자를 통해 밴쿠버를 첨단 도시재생 사례로 만드는 일은 누가 보더라도 매력적인 구상이었다. 그래서인지 처음부터 시당국은 물론이고 주정부와 총리까지도 열광했다. 도심 해변가 부지에 첨단 미래형 기술을 갖춘 아파트와 콘도·공원·학교·사무실 등이 축조되고, 자율주행 자동차가 운행되고, 드론을 이용한 배달과 배송이 이뤄지고, 언제 어디서든 연결이 가능한 유비쿼터스 인프라 기반이 마련되고, 환경 친화적 생태 기술이 도입되는 등 스마트시티 청사진은 화려했다. 물론 이 스마트시티의 주된 상상력 출처는 밴쿠버 지역민이 아닌 미 구글 회장 에릭 슈밋의 머릿속에 있었다.
구글의 도시재생 업무를 담당하기 위해 만들어진 계열사 ‘사이드워크 랩(Sidewalk Labs)’이 주축이 돼 진행된 이 야심찬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는 시 공무원들의 환영에도 불구하고 정작 밴쿠버 거주 시민들로 하여금 외면하게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구글의 스마트 구상에서 기술 인프라에 각종 감시 기술을 깊게 내장하거나, 위치정보 등 시민 동의 없는 개인 데이터 사적 활용을 용인하거나, 이른바 비식별 조치를 취한 ‘가명정보’ 처리에 비해 제3자에게 데이터 양도를 쉽게 하도록 하거나, 해킹과 비인가 접속에 대한 관리 감독이나 제한이 취약한 문제 등이 속속 드러났다. 이로 인해 ‘스마트시티 전략자문 패널’에 참여했던 시민사회 구성원들이 차례로 사임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설상가상으로 스마트시티 사업 프라이버시 자문관마저 비슷한 연유로 사퇴하고, 시당국은 구글과의 데이터 활용에 대한 불투명한 합의 과정으로 인해 감사 지적까지 받게 된다. 결국 밴쿠버 스마트시티 기획은 그렇게 좌초됐다.
밴쿠버 스마트시티 기획은 추진 주체나 내용으로 보면 우리와 꽤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시민 데이터의 알고리즘 분석 기술로 도시를 기술공학적으로 통제하려 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도 크다. 우리 사회는 올 들어 ‘데이터 3법’ 통과로 ‘데이터청’ 설립 등 시민 데이터 시장 활용론이 압도하는 형세다. 자연스레 스마트시티의 도시설계 논의에서 데이터 프라이버시 권리 보장 논의는 실종된 지 오래다.
밴쿠버 사례와 달리 우리의 경우는 중앙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스마트시티 계획을 전국 단위로 확장해 도시재생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정부 주도의 집중화된 도시계획의 장점이라 한다면, 총괄적이고 효율적 비용 지출이 가능하고 부처 간 이견 조율이 쉽고 국내 업체를 키우거나 기술 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다. 반면 문제는 국가 데이터 통제나 감시 능력이 커지는 위험이 도사린다. 관련 부처·기관들의 통합 기술 인프라와 플랫폼 시스템 구축으로 정보권력이 강화되면서 데이터 오남용 문제가 쉽게 시스템 외부로 드러나지 않을 공산 또한 크다.
우리식 중앙정부 주도 스마트시티 기획에는, ‘보다 안전한’ 스마트도시 슬로건과 맞물려 도시 공간의 공적 질서 유지를 위한 이른바 ‘통합 안전망 서비스’가 핵심에 있다. 여기엔 시민들의 범죄 모니터링, 재난 진단, 교통 흐름, 사회적 약자의 안전 등을 실시간으로 통합해 관리하는 플랫폼 구축이 필수다.
이를테면 국토교통부가 주축이 돼 통신업체, 법무부, 경찰청, 민간보안업체 등 부처와 기관을 잇는 이른바 ‘스마트시티 통합 플랫폼 안전망’이 마련되고 있다. 잠재적 ‘비정상성’의 위협으로부터의 도시 안전과 자원의 효율적 배치라는 목적을 위해, 우리의 스마트시티는 과거 별도로 분리돼 관리되던 시민 데이터들을 끊임없이 한데 모으고 상호연동해 통합하면서 거대한 데이터베이스의 통제권력을 낳을 여지가 크다.
■코로나19 국면 스마트시티의 문제
실상 코로나19 바이러스 국면이 되면서 스마트시티의 이와 같은 통합형 시민 데이터 관리 시스템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난 3월부터 방역당국이 확진(의심)자 동선 추적과 시간대별 체류 지점 등을 파악하기 위해 효과적으로 사용한 ‘코로나19 역학조사 지원 시스템’은 바로 이 스마트시티 기술 플랫폼을 방역 현장에 가져온 것이다. 즉 스마트시티의 기반 허브 시스템이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절차를 자동화하고 대규모 도시민의 위치와 활동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방역 시스템의 근간이 된 셈이다.
문제는 스마트시티 통합 플랫폼이나 이를 응용한 방역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데이터권력에 있다. 가령 방역 시스템은 스마트폰 자가격리 추적 앱, 방문기록을 담는 큐알코드, 발열체크와 안면인식 기술과 신원조회, 자가격리 위반자에게 부착된 안심밴드,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 데이터 수집과 기록 장치들이 촘촘해지면서 시민 정보인권을 더욱 위협할 수 있는 능력치를 얻고 있다. 또한 방역을 위해 질병관리본부를 주축으로 국토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경찰청과 여신금융협회, 3개 통신사, 22개 신용카드사가 실시간으로 감염(의심)자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마련된 통합 데이터 운영 시스템은 새로운 일상이 도래하더라도 사회적으로 무차별적 데이터 수집과 기관·부처 간 필요 이상의 데이터 결합을 상시화할 수 있다고 본다.
혹자는 이와 같은 신생 디지털권력 행위를 ‘인본주의적 감시’(carceral humanism)로 이해하거나, 일상화된 방역감시 체제이자 새로운 ‘뉴노멀’로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긍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스마트시티 구상이나 이를 빌린 방역 시스템은 오히려 “완벽하게 통제되는 유토피아 도시” 구상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가 18세기 이후 유럽의 도시계획을 바라보며 점차 규율화된 개인을 만들어내는 ‘감옥도시’(carceral city)의 모습을 발견했던 것처럼, 오히려 오늘날 스마트시티는 좀 더 새롭게 시민의 데이터를 관리하며 도시권력을 확장하는 지능형 통제도시를 축조하는 듯하다.
감염병 시대에 비대면 사회 논리가 강화될수록, 데이터 알고리즘 분석으로 유지되는 자동화된 스마트시티 도시계획이 지금보다 더 탄력을 받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명분으로 시민들의 거의 모든 활동을 기록하고 분석하는 디지털 통제 현실을 강제하는 것은 정보인권적 측면에서 우려스럽다. 특히 특정 IT기업들의 데이터와 플랫폼 기술 시스템이 점점 도시 기반 인프라로 전문화돼 자리할수록, 시민 개입의 여지가 줄어들고 정보인권의 위상은 더욱 위태로워진다.
마이크로 단위 도시 문제 해결형 기술 프로젝트인 ‘리빙랩’ 수준을 넘어서, 시민들 스스로 좀 더 도시 전반의 기술디자인 얼개를 파악해볼 수 있고 데이터 권리를 적극적으로 논할 수 있는 개입의 장을 제도적으로 충분히 열어놓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껏 거의 방치된 시민들의 정보인권에 좀 더 민감한 스마트시티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이광석은 테크놀로지, 사회, 문화가 서로 교차하는 접점에 비판적 관심을 갖고 연구와 집필 활동을 해오고 있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대학원 디지털문화정책 전공 교수로 일한다. 문화이론 전문지 ‘문화/과학’ 공동 편집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테크노문화, 인류세, 포스트휴먼, 플랫폼과 커먼즈, 비판적 제작문화에 걸쳐 있다. 대표 저서로 <데이터 사회 비판> <데이터 사회 미학> <뉴아트행동주의> <사이방가르드> <디지털 야만> 등이 있다.
나무 1억 그루를 심는 도시
프랑스 작가 장 지오노의 소설 중에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아주 간략하게 축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913년 나는 프랑스의 어느 산악지대를 여행하게 되었다. 그곳은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황무지로 마을의 옛 흔적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나는 물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헤매던 끝에 어떤 사람을 만났다. 30마리의 양을 치는 사람이었다.
그의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식사 후 양치기는 작은 자루에 든 도토리를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피며 상한 것과 온전한 것을 가렸다. 다음날 그는 양떼는 개에게 맡기고 저편 황무지로 가서 쇠 지팡이로 구멍을 뚫고 거기에 물에 불린 도토리를 하나씩 넣고 흙을 메웠다. 그런 식으로 지난 3년 동안 그는 10만 개의 도토리를 심었다. 그 중에서 2만 개가 싹을 틔웠는데, 그중 절반은 다시 산짐승이나 가뭄 등으로 없어져 버릴 것이라고 했다. 그런다 해도 전에는 나무라고는 없던 곳에 1만 그루의 참나무가 자랄 것이다. 그의 이름은 엘제아르 부피에, 쉰다섯 살이라고 했다. 하나뿐인 아들과 아내를 잃은 다음 산 속으로 들어와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 도토리를 심는 일을 시작했다. 다음해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나는 5년간 전쟁터에 나가 있었다. 전쟁이 끝난 다음 나는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어 예전에 찾아갔던 고지대로 향했다. 황무지는 이미 숲이 되어 있었다. 그가 처음 도토리를 심어 가꾼 참나무는 10년 동안 내 키보다 컸다. 숲은 세 구역으로 제일 넓은 곳은 폭이 무려 11㎞나 되었다. 그 이후로 나는 매년 그곳을 찾아갔다. 산림관청의 관리들은 숲이 저절로 생겨났다고 신기해하며, 그 숲을 일군 부피에에게 ‘저절로 자라난 자연의 숲’에 산불을 내지 않도록 조심할 것을 경고하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1945년에 나는 다시 놀라운 광경을 보았다. 예전에 아무도 못 살고 떠났던 그곳에 사람들이 들어와 살고 있었다. 오직 한 사람의 정성만으로 오래도록 버려진 황무지가 다시 평화와 풍요의 땅으로 바뀐 것이다. 나중에 새로 이주해온 사람들까지 1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엘제아르 부피에 한 사람 덕분에 새로운 낙원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되었다.
작가인 저도 10여 년 전 실화소설로 <나무>라는 소설을 썼습니다. 열세 살의 어린 나이에 결혼한 어린 신랑이 있습니다. 결혼을 일찍 한 것은 집안이 매우 가난한 데다 아버지마저 병들어 누워 아버지 대신 일찍 살림을 맡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신부는 열두 살이었습니다. 논밭은 없고, 오래 전에 나무를 모두 베어낸 커다란 민둥산 하나가 남은 재산의 전부였습니다.
그 민둥산에 어린 신랑과 신부는 가을에 주운 밤 다섯 말을 심었습니다. 동네 사람들 모두 겨우내 끼니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면서 봄이 되어 민둥산에 밤 다섯 말을 심는 어린 신랑을 비웃었습니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날 때에도 마을 사람들은 어린 신랑을 비웃으며 이렇게 물었습니다. “여보게 새신랑. 그래, 작년에 심은 밤은 많이 땄는가?” “아니오. 그렇지만 언젠가는 딸 날이 있겠지요.”
5년이 지날 때에도 사람들은 놀리듯 말했습니다. “여보게, 그 산에서 밤을 땄는가? 자네가 거기에서 밤을 따면 내가 자네 앞에서 내 손에 장을 지져 보이겠는데 말이야.”
10년이 지나자 비로소 마을 사람들은 놀라기 시작했습니다. 민둥산을 가득 메운 어린 밤나무에 밤송이가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작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나무를 심은 지 20년이 지나고 30년이 지났을 땐 매년 그 산에서 따는 밤농사만으로도 동네에서 가장 큰 부잣집의 1년 전체 농사보다 더 큰 수확을 올렸습니다. 그때의 어린 신랑이 아들을 낳고, 그 아들이 어른이 되어 다시 아들을 낳았습니다. 어린 신랑은 할아버지가 되어 손자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밤나무 숲을 보고 놀라지만 그건 놀랄 일이 아니란다. 밤 한 톨을 화로에 묻는 것과 땅에 묻는 것의 차이이지. 화로에 묻으면 당장 어느 한 사람의 입이 즐겁고 말지만, 그걸 땅에 묻으면 나중에 거기에서 1년 열두 달 화로에 묻을 밤이 나오는 거란다.”
그 할아버지의 손자 중의 한 명인 저는 지금 춘천에 있는 김유정문학촌의 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곳 춘천은 전체 지역 6%를 강과 호수로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도시가 누릴 수 없는 천혜의 자연이자 자원이지요. 이 도시가 2050년까지 앞으로 30년간 1억 그루의 나무심기 운동을 합니다. 산에 나무를 심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는 이미 우리나라 온 산에 나무가 가득 차 있으니까 도시의 공원과 길거리와 조금이라도 빈 공간이 있는 공터와 가정에 나무를 심는 것입니다. 나무할아버지의 손자로 혼자 신나서 이런 계산을 해보았습니다. 이 도시의 인구는 30만 명입니다. 30년 후 이 도시는 소득과 그 밖의 변화는 많아도, 우리나라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인구가 아주 많이 늘어날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러면 지금 이미 심어진 것 말고도 30만 인구가 새롭게 30년 동안 1억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이죠. 춘천시민 한 사람당 1년에 10그루씩 30년간 300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입니다.
우리가 나무를 심을 때는 보통 5년에서 10년 정도 자란 묘목을 심으니까, 앞으로 30년 동안 새로 심는 나무만 계산한다 해도 30년 후면 이 도시는 10년생의 나무에서부터 40년생의 나무 1억 그루가 도시 전체를 거대한 숲으로 바꾸어버릴 것입니다. 아니, 당장 5년 후만 해도 도시의 모습이 달라질 것입니다. 거기에 천혜의 조건처럼 전체 지역 6%의 강과 호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분지의 여름도 열섬현상이 사라지며 숲을 따라 바람골이 형성되고 시원해질 것입니다. 나무가 교통표지판을 가리고, 때로는 비바람에 쓰러진 가로수가 통행을 방해할지 몰라도 그건 또 그때그때 해결하면 될 일입니다. ‘다른 도시보다 나무가 두세 배 많은 도시’, 이런 상상만으로도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고 신이 납니다. 이건 막연한 상상이 아니라 곧 다가올 현실이라 더욱 그렇습니다. 나무는 먼 미래의 약속이 아니라 심은 지 2~3년만 지나도 그 약속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이 나무를 심는 사람을 어리석게 여기는 사람이라고 저의 나무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저도 우리 김유정문학촌 곳곳에 아주 많은 나무를 심을 생각입니다. 나무와 대화를 하면 그것도 참 신나는 일이거든요. 모두 숲 가득한 우리 문학촌에 놀러 오시기 바랍니다.
[소설가 이순원] 매경LUXMEN 제122호 (2020년 11월)
지하공원·해저도시·인공섬… 도시는 혁신 중
지하에 햇빛을 끌어와 식물을 기르고, 바다 위를 떠다니는 인공섬에 산다. 더 이상 상상 속의 장면이 아니다.
▎일반 개방이 이뤄진 로우라인 시범용 랩.
고층 빌딩이 숲을 이루고 있는 미국 뉴욕시에는 도시의 자투리땅이 녹지 공간이 된다. 버려진 철로가 멋진 산책로가 되기도 하고, 쓰레기 매립지가 공원으로 변한다. 이제는 땅 속에 지하공원이 만들어지고 있다. ‘로우라인(Lowline)’이라는 이름의 이 공원은 축구장 두 배에 달하는 넓이로, 깊이가 지표면에서 불과 10m 안팎에 불과한 지하공간이다. 뉴욕의 옛 전차 터미널 지하공간(4046㎡)을 개조해 공원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세계 최초의 지하공원이 될 이 계획은 2009년 뉴욕 맨해튼 로어이스트사이드에서 시작됐다. 이곳에는 1948년 전차 운행이 중단된 이후 방치된 윌리엄스버그 전차 터미널이 있었다. 건축 디자이너 제임스 램지(James Ramsey·40)는 ‘축구장 넓이 만한 지하 터미널을 지하공원(underground park)으로 조성하면 어떨까’라고 생각하게 된다. 램지의 계획은 댄 바라쉬(Dan Barasch)를 만나면서 실현 가능성이 있는 프로젝트로 변했다. 바라쉬는 뉴욕시의 전략기획팀장과 구글 마케팅매니저를 지냈다. 둘은 2012년 2월 아이디어·디자인을 공개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로 15만 달러의 종잣돈을 마련했다. 같은 해 9월 그 돈으로 전시회를 열었다. 컴컴한 창고를 일본 단풍나무가 자라는 공원으로 만든 전시는 2주 만에 1만1000명이 관람했다. 사람들은 ‘하이라인(High Line·맨해튼 화물철로를 도심 산책공원으로 바꾼 프로젝트)’과 반대되는 공간을 사용하는 두 사람의 프로젝트를 ‘로우라인’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이것이 이름으로 굳어졌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 로우라인(Lowline)이라는 비영리회사가 맡고 있다. 2013년 여름 9개의 회사가 이 프로젝트에 공식적으로 참여하기를 원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램지는 한국의 자연채광전문업체 선포털(Sunportal)과 함께 원격 채광 기술인 ‘리모트 스카이라이트(remote skylight)’를 개발했다. 로우라인은 지하 터미널에 만들어지지만 식물 광합성에 필요한 빛은 파이프를 통해 지하로 보낸다. LED 라이트가 아니라 진짜 햇빛이다. 햇빛을 고밀도로 집광한 후 특수 제작한 렌즈를 통해 전달한다. 외부에서 집광한 햇빛은 파이프를 타고 내려가 지하로 자연광을 비추는 식이다. 해가 나지 않는 흐린 날에는 백업 LED 라이트 시스템으로 작동된다.
따뜻한 빛이 내리쬐는 지하공원
▎시스테딩 연구소가 공개한 인공도시의 조감도.
2015년 열린 두 번째 킥스타터에서는 22만4000달러가 모였다. 로우라인은 지하 터미널로부터 몇 블록 떨어진 에섹스 스트릿에 원격 채광 기술을 실험할 시범용 랩을 지었다. 랩 중심에는 60여 종에 이르는 3000여 개의 식물, 농작물 정원을 조성했다. 딸기·토마토·양파·마늘 등의 과일·야채와 함께 고사리, 이끼, 버섯 등도 자란다. 햇빛이 천장에 설치되는 돔 형태의 기기를 통해 지하 20피트(약 6m) 내부에 고르게 전달되는 것이 핵심이다. 사시사철 따뜻한 빛이 내리쬐는 휴식공간인 셈이다. 시범용 랩에만 10만 명(2017년 2월 현재)이 넘는 사람이 방문했다. 2016년 8월 뉴욕 시의회는 로우라인의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해저도시를 만들겠다는 과감한 계획을 시도하는 곳도 있다. 일본 1위의 건설사인 시미즈(淸水)건설은 지난해 10월 심해 미래도시를 구상한 ‘오션 스파이럴(Ocean Spiral)’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도쿄대·사가대·일본 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 등이 참여하는 이 프로젝트는 2030년~2050년 사이 75층 높이의 해저 건축물을 짓는 기술을 개발해 2035년까지 실제로 건설하는 것이 목표다. 마사키 타케우치 책임 연구원은 “단순히 꿈이라고 볼 수 있는 미래 해양도시를 현재의 기술로 구현해 나가려고 한다”며 “꿈으로부터 미래를 만들어내겠다(I propose this new challenge for the future)”고 말했다.
프로젝트 계획서에 따르면 지름 500m의 원형 구조물인 ‘블루 가든’은 윗부분이 빙하처럼 떠 있다. 그 아래는 해저 3000~4000m까지 나선형 건축물이 이어진다. 5000명이 살 수 있는 주거지·호텔·연구시설이 있고, 나선형 통로 사이사이에는 발전소(메탄 제조공장, 자원 개발공장 등)와 해저에서 에너지원을 발굴하는 연구시설 등이 심해 건물 안에 들어선다. 계획대로 완공하면 태풍·지진 등의 재해에 걱정이 없는 100% 에너지 자급자족 도시가 될 수 있다.
바다 위 인공섬에 도시 건설
▎깊이 500m의 심해에 세워질 공 모양의 도시 블루가든의 외관(왼쪽)과 내부 모습.
시미즈건설은 해저에서 사용하기 위해 재료는 콘크리트 대신 굳는 시간이 빠른 합성수지를 활용할 계획이다. 아크릴판, 섬유강화 플라스틱(FRB) 등 현재 사용되고 있는 자재를 활용하고, 일부 건물은 거대한 3D 프린터로 찍어낸다. 비즈니스인사이더(BI)는 “실현을 위해서는 기술적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건설비 260억 달러의 조달이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UCLA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제임스 맥윌리암스 해양·대기과학부 교수는 “인류사회의 지속성 향상에 심해 이용은 필수”라며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상상력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평양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새로운 도시를 건설한다는 꿈같은 프로젝트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법과 세금으로부터 자유로운 완전히 독립된 해상 유토피아 건설은 2008년 시작됐다. 공해상에 영구적이고 혁신적이며 정부의 간섭도 받지 않는 ‘둥둥 떠다니는 섬(Floating island)’도시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에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들이 지갑을 열고 있다. 페이팔의 공동창업자 피터 틸은 170만 달러를 투자했다. 하지만 어느 나라의 것도 아닌 공해상의 도시를 짓기 위해 가급적 육지와 가까운 건설 장소를 찾아야 했다.
장소 물색으로 한동안 멈칫했던 프로젝트는 최근 닻을 올렸다. 지난 1월13일 시스테딩 연구소(Seasteading Institute)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와 인공섬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시스테딩 연구소의 랜돌프 헨켄 집행이사(executive director)는 “거주 시설과 병원, 발전소 등을 모두 갖춘 친환경 도시”라면서 “바다 위의 유토피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19년 태평양 타히티에 건설을 시작해 이듬해 250~300명의 거주민을, 2050년에는 수백만 명의 사람이 살 수 있는 도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브스코리아-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201703호 (2017.02.23)
탄소흡수원 확대 노력 평가… 재정계획 수립 시 반영
환경부, 탄소인지예산 제도 도입
정부가 탄소흡수 능력 제고를 위한 도시숲·정원 같은 생활권 녹지 조성과 생태복원·조림 사업 등을 확대하는 가운데, 탄소흡수원 확대에 노력한 기관을 평가하는 ‘탄소인지예산’ 제도가 도입된다. 환경부는 산하 7개 공공기관과 지난 1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6동 환경부 회의실에서 ‘제2차 탄소중립·그린뉴딜 전략대화 및 안전대책 점검 회의’를 영상으로 개최했다고 밝혔다.
7개 공공기관은 ▲한국수자원공사 ▲한국환경공단 ▲국립공원공단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국립생태원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한국상하수도협회다.
이날 회의는 그린뉴딜 추진 성과를 조기에 창출하고,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이행계획을 조속히 마련하는 등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이 기후위기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또한 각 기관의 안전대책 이행현황을 공유하고, 현장담당자 교육과 주기적인 현장 점검을 강화하는 등 기관장 책임 아래 사업장 안전사고 예방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환경부 산하 7개 공공기관은 이날 회의에서 대한민국 탄소중립 달성 목표 시기인 2050년까지 30년 남은 탄소중립 달성 기간을 절반으로 앞당겨, 기관별로 2035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도전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10.5GW 규모의 수상태양광 추가 보급 등 재생에너지 확대와 급배수관망 누수저감 등 저에너지형 물관리 전환이라는 양면 전략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2035년에는 온실가스 예상 배출량 대비 6배 이상을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국립공원공단은 훼손된 자연생태를 복원해 이산화탄소 저장량을 확대하고, 해초류나 염생식물 등을 활용한 해양 탄소흡수원을 신규 조성해 탄소중립 달성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2009년 UN이 발표한 ‘해양의 탄소흡수량에 대한 종합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해양생태계는 육상생태계보다 최대 50배 이상의 탄소흡수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국립공원공단은 한려해상국립공원 등 해양공원의 블루카본 현황을 조사하고 복원해 탄소흡수원을 보강하겠다는 계획이다.
블루카본은 염생식물, 잘피 등 연안에 서식하는 식물과 갯벌 등의 퇴적물을 포함한 해양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말한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인천 환경산업연구단지에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증축하고, 친환경 전기를 활용한 체험 과정 등을 마련하여 대국민 친환경에너지 현장 체험·교육의 장으로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폐기물 직매립을 금지하는 정책에 발맞추고, 매립장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할 계획이다. 또한 음폐수 및 하수찌꺼기 재활용 처리과정에서 생산된 바이오연료를 활용하여 신재생에너지를 증산할 예정이다.
한국환경공단, 국립생태원, 한국상하수도협회 등은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설비 증축과 함께 청사 및 전시시설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등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업무용 차량은 친환경 미래차(전기·수소차)로 전면 교체해 탄소중립 달성에 이바지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산하 공공기관의 예산이 탄소 감축이나 흡수원 확대 등 탄소중립 달성 노력에 투입될 수 있도록 탄소인지예산의 개념도 도입할 계획이다. 예산이 탄소 감축이나 흡수 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 재정계획 수립 과정에 반영하는 제도다.
환경부와 산하 공공기관은 사회 전역의 안전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환경 가족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2021년 중대사고 없애기(제로화)’에도 적극 나선다.
주요 작업장에 위험구역을 별도 표시해 특별 관리하고, 고위험작업 및 빈번한 사고 유형에 대한 예방 교육을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등 현장에서 안전수칙이 철저히 지켜질 수 있도록 조치한다.
아울러 중대사고 발생 시 경영진이 책임을 지도록 문책 규정을 적용하고, 국제 공인기준에 맞는 안전보건경영시스템(ISO 45001) 인증을 취득하는 등 안전관리 제도 개선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환경과 조경 이형주 (jeremy28@naver.com) 2020-12-20
정부, 도시숲·정원 등 탄소흡수원 늘린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2050 탄소중립 비전’ 확정
정부가 우리 국토의 탄소흡수 능력을 높이기 위해 도시숲·정원 같은 생활권 녹지 조성과 생태복원, 조림 사업 등을 확대한다.
환경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한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과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정부안이 지난 15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번 정부안은 15개 부처가 참여한 ‘범정부협의체’에서 공동으로 마련한 것으로서 전문가 간담회, 국민토론회 등 폭넓은 사회적 논의와 녹색성장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쳤다.
국제사회는 지난 2015년 채택한 파리협정을 통해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내, 나아가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2020년까지 회원국들이 유엔에 자국의 장기저탄소발전전략과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장기저탄소발전전략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장기 비전과 국가 전략을 제시하며,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는 2030년까지 국제사회에 감축이행을 약속하는 구속력 있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포함하고 있다.
장기저탄소발전전략 정부안 제명은 ‘지속가능한 녹색사회 실현을 위한 대한민국 2050 탄소중립 전략’으로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는 비전 아래 5대 기본방향과 부문별 추진 전략을 제시했다.
5대 비전은 ▲깨끗하게 생산된 전기·수소의 활용 확대 ▲디지털 기술과 연계한 혁신적인 에너지 효율 향상 ▲탈탄소 미래기술 개발 및 상용화 촉진 ▲순환경제로 지속가능한 산업 혁신 촉진 ▲산림, 갯벌, 습지 등 자연·생태의 탄소 흡수 기능 강화다.
이 중 탄소흡수원 능력을 높이기 위해 산림, 갯벌, 습지 등 자연·생태 기반 솔루션을 강화한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우선 산림경영의 혁신을 통해 산림의 노령화 문제를 개선하고 목재 제품의 이용률을 제고해 탄소저장량을 높여 나간다. 이를 위해 도시숲과 정원 등 생활권 녹지를 조성하고, 훼손지와 주요생태축의 산림을 복원, 유휴토지에 대한 조림 사업을 통해 탄소흡수원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수종갱신과 숲 가꾸기 활동을 통해 산림의 흡수능력이 최대가 되는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도록 관리할 방침이다./ 2020-12-1
정부, 도시별 맞춤형 그린인프라 보전‧확충 지원
탄소중립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발표
정부가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일환으로 도시별 맞춤형 그린인프라 보전‧확충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제2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확정·발표했다. 이날 정부는 건물 노후화 및 낙후 도시로 인해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고 있지만, 개별 건물단위의 에너지 소비 감축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탄소중립을 위한 도시·국토차원의 거시적 계획 수립 필요성을 언급했다.
도시 차원에서 건물의 탄소배출량 전생애주기 관리 및 마을·도시단위 에너지 자립률 제고 등을 통한 탄소중립도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신규 건축물은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를 통해 에너지사용 최소화, 기존 건축물은 그린 리모델링 활성화 등 에너지 성능 개선한다.
도시 내 체계적인 신재생에너지시설 공급을 통해 에너지 자립률을 높이고, 수소도시 등 생산-공급-사용까지 친환경에너지 기반도시를 적극 늘린다.
국토 차원에서는 중장기계획 등을 통해 국토를 분산·압축적으로 개편하고, 도시별 맞춤형 그린 인프라 보전·확충을 지원한다. 국토종합계획, 국가기간망계획 등 거시 중장기계획 수립 시 탄소중립 요소가 반영된다.
탄소저감에 불리한 수도권 집중구조를 다핵구조로 전환하고, 압축형 도시구조를 통해 이동경로, 에너지관리 효율을 최적화한다. 이를 위해 개발제한구역 등 그린인프라 보전·재생을 추진하고, 지역 대도시, 중소도시 등에 맞춤형 탄소중립 실현공간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훼손된 생태계의 녹색 복원 등 자연 생태기반 회복력도 강화한다.
농림·해양 부문에선 산림, 갯벌 등 농림·해양 생태자원을 활용한 탄소흡수기능을 강화하고, 농축수산업의 저탄소 생산기반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탄소흡수력이 높은 수종으로 교체하고 목재이용 활성화, 산림·갯벌‧습지 복원 등을 추진한다.
한편 녹색연합은 7일 오후 논평을 내고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공급확대’만이 아니라 에너지 수요의 과감한 감축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방안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농업의 전환, 대중교통 확대와 같은 과제에 대해서는 매우 소홀히 다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탈탄소를 위한 사회적 기반 마련으로서 탄소인지예산은 ‘도입검토’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예산만이 아니라 모든 정부정책에 대해 ‘탄소영향평가’ 도입이 즉각 이뤄져야 한다. 한국의 ‘탄소예산(배출가능한 탄소량)’을 산출하고 이에 근거하여 모든 정부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진행 중인 신규석탄발전건설, 해외석탄투자, 가덕도공항, 제주2공항 등을 추진하는 것은 탄소중립과 모순된다면서, 진정으로 탄소중립을 원한다면 이러한 사업들에 대해서 빠른 백지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아울러 “기후에너지부 신설과 같은 과감한 정부조직 개편 방안이 필요하다. 또한 탄소중립위원회가 실질적인 기후위기 대응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2020.12.7
정부, 도시숲·정원 등 탄소흡수원 늘린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2050 탄소중립 비전’ 확정
정부가 우리 국토의 탄소흡수 능력을 높이기 위해 도시숲·정원 같은 생활권 녹지 조성과 생태복원, 조림 사업 등을 확대한다.
환경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한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과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정부안이 지난 15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번 정부안은 15개 부처가 참여한 ‘범정부협의체’에서 공동으로 마련한 것으로서 전문가 간담회, 국민토론회 등 폭넓은 사회적 논의와 녹색성장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쳤다.
국제사회는 지난 2015년 채택한 파리협정을 통해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내, 나아가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2020년까지 회원국들이 유엔에 자국의 장기저탄소발전전략과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장기저탄소발전전략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장기 비전과 국가 전략을 제시하며,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는 2030년까지 국제사회에 감축이행을 약속하는 구속력 있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포함하고 있다.
장기저탄소발전전략 정부안 제명은 ‘지속가능한 녹색사회 실현을 위한 대한민국 2050 탄소중립 전략’으로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는 비전 아래 5대 기본방향과 부문별 추진 전략을 제시했다.
5대 비전은 ▲깨끗하게 생산된 전기·수소의 활용 확대 ▲디지털 기술과 연계한 혁신적인 에너지 효율 향상 ▲탈탄소 미래기술 개발 및 상용화 촉진 ▲순환경제로 지속가능한 산업 혁신 촉진 ▲산림, 갯벌, 습지 등 자연·생태의 탄소 흡수 기능 강화다.
이 중 탄소흡수원 능력을 높이기 위해 산림, 갯벌, 습지 등 자연·생태 기반 솔루션을 강화한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우선 산림경영의 혁신을 통해 산림의 노령화 문제를 개선하고 목재 제품의 이용률을 제고해 탄소저장량을 높여 나간다. 이를 위해 도시숲과 정원 등 생활권 녹지를 조성하고, 훼손지와 주요생태축의 산림을 복원, 유휴토지에 대한 조림 사업을 통해 탄소흡수원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수종갱신과 숲 가꾸기 활동을 통해 산림의 흡수능력이 최대가 되는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도록 관리할 방침이다./ 2020-12-1
정부, 도시별 맞춤형 그린인프라 보전‧확충 지원
탄소중립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발표
정부가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일환으로 도시별 맞춤형 그린인프라 보전‧확충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제2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확정·발표했다. 이날 정부는 건물 노후화 및 낙후 도시로 인해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고 있지만, 개별 건물단위의 에너지 소비 감축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탄소중립을 위한 도시·국토차원의 거시적 계획 수립 필요성을 언급했다.
도시 차원에서 건물의 탄소배출량 전생애주기 관리 및 마을·도시단위 에너지 자립률 제고 등을 통한 탄소중립도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신규 건축물은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를 통해 에너지사용 최소화, 기존 건축물은 그린 리모델링 활성화 등 에너지 성능 개선한다.
도시 내 체계적인 신재생에너지시설 공급을 통해 에너지 자립률을 높이고, 수소도시 등 생산-공급-사용까지 친환경에너지 기반도시를 적극 늘린다.
국토 차원에서는 중장기계획 등을 통해 국토를 분산·압축적으로 개편하고, 도시별 맞춤형 그린 인프라 보전·확충을 지원한다. 국토종합계획, 국가기간망계획 등 거시 중장기계획 수립 시 탄소중립 요소가 반영된다.
탄소저감에 불리한 수도권 집중구조를 다핵구조로 전환하고, 압축형 도시구조를 통해 이동경로, 에너지관리 효율을 최적화한다. 이를 위해 개발제한구역 등 그린인프라 보전·재생을 추진하고, 지역 대도시, 중소도시 등에 맞춤형 탄소중립 실현공간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훼손된 생태계의 녹색 복원 등 자연 생태기반 회복력도 강화한다.
농림·해양 부문에선 산림, 갯벌 등 농림·해양 생태자원을 활용한 탄소흡수기능을 강화하고, 농축수산업의 저탄소 생산기반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탄소흡수력이 높은 수종으로 교체하고 목재이용 활성화, 산림·갯벌‧습지 복원 등을 추진한다.
한편 녹색연합은 7일 오후 논평을 내고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공급확대’만이 아니라 에너지 수요의 과감한 감축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방안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농업의 전환, 대중교통 확대와 같은 과제에 대해서는 매우 소홀히 다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탈탄소를 위한 사회적 기반 마련으로서 탄소인지예산은 ‘도입검토’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예산만이 아니라 모든 정부정책에 대해 ‘탄소영향평가’ 도입이 즉각 이뤄져야 한다. 한국의 ‘탄소예산(배출가능한 탄소량)’을 산출하고 이에 근거하여 모든 정부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진행 중인 신규석탄발전건설, 해외석탄투자, 가덕도공항, 제주2공항 등을 추진하는 것은 탄소중립과 모순된다면서, 진정으로 탄소중립을 원한다면 이러한 사업들에 대해서 빠른 백지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아울러 “기후에너지부 신설과 같은 과감한 정부조직 개편 방안이 필요하다. 또한 탄소중립위원회가 실질적인 기후위기 대응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202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