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어울리기/서평

나의 이데올로기는 오직 아이들

이성근 2023. 7. 3. 16:29

나의 이데올로기는 오직 아이들 - 치열하고 유쾌했던 교육감 12년 김승환 (지은이)에듀니티2023-06

김승환 (지은이) 헌법학자 김승환. 대학교수의 일을 천직으로 여기며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운 교수가 되기를 꿈꿨던 그. 전북 사람들은 그를 전북 유··중등·특수교육의 현장으로 불러냈다. 그 순간 그의 사명은 아이들의 삶과 성장을 지키는 것으로 전환되었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와의 충돌을 피할 수 없었고, 문재인 정부와도 철학적 교감을 이룰 수 없었다. 북풍한설 몰아치는 광야에 홀로 서 있는 듯한 절대고독의 순간에도 빠져들었다. 교육감 12년 그의 삶은 치열한 시계열 위에 놓였지만, 그는 결국 아이들과 함께 유쾌하게 웃을 수 있었다.

 

건국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석사과정(법학석사), 박사과정 (법학박사) 졸업

전북대학교 법과대학,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독일 트리어대학교 법과대학 객원교수

전북평화와인권연대 공동대표

전북지방노동위원회 심판담당 공익위원

대통령 소속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

용산참사 국민재판 재판관

한국헌법학회 회장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

국가인권위원회 독립성 수호를 위한 전국법학교수 모임 회장

전주인권영화제 조직위원장

KBS전주방송총국 TV <생방송 포커스 전북 21> 진행

2010. 7. 1~2022. 6. 30 전라북도교육감

 

저서: <김승환의 듣기 여행>, <눈보라 친 뒤에 소나무 돌아보니>, <교육감은 독서중>, <헌법의 귀환> <나의 이데올로기는 오직 아이들>,<헌법의 귀환>,<교육감은 독서중>

 

 

목차

들어가는 말

- 운명처럼 다가온 교육감의 길 / 2

 

1. 회고

- 지워야 할 것과 기억해야 할 것 / 15

 

저는 강의를 잘합니다? / 건설사업자들과의 만남 / 100억 원 이야기 / 쪽지 / 교육금고 / 도로포장 / 얼마를 준비하면 될까요? / 제발 좀 만나 주세요 / 비리 또 비리 / 이게 뭐예요? / 뇌물의 정석 / 부정부패 / 공금 횡령 사건 / 출근 저지 시위 / 조건이 있습니다 / 미행 감시 / 상탁하부정 上濁下不淨 / 아니, 이 뉘시요? / 3억을 쓰다 / 명절 선물 / 역사교과서 국정화 / 역사국정교과서와 교원의 의사표현의 자유 /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과 대법원 판결 / 전교조 법외노조통보처분 사건의 대법원 판결에 부쳐 / 교원평가와 법령준수의무 / 출신지 / 죽더라도 나 혼자 죽어야 / 성적 자기결정권 性的 自己決定權 /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교육감 / 누리과정 김승환 희망버스 / 저 사람이 여기에 왜? / 자리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 식재료 납품 / 상납 구조 / 폐교 부지를 둘러싼 이해관계 / 감사 담당 공무원 / 사건의 종결 / 시간 선택제 교사 / 가정통신문 / 교육권력의 폭력적 행사와 헌법상의 무죄추정의 원칙 / 정치와 언어 - “할복하세요!” / 서남대학교 폐교와 지역 출신 정치인들의 대응 / 행사장 백태 百態 / 가장 어려운 일 / 넘어서는 안 되는 선 / 이때가 한철이거든요 /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 선거 이야기 / 선거 이야기 - 두 번째 / 선거 이야기 - 세 번째 / 선거 이야기 - 네 번째 / 선거 이야기 - 다섯 번째 / 선거 이야기 - 여섯 번째 / 선거 이야기 - 일곱 번째 / 제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 쪼그맣게 생겼고만 / 그렇게 안 생겼구만 / 스트레스 / 어느 결혼식 / 고집 / 김인봉 교장선생님

 

2. 변화

- 의식의 혁명 없이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 185

 

언론관계 정립 / 보도하세요 / 언론 중앙집권 / 언론의 예단 / 고장난명 孤掌難鳴 / 확증편향 / 교육감 학습 / 누리고 싶으세요? / 임명은 나의 몫, 배반은 그 사람의 몫 / 점심 대접 / 브리핑 / 학교 없애라고 교장 발령 냈습니까? / 대안교육 / 유아교육 / 유치원 재롱잔치 / 유치원 일일교육계획안 / 사립유치원 / 혁신학교 인센티브 / 혁신학교 저항 / 말해도 소용이 없으니까요 / 취임 준비 / 신규 장학사 연수 / 시민단체와 선출직 공직자 / 정치권력이 선호하는 기관장 / 진정한 의미의 청렴이란? / 청렴은 경제적 가치도 창출한다 / 오디세우스 프로젝트 / NSLI-Y 프로그램 / 반도체 사업장과 학생 취업 / 정수장학금 / 아이들과 방학 / 중간기말시험 / 학습 효과 / 의식의 거품 / 들 때와 날 때 / 선거 때 열심히 할 겁니다 / 성공하고 싶으세요? / 권위적인 교육감 / 교육정책, 그리고 그 배후에 있는 정치와 자본 / 교육정책 연구 / 선거와 학부모단체 / 컨설팅 / 고정관념 / 자릿값 / 공문 결재 / 각종 법적 분쟁에 얽힌 것들 /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 이름 새기기

 

3. 내일

- 아이들을 놓치는 국가는 모든 것을 잃어 / 305

 

아이들의 건강 / 대통령 탄핵과 아이들 / 저도 안아 주세요 / 쌀이 부족해요 / 사람이 돼라 / 세월호 참사와 대한민국 / 세월호 참사와 애도할 자유 / 416TV / 수학여행 안전지도사 / 아이들의 언어 / 명절과 아이들 맞이 / 아이가 왜 그러나요? / 아이들 상담 / 봉숭아 선물 / 만남의 기억 / 아이 만나기 / 아이들의 시선 / 교육감님! , , ! / 방청석에서 우는 아이 / 저 선생님 될래요 / 누구를 만족시킬 것인가 / 교육감이 일을 안 하는 겁니다 / 유치원 아이들의 어린이날 / 콩나물국밥집에서 만난 우리 아이들 / 아이들이 졸업을 안 하겠대요 / 저 졸업하는데요 / 대입제도 / 고교학점제 - 설계도면 없는 건축 / 집중이수제와 그 후유증 / 거리 유지 / 교육의 통일성과 다양성 / 축하 / 질문이 있는 교육 / 학생 대상 성추행과 의사표현의 자유 / 교육은 보여 주는 것 / 입시철 / 학부모를 형사고발 하라 / 하나를 바르게 가르치는 소박함 / 재능에 대한 존중 / 학생 사이의 차별 / 기간제 담임선생님과 함께 졸업식을 맞이하고 싶어요 / 댓글과 답글 그리고 아이들 사이의 다툼

 

4. 자존감

- 교육감은 교육의 방패막이 / 403

 

교육장 공모제 /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 교육감도 인사청탁 하지 않아 / 승진 / 과공비례 / 실무진이 일을 할 수가 없는 겁니다 / 시 낭송 / 그 사람 / 나를 평가한다고? / 소신대로 하십시오 / 단호하셔야 합니다 / 국정감사 준비 / 교육감님! 죄송합니다 / 책과의 인연 / 어느 시인 / 리더의 품격 / 공립고등학교의 신설에 얽힌 이야기 / 개성공단 입주기업 우수상품 / 특별판매전 / 어떤 교사 / 상 받으려고 교사 하는 게 아닙니다 / 지록위마 指鹿爲馬 / 상피제 / 청렴서약식 / 교육부장관의 지시와 교육감 지시의 충돌 그리고 대법원 판결 / 인사와 치유 / 페이스북 글쓰기 / 신의성실 / 직원 조회

 

나오는 말

- 여한이 없는 삶 / 476

 

출판사 제공 책소개

의식의 혁명 없이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아이들을 놓치는 국가는 모든 것을 잃어

 

이 책은 많은 독자에게 큰 당혹감을 가져다줄 것이다. 교육청은 오직 아이들의 교육과 학교를 지원하기 위한 조직이라고 생각해왔을 많은 국민에게 교육청이 본연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맞닥뜨려야 하는 다양한 현실이 놀라움을 넘어 충격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감이라는 자리를 단순히 교육 정책으로만 평가할 수 없는 적나라한 현실을 알게 해줄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김승환 교육감의 가치와 신념을 알게 될 것이고, 교육감 기간에 17차례의 고소·고발을 당하면서 감당하고 해결해야 했을 어려움과 치열함 그리고 당당함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김승환 교육감2010년 전북교육감 선거에 범진보 단일후보로 출마하여 당선된 후 민선 2기와 3기에 전북교육감에 연이어 당선되어 3선 교육감으로 12년을 보냈다. 취임 이후 진보교육감의 대표주자로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 교원평가제 및 학업성취도평가 거부,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사태 등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교육 정책에 반대하고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 학교 현장의 혁신을 위해 과감한 조치를 했다. 김승환 교육감은 교육감으로서 나의 이데올로기는 오직 아이들이라고 당당히 표현하며 교육감으로 보낸 12년은 이러한 기조에서 치열하고 유쾌하게 보낸 시간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김승환 교육감의 12년을 새롭게 평가하게 될 것이다.

1부 회고에서는 교육감이 되면서 맞닥뜨린 어두운 부분을 되돌아보았다. 읽다 보면 설마 이 정도까지야 싶은 이야기들이 다양한 사례로 소개되었다. 저자는 회고에 앞서 독자들이 지나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적는다고 말했다. “교육계는 교육계 내부의 세력에 의해서만 멍드는 것이 아니라, 교육계 밖의 세력(정치 권력, 언론, 기득권 세력 등)에 의해서도 멍드는 것이 사실입니다.”라고 표현하며 교육계를 둘러싼 부정부패를 교육감의 경험을 통해서 밝히고 있다.

 

2부 변화에서는 오직 아이들을 중심으로 전북교육을 바꾸어나가는 실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교육 정책은 아이들을 위해서 만들어지고 수행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말할 수 있지만, 이 당연한 일을 해나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교육 정책이 순수하게 교육적 관점에서 세워지는 때도 있지만, 정치와 자본의 계산에 맞추거나 그들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 경우 시·도교육청의 반응은 정부가 하라고 하니까 한다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한 일을 얼마나 치열하게 해야만 했는지를 사례로 소개하고 있다.

 

3부 내일에서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을 뛰어넘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추진했던 일들을 사례로 소개하고 있다. “아이들의 학습에 필요한 것이라면 예산을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아이들의 의식을 깨우고 눈을 뜨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어떠한 저항이나 압력에도 불구하고 돌파해야 합니다.” 저자의 표현처럼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도 어려운 일이지만 새롭게 아이들을 중심에 세우는 일 또한 많은 저항과 압력에 맞서야 했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4부 자존감에서는 교육감의 위치에서 전북교육을 위해 애쓰는 많은 구성원에게 자존감을 가질 수 있도록 고민하고 힘써온 일들을 소개하고 있다. “자존감(self-esteem)은 자기 삶을 자기 스스로 평가하면서 성공 여부를 판단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또 다른 과제를 찾아 나서기 때문에 직업공무원의 삶에 역동성을 부여합니다.”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전북교육을 위해 함께 애쓰는 구성원들의 자존감을 회복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해왔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김승환 교육감의 12년을 기록한 책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교육공화국이고, 전 국민이 교육전문가라고 한다. 그런데도 교육혁신은 왜 이토록 어려운가?’에 대해 그 근본 원인을 이해하게 만들어주는 안내서처럼 보인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시원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없이 무겁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속살을 들여다보고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만 그 해결책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이 답답함보다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품고 이 책을 읽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서평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는데 교육감 선거는 깜깜이 선거라고 한다. 4번의 선거를 통해 민선 교육감이 선출되었지만, 선거 때만 되면 교육감도 선거로 뽑는 거냐고 묻는다. 그러면서도 모두들 교육이 달라져야 한다고 한다. 과연 달라져야 할 교육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교육감의 권한은 막강하다. 지역교육 전반의 교육 정책을 수립하고 수많은 인사권을 행사하고 수조 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중요한 자리이다. 교육은 아이들의 미래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다. 언젠가 누군가에 의해 잘되면 좋은 일이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질 신념과 역량이 갖추어진 사람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노력해야만 하는 일이다.

우리나라 교육은 민선 교육감이 선출되기 전과 그 이후로 달라졌다. 정부에 따라 부침을 거듭하던 교육 현장은 민선 교육감의 등장으로 정부에 의한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학교 현장을 위한 교육으로 전환되었다. 그래서 교육혁신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본래 교육은 혁신을 유전자로 갖고 있다. 교육은 날마다 혁신되어야 마땅한 것이지만 그 마땅함을 기준으로 교육감들을 진보와 보수로 구분해온 것도 우스운 일이다. 아이들을 위한 교육,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을 위한 교육을 가치로 내세운 교육감들을 흔히 진보교육감이라고 불러왔다. 지난 12년간 민선 1, 2, 3기를 지나면서 그 진보교육감의 상징적인 인물이 전북 김승환 교육감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과연 교육감은 무엇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책 제목이 보여 주는 것처럼 김승환 교육감은 12년을 돌아보며 나의 이데올로기는 오직 아이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당연한 듯 보이는 이 소신을 위해 지난 12년 동안 17번의 고소·고발을 당했다고 하면 어쩌다?”라는 궁금증이 앞선다. 이 책은 우리가 언론을 통해 알고 있는 김승환 교육감과 관련된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경험한 일들을 일지를 쓰듯이 소개하고 있다.

 

치열하고 유쾌했던 교육감 12

이 책에서 김승환 교육감은 지난 12년을 이렇게 생각한다고 표현했다. 176개 이야기 조각을 이렇게 담담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김승환 교육감의 이야기가 아니라 진보교육의 역사를 기록한 기록물처럼 다가온다. 결국 이 책은 김승환 교육감에 대한 평가를 위한 책이 아니라 우리가 교육혁신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게 하는 숙제를 안겨주고 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김승환 교육감은 교육감 자리에서 떠나면서 저의 눈에 들어온 전북교육은 하나의 거대하고 탄탄한 항공모함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일하는 모든 공직자는 전북교육을 지키는 전사(戰士)들로 서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숨 쉬며 배우고 성장하는 우리 아이들이 오늘의 대한민국 교육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교육감 12년 세월을 지낸 저의 느낌은 그곳에 있다가 이곳으로 왔다라는 정도입니다. 여한이 없이 살자! 그것은 교수 시절부터 저의 삶을 이끌어간 좌표였습니다. 교육감 12년의 삶도 여한이 없이 살았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여한이 없이 살았다고 말하는 그의 당당함이 부럽기도 하다. 어쩌면 그가 살아온 당당함을 이제 우리가 이어받아야 하지 않을까?

 

 

책속으로

201071일 교육감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저는 출근 저지 투쟁을 겪어야 했고, 그 뒤로 12년 동안 각종 수사와 형사재판에 휘말리게 되었습니다. 형사재판을 기준으로 고소·고발을 당한 것이 17차례였고, 몇 건의 행정재판과 민사재판에도 얽히게 되었습니다. 비아냥거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김승환 교육감은 고발 전문이다라는 프레임까지 만들어서 저를 공격하기도 했습니다. ‘고발 전문이라고 말한다면 그나마 봐줄 만한데, ‘고발전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논리 모순이었지만, 그들에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P. 3

 

여러분들께서 만드는 건축물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갖는 건축물이다, 그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숨 쉬고 놀며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건물에 부정한 손들이 끼어들어서야 되겠느냐, 여러분들이 기업을 유지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적정이윤을 반드시 보장하겠다, 더 이상 여러분들의 손에서 준조세(準租稅)가 빠져나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P. 22

 

교육감 일을 시작하기 전·후로 저의 귀에는 인사와 관련한 부정한 거래의 사례들이 들어왔습니다. 직원들은 우리는 모두 돈 주고 됐어요.”라는 말을 서슴없이 했습니다. 그 말에는 당신만은 제발 그렇게 하지 말라.”는 간절한 바람이 들어 있었을 것입니다. 그분들의 말은 한결같았습니다. 그건 인사는 백 퍼센트 뇌물이었다. 백 퍼센트 매관매직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P. 45

 

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할 때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학문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인 만큼 교육감이 가진 합법적 권한 내에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교육부는 일부 교육감들이 대안 교과서를 만들어 국정교과서 무력화를 시도한다면 시정 조치를 요구하고, 그래도 시정이 되지 않는다면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P. 63

 

교육부가 교사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가, 즉 교사관(敎師觀)은 매우 중요하다. 두 개의 시각이 가능할 것이다. 하나는 교사를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교사를 보호와 지원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교육부는 교사를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교원평가를 통해서 교사의 수업의 질을 높이겠다고 하는데 그게 가능한 일이냐? 교사의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사 스스로 자발적으로 움직이도록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 ... P. 73더보기

 

교육감 1기 초부터 저를 노리는 고소고발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중에는 묻지마 고발도 있고, 고발 사주로 의심되는 고발도 있었습니다.

묻지마 고발이라고 쉽게 말할 수 있지만, 그것을 통해서 그들이 노리는 최소한의 소득이 있습니다. 그건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는 것, (변호사 수임료 등) 경제적 부담을 주는 것, 해당 기관의 공직자들에게 너희들 기관장 언제 그 직을 상실할지 몰라, 말 듣지 마라는 식으로 기관의 분위기를 흔드는 것입니다. 때에 따라서는 재판 단계에서 자신들이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가 나오면서 횡재라도 한 듯 즐기기도 합니다. P. 97

 

기대했던 사람이 기대에 어긋나게 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일단 인사 불이익을 줍니다. 그다음에 제가 할 일은 그 사람이 새로운 자리에 가는 과정, 새로운 자리에서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뒤늦게 내가 이걸 놓쳤구나라는 모습을 보일 때 인사권자인 교육감이 느끼는 기쁨은 정말 큰 것입니다. 바로 그것이 그 사람의 공직자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P. 129

 

그런 중차대한 헌법적 위치에 있는 언론의 역기능도 만만치 않습니다. 공직자들에게 언론은 두려움의 존재입니다. ‘기사로 쓰겠다또는 보도하겠다라는 말 한마디가 공직자에게 가하는 압박감은 매우 강합니다. 언론은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존재입니다. 타자에 대한 비판은 자유롭게 하면서도 자신이 비판받는 것에 대해서는 극심한 반감을 드러내고, 그러한 반감은 이후에 비판·비난 기사의 형식으로 나옵니다. 언론의 비위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고정관념은 깨져야 하고, 그것을 솔선해서 보여 줘야 하는 사람이 바로 기관장, 특히 선출직 기관장입니다. P. 187

 

브리핑 자료를 브리핑하는 사람이 직접 준비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준비하는 것은 그 아랫사람들의 몫으로 떨어집니다. 교장선생님의 브리핑 자료는 수업 준비를 해야 할 선생님의 몫이 된다는 뜻입니다.

브리핑하는 목적, 시각을 달리해서 보면 브리핑을 듣는 목적은 어느 기관의 전체 상황이나 특정 사안의 실체를 간단명료하게 파악하기 위한 것입니다. 학교에서 교장선생님이 교육감에게 브리핑하는 것도 그런 목적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교장선생님들로부터 학교 브리핑을 받지 않았습니다. P. 211

 

교사는 무엇으로 움직이는가?’라는 질문이 계속 저의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열심히 하면 뭔가 의미 있는 혜택을 주니까 교사가 움직인다?’ 그건 어색했습니다. 제가 교사라면 인센티브는 저의 자존감에 상처를 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교사이니까 움직인다라는 것이 답이었습니다.

결론을 내렸습니다. 혁신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에게 인센티브는 없다, 만약 이것 때문에 전북의 혁신학교가 실패한다면 혁신학교 정책은 과감하게 거둬들이겠다, 비판이나 비난을 받아도 어쩔 수 없다는 것으로 정리했습니다. 전북의 혁신학교는 그렇게 닻을 올렸습니다. P. 231

 

 

"교육감 4, 100억 챙기면 양반입니다"

3선 전북교육감 지낸 김승환, '나의 이데올로기는 오직 아이들' 통해 부패 행정 민낯 고발

 

변호사: 교육감님! 전북교육의 비리가 엄청납니다. 어느 정도 알고 계시죠?

교육감: 비리가 만연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 규모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지요.

변호사: 간단히 말씀드릴게요. 교육감님이 그 자리에 계시는 4년 동안 100억 원만 챙기시면 교육감님은 매우 점잖은 교육감이라는 평가를 받게 되실 겁니다.

교육감: 변호사님! 10억도 아니고 100억이라구요? 진담이세요?

변호사: . 그것이 사실입니다. 들어가서 보시면 아시게 됩니다. - <나의 이데올로기는 오직 아이들> 24.

 

충격적인 대화의 주인공은 김승환(70) 전 전북교육감과 검사 출신 전북지역 변호사. 이들의 대화는 김 전 교육감이 최근 펴낸 책 <나의 이데올로기는 오직 아이들>(에듀니티)에 담긴 내용이다.

 

대화 시기는 김 전 교육감이 임기를 시작했던 20107. 장소는 전라북도 전주시 중화산동의 한 식당. 버섯요리로 유명한 그 식당은 그가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헌법학) 교수 시절부터 자주 이용했던 곳이다.

 

교수 시절부터 신뢰를 갖고 친분을 이어오던 변호사와 식사하는 내내 김 전 교육감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4년 동안 100억만 챙기면 점잖은 교육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면 교육감이 챙길 수 있는 검은돈의 규모는 그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게 아닌가, 공사·납품·금고관리·입찰 등으로 교육청과 계약을 맺는 수많은 사업자는 그런 검은 거래를 알고 있을 텐데 모두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것인가?'

 

변호사의 '100' 발언의 진실성 여부를 파악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김 전 교육감은 책에 썼다. 돈을 챙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었다, 공사계약 총액에 리베이트 비율을 곱하면 그 돈이 소리소문없이 교육감에게 돌아오는 돈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교육감이 챙긴다면 교육청 간부들과 실무진은, 비리를 감시·적발·제재해야 하는 기관은 전혀 몰랐다는 것인가.

 

김 전 교육감은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교육감이 바보가 아닌 이상, 그 엄청난 규모의 검은돈을 혼자 챙길 리가 없다, 그랬다가는 바로 잡히게 돼 있다, 전모를 모를 수는 있으나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검은돈을 매개물로 삼아 '검은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지 않았을까.

 

2010년부터 2022년까지 내리 3선을 한 김 전 교육감이 재임 시절을 돌아보며 쓴 480쪽 분량의 책에는 독자에게 당혹감을 안겨줄 만한 내용이 가득하다. 본문 중간중간에는 김 전 교육감과 국회의원, 검사, 변호사, 방송사 보도국장, 기자, 교육청 간부와의 대화가 '날 것' 그대로 담겨 있다.

 

목차 소제목만 보더라도 '건설업자들과의 만남', '100억 원 이야기', '뇌물의 정석', '상납구조', '교육금고', '정치권력이 좋아하는 기관장', '미행 감시', '3억을 쓰다', '명절 선물', '시민단체와 선출직 공직자', '언론과의 관계 정립' '(보도하려면) 보도하세요' 등 충격적인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 장면 1. 뇌물의 정석] 뇌물은 어떻게 받나

교육감: 내가 참 궁금한 게 있거든요.

직원: . 교육감님, 말씀하십시오.

교육감: 내가 만일 이 자리(집무실)에서 뇌물을 받는 경우, 내일 아침에 어떻게 그 직원의 얼굴을 볼 수 있지요?

직원: ~ 그거요? 교육감님이 모르셔서 그러시는데요. 뇌물을 받는 순간, 교육감님과 그 직원 사이에는 신뢰 관계가 생기는 것입니다.

교육감: 신뢰 관계라고요?

직원: . 그 직원은 교육감님이 나를 믿어주시는구나, 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교육감: 또 하나, 뇌물은 뭘로 주는 거죠?

직원: 예에. 원화나 달러를 드리는 것이지요. 지폐요.

교육감: 달러는 유에스(US) 달러이고요?

직원: . 미국 달러입니다. 단 원화든 미화든 신권이 아니라 구권으로 줘야 합니다.

교육감: 신권은 일련번호로 나가니까 그런가요?

직원: . 그렇습니다. 하나 더 있습니다.

교육감: 뭔데요?

직원: 금으로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뇌물을 드리기 위해 이 방으로 들어오면 단 한마디도 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목례만 간단히 하고, (저의 책상 왼쪽 위를 가리키며) 저 위에 조용히 놓고 나가면 됩니다.

교육감: 얼마인지 세지 않고 그냥 나가는 거예요?

직원: 예 일단 그대로 나갑니다. 나간 뒤에 얼마인지 확인해 보겠지요. 금액이 맘에 들지 않으면 비서실 직원이 조용히 연락해서 가져가라고 합니다.

교육감: 그다음에는요?

직원: 그 직원은 그게 무슨 뜻인지 알지요. 다시 더 채워서 가지고 오는 겁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결례를 저질렀습니다'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조용히 책상에 두고 갑니다.

교육감: 그렇게 하는 것이군요. 알았어요. 설명해줘서 고마워요. 가서 일 보세요. - 43.

 

[# 장면2. 학교시설 개선 연계 '뒷돈'] 얼마를 준비하면 될까요?

직선 교육감 1기 직무 초반의 일. 도내에서 상당히 큰 규모의 사립학교로부터 기숙사가 낡아 리모델링 해야 한다는 건의가 계속 들어왔다. 직접 학교를 찾아 둘러보니 시설이 낡았다고 당시 김 교육감은 판단했다. 사무실로 돌아와 직원을 보내 상태를 파악한 뒤,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이 서면 예산을 편성하라고 지시했다. 여러 직원이 학교를 찾았고, 그 중엔 외부에서 들어온 임기제 공무원(이른바 어공)이 포함됐다. 학교 관계자는 임기제 공무원이 실세일 거라 짐작했는지 중요한 말을 했다.

 

사립학교 관계자: 저희가 얼마를 준비하면 될까요.

전북교육청 직원: (말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 뭘 준비하시는데요?

관계자: 저희가 준비해야 하는 게 있지 않습니까?

직원: (그제야 감을 잡고) 지금 세상이 바뀐 것 모르십니까? 도교육청이 지원한 예산은 한 푼도 빼지 말고 다 공사비로 쓰셔야 합니다. 잘못하다간 큰일 납니다.

관계자: (미심쩍은 표정을 지으며) 그러면 저희가 행정실 직원 한 명을 채용해 드릴까요?

직원: ? 행정실 직원 한 명을 채용해 준다고요? 원래 그런 식으로 일합니까? 딴생각 마시고 예산을 다 투입해서 제대로 공사를 하세요. -34.

 

[# 장면 3. 언론의 민낯] 당신 수준도 이 정도였어?

김 전 교육감은 20107월 취임 후 한 행사장에서 전북지역 한 TV 방송사 보도국장을 우연히 만났다. 친분이 있던 사이였다.

 

보도국장: 교육감님! 도내 메이저 언론사 보도국장, 편집국장들과 교육감님이 정례적으로 만나는 것 알고 계십니까?

교육감: 금시초문인데요. 그런 모임이 있습니까?

보도국장: . 있습니다.

교육감: 그래요? 그럼 만나야지요. 만납시다. 그런데 메이저 언론사는 어디를 가리키는 것이지요?

보도국장: . TV 방송사 3, 라디오방송사 1, 신문사 3개입니다. 26.

 

그로부터 며칠 후 전주시 중화산동 어은터널 입구 가까운 곳 길가 왼쪽에 자리 잡은 한정식집. 언론사 간부 7명이 나와 있었다. 김 전 교육감은 '' 보도국장 옆자리에 앉았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 교육감이 말을 꺼냈다.

보도국장: 교육감님! 과거에는 도교육청 인사철이 되면 제 데스크 위에 쪽지가 (두 주먹을 달걀 모양으로 모으면서) '이렇게' 쌓였습니다.

교육감: 그런데요?

보도국장: 그런데 교육감님이 바뀌고 나서 단 한 장도 들어오지 않네요.

교육감: 그게 어떻다는 것이지요?

보도국장: 그랬다는 것입니다. - 27.

 

김 전 교육감은 그 순간 '다른' 보도국장 한 사람의 표정을 살폈다. '당신 수준도 이 정도였어?'라는 생각으로 그 사람을 본 것이다. 평소 그 간부는 '조금은 다르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 순간 그 간부는 김 전 교육감을 정면으로 보지 못했다. 소위 메이저 언론사의 보도국장, 편집국장과의 만남은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책에는 교육청의 금품 수수 관행, 국회의원과 지역 언론사 간부들의 각종 청탁, 청탁을 거부한 이후 계속됐던 모 언론의 보복성 기사, 학교 식재료 납품 비리, 검찰 및 경찰과 협력해 각종 비리를 단죄한 이야기 등 부패와 관련된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쓰여 있다.

 

김 전 교육감은 글머리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교육감 생활 12년을 돌아보는 글들로 구성했다. 교육계의 어두운 부분이 많이 나오지만, 밝은 부분도 적지 않게 나온다. 어두운 부분은 부정부패에 관한 것이다. 부정부패의 규모와 양태를 있는 그대로 썼다. 독자에 따라선 픽션이라 하더라도 그 정도가 지나치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엄연한 현실'이었고', 지금 이순간에도 우리나라 공직사회 어느 곳에서는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저는 우리 대한민국을 가리켜 '총체적 부패공화국'이라고 말한다. (중략)

 

최소한 우리나라에서는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수명은 5년을 넘기기가 어렵다. 그 주된 원인은 역시 정치권력과 언론의 교육에 대한 무지와 교육 폭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김승환 "공무원이 뇌물 받는 법 구체적으로 답변한 이유는..."

김승환 전 전북도교육감. (자료사진)

 

<오마이뉴스>는 지난 1일과 2일 총 세 차례에 걸쳐 <나의 이데올로기는 오직 아이들>을 통해 부패 행정의 문제점을 고발한 김 전 교육감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 집필 동기가 무엇인가. () 단위 기관장을 지낸 이가 이런 종류의 경험담을 구체적으로 담아 쓴 책은 흔치 않은데.

"퇴임 후 지켜보니 금방 상황을 뒤집어버리겠더라. 알베르 카뮈의 책 '페스트'에 빗대 '부패균'이라는 용어를 종종 쓴다. 이건 결코 죽거나 소멸하지 않는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그리고 권력이 존재하는 한 이건 반드시 따라간다. 좀 고급스럽게 표현하자면 호흡 조절하고 있는 것이지, 조건만 맞으면 바로 되살아난다."

 

- 교육 현장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겼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단어를 꼽자면 '자존감'인 것 같은데.

"교사든, 교육청 직원이든, 교육감이든 자존감을 가져야 한다. 교육감으로서 교직원 자존감을 높이는 데 힘썼다. 자존감을 가져야 부패 유혹을 물리치고, 실력을 기르며 직분에 충실할 수 있다. 부정부패를 지우는 과정에서 결국에는 교사든 직원이든 자존감이 높아지게 된다. 자존감 때문에라도 공직자들이 부정부패에 빠져들지 않는다.

 

책에도 썼듯이 12년 내내 직원들로부터 '이전에는 저희 모두 돈을 주고 이 자리에 왔습니다'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들었다. 돈을 주고 보직을 사고 승진한 이들이 자존감을 가질 수 있나. 부패하지 않고 실력을 기르며 아이들을 위해 근무할 수 있을까. 이게 꼭 교육청만의 문제, 지방의 문제만이 아니다. 중앙정부 공직자도 마찬가지다.

 

저는 또한 헌법학자 출신 교육감으로서 기자들, 특히 취재 기자들의 자존감을 굉장히 중시했다. 취재 기자들 자존감이 탄탄할수록 대한민국 언론은 살아난다. 한 출입기자가 제게 했던 말이 기억난다. '어차피 교육감님한테 청탁 넣어봐야 안 통한다고 그래서 회사 심부름이 없어 편했다'라고."

 

- 10년도 지난 이야기가 책에 있다. 내용도 구체적이다. 책머리에선 경험한 그대로 썼다고 했지만, 어떻게 이렇게 구체적으로 복원할 수 있었나.

"610일 책을 낸 이후 북토크 할 때 객석에서 같은 질문이 나왔다. 나는 집중력 문제라고 본다. 인상적인 내용은, 딱 그 순간 스토리와 배경이 머릿속에 입력된다. 예를 들어 버섯전골 요리집(앞서 4년 동안 100억만 챙기면 점잖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는 그곳)에서의 대화를 놓고 보면, 지금도 딱 대화 전체 내용과 장소, 시기 등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또 대화라는 게 모두 상대가 모두 있지 않은가, 지어낼 수 없다. 모두 경험한 그대로다."

 

- 100억 원 이야기가 책을 통해 처음 공개된 것인가.

"교육감 시절 간부회의나 내부 강연 등에서 일부 언급한 적은 있다. 기사화된 내용은 지금까지 제가 알기로는 없다."

 

- 책 내용만 보면 검은돈을 끊고, 선거 공신도 챙기지 않고 원칙대로 임무를 수행한 것 같다. 한국 정치 풍토를 고려한다면 선출직 당선이 쉽지 않았을 것도 같은데 3선을 했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이 개입하지 않는 선거기 때문에 가능하다. 정당이 공천하지 않으니까. 만약 교육감 선거도 정당 공천제였다면 저를 공천할 정당은 없었을 것이다."

 

- 뇌물 받는 법을 묻는 교육감 질문에 직원이 구체적으로 답하는 대목이 있다. 교육감이 묻는다고 해도 직원들이 제대로 밝히지 않을 수도 있는데.

"취임 초부터 부패 청산 의지를 밝혔다. 취임 후 조회 때 부패 청산 의지를 강조하면서 '교육감인 나도 인간인데, 한순간 그 부정한 돈에 대한 유혹에 빠져서 손을 댄다면(뇌물을 받는다면), 내가 왜 그런 짓을 했지라는 생각이 들 때, 곧바로 나는 자진하겠다'라고 직원들에게 말했다. 이런 부패 청산 의지를 두고 도교육청 직원들이 처음엔 긴가민가하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저 사람은 정말 뒷돈 안 받는구나' 하는 믿음이 생긴 것 같다. 이런 신뢰가 쌓이며 직원들이 이런 저런 속 얘기를, 내가 궁금해 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 책에는 교육청 직원들이 12년 동안 '저희는 예전에 돈 주고 자리를 얻었어요'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사실이다. 그러니까 장학관 한 사람이 저희 장학사 할 때는요 학교에 수금하러 다녔어요. 그 대화 장소에 장학사, 장학관이 여럿 있었는데, 이구동성으로 웃으면서 '저희는 (이전에)그렇게 살았아요'라고 했다. 모두 실제 대화다.

 

한 가지 더 꼭 말하고 싶다. 이게(뇌물 수수 등 부정부패) 전북 교육계에만 있었던 게 아니다. 교육계 전체에 다 있다고 봐야 한다. 아니 교육계, 지방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공직사회 전체에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까 국민께서 생각할 때 이 기관, 이 조직에서는 그런 것이 없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런 게 대한민국엔 없다. 전북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공직사회 전반에 일반화돼 있다. 그게 바로 개별성이면서 동시에 보편성인 거다. 전직 교육감 김승환이 바라본 대한민국은 총체적 부패공화국이다. 이렇게 썩은 나라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국가로 서 있는 자체가 나는 기적이라고 본다. 썩어도 너무 썩었다."

 

- 책 내용이 상당히 충격적인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게 아닐까. 지금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서로 싸운다. 그런데 큰 틀에서 보면 정당이라는, 정치권이라는 큰 집단을 이루고 있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성향도 다르고, 경쟁하지만 결국 언론 전체의 명예와 관련돼 있으면 바로 본능적으로 카르텔을 형성한다. 전체가 침묵하는 게 낫다고 보고 있는 게 아닐까. 언론이 중앙집권화된 것도 문제다. 지방 문제, 지방 뉴스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 책 곳곳에 언론과 언론사 간부에 대한 적개심이 엿보인다. 그들과 적당히 타협했더라면 불필요한 잡음이나 에너지 소모 없이 더 많은 일을 이루지 않았을까.

"적개심이라기 보다는 강한 분노였다. 교육감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부정부패를 없애겠다, 청렴한 전북 교육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근데 이것만으로는 3선을 할 필요가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저는 아이들이라는 가치를, 절대 가치로 삼았다.

 

전북은 정치 사회적으로 그동안 소외돼 있었다. 민주당이 집권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상황에서 내 꿈은, 내 삶을 다 걸고 우리 전라북도를 아이들 천국으로 만들어 놓는 것이었다.

 

그럼, 아이들 천국은 뭐냐. 너희들이 가장 즐거운 게 뭐야, 라고 물었을 때 학교에 가는 거예요, 라고 답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너희들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야, 라고 물으면 엄마 아빠 선생님, 이렇게 답하면 그게 천국 아닌가. 그럼 학교 가면 뭐가 좋은데, 라고 물으면 선생님 만나고요, 친구 만나고요. 공부는 그다음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런 전라북도를 만드는 게 내 꿈이었다."

 

- 정치할 생각은 없나.

"없다. 에너지가 모두 소진됐다."

 

김형호(demian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