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긴 숨결 外

▲<나무의 긴 숨결>(페터 볼레벤 지음, 이미옥 옮김) ⓒ에코리브르 2022.04.
저자 : 페터 볼레벤
(PETER WOHLLEBEN)
1964년 본에서 태어난 볼레벤은 여섯 살 때 이미 자연보호운동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진치히암라인에서 자랐으며, 로텐부르트암네카르의 산림경영전문대학에서 공부했다. 그 후 20년 넘게 라인란트팔츠주 산림청에서 공무원으로 일했다. 기계로 나무들을 베어내 비싼 값에 팔아넘기는 일을 하던 그는 기존의 산림 경영에 회의를 느꼈다. 그때 마침 휨멜 지역의 숲이 자립을 선언하자, 안정된 공무원을 그만두고 휨멜 지역의 산림경영전문가가 되어 숲을 자연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리고자 노력했다.
2007년 생태학과 산림 경영에 관한 과학적 연구를 대중화하는 책을 출판하기 시작했다. 첫 책 《보호자 없는 숲》을 비롯해, 우리나라에서 《나무 수업》이라는 제목으로 출판한 《나무의 비밀스러운 삶(DAS GEHEIME LEBEN DER BAUME)》(2015)은 큰 반향을 일으키며 슈피겔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그 밖에 《숲, 다시 보기를 권함》 《자연 수업》 《인간과 자연의 비밀 연대》 《나무의 말이 들리나요?》 《나무 다시 보기를 권함》 《숲 사용 설명서》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 《동물의 사생활과 그 이웃들》 등 여러 책을 펴냈다. 2019년부터 〈볼레벤의 세계〉라는 잡지를 출간하고 있다.
현재 아이펠에서 숲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원시림의 복구, 자연 보호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자 집필 외에 텔레비전 프로그램 출연, 강연과 세미나 개최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2019년 감성적이고 틀에 얽매이지 않은 지식 전달을 인정받아 ‘바이에른 자연보호상’을 받았다. 2020년 동명의 책을 영화로 제작한 〈나무의 비밀스러운 삶〉은 35만 명이 관람했다.
목차
들어가는 말
1부 나무의 지혜
01 나무가 오류를 범하면
02 1000년 동안 배우기
03 지혜는 씨앗에 숨어 있지
04 겨울에 충분한 수분 빨아들이기
05 벌레를 막으려는 빨간색 잎
06 아침 형과 늦잠 형
07 냉난방 장치 숲
08 중국에 비가 오면
09 배려하기, 거리 두기
10 박테리아: 과소평가받는 능력자
2부 산림 경영의 무지
01 궁지에 몰린 상황
02 너도밤나무 숲에서의 학살
03 독일은 슈퍼 나무를 찾는 중
04 좋은 뜻에서 한다지만 좋을 때가 드물다
05 노루: 새로운 나무좀벌레?
06 기후 보호자로서 늑대
07 나무: 정말 완전히 생태학적인가
08 돈을 지불하시죠
09 화장실 휴지 논쟁
10 더 많은 돈, 더 줄어드는 숲
11 상아탑이 흔들린다
12 당신의 접시에는 무엇이 있나요
3부 미래의 숲
01 모든 나무가 소중하다
02 모두가 한배를 타야 하나
03 신선한 바람
04 숲은 돌아온다
05 무지와 숲에서 주의할 점에 관하여: 피레 이비슈의 후기
감사의 말
주
출판사 서평
우리는 나무와 숲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
이 책은 크게 3부, 즉 1부 “나무의 지혜”, 2부 “나무 경영의 무지”, 3부 “미래의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서는 주로 나무가 기후에 대처하는 방식, 숲에서 공동생활의 지혜, 어린 나무에 대한 양육 등을 다룬다. 여기에서는 기후, 특히 가뭄에 대처하는 나무의 모습을 간단하게 소개한다. 전제는 나무가 대처하는 데 무척 느리다는 사실이다. 나무는 건조하고 바짝 마른 여름이 되면 커다란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나무가 지속적인 가뭄에 대처하는 첫 번째 행동은 바로 광합성을 중단하는 것이다. 우선 나무는 수천 개의 작은 입, 그러니까 잎 밑부분에 있는 아주 작은 구멍을 닫는다. 이 구멍으로 나무는 숨을 쉬는데, 호흡을 하면 수증기를 상실한다. 수증기는 주변의 온도를 식혀주며, 녹색의 거인도 뜨거운 여름날을 견디기 위해 바로 이와 같은 효과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물론 뿌리가 공급할 수분이 더 이상 없다는 신호를 보내면, 잎에 있는 수많은 입이 닫힌다. 하지만 잎이 호흡을 하지 않으면 광합성도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이산화탄소의 공급도 멈춰 햇빛의 도움으로 생산하던 포도당도 더 이상 만들지 못한다. 이제 나무는 원래 다가올 겨울을 위해 비축해두었던 저장품을 먹고살아야 한다.
나무가 이렇게 대처해도 가뭄이 지속되면 두 번째 조치를 취한다. 잎사귀 일부를 떼어버리는데, 우선 뿌리에서 가장 멀리 있는 잎사귀를 떨어뜨린다. 바로 나무 꼭대기에 있는 잎이다. 그리하여 8월경에도 나무는 완전히 헐벗게 된다. 물론 이때에도 나무가 활동을 완전히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 나무가 죽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겨울이 오기까지는 최소한의 활동을 통해 그 생명을 유지한다. 이듬해 봄이 되면 다시 정상적인 활동을 재개한다. 물론 나무는 가뭄 스트레스를 겪고 나면 여름의 숲은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받아들이고 아주 많은 당분을 생산해내며 다시 균형을 이루게 된다. 얼마나 지혜롭게 행동하는가?
2부에서는 인간이 얼마나 숲에 대해 무지한지를 신랄하게 고발한다. 물론 숲을 황폐하게 만드는 것은 직접적인 것도 간접적인 것도 있다. 길게 봐서 인간의 활동이 축적되어 숲의 황폐화를 가져온 것은 기후 위기나 인구 증가로 인한 경작지를 늘리기 위해 숲을 없애는 행위 등이 있다. 하지만 저자가 이 책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내용은 숲의 경영에 대해서다.
“대량 사육하는 동물처럼 대규모 농장에서 자란 나무는 쉽게 병에 걸리며, 이러한 질병과 자연재해로 인해 항상 대대적인 결손이 생겨난다. 또한 ‘대량으로 나무를 키우는 농장’에서 나온 목재의 품질은 원시림에서 자라는 나무의 품질에 비해 뒤떨어진다. 이런 사실은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목재 가공 산업이 굵지 않은 나무와 품질이 떨어지는 목재를 목표로 삼기 때문이다. 숲에서 목재의 품질을 유지하기 어려워 나무를 더 이상 제공할 수 없게 되자 이를 기술로 보완하기도 한다. 당신이 통나무에서 나무 한 조각을 얻으려 해도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 통나무는 작은 판자들을 접착제로 붙여놓은 것이다. 큰 나무통 없이 모든 크기의 건축 목재가 만들어진다.”(110쪽)
위의 글은 세계 전역에서 유행하는 숲을 농장으로 대체하는 데 대한 폐해를 지적하고 있다. 이는 수십 년 동안 목재를 대량 생산하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야생의 숲을 농장으로 전환시킨 이들은 가능하면 빨리 자라는 나무를 심거나 품종을 개량했는데, 이는 오늘날의 육류 생산과 비슷한 결과를 가져왔다. 아니 더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농업은 매년 변경할 수 있는 데 반해, 산림 소유자는 나무의 종류에 따라 짧게는 몇 십 년에서 길게는 몇 백 년 넘게 한 번 내린 결정에 묶여 있어야 한다. 게다가 예상치 못한 결과를 증폭시키는 기후 변화도 있다. 오늘날에는 미래에 올릴 매상이 중요한 게 아니다. 나무가 죽기 전에 필요한 만큼의 나이에 도달할 수 있을 만큼 자랄지가 더 중요하다. 이처럼 산림 경영에서는 미래를 예견하기가 무척 어렵다.
3부에서는 미래의 숲에 대해 전망한다. 저자는 특히 기후 변화가 가져온 숲의 위기에 주목하는데, 이로 인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모든 기준을 파괴한다는 사실이다. 즉 과거에는 어떤 나무가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측정해 문서화한 것들을 기준으로 삼아 그 나무를 가꿔나가면 되었는데, 기후 변화는 그러한 기준과 표준을 하루아침에 쓸모없이 만들어버린다. 기후 위기는 식물의 성장을 위한 새로운 조건을 등장시키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후 변화는 산림 경영에 대한 모든 계획을 좌절시켜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무엇인가? 미리 대비하는 길밖엔 다른 도리가 없다. 미래가 예상치 못한 위험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하고, 따라서 위험에 대비해 많은 정보를 축적해야 한다. 우리는 숲으로부터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고, 강력하게 조작하거나 이용하지도 말아야 하며, 숲이 저항력을 갖도록 지원해야 한다. 날씨가 극단적으로 덥고 건조해지면 언제 어떤 조건이 지배적이 될 수 있다거나, 150년 전에 비해 전 세계의 기온이 2도 혹은 3도 올라갈 것과 같은 지식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이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숲이 스스로 시원하고 습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현재 직면한 위험 가운데 가장 큰 위기가 기후 변화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런데 기후 위기는 우리에게 겸손을 가르친다. 우리는 인류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확신을 가져서도 안 되고, 자연의 지식을 가볍게 무시해서도 안 된다. 기술적 해결책이 우리를 구해줄 수 있다고 믿는 대신에 오래되었으나 훌륭한 원칙, 즉 주의를 기울이고 사전에 준비하는 원칙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이처럼 우리가 잘 모른다는 사실, 다시 말해 무지는 우리에게 좋은 교훈이 될 수도 있다.
인간은 절대 숲을 만들 수 없다
산불로 타버린 숲은 어떻게 복원해야 할까.
첫 번째 방법은 가만히 놔두는 것이다. 숲은 스스로 돌아온다. 아무것도 없어진 허허벌판일지라도 숲은 생긴다. 변화된 환경에 가장 적응을 잘하는 개체의 군집이 먼저 자리를 잡고, 생태계를 다시 한번 바꾼다. 그렇게 새롭게 변화한 생태계에 적응을 잘하는 군집이 숲에 다시 자리 잡고 이전의 군집은 쇠퇴한다. '천이'라 불리는 이러한 과정은 일정한 순서를 가진다. 산불로 파괴된 지역에서도 천이는 진행된다.
인위적으로 숲을 새로 만드는 방식도 있다. 비용은 많이 들지라도 일률적으로 나무를 심고 관리한다.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고, 변화 또한 예측이 가능하기에 숲을 관리하기 용이하다. 또 가치가 높은 나무를 심을 수도 있다. 목재로 생산했을 때 값이 비싼 종을 심는다거나 부산물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은 나무를 심는다.
서로 다른 복원 방법은 숲과 나무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달려있다. 나무가 만들어내는 숲 생태계를 인지하고 있는지도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산불 피해를 본 강원도 고성군에 인공복원림과 자연복원림을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조성했다. 맨눈으로 봐도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두 숲의 결과 중 뭐가 더 좋은 복원인지 말하기는 쉽지 않다.

▲나무가 사라진 숲을 어떻게 복원할 수 있을까. <나무의 긴 숨결>(페터 볼레벤 지음, 이미옥 옮김, 에코리브르)은 그 해답 중 하나를 제시해준다. ⓒ프레시안(한예섭)
숲에 개입하는 그 어떤 행위도 생태계를 퇴보시킨다.
<나무의 긴 숨결>(페터 볼레벤 지음, 이미옥 옮김, 에코리브르)의 저자는 독일 산림청에서 20년 넘게 공무원으로 일했다. 그의 주 업무는 산림 경영. 기계로 나무를 베어내고 비싼 값에 팔았다. 사실 '산림청'이라는 이름이 주는 느낌과 달리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의 산림청은 '자원'의 측면에서 산림을 바라본다. 한국 산림청은 환경부 산하가 아닌 농림축산식품부 소속이다.
저자는 나무를 생태계의 한 구성원이 아닌 자원으로 바라보는 관점에 회의를 느끼고 공무원을 그만둔다. 생태학과 산림 경영에 대한 연구를 소개하고 숲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원시림 복구에 나선다. 평생을 나무를 관리해오던 그는 이번 책 초입부터 선언한다.
"인간은 절대 숲을 만들 수 없다."
그는 그동안 인간이 "나무를 너무 몰랐다"라며 나무에는 스스로 생태계와 기후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 쉽게 말해 우리는 나무를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고, 나무들의 활동은 결국 기후에 대처할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우군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저자가 연구한 독일의 너도밤나무 사례는 나무가 극한기후를 어떻게 스스로 버텨내는지,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푸르름이 가득한 한여름 8월에 낙엽을 떨어트리는 너도밤나무의 이야기다.
"낙엽은 광합성을 가능케 하는 녹색 색소인 엽록소를 서서히 줄이면서 시작한다.(…) 이러한 전반적인 과정은 몇 주에 걸쳐서 차츰차츰 이뤄졌으며 11월에 완성된다."
"이와 반대로 2020년 8월의 비상시 낙엽 투척은 그야말로 나무가 경악에 빠져서 보인 반응이었다(…) 너도밤나무는 속도를 올렸다. 갈색 잎만 떨어뜨리는 데 그치지 않고, 노란색과 심지어 녹색 잎도 떨어트렸다(…) 이와 같은 전략은 대부분의 나무에게 성공을 가져다주었다."
나무는 가만히 서서 멀뚱히 극한 기후를 당하지 않는다. 수개월에 걸쳐서 일어나는 낙엽 투척을 불과 며칠 만에 해버릴 정도로 절박하게 기후에 대응한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나무는 학습하고, 더 잘 대응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배운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나무는 배울 수 있고 습득한 지식을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다"라며 "숲에서 자라는 나무는 나이를 더 먹을 수 있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라고도 말한다.

▲나무는 가만히 서서 멀뚱히 극한 기후를 당하지 않는다. 수개월에 걸쳐서 일어나는 낙엽 투척을 불과 며칠 만에 해버릴 정도로 절박하게 기후에 대응한다. ⓒPixabay
그렇다고 이미 다가온 기후위기를 아예 무시하고 숲을 그대로 두라는 것은 아니다. 과도한 개입을 자제해야 하는 것이지, 그저 눈을 감으면 보이지 않는 것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항상 잘되었으니까 지금처럼 계속하는 거야'라는 슬로건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 (…) 우리는 숲으로부터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고, 가능한 한 강력하게 조작하거나 이용하지도 말고, 숲이 저항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숲이 스스로 시원하고 습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일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방안은 간단하다. 불필요한 벌채와 숲 파괴를 막으면 된다. "집 앞에 있는 나무 한 그루"부터 보호하면 된다. 저자는 이용 가치가 있을 정도로 자라면 베어낸 후 새 나무를 심는 방식의 현재 산림 경영은 완전히 틀렸다고 지적한다. 나무가 계속 성장하면 지속해서 탄소를 더 많이 저장하고, 저장 속도도 올라간다는 내용이다.
"오래된 나무는 특히 온실가스를 많이 저장하는데 이는 나이테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 끊임없는 성장은 보통 벌채할 나이(80~150년)를 훨씬 넘어야 줄어든다. (…) 벌채로 손상을 입은 숲은 피레 이비슈의 연구에서 보았듯 날씨를 서늘하게 하고 비를 내려주는 기능을 제한적으로 수행한다. 게다가 관리하는 숲에서 자라는 나무는 더 이상 오래 살지 못한다."
좋은 뜻에서 한다지만 좋을 때가 드물다
한국의 산림청은 지난 2021년 탄소중립을 위해서 오래된 나무를 벌채하고 어린나무를 심겠다고 말해 숲 생태계에 대한 관점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1998년부터 진행 중인 '숲 가꾸기' 사업은 나무의 생태계적 가치보다는 목재 생산에 치중한 사업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저자는 그저 나무에 시간과 휴식을 주면 된다고 말한다. 숲에서 인간이 잠시 비켜 있으면 숲이 자기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의 상당 부분을 '나무의 지혜'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그 이유다. 자연의 자생력을 믿을 수 있다면, 지금 산림청을 포함한 인류가 해야 할 일은 잠시 기다려주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책 제목처럼 '나무의 긴 숨결'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숲, 다시 보기를 권함 페터 볼레벤 저/박여명 역/남효창 감수 | 더숲 | 2021년 06월 25일
원서 : Der Wald
저 : 페터 볼레벤 (Peter Wohlleben)-‘과학 지식을 감정으로 번역해 주는 자연 통역가’로 불리는 세계적 생태 작가. 300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한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숲 해설가, 나무 통역사이다. 1964년 독일 본에서 태어나 도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럼에도, 아니 바로 그 때문에 이미 여섯 살 때 자연보호 활동가가 되겠다고 결심했고, 로텐부르크 임업 대학을 졸업한 후 라인란트팔츠주 산림청에 들어가 산림감독관으로 20년 넘게 일했다. 일하는 동안 전통적인 임학이 숲을 보호하기보다는 착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공무원이라는 신분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관점을 실천으로 옮기기는 어려웠다.
현장에서 일하며 기계로 나무들을 베어 내 비싼 값에 팔아넘기는 일을 하던 그는 기존의 산림경영에 회의를 느끼던 중 마침 휨멜 지역의 숲이 자립을 선언하자, 안정된 공무원 자리를 박차고 휨멜 지역의 산림경영 전문가가 되어 숲을 자연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리고자 노력했다. 숲을 원시림과 유사한 낙엽수림 지대로 가꾸면서 화학물질은 일절 쓰지 않았고, 기계 대신 말을 이용했다. 개벌도 하지 않았다. 나무와 같이 일하는 틈틈이 강의와 세미나를 열었고, 자신의 생태학적 사고를 글로 옮겼다.
2007년 첫 번째 책 『보호자 없는 숲』 이후 쉼 없이 저작 활동을 하고 있다. 국내에 페터 볼레벤이라는 이름을 처음 알린 책 『나무 수업』을 비롯하여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움을 향한 새로운 시선을 담은 『나무 다시 보기를 권함』, 인간 또한 생태계의 일부이며 자연 속에서 그들과 연대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운 『인간과 자연의 비밀 연대』 등을 내놓으며 ‘독일에서 가장 성공한 논픽션 작가’가 되었다. 이외에도 『동물의 사생활과 그 이웃들』,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 『숲 사용 설명서』, 『나무의 말이 들리나요』 등이 있다.
현재 아이펠에서 숲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원시림의 복구, 자연보호의 중요성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고자 집필 활동 외에 텔레비전 프로그램 출연, 강연과 세미나 개최 등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2019년 열정적이고 인습에서 벗어난 그만의 지식 전달 방식을 인정받아 ‘바이에른 자연보호상’을 수상했다.
목차
머리글 / 감수의 글
제1장 산림경영 전문가가 되다
제2장 숲에서 배우다
제3장 체스판 같은 숲의 탄생
제4장 야생에서 자라는 나무들
제5장 심어진 나무들
제6장 수렵
제7장 ‘보호’라는 이름 아래
제8장 숲에 개입하는 사람들
제9장 허술한 산림경영 평가
제10장 비용 절감이 숲에 빚은 결과
제11장 모든 우듬지 아래에는 영원한 안식이 있다
제12장 숲 서바이벌 체험이 준 깨달음
제13장 어린이에게 알려 주고 싶은 것
제14장 숲의 미래
제15장 숲 주인들의 고집으로 지켜지는 나무
제16장 젊은 산림경영 전문가들
제17장 희망의 끈을 놓지 않다
주



숲의 위기는 인간이 숲을 가꾸고 보호하는 데에서 시작되었다!
숲은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비밀 장소이다. 우리는 숲이 안식처이자 휴식처이며 자연 본연의 모습을 가진 공간이라고 믿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이미 수 세기 전부터 숲을 돌보아야 할 대상으로 치부하여 인간이 개입했고, 인간의 손길이 닿으면서 숲은 오히려 위기의 시대를 맞았다. 페터 볼레벤은 그 원인을 숲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찾는다. 자연의 생명체로서 나무와 숲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숲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측의 속내는 임업(독일에서는 수렵이 더해진다)을 위한 보호와 관리다. 나무는 경제성, 효율성에 부합해야 하는 자원, 즉 상품인 것이다. 이를테면 가꾸지 않거나 가꾸어야 할 시기를 놓치면 나무는 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낮아지고 숲은 아예 쓸모없게 되고 만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숲은 임업의 관점에서 볼 때 그저 베어질 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나무들의 집단일 뿐이다(독일처럼 수렵이 더해지면 수렵감이 있는 축사로서의 기능까지 더해진다). 결국 우리는 구미에 맞는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주는 숲을 원하는 것이다. 페터 볼레벤에 따르면, 이러한 시각은 자연을 돌봄이 필요한 연약한 환자로 생각하고 어떤 나무가 어떤 곳에서 가장 잘 성장할지를 아는 것은 자연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인간의 편협한 오만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여기에는 숲에 있는 수많은 토양미생물, 야생동물, 토양 등 생명체에 대한 배려와 존중, 깊은 이해가 결여되어 있다. 이렇게 숲에 대한 배려 없이 유행에 따라 수종을 선택하고 문제가 생기면 개벌이나 간벌을 하고 그 자리에 또다시 식재를 하는 것이 오늘날의 자연보호다. 이로써 생물종의 다양성은 사라졌고 원시림은 사라졌다. 그러나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림보다 나은 숲은 이 세상에 없다. 숲은 자연이지 가꾸고 다듬어야 할 공원이 아니고, 진정한 자연보호는 원예 사업이 아니다.
페터 볼레벤은 이러한 무자비한 인간의 손길로부터 나무와 숲, 그 속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체를 지키고자 자신이 관리하는 곳에서는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숲의 토양을 훼손하는 기계 대신 말을 이용한다. 또 고령의 너도밤나무 서식구역을 지켜 내고자 99년 동안 이용할 수 있는 수목장을 운영한다. 이는 임업이라는 경제 논리에 따른 산림경영이 아닌, 자연이 자연으로 회귀할 수 있도록 하는 진정한 보호인 것이다.
우리가 아는 숲이 진정한 자연인가
나무는 감정과 감각이 없는 생명체로 여겨지지만 빛을 볼 줄 알고 동료와 의사소통을 하여 정보를 공유할 줄도 안다. 이러한 나무들을 인간이 개입하지 않고 자연 속에 내버려두면, 아주 오래전에 그랬듯이 어미나무 아래에서 어린나무가 자라고 땅속 깊은 곳에 있는 미생물들과 공동생활을 이어 가며, 어느 날 어린나무가 어미나무보다 커지면 제 임무를 다한 어미나무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오랜 현장 경험을 가진 페터 볼레벤은 이 과정이 순리에 따라 이루어지도록 지켜보고 기다리는 것이야말로 숲과 생태계를 위한 진정한 보호라고 말한다. 본디 인간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 자연이라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대기오염 방지에 크게 보탬이 되는 녹색 에너지로 알고 있는 풍력발전과 바이오매스의 드러나지 않은 민낯을 보여 준다. 실제로는 산에 풍력발전기를 세우고 목재 펠릿을 만들기 위해 많은 나무를 베어 내는 과정에서 흙에 저장되어 있던 이산화탄소가 대규모로 배출된다. 이때 야생동물들은 서식지를 잃기도 하며, 풍력발전기의 날개에 많은 새가 희생된다고 한다. 페터 볼레벤은 이렇게 많은 나무와 다양한 생명을 죽음으로 내몰며 녹색 에너지를 생산하기보다는 에너지 절약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진정한 자연보호임을 설득력 있게 지적한다.
나무에게는 토양 깊은 곳에서 가장 높은 수관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모든 것을 조절할 줄 아는 능력이 있다. 그러나 인간이 개입하면서 숲은 자신의 질서, 생명, 공동체를 빼앗기고 훼손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자연의 권한을 자연에게 돌려주어야 하며, 인간중심적인 시각의 개입이 낳은 결과가 숲과 토양의 훼손뿐 아니라 기후변화 · 대기오염 · 수질오염이라고 이야기한다. 아울러 이는 우리와 후손이 치러야 하는 대가라는 뼈아픈 경고를 한다.
이 책에는 저자의 모든 생명 있는 존재에 대한 존경심과 배려가 충만하며, 그들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시니컬하면서도 유머러스하며 때로는 곱씹어 보게 하는 아름다운 표현들을 통해 우리는 또 한 권의 재미있는 인문과학서를 만나게 된다.
책 속으로
일상의 소음과 분주함은 숲에서만큼은 자취를 감춘다. 바람이 우듬지 사이를 살랑거리면 새들이 노래하고, 초록의 나뭇잎들이 파란 하늘과 뒤섞인다. 우리가 깊이 호흡하며 휴식을 누리는 시간이다. 마실 물과 깨끗한 공기, 생물종의 다양성을 허락하는 것 또한 숲이다. 이는 우리가 숲을 사랑하는 이유다.
나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정말 자연의 본모습인지 묻고 싶다. 숲의 미래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살피기 시작하자, 그저 녹색의 무대 세트에 불과한 수많은 숲이 내 눈에 들어왔다. 정작 무대 세트의 뒤에서는 무자비한 착취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숲의 동물들은 가장자리로 밀려난 채 성가신 방해물 정도로 여겨지고 있으며, 나무는 체류기간이 이미 정해져 있는 목재 원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 「머리글」 중에서
페터 볼레벤은 분명 개혁가이다. ……현실적 모순과 부조리에 맞서 자신의 철학을 실천으로 옮기려는 의지가 책의 서두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고스란히 묻어나 있다. 마치 한 그루의 위대한 너도밤나무가 페터 볼레벤인지, 페터 볼레벤이 한 그루의 위대한 너도밤나무인지 책을 읽는 내내 혼동될 정도다. 너도밤나무는 서두름이 없는 나무다. 소나무나 참나무가 자신을 추월하며 서둘러 높이 자랄 때도 너도밤나무는 서두르는 법이 없다. 그냥 그들의 그늘 아래에서 참고 견딘다. 모순과 부조리를 삼키며 혁명의 시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 「감수의 글」 중에서
도로 위에서 일어나는 야생동물 사고는 개체수가 너무 많아 서식 공간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노루의 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개체수가 자연적인 수준에 머물렀다면 어땠을까? 자연히 노루와 눈을 마주치는 운전자도 없었을 것이다. 결국 사육과 먹이 공급을 부추기는 트로피 헌팅 문화가 사고의 원인이라는 사실이 통계로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 「제6장 수렵」 중에서
숲과 관련해 이 직업군을 홍보할 때는 숲이 돌봄을 필요로 하는 연약한 환자와 같다는 주장을 내세운다. 산림경영 전문가의 도움이 있어야만 숲이 질병과 훼손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나무가 어떤 장소에서 이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가장 잘 아는 것은 자연이 아니라 산림청이라고도 한다. 산림경영 전문가는 생태계가 온전히 기능할 수 있도록 고령의 나무들을 적기에 베어 내고, 혈기왕성한 어린나무들로 대체하는 일을 담당한다. 이들이 없으면 숲도 없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산림경영 전문가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이다.
예상했겠지만 그야말로 난센스다. 그렇다면 브라질의 열대우림을 보살피는 것은 누구며, 끝없이 펼쳐지는 시베리아를 관리하는 것은 또 누구란 말인가? 자연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그 능력으로 늘 최적의 상태를 유지한다.
--- 「제8장 숲에 개입하는 사람들」 중에서
수목장을 운영하기 시작한 후 업무 내용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측면에서 보면 동료들의 말에 일리는 있다. 업무시간의 반은 수목장에 대해 문의하는 고객들을 안내하고 계약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나무를 분양하는 데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기분 좋은 일이다. 수목장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의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는, 무엇보다 자연을 사랑하는 이들이었다. 분양비용은 선택받은 나무의 목재 가치를 고려해 책정했다. 이로써 자신의 부채를 해결한 너도밤나무는 마음껏 늙어 갈 수 있었다.
--- 「제11장 모든 우듬지 아래에는 영원한 안식이 있다」 중에서

숲은 고요하지 않다 마들렌 치게 저/배명자 역/최재천 감수 | 흐름출판 | 2021년 04월 23일 |
원서 : Kein Schweigen im Walde
식물, 동물, 그리고 미생물 경이로운 생명의 노래
저 : 마들렌 치게 (Madlen Ziege)-독일의 포츠담, 베를린 그리고 호주에서 생물학을 전공했으며, 도시 및 시골에 서식하는 야생 토끼의 커뮤니케이션 행태에 관한 연구로 프랑크푸르트 괴테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행동생물학자로서 연구를 계속하고 있으며, 사람들에게 자연과학적 탐구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고자 애쓰고 있다.
목차
감수의 글 숲은 고요하지 않아야 한다
생명의 비밀
서문 모든 생명은 대화한다
제1부 ‘어떻게’ 정보가 교환되는가?
1장 생명은 발신 중
온통 다채롭고 화려하다 | 자연 오케스트라 | 냄새의 세계
2장 생명은 수신 중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 듣고 감탄하라 | 언제나 후각세포 먼저
제2부 ‘누가’ ‘누구와’ ‘왜’ 정보를 교환하는가?
3장 단세포 생물: 최소공간에서의 소통
먹고 먹히다 | 박테리아가 박테리아에게
4장 다세포 생물: 버섯과 식물의 언어
맛보기로 조금만! | 식물의 취향별 방어법 | 유성생식 혹은 무성생식 | 이웃 사랑
5장 다세포 생물: 동물적으로 탁월한 소통
사느냐 죽느냐 | 언제 어디에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 이쪽으로 올래 아니면 내가 그쪽으로 갈까? | 둘, 셋, 여럿: 집단에서의 소통
제3부 모든 게 달라지면 어떻게 될까?
6장 동물이 숲을 떠났을 때
주가지수와 토끼의 접점 | 이 이야기의 교훈?
출판사 리뷰
숲이 고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아직 제대로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동물과 식물은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소통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어떻게, 그리고 누구와 소통할까? 식물이 들을 수 있고, 버섯이 볼 수 있다는데, 사실일까? 허풍을 떨고 능수능란하게 속임수를 구사하는 건 인간만의 전유물인 걸까? 그렇지 않다. 새들과 물고기, 심지어 달팽이들까지, 어떤 면에서 그들의 소통법은 인간보다 훨씬 뛰어나다.
생명은 살아가기 위해 자신이 어떤 환경에 둘러싸여 있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어디에 빛이 있고 물이 있고, 어디로 가야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지 않는지, 어느 쪽에 먹이가 있고 어느 쪽에 천적이 있는지와 같은 정보는 자신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 이런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당연히 의사소통이 필수다. 인간도 속한 커다란 전체, 즉 생태계는 생명체들 간의 이런 정보 교환과 무생물 환경과의 상호작용이 치열하게 작동함으로써 형성된다.
생명체는 기본적으로 색과 형태 및 움직임 같은 시각적 정보를 의사소통을 위해 이용하지만, 인간이 아닌 생명체 중 카멜레온이나 오징어 같은 친구들이 아닌 이상 대체로 시각적 정보로 신호를 보낼 수 없다. 그러므로 생명체는 매우 다채로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전자에너지나 색소를 이용하기도 하고, 냄새로 화학정보를 송신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독일의 여성 행동생물학자 마들렌 치게는 이 책에서 바이오커뮤니케이션(Biocommunication)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바이오는 ‘생명’을 뜻하고, 라틴어에서 유래한 커뮤니케이션은 ‘메시지’를 의미한다. 간단히 말해 바이오커뮤니케이션은 ‘생명체들 사이의 활발한 정보 전달’이다.
의사소통이 필요한 건 인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인간은 언제나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환경 정보를 감지하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같은 언어를 구사한다고 하더라도 상대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그에 대한 반응도 전혀 달라진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인간의 언어는 정확하다고 볼 수 없다. 자연의 생물들이 나누는 대화법에 비하면 말이다. 때문에 인간은 종종 일상에서 정보 교환의 한계를 느낀다. 이에 대해 마들렌 치게는 말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생물들의 소통에 관한 비밀이 그걸 해결할 열쇠가 될 거라고.
이 책에서 우리는 체내수정을 해 알이 아닌 새끼를 낳는 대서양 몰리(물고기)에서부터 자신을 노리는 천적을 속이기 위한 암호를 발신하는 지빠귀, 특정 주파수에 반응해 방향을 바꾸는 옥수수 뿌리, 공중변소를 이용해 정보를 공유하는 토끼, 눈 대신 세포를 이용해 시각정보를 받아들이는 플라나리아까지, 기상천외한 생물들의, 더 기상천외한 소통의 기술을 만나게 된다.
단세포 생물부터 균류, 식물, 동물에 이르기까지
고요한 숲 속에 울려 퍼지는 자연의 오케스트라!
단세포 생물부터 동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명체는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체를 갖추고 있다. 이 수용체를 이용해 서식지 주변의 환경 정보를 감지하고 다른 생명체와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 빛에 민감한 눈과 같은 감각세포를 이용해 전기적 에너지를 포착하기도 하며, 귀로는 음향 정보를 얻고, 후각세포는 냄새로부터 정보를 얻는다.
지구상의 어디에서든 그리고 어떤 가혹한 조건에서든 생명체가 살고 있다. 스스로 광합성을 할 수 없는 녹조류 같은 단세포 생물은 양분을 공급받기 위해서 타 생물체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도청을 하는 등 스파이 같은 행동을 하기도 한다.
짚신벌레 같은 단세포 생물은 수많은 생명체의 식단에서 가장 위에 있다. 그러나 그들 역시 앉은 자리에서 순순히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전략을 마련해두었다. 짚신벌레의 천적은 자기도 모르게 ‘살해 의도’를 들키고 만다. 그들이 화학 정보를 전송하기 때문이다. 짚신벌레의 표면에는 천적의 화학정보를 감지하는 수용체가 있다. 그래서 이 단세포 생물은 천적의 냄새 분자가 수용체에 닿자마자 즉시 반응할 수 있다. 짚신벌레는 예를 들어 코벌레의 등장을 감지하면 그에 대한 반응으로 ‘트리코시스트(Trichocyst)’라는 화살을 쏜다. 만약 짚신벌레가 공격자를 너무 늦게 발견하여 이미 맞닥뜨린 상황이라면, 유턴과 후퇴를 위해 이 화살을 발사한다. 이런 탈출 전략은 짚신벌레에게 시간을 벌어준다.
- 〈먹고 먹히다〉 중에서
생존이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동물은 싸우거나 도망가거나 혹은 죽은 척이라도 할 수 있지만, 식물은 정착성이라는 특성 때문에 오직 싸움만을 선택할 수 있다. 그래서 식물은 가시나 독 혹은 화학적 신호를 사용해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식물은 인간의 눈을 피해 땅속으로 뿌리를 내려 다른 식물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이때 발산하는 화학 물질의 종류만 해도 무려 100가지 이상이다. 그러나 그들의 대화가 언제나 평화적인 것만은 아니다.
비늘송이버섯은 바이오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특히 흥미로운 균근 버섯인데, 이 버섯은 숙주식물의 언어를 정확히 사용한다. 비늘송이버섯은 혼합림과 침엽수림에서 나무들과 공생관계를 맺는데, 가문비나무도 그중 하나다. 예나대학의 미생물학자들은, 이 버섯이 ‘인돌-3-아세트산’이라는 화학 물질을 나무와 똑같이 생산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식물 역시 세포 성장을 위해 이 화학 물질을 생산한다. 송이버섯은 나무파트너에게 세포성장을 ‘설득’하고자 할 때마다 인돌-3-아세트산을 방출한다. 식물세포가 많을수록 버섯 역시 공생파트너와 더 촘촘하게 연결하여 양분을 더 많이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맛보기로 조금만!〉 중에서
생물의 의사소통에 관한 습성을 살펴볼 때 거미는 일류 강도라 할 수 있고, 뉴질랜드에 사는 반딧불이는 먹잇감을 잡기 위해 가짜 불빛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고래가 초음파를 이용해 의사소통을 한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범고래 중에서 물개나 바다사자, 돌고래 같은 사냥감을 선호하는 무리와 연어를 좋아하는 무리들은 서로 다른 소통 유형을 보인다. 돌고래나 바다사자 같은 먹잇감들은 수킬로미터 밖에서 범고래의 외침을 들을 수 있다. 때문에 이런 먹이를 원하는 범고래들은 가능한 침묵한 채 헤엄쳐 접근해온다. 청력이 좋지 않은 연어들을 사냥할 때와는 확연히 다른 소통의 기술이다.
생명체가 사회에서 함께 생존해 나가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다양한 생명체가 마주치거나 심지어 한 공간에서 공유 생활을 하는 경우라면 충돌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동물들에게는 이것이 곧 먹이나 짝짓기 상대를 둘러싼 싸움이다. 생명체 간의 의사소통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으려면 정보가 이를 수신하는 생명체에게 정확히 도달되어야 하는데, 생명체 간의 정보망은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러므로 만약 환경 조건이 변하면 어떻게 될까? 생명체의 생존에 있어 중요한 조건은 변화해 가는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며, 결국 그것은 진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다.
과학이 일깨워준 새로운 바이오커뮤니케이션의 세계.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정보를 주고받는다!”
점점 정확해지는 과학 방법들 덕분에 인간은 과거에 알지 못했던 바이오커뮤니케이션 세계를 이제는 또렷이 볼 수 있게 되었다. 가령, 현대의 인간은 오늘날 냄새 물질 정보를 받은 유기체의 반응을 세포 차원까지 추적할 수 있다. 18세기의 자연 과학자들은 (당시에) 버섯을 생명이 없는 광물로 분류했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버섯이 어떤 의사소통 능력을 가졌는지까지 안다!
유용한 의사소통에 관해 우리가 가장 많이 배울 수 있는 모범은 우리 주변에 사는 생명체들이다. 그들의 생존은 같은 공간에 사는 수많은 다른 생명체와 얼마나 성공적으로 의사소통하며 조화롭게 사느냐에 달렸기 때문이다. 의사소통은 정보의 발신과 수신을 통해 ‘무지’를 줄인다. 다시 말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 뒤에는 전보다 아는 것이 더 많아진다. 그러므로 우리는 동료들과의 의사소통을 통해 새로운 정보, 즉 유용한 지식을 얻어 일상에 닥친 결정들에 그것을 활용할 수 있다.
의사소통은 인간의 발명품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생명이 시작된 이래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연결해주었다. 꽃은 특정 시각 신호를 보내면 수분할 확률이 아주 높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다. 이런 ‘자연의 언어’를 꿰뚫어 보는 시선은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놀라운 통찰력을 우리에게 선사할 것이다. 잊지 말길. 판타 레이!(그리스어로 “모든 것은 흐른다”는 뜻이다)

책 속으로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큰 생명체는 땅속에서 자라는 조개뽕나무버섯(Armillaria ostoyae)이다. 이 버섯은 미국 오리건주 자연보호구역의 950헥타르 이상을 차지하는데, 그것은 축구장 678개를 합친 것보다 더 넓은 면적이다. 과학자들의 추정에 따르면 이 버섯의 나이는 무려 2400살이다. 반면 가장 작은 생명체는 지름이 겨우 350~500나노미터인 나노아케움 이퀴탄스(Nanoarchaeum equitans)라는 고세균이다. 라틴어 이름을 번역하면 대략 ‘말 타는 원시 난쟁이’라는 뜻이다. 그냥 장난으로 지어진 이름이 아니다. 이 원시 난쟁이는 정말로 ‘이그니콕쿠스 호스피탈리스(Ignicoccus hospitalis)’라는 단세포 생물의 ‘등’에 올라타 주변을 돌아다닌다. ‘주변을 돌아다닌다’는 말이 나와서 덧붙이자면, 움직이는 능력은 생명의 또다른 특징이다. 언뜻 보기에 움직이지 않는 것 같은 버섯과 식물도 이런 특징을 지녔다.
--- 「모든 생명은 대화한다」 중에서
대서양 몰리 중에는 동굴 밖 햇빛 아래에 사는 종도 있고 깜깜한 동굴 안에 사는 종도 있다. 동굴 밖에 사는 대서양 몰리의 수컷은 지느러미가 독특한 주황색이고, 그래서 색이 덜 진한 암컷과 쉽게 구별된다. 깜깜한 동굴 안에 사는 대서양 몰리는 이런 색깔이 없고, “밤에 보면 고양이는 모두 회색이다”라는 속담을 입증한다. ‘동굴 물고기’는 색깔이 없을 뿐 아니라, 눈 역시 심하게 퇴화하여 그 기능이 매우 제한적이다. 희끄무레한 색과 퇴화한 눈은 동굴 물고기를 지하 세계의 유령처럼 보이게 한다. 동굴 물고기는 자연이 얼마나 경제적인지 보여주는 인상적인 예시이다. 자연은 불필요한 것을 애초에 생산하지 않거나 상황에 맞게 축소한다. 의사소통에 ‘가시광선’ 채널을 어차피 사용할 수 없다면, 굳이 눈을 만드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할 이유가 없지 않겠나? 집에 전화선이 없다면, 비싼 전화기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생명은 수신중」 중에서
곤충 같은 절지동물은 체모 혹은 안테나 같은 신체 부위를 이용해 음파를 수신한다. 곤충의 기계 수용체는 이런 단순한 ‘수신기’의 경도와 길이에 따라 다양한 파장으로 같이 진동한다. 예를 들어, 대다수 나비와 나방은 포식자가 보내는 청각 정보와 똑같은 파장으로 진동하는 체모를 가졌다. 심지어 수컷 모기의 청각 수신기는 안테나에 달렸는데, 이것은 오로지 암컷의 비행으로 생긴 진동에만 반응한다!
귀뚜라미와 여치는 청각 면에서 다른 여러 곤충보다 그들의 다리 길이만큼 뛰어나다. 이른바 ‘고막기관’이 그들의 앞다리에 있기 때문이다. 이 고막기관은 막으로 덮인 일종의 공기주머니인데, 이 막은 우리의 고막과 같은 기능을 하고 외부매체의 압력 변화에 공명한다.
--- 「생명은 수신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