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 간 아들 만나기
설 앞두고 아들을 만나러 다시 전북 임실로 향하는 아침, 막내아들과 아내의 담배냄새 타박에 버럭 소리칠 뼌 했다. 차 타기 전에 한대 피웠건만 그럼에도 나는 냄새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심하다는 항변에 수긍은 하면서도 한편으론 화가 났다. 이런 현상은 귀가길에서도 재현 되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올들어 아니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였다.
해 뜨기전에 출발하였지만 야근하고 바로 아들 보러 가느라 아내는 중간중간 쉬면서 쪽잠으로 졸음을 보충해야 했다. 내가 운전이라도 한다면 도움이 될텐데 나는 운전면허조차 없다. 불쑥불쑥 운전면허에 대한 순간적 욕구가 있었지만 딸 생각을 안했다. 그래서 미안했고 웬만한 아내의 잔소리는 묵묵히 들을 뿐이었다.
추운 날씨는 차창에 서린 입김이 그대로 얼어붙으면서 묘한 그림들은 연출했다.
창밖을 보기 위해 연신 창을 딱았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부산에서는 볼 수 없는 눈 훈병중인 아들은 매일 제설 작업을 했다고 했다.
그나마 가는 날은 화창했고 며칠째 눈이 없어 잔설의 풍경이 보여주는 그림으로 가득했다.
곳곳에 고드름이 달렸다.
시간을 넘겨 도착했다. 우리가족이 배정받은 번호가 700번, 육군 용사 임명식은 단촐하게 1시간 남짓한 시간에 끝났다.
상봉과 재회의 눈물이 있었다. 그 시각 아내는 오후 일정을 고려해 차에서 잠을 보충하는 시간을 가졌고 임명식에는 막내아들과 둘이 참석했다.
아들은 입대 전 보다 의젓해졌고 단단히 군기가 들어있었다. 아니 훈련병 모두에게서 읽을 수 있던 변화된 모습이었다. 조직 세계 특히나 군조직 세계가 아들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라할 것 없이 아이들의 마음은 한결 같았다. 한마디로 체념과 감수 였다.
격리된 곳에서의 외부에 대한 갈망은 때로 좌중을 웃게 만들었다. 예컨데 아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출입(수송)버스 안에서 였다, 훈련병들을 만나러 온 가족들 중에 젊은 여성들이 있었고 간만에 사회 여성을 보게 된 아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 '와 여자들이네' 였고 그 소리를 들었든 차내 방문객들이 하나같이 실소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들의 손등에 적힌 여자 친구의 이름을 보았다.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또 듣고 싶은 그리움으 대상들에게 아들은 같이 있는 내 통화를 했다.
임실읍 내 식당에서 밥을 먹고 드라이브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 임실향교 옆에 차를 주차하고 아들의 귀대시간까지 각자의 시간을 가졌다
아내는 틈날때 마다 부족한 잠을 보충했다. 그리고 아들은 친구들과 통화하는데 시간을 소비했다.
이미 배불리 먹고 먹은데다 달리 먹일 것도 없었다. 다만 이렇게 만났다 다시 군대로 들어갈 아들이 왠지 가여웠다.
이시간 지나고 아들은 자대 배치를 받을 것이다.
그리고 더디오는 봄을 맞으며 지역 내 어딘가에 배치 받아 군생활을 지속할 것이고
오후 4시 넘어 아들은 부대로 귀대했다. 몇 번이나 뒤돌아 보았고 아내와 나는 아들이 위병소를 지나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모습을 지켜보다 귀가길에 올랐다
아들에게 썼던 편지를 따로 모아두지는 않았지만 아들 앞으로 처음으로 많은 편지를 보냈다. 2016년 12월20일 입소해서 2017년 1월24일 수료할 때까지의 5주의 훈련병 생활을 마치고 이제 아들은 2018년 10월 제대까지의 시간을 53사단 소속으로 보낸다. 아들이 이 시간을 소중히 보내었으면 한다. 어찌보면 너무 가혹한 것 같기도 하다. 아들이 청춘을 즐길 때가 있었나 싶어서다. 대학을 가기 위해 그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 힘겹게 버티다 두해 남짓 대학생활 끝에 군입대를 한 것이다. 그리고 제대를 하고 나면 군필의 보다 어른스러움이 강요되는 사회 흐름에 군대 가듯 자리매김 되어야 한다. 삶의 압박은 보다 더 구체적으로 다가 올 것이다. 부정하거나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때 나는 아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2017년 무탈한 가운데 심신의 발전을 도모하는 아들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Women's Liberation (ft.Nomiya Maki(노미야 마키/野宮マキ)-Blue Light Yokohama (2015)
Women's Liberation (Alb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