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전쟁
공기 전쟁 베스 가디너 지음·성원 옮김 | 해나무 2022-11
원제 : Choked: The Age of Air Pollution and the Fight for a Cleaner Future (Paperback) Paperback
베스 가디너 (Beth Gardiner) 미국의 환경 저널리스트. 환경과 건강, 지속 가능성과 관련된 주제를 중심으로 취재하고 글을 쓴다. 〈뉴욕 타임스〉 〈가디언〉 〈내셔널 지오그래픽〉 〈스미스소니언〉 〈타임〉 등 여러 매체에 기사를 올렸고, 미국 연합통신사의 고정 필자로 활동했다. 이 책은 〈가디언〉에서 ‘2019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미국과학작가협회 ‘사이언스 인 소사이어티 북 어워드’ 최종후보로 꼽혔으며, ‘지속 가능한 문학을 위한 그린 프라이즈’를 수상했다. 출간되는 즉시 퓰리처상 수상 작가 엘리자베스 콜버트, 전 환경보호국 국장 크리스틴 휘트먼,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 아놀드 슈워제네거, 전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미국 폐학회 부회장 폴 빌링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재단 이사장 테리 태미넌의 극찬을 받았다. 저술 과정에서 퓰리처 위기보도센터와 환경 저널리스트협회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현재 런던에 거주하고 있다.
목차
한국의 독자들에게
프롤로그 들숨: 숨의 의미
1부 숨을 참고서
1장 폐의 측정: 오염의 위력을 기록하기
2장 그라운드 제로: 델리의 공중보건 비상사태
3장 9,416: 런던의 디젤 재난
4장 씹을 수 있는 공기: 폴란드와 석탄의 대가
5장 소, 아몬드, 천식: 샌와킨밸리의 위기
6장 불을 피우는 집: 패러다임 전환
2부 한숨 돌리다
7장 한 나라를 바꾸는 일: 미국의 청정대기법 이야기
8장 마지못한 혁신가들: 공기와 자동차 제조업체
9장 조금씩: 로스앤젤레스의 기나긴 도로
10장 공기 재앙에서 살아가다: 중국의 다음 혁명
11장 도시는 누구의 것인가?: 베를린은 자동차 너머를 본다
에필로그 날숨: 다음에 오는 것
감사의 말
주
찾아보기
서평
우리가 마시는 공기만큼 인간의 생명에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것은 없다. 하지만 대기오염은 전 세계 매년 700만 명의 조기 사망자를 유발하며 소리 없이 우리를 독살하고 있다. 뇌졸중과 심장마비, 온갖 종류의 암, 치매와 조산 등 다양한 질병을 초래하는 대기오염. 그 현 상황을 면밀히 진단하고 아직 드러나지 않은 위험을 밝히며 깨끗한 호흡의 미래를 모색하는 것이 지금보다 더 중요했던 적은 없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도 대기오염의 위기에 대한 과학자들의 경고는 깊어져만 갔다. 세계보건기구는 대기질 가이드라인을 강화했고 영국 법원은 사상 최초로 대기오염을 사망 원인으로 인정했다. 오염 물질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저자 베스 가디너가 한국어판 서문에서 말하듯 “더러운 공기가 유발하는 질병과 사망은 코로나 사상자보다는 눈에 덜 띄지만 그에 못지않게 생생한 현실이다.” 사회가 점차 정상화로 나아가는 시점에서 대기오염이 주된 환경 문제로 떠오를 것이란 사실은 불 보듯 뻔하다.
“해마다 700만 명이 나쁜 공기로 사망한다”
이 책은 미국의 환경 저널리스트 베스 가디너가 전 세계를 누비며 공기 재앙의 현실을 가차 없이 폭로한 현장 보고서다. 더러운 공기가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낸 최근의 연구 성과를 살펴본 저자는 우리가 직면한 대규모 위협에 소스라치게 놀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대기오염이 해마다 7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다는 충격적인 추정치를 발표했다. 더러운 공기는 조기사망을 유발하는 네 번째로 큰 위험요소로 오르면서 신체활동 부족과 알코올보다 훨씬 상단에 위치하게 되었다.
우리가 들이마시는 공기는 폐뿐만 아니라 인체 모든 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심혈관계통 환자의 4분의 3이 더러운 공기의 영향으로 사망했으며, 오염이 심한 날에는 심장마비와 뇌졸중이 더 많이 발생했다. 위험이 일시적으로 증가하기만 하는 것도 아니었다. 오염은 심장과 혈관에 누적적인 피해를 일으키고 그 수치는 불안함을 야기하기에 충분했다. 예컨대 50~70대의 건강한 미국 여성 수만 명을 추적한 한 방대한 규모의 연구는 미세먼지를 들이마신 사람이 심혈관 질환으로 고생할 가능성이 24% 더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외에도 인지력 감퇴, 치매, 심지어는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까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수많은 건강 문제와 대기오염의 관계를 강력히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에 충격을 받은 저자는 대기오염이 전 세계에서 어떤 식으로 펼쳐지고 있는지,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직접 들여다보기로 결심한다. 스모그로 희뿌연 영국과 매연으로 뒤덮인 인도부터 공기가 씹히는 폴란드, 미세먼지가 내려앉은 중국까지, 대륙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목격한 것은 정치적 결정과 경제적 힘이 한데 얽혀 광범위한 대기오염을 초래하는 모습이었다. 인도 델리의 많은 기득권들이 대기의 위기는 경제성장 과정에서 모두 거쳐야만 하는 한 단계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고(2장), 폴란드는 비용 및 안전성이란 명목과 친환경에너지를 향한 정부의 무관심 속에서 아직까지 석탄을 태우며 매캐한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4장).
한편 저자는 더 깨끗한 공기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을 찾아 그 영웅적인 목소리를 듣고 기록하면서 낙관론의 이유 역시 발견한다. 미국 대기환경 분야의 핵심 법률인 청정대기법의 제정을 이끈 톰 졸링의 말을 통해 해당 법률의 다사다난한 제정 과정을 치밀하게 재구성하는가 하면(7장),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의 기자 차이징이 대기오염에 대한 중국의 여론을 조성해 환경 혁명을 불러온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기도 한다(10장). 그 외에도 인도와 폴란드, 남부아프리카 말라위에서 자신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힘을 모아 현실을 변화시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건강한 호흡이 결국 선택의 문제임을 일깨워준다.
특히 미국 정부의 강력한 주도로 모든 자동차에 촉매변환 장치를 설치한 이야기는 오늘날 다수의 대기오염 물질이 자동차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세기 중반, 배기가스를 무해한 성분으로 바꾸는 촉매변환 장치가 발명되었지만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당시에 널리 쓰이던 유연휘발유에서 납을 제거한 무연휘발유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엔진의 효율을 높이는 유연휘발유를 포기하지 못한 자동차 제조업체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미국 정부는 1970년 청정대기법 제정을 통해 오염물질 배출량을 강력히 규제했고, 그 틀 안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유연휘발유를 포기하고 단기간에 대다수의 자동차에 촉매변환 장치를 설치하는 데 성공했다. 저자의 말처럼 “오염을 제거할 수밖에 없게 할 경우 오염 유발자들은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가장 저렴한 방법을 찾아낸다.” 그리고 그 비용은 훨씬 더 큰 편익으로 돌아온다.
저자의 여정은 “도시는 누구의 것인가?”를 물으며 끝난다. 저자가 꿈꾸는 도시는 차량의 수를 대폭 감소하고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로 대부분의 통행이 가능한, “매연에 질식하지 않는 인간 규모의 삶이 들어선 장소”이다. 스마트폰과 정보기술, 디지털화와 자동화의 발전으로 가능해진 이동수단의 미래를 그려볼 수도 있다. 전철에서 내려서 공유 전기자전거를 타거나 마트에서 자율주행차를 불러 집으로 향하는 삶 같은 것 말이다. 우리는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에 도시를 넘겨줄 필요도, 밖으로 발을 내딛기만 해도 기력이 쇠약해지는 상황을 받아들일 필요도 없다. ‘도시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의 답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 이제 필요한 건 나쁜 공기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강력한 의지로 세상을 바꾸어나가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책속으로
“워낙 일상적이라서 오히려 더 눈에 띄지 않는 이 위협의 여러 측면들을 파악한 나는 그것이 전 세계에서 어떤 식으로 펼쳐지는지를 가까이서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리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도. 대기오염은 현대 생활의 불가피한 부분, 함께할 수밖에 없다고 체념해야만 하는 어떤 것인가? 아니면 더 나은 대안이 존재하지만 우리가 오래된 낡은 방식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드는 더 사악한 힘들이 작동하는 걸까?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지금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 더 깨끗하고 건강한 세상을 만드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 그런 걸 해보거나 시도해본 사람이 있을까? 어떻게 하면 여기서 나와 거기로 갈 수 있을까?” (프롤로그) P. 17~8
이 책은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대기오염의 이야기를, 그리고 그때문에 삶이 바뀌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국에서는 수십 년간 점차 엄격하게 규제한 덕분에 공기가 전보다 훨씬 깨끗해졌다. 하지만 이 개선은 지금은 개선을 야기한 규정들이 공격을 받게 되어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새로운 연구가 나올 때마다 상대적으로 낮은 오염 수준마저도 실질적인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과학의 수준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다. 급성장하는남아시아와 중국, 석탄을 태우는 유럽의 동부, 디젤에 의존하는 유럽의 서부, 카이로와 요하네스버그, 라구스 등 세계 곳곳은 상황이훨씬 나쁘다. - 슈왈로어테일P. 18
“이 책은 여러 면에서 선택에 대한 것이다.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을 어떻게 선택할지에 대한 것이자, 우리의 삶을 더 나은 쪽으로 바꿔놓은 것들이 눈으로 확인하기 힘든 결과들 역시 야기한 한 시대의 복잡함에 대한 것이다.” (프롤로그)P. 19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에 착륙하면서 나는 짙은 연무 속에 켜진 조명등을 바라보았고, 비행기가 착륙도 하기 전에 이 공기가 델리에서는 관념이 아님을 이해했다. 공기가 깨끗한 편에 속하는 4월인데도, 마치 모닥불에서 피어오르는 성긴 연기와 같은 밤을 밝히는 가로등 속 오염을 볼 수 있었다. 낮이 되면 얇은 커튼이 드리워져 다리와 건물들이 종적을 감췄다” (2장) P.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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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은 위기의 순간뿐만 아니라 겨울철 매일매일 끝없이 이어지는 끈질김으로도 노년 환자들의 삶을 위협한다. 차르노빌스키는 이들에게 공기가 안 좋을 때는 외출을 자제하고 운동을 삼가라고 조언해야 하는 불편한 위치에 있다. 그는 이 처방의 씁쓸한 부작용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시기엔 사람들이 아주 슬퍼해요. 집에만 있으면 외로운데, 이 우울증은 노인 건강에 아주아주 해롭죠.’ 그는 악순환이 어떻게 진행될 수 있는지 직접 확인했다. 우울함과 고립감이 악화된다. ‘물론 고령의 환자가 집에서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말끝을 흐린다. ‘그 끝에 뭐가 있겠어요? 침대에서 지내다가 결국 죽는 거예요.’ (4장) 148
“암울하고 성난 포퓰리즘, 민족주의와 고립, 과학에 대한 무시의 바람이 유럽과 미국, 바르샤바와 워싱턴, 그 사이 곳곳에서 불고 있는 오늘날, 우리가 그 집단적인 의지를 제때 불러내리라는 희망은 순진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만일 우리가 할 수 있다면, 인간과 지구를 죽음으로 내모는 석탄과 다른 연료들에 대한 의존을 끝장내고 그것들을 원래 있던 곳에 내버려둔 채 더 깨끗하고 건강한 세상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평화로운 혁명을 이행한다면, 그 변화는 인류 역사에서 똑같이 자랑스럽고 고결한 한 시절로 자리할 것이다. 부패한 정권과 증오의 장벽이 함께 무너져 내리던 그 획기적인 1989년과 나란히.” (4장) P. 171~172
“기술이 야기한 혼란은 이미 현대의 다른 영역을 숱하게 바꿔놓았다는 점에서 이제 곧 교통도 기술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거라는 생각은 더는 몽상이 아닐지 모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디오전화는 미래에나 있을 법한 판타지처럼 보였지만 이제 우리는 도로를 걸으면서 스카이프와 페이스타임을 이용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우리 할아버지 세대가 타고 다닌 것보다 별로 나아진 것도 없는 자동차를 계속 몰고 있는 걸까? 자동차에는 중요한 문제가 많이 걸려 있다. 우리의 건강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건강만 그런 게 아니다. 우리의 도시와 교외의 능력, 사람들이 미칠 것 같은 교통체증에 갇혀 몇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필요한 곳에 갈 수 있게 해주는 능력 같은 것들 역시 얽혀 있다.” (11장) P. 399
“우리의 역사에는 오늘을 위한 가치 있는 이정표가 될 만한 교훈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바로 청정한 공기의 편익은 거의 항상 그 비용이 왜소하게 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변화에 대해 고민할 때는 가격표가 눈에 더 크게 들어오고, 그 비용을 내야 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물러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종종 그 비용을 과장한다. 하지만 오염 유발자들이 오염을 제거할 수밖에 없게 할 경우 이들은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가장 저렴한 방법을 찾아낸다. 이런 투지는 종종 변화를 예상보다 더 빠르고 쉽게 만드는 혁신을 불러온다. 그리고 비용이 우리가 걱정했던 것보다 적더라도 편익은 전반적인 행복과 생산성 증가의 연쇄효과 속에서 몇 배로 증폭되어 예상보다 훨씬 커질 때가 드물지 않다. 이런 편익은 수백만 명 사이로 흩어져서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실이 아니라고 부정할 정도는 아니다.” (에필로그) P. 403~404
“우리가 아는 세상과 다른 어떤 것을 상상하는 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능력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무의식은 호흡과 몸의 다른 많은 중요한 기능을 제어하지만, 모든 삶의 매개변수를 좌우하는 결정은 의식적으로 내려야 한다.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에 도시를 넘겨줄 필요도, 세계 경제를 떠받치는 선박들이 해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몸을 독성물질로 오염시키도록 내버려둘 필요도, 밖으로 발을 내딛기만 해도 기력이 쇠약해지는 상황을 받아들일 필요도 없다.” (에필로그)P. 406
숨 막히는 나라들에선 ‘더러운 공기’마저 차별적이다
서울 지역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11월 10일 서울 용산구 N서울타워에서 바라본 도심이 뿌옇다. 문재원 기자
‘런던 스모그’를 겪으며 집필 결심
영·미·인도 등 대기오염 조사
‘더러운 공기’에 노출된 하층민들
약자가 더욱 고통 받는 구조 고발
요즘 아이들이 태생부터 체득한 단어가 있다면 그 중 하나가 ‘미세먼지’일테다. 환경부는 PM 2.5 이하 미세먼지를 초미세먼지로 분류하고 2015년부터 공식적으로 측정하고 발표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눈 뜨자마자 오늘의 미세먼지 앱을 켜서 미세먼지가 ‘좋음’인지 ‘나쁨’인지 확인해달라 하곤 한다. 미세먼지의 농도는 아이들이 놀이터를 갈 수 있는지 없는지 가르는 가늠자이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은 코로나19 이전에 마스크와 이미 하나가 됐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가장 많이 언급되는 포털 사이트 키워드가 ‘이민’이라는 사실은 미세먼지 문제가 더이상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일만은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공기 전쟁>은 요즘엔 ‘미세먼지’로 더 와닿는 이슈, 전세계에 드리운 대기오염의 문제를 다뤘다. 미국의 환경 저널리스트인 베스 가디너가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공기가 나쁜 나라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폭로한 현장 보고서이다. 원제는 숨막힌다는 뜻의 ‘Choked’다. “공기는 전세계에서 우리를 조용히 독살하고 있다.”
집필의 단초는 딸 아이였다. AP통신 기자였던 저자는 미국에서 영국 런던으로 이주하면서 런던 스모그를 마주했다. 그는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모든 공기를 혼자서 씻어낼 수는 없는 법. “내 걱정은 분노로 방향을 전환했다. 내 가족이 들이마시는 오염물질이 훨씬 큰 이야기의 한 가닥에 불과했다.” 저자는 영국이 어떻게 희뿌연 스모그에 휩싸이는지 살피고, 매캐한 연기로 뒤덮힌 인도와 석탄 가정 보일러를 집집마다 떼는 폴란드, 미세먼지가 내려앉은 중국까지 직접 발로 찾아간다.
게티이미지
저자는 잘못된 정책을 ‘숨막히는 런던’의 원인으로 짚는다. 고효율 모델의 선택을 독려하기 위해 바꾼 런던의 자동차 과세방식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개편된 조세 정책은 사실상 디젤에 인센티브를 주는 역할을 했다. 디젤이 탄소를 적게 배출할지 몰라도 인체를 위협하는 오염 물질의 측면에서는 휘발유보다 심각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세계보건기구는 디젤을 2012년 확실한 발암물질로 승격시켰다. “수십년간 수백만명에게 영향을 미칠 결정을 내리면서 장기적인 관점을 취하지 않았다.”
모두가 똑같이 마시는 ‘더러운’ 공기를 두고 차별성을 논할 수 있을까 싶지만 저자는 인종과 계급의 약자가 더러운 공기의 고통을 더 받는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차별성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나라는 인도다. 저자는 인도를 설명한 부분에선 ‘공중보건 비상사태’라고 표현했다. 델리 시 경계에 있는 1000여개의 벽돌 가마는 끊임없이 연기를 내뿜는다. 벽돌을 굽는 가마 코앞에서 그 연기를 고스란히 들이마시는 이들은 인도의 하층민이다. 하루 4~6시간 가량 화로 앞에서 아버지와 오빠가 먹을 로티 빵을 굽는 사람은 모두 어린 여자 아이들이다. 저자는 특히 인도의 ‘정부 정책 실패’를 언급했다. 환경 법은 오염을 막는 기능을 거의 하지도 못하면서, 그 이행 시기나 이행여부를 결정하는 하급 공무원들이 부패할 기회를 만들어낸다고 꼬집었다.
미국의 소도시도 마찬가지다. 공장형 낙농업이 자리한 미국 캘리포니아의 샌와킨밸리는 미국에서도 가장 공기가 나쁜 도시로 꼽힌다. 소의 거대한 배설물 웅덩이와 들판의 비료에서 나오는 암모니아, 초미세먼지 등은 근처 사는 사람들의 숨통을 조여온다. 이 지역의 조산율은 해당 주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이곳의 농장 노동자 대다수는 이민자들이다. 저자 말대로 더러운 공기의 대가는 가난한 사람이 가장 혹독하게 치른다.
저자는 절망적 상황만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나라들도 소개한다. 저자는 미국의 청정대기법(Clean Air Act)이 제정된 과정을 상세히 취재했다. 법안을 만든 상원의원들의 보좌관을 찾아가 당시 이야기를 들었다. 청정대기법은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보좌관들이 퇴근 후에도 머리를 맞대고 연구했단다. 두 당의 보좌관들은 모든 신차를 5년 이내 더 깨끗하게 만들라는, 즉 매연을 배출하지 않도록 규제한 이 법안을 만들 때 ‘공중보건’을 가장 핵심으로 내세웠다고 회고한다. 이런 규정을 ‘할 수 있다’가 아니라 ‘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산업계에서 ‘어렵다’고 하는 울음소리를 들을 법도 했지만 이들의 요구는 종이 비행기처럼 날려버렸다는 것이다. “법과 규정이 치고 들어오면 회사는 대개 해야 하는 일을 했지만, 자동차업계에 그냥 맡겨두었더라면 미국 공기는 두드러지게 개선되지 못햇을 것이다.”
스모그에 황사까지 겹치면서 ‘엄중 수준’의 대기오염 경보가 발령된 중국 수도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서 28일 한 여성이 마스크를 쓴 아기를 안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세먼지 없는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 모습. 연합뉴스
저자는 한 장을 할애해 중국의 변화를 칭찬한다. 공기질 데이터 공개를 시작으로 석탄 사용 감축 등의 정책 변화를 치켜세운다. 국제 행사 기간 동안 오염 유발 공장에 문을 닫으라고 명령하는 등의 극단적인 조치는 사실 부실한 계획이라고도 지적하지만 중국에서 실제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전히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 영향을 일정 부분 받고 있는 한국으로선 과연 실질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의아한 대목이다. 한국도 자체적 노력을 해야겠지만 국경을 넘나드는 공기의 특성상 미세먼지의 ‘글로벌한’ 특성도 다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저자의 긴 취재 여정은 ‘도시는 누구의 것인가’라고 물으면서 끝난다. 선택은 우리에게 달렸다고 답한다. 여러 숫자와 눈 앞에 보이는 듯한 현장 묘사로 공기 오염, 미세먼지로부터 위협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공기와 관련된 정책 담당자라면 꼭 읽어보길 권한다.
경향 임지선 기자
더러운 공기는 알코올보다 더 위험하다
공기 재앙의 현실 폭로한 현장 보고서
대기오염, 심장혈관 등에 피해 일으켜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도 오염과 연관
깨끗한 공기 위해 싸우는 사람도 기록
대기 오염으로 시야가 흐릿한 중국 베이징의 톈안먼광장 일원을 베이징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주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기는 생명 유지를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요소이다. 하지만 〈공기 전쟁〉은 대기 오염이 소리 없이 우리를 독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환경 저널리스트 베스 가디너가 전 세계를 누비며 저술한 이 책은 공기 재앙의 현실을 가차 없이 폭로한 현장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대기오염이 수많은 건강 문제를 초래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저자는 대기오염이 전 세계에서 어떤 식으로 펼쳐지고 있는지를 직접 들여다보기로 결심한다. 스모그로 희뿌연 영국, 매연으로 뒤덮인 인도, 공기가 씹히는 폴란드, 미세먼지가 내려앉은 중국을 찾아가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파헤친다.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에 착륙하면서 나는 짙은 연무 속에 켜진 조명등을 보았고, 비행기가 착륙도 하기 전에 이 공기가 델리에서는 관념이 아님을 이해했다. 공기가 깨끗한 편에 속하는 4월인데도, 모닥불에서 피어오르는 성긴 연기와 같은 밤을 밝히는 가로등 속 오염을 볼 수 있었다. 낮이 되면 다리와 건물들이 종적을 감췄다.’
더러운 공기가 몸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낸 최근의 연구 성과를 살펴본 저자는 우리가 직면한 대규모 위협에 소스라치게 놀맀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대기오염이 해마다 70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다는 충격적인 추정치를 발표했다. 더러운 공기는 조기 사망을 유발하는 큰 위험요소로 받아들여지면서 신체활동 부족과 알코올보다 더 위험한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우리가 들이마시는 공기는 폐뿐만 아니라 인체 모든 곳에 영향을 미친다. 심혈관계통 환자의 4분의 3이 더러운 공기의 영향으로 사망했으며, 오염이 심한 날에는 심장마비와 뇌졸중이 더 많이 발생했다고 한다. 오염은 심장과 혈관에 누적적 피해를 일으키고 그 수치는 불안함을 야기하기에 충분했다. 예컨대 50~70대의 건강한 미국 여성 수만 명을 추적한 한 방대한 연구는 미세먼지를 들이마신 사람이 심혈관 질환으로 고생할 가능성이 24% 더 높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인지력 감퇴, 치매, 심지어는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까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도 밝혀졌다.
‘오염은 노년 환자들의 삶을 위협한다. 차르노빌스키는 이들에게 공기가 안 좋을 때는 외출을 자제하고 운동을 삼가라고 조언해야 하는 불편한 위치에 있다. 그는 이 처방의 씁쓸한 부작용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시기엔 사람들이 아주 슬퍼해요. 집에만 있으면 외로운데, 이 우울증은 노인 건강에 아주아주 해롭죠. 그 끝에 뭐가 있겠어요? 침대에서 지내다가 결국 죽는 거예요.’
저자가 대륙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목격한 것은 정치적 결정과 경제적 힘이 한데 얽혀 광범위한 대기오염을 초래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인도 델리의 많은 기득권들이 대기 위기는 경제성장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고, 폴란드는 비용 및 안전성이란 명목 속에서 아직까지 석탄을 태우며 매캐한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더 깨끗한 공기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을 찾아 그 영웅적인 목소리를 듣고 기록한다. 미국 대기환경 분야의 핵심 법률인 청정대기법의 제정을 이끈 톰 졸링의 말을 통해 해당 법률의 다사다난한 제정 과정을 치밀하게 재구성하는가 하면,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의 기자 차이징이 대기오염에 대한 중국의 여론을 조성해 환경 혁명을 불러온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기도 한다. 특히 미국 정부의 강력한 주도로 모든 자동차에 촉매변환 장치를 설치한 이야기는 오늘날 다수의 대기오염 물질이 자동차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세기 중반, 배기가스를 무해한 성분으로 바꾸는 촉매변환 장치가 발명되었지만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당시에 널리 쓰이던 유연휘발유에서 납을 제거한 무연휘발유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엔진의 효율을 높이는 유연휘발유를 포기하지 못한 자동차 제조업체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미국 정부는 1970년 청정대기법 제정을 통해 오염물질 배출량을 강력히 규제했고, 그 틀 안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유연휘발유를 포기하고 단기간에 대다수의 자동차에 촉매변환 장치를 설치하는 데 성공했다.
저자가 꿈꾸는 도시는 매연에 질식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는 장소이다. 저자는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에 도시를 넘겨줄 필요도, 밖으로 발을 내딛기만 해도 기력이 쇠약해지는 상황을 받아들일 필요도 없다고 한다. 저자의 여정은 “도시는 누구의 것인가?”를 물으며 끝난다. 질문의 답은 무엇일까. 이제 필요한 건 나쁜 공기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강력한 의지로 세상을 바꾸어나가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천영철 기자 cy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