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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서평

기억 공간을 찾아서

by 이성근 2021. 7. 17.

기억 공간을 찾아서 저자 안정희|이야기나무 |2021.06.

우리가 잊지 않고 꿈꾸는 것에 대하여

 

 

안정희-기록연구사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와 명지대학교 기록정보과학대학원을 졸업했다.

지금은 증평기록관 아카이빙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저서기록이 상처를 위로한다(이야기나무/2015),종이약국(공저/북바이북/2020),책 읽고 싶어지는 도서관 디스플레이(경기도도서관총서/2015) 도서관에서 책과 연애하다(알마/2014)

번역나는 반대한다(부키니스트/2021),에이프릴풀스데이(섬돌출판사/2007),가이와 언덕지기 라이(섬돌출판사/2006)

 

터넷 교보문고 제공]

목차

여는 말

간절히 기억하려 하거나 통렬히 잊고자 할 때 4

 

독일의 기억 공간

 

#기념일 14

1. 이민자의 기억법, 회상 16

독일 브레멘 항구의 이민박물관

 

#기억과 정체성 32

2.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34

독일 뮌헨의 이미륵 묘

 

#박물관, 기억의 신들이 거처하는 작은 언덕 48

3. 쓰인 것들로부터 나를 발견하는 시간 50

독일 마인츠의 구텐베르크 박물관

 

일본의 기억 공간

 

#그림자 기억 74

4.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유물과 유적 76

오키나와의 슈리성

 

#잊으려는 애도 95

5. 애도할 수 없는 두 개의 무덤 97

오키나와의 아리랑 위령탑

 

#기록물의 주어 115

6. 전쟁박물관의 문장에는 주어가 없다 117

오키나와의 히메유리 평화기념자료관

한국의 기억 공간

 

#깊고 두터운 서사(Description) 132

7. 평면의 사진이 말하는 입체적인 삶 134

전라북도 진안의 사진문화관

 

#문학의 서사와 기록의 설명책임성 149

8. 시인의 삶을 증언하다 152

서울 종로구의 윤동주 문학관

 

#너와 나의 이야기는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164

9. 재현할 수 없는 사진 167

제주 서귀포시의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기록되지 않는 노동176

10. 기념되지 않는 노동 178

인천 강화도의 심도직물 굴뚝

 

 

그리고, 남겨진 이야기

 

#소설의 언어와 기록의 언어 200

쓰고 싶은 이야기와 쓰여지지 않은 이야기 사이에

존재하는 것들 202

 

닫는 말 211

기록, 그 담대한 연결

 

 

출판사 서평

당신은 기억을 어떻게 간직하나요?

우리는 일기장에 일기를 쓰고, 다이어리에 기록하고,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찍어 그 날의 기억을 남겨둡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기록은 언제나 함께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기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록으로 남아있는 삶은 후대의 역사가 됩니다.

역사는 이전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반드시 전달해야 할 기록으로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과거를 경험하고 현재 우리 삶의 해답을 얻게 됩니다.

 

책 속의 인물

독일이 사랑한 한국인 문학가 이미륵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하다가 독일로 망명하게 된 이미륵 선생은 1927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한 세계 피압박 민족 결의대회에 참가하여 조선의 독립을 위한 지원을 호소했습니다. 그의 자서전적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는 독일의 한 잡지사 여론 조사에서 독일어로 쓰인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독일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될 정도로 독일에서 사랑받는 작품입니다.

 

우리가 잊어버린 최초의 위안부증언자 배봉기1944년 배봉기 할머니는 오키나와현의 도카시키섬에 끌려가게 되었습니다. 미군정 체제 이후 조선으로 돌아가지 못한 할머니는 도카시키섬에 체류하게 되었고, 강제 퇴거 대상자가 되자 위안부임을 증언하여 특별체류허가를 받았습니다. 배봉기 할머니는 일본의 사죄도 받지 못하고, 조국 땅을 밟지 못한 채 1991년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현재 도카시키섬에는 위안부였던 배봉기 할머니의 혼을 달래기 위한 아리랑 위령탑이 세워져 있으며, 많은 이들이 이 곳에서 애도를 표하고 있습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사랑한 시인 윤동주일제강점기에 활동한 조선의 시인이자 독립운동가로 많은 시를 썼지만 살아 생전 시집을 한 편도 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그의 시는 세상에 나온 후로 한국인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일본에서 대학을 다니던 시절, 사촌 송몽규와 함께 '재교토 조선인 학생 민족주의 그룹 사건으로 체포되어 광복을 6개월 앞둔 19452, 29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큐슈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기억 공간은 슬픔, 고통, 그리움 등 살아가면서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가슴 아픈 감정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여러 감정이 담긴 발자취를 저자와 함께 여행하듯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책속으로

내가 누구인지를 말해 주는 정체성은 개인의 기억과 집단의 기억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같은 일을 경험해도 저마다 고유한 방식으로 기억을 저장하거나 폐기한다.

어느 부분을 기억할지, 어떤 기억을 활성화하고 언제 그것을 불러내는가에 따라

그는 누구도 아닌 자신이 된다.--- P.32

 

영화 [동주] 개봉 후 일제강점기를 기억하는 사람이 늘었다. 기억은 그 기억을 생성한 이들이 소멸하거나 그들이 가족이나 이웃에게 기억을 전승하지 못할 때 사라진다. 하지만 독립운동에 대한 기억은 기억 생산자들이 소멸해도, 또는 생산자의 실제 기억과 달라도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인 이유로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활성화된다. 지금의 한국을 말해 주는 중요한 사회적 공유 기억이기 때문이다.--- P.33

 

무엇을 기억하는가는 나의 정체성을 말해 준다고 했다.

기록을 찾아 떠난 이번 여행에서 나는 내가 만든 직접 체험한 경험 기억보다 간접적으로 획득한 우리의 집단 기억과 우리를 기억하는 그 무엇이 사회관계 속에서 활성화되어 내가 한 그 무엇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을 곳곳에서 확인했다.--- P.46~47

 

기억의 신은 창작의 영감인 뮤즈를 낳고 인간은 무세이온의 유물과 유적을 보며 새로운 것을 다시 창조한다. 과거인 기억을 사랑하는 행위가 미래의 일인 창작과 연결되는 것이다. 관람객은 박물관의 기록물을 관찰하며 역사적 기억과 연결하고, 체험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연결 짓는다. 내가 어디서 왔는지 발견하고 누구와 더불어 있는지 공감하며 어디로 항해할 것인지 방향을 세운다. 박물관의 기록은 회고록인 동시에 예언서다. --- P.48

 

박물관의 유물과 유적은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여러 사건을 그냥 보존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리고 애도하고 시대적으로 적절한 의미를 부여하고 필요에 따라 재생시킨다.

이 기억의 재생과 환기, 치유의 과정들에서 사회구성원들은 너와 나의 위치를 찾고 존재를 확인한다. 관람객 또한 그것을 보존하는 사회적 맥락 안으로 들어가 연대감과 소속감을 느낀다.

그런데 박물관의 유물과 유적이 그 상관관계를 맥락 없이 펼쳐 놓을 때는그저 사진을 찍기에 좋은 풍광일 뿐이다.--- P.92~93

 

주어가 달라지면 축이 변한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들은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 했는가를 말하고 있는데 기록물들 중에는 종종 누가를 말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주어는 사건 인과관계의 핵심이어서 주어 없이는 인과관계를 말할 수 없고,‘라는 물음에 답을 하지 못하게 한다.-- P. 115~116

 

기억이 기록이 되고 기록은 역사가 되지만 기록의 기반인 기억이 모두 사실은 아니다.

기억은 유동적이며 언제나 현재로부터 출발한다. 내가 서 있는 곳에서 과거를 불러온다.

어떤 지점에 어떤 상황에 누구와 더불어 있는가에 따라 기억은 다르게 소환되어 서술된다. 또한 처음 기억이 생성될 때부터 사실을 그대로 기억하기보다 당시의 위치, 감정, 당위성 이런 것들이 결합되어 저마다 조금씩 다르게 각색되어 기억한다. --- P. 200